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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루 님의 서재입니다.

영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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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루
작품등록일 :
2011.10.21 16:16
최근연재일 :
2011.10.21 16:16
연재수 :
1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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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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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쪽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5

DUMMY

5.


그 한 마디에 일행들의 얼굴색이 제각각 변한다.

좀 전과는 다르게 구름에 가려졌던 달빛이 훤히 드러나 잔잔하게 그들을 비춘다.

철렁 내려앉는 낯빛에 꾸욱 어금니를 다무는 모습까지.

철호가 급히 묻는다.

“수는?”

“백에 가깝습니다!”

“!”

철호의 안색이 더욱 딱딱해진다.

적갑무사 개개인의 능력은 발군이라 들었다.

지금 여기 모인 인원, 효군을 뺀 나머지 모두가 성검사의 등급이라고는 하지만, 단 여섯이서 맞아 싸워야 할 수가 너무도 많다.

이건 실전 경험이 아니라,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격이다.

“!”

문득 발바닥을 타고 미세한 울림이 전해진다.

말굽이다. 거칠게 땅을 박차고 달려드는 말발굽이 지면을 울린다.

근거리까지 다가왔다는 말이다.

철호의 뒤에서 단기수가 급히 묻는다.

“자왕! 어찌 하시겠습니까?”

단기수는 지금이라도 물러서기를 원한다.

그도 죽기는 싫다.

진황국이 비록 마염국의 속박에 묻혀 있지만, 그가 살아가는 것엔 하등 불편한 것이 없다.

상용장의 자제. 누릴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누릴 신분이다.

철호가 딱딱한 얼굴로 단기수를 바라본다.

진황국을 떠나기 전 철기손이 해준 말이 스친다.

기백(氣魄)과 열정(熱情)을 몸에 담아 오라는 말.

유세하가 비록 공(公)으로서 존재하지만, 그가 진황국을 이끌 수는 없다. 현 군황이 부재한다면 자왕인 철호가 진황국을 이끌어야 한다.

어떤 고난과 시련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기백, 목표한 바는 반드시 이루겠다는 열정.

이번 행보의 목적은 그것을 몸에 담아오는 것이라 했다.

거기에 그저 신분뿐인 성검사 네 명을 진정한 국민의 한 사람이 되게끔 이끌어 보라는 말도.

꾸욱!

철호가 주먹을 꽉 쥔 채 단기수를 본다.

그의 눈에 담긴 결연함을 느낀 단기수가 일시 움찔하는 순간.

스윽하니 모두를 일견한 철호가 위엄을 담아 입을 연다.

“우리는 진황국의 국민이다!”

그동안 용장의 자제들에게 하던 존칭도 버렸다.

그는 진황국의 자왕이다!

“진황국은 마염국의 속박을 반드시 벗어내야 한다.”

“…….”

단호한 철호의 음성에 단기수 등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들이 절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예감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여기서 그 초석을 다진다!”

“하지만…….”

단기수가 다시 토를 달려 하자 철호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한다.

“언젠가 상조국에 방문했을 시 용익조(龍翼鳥)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치며 창공을 가르는 모습. 우리는 오늘! 한 마리의 용익조가 되어 적진을 뚫는다!”

황철이 나서 철호의 말에 반박하려는 순간.

철호가 자신의 검을 뽑아들어 그에게 겨누고는 말한다.

“나는 자왕으로서 진황국의 성검사인 그대들에게 명하는 것이다. 진황국의 백성을 지키는 그대들은 어떠한 위기에도 진황국에 등을 돌리면 안 된다. 그것이 그대들의 의무이자 남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권리이다!”

“…….”

황철을 비롯한 성검사 셋은 철호의 이면에 놀라기도 하는 한편, 확고해진 그의 기백이 전해지며, 왜인지 뛰는 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판단하기가 어려웠지만.

철호의 말이 이어진다.

“오늘의 전투는 수많은 적갑무사들 모두를 죽이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가 오늘의 전투에서 얻어야 할 것은 앞으로 진황국을 이끌어가고자 반드시 필요한 기백과 열정이다.”

“…….”

“우리는 죽지 않는다!”

“!”

힘주어 말한 철호의 음성을 듣는 순간, 일행은 왜인지 정말 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제각각 이익만 생각하던 황철 등이 일시적이나마 그런 공통적인 감정이 들었다는 것은.

철호의 공격설명이 이어졌다.

철호를 중심으로 철화영이 그를 보좌하고 좌우 2명씩 황철, 난영 그리고 사독호와 단기수가 날개를 이룬다.

그 뒤로 효군 군사들이 장창으로 각각의 성검사들을 보좌한다.

이 진형을 유지한 채 적갑무사의 중앙을 돌파한다.

당연히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철호는 이번 공격이 성공하려면, 자신이 죽지 않으려면 여기 모든 인원이 하나가 되어 서로의 틈을 메워나가야 한다는 말로 설명을 마쳤다.

“그 뒤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황철이 묻는다.

쉽게 답하지 못하는 철호. 잠시 후 그가 나직이 말한다.

“유공은 적이 아니다.”

“…….”

적갑무사의 진영을 돌파한 후엔 유세하의 도움을 받겠다는 말이다.

그가 도울지 어쩔지는 확신하지 못하는 철호였지만, 그 속내는 말하지 않았다.

철호의 말에 황철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철호와 유세하가 그런 작전을 논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직접 당해봐서 안다. 유세하가 약하지 않다는 바는.

그런 황철을 보며 철호가 내심을 다진다.

‘해낼 것이다. 반드시 그리될 것이다!’

이제는 귀로도 거친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잠시 후.

“!”

일행은 볼 수 있었다.

수많은 기마를 꼬리처럼 달고 거침없이 달려오는 한 사내를.

전신에 피칠갑을 한 듯 붉고도 붉은 사내를 보는 순간 일행은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갈 길뿐이다.

전방을 주시하며 눈을 빛낸 철호가 외친다.

“용익조! 전군 돌격!”

비록 열다섯 뿐인 인원이지만, 진황국 자왕 철호는 군(軍)이라 칭했다.

그리고 그가 부른 군은 힘차게 내딛는 철호를 따라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우와아와!”

누군가의 고함이 대기를 울리며, 듣는 이의 가슴에 웅심(雄心)을 새겨 넣는다.

두다다다.


열다섯 필의 말이 일제히 앞으로 내달리는 모습을 보는 한 사람.

유세하.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린다.

“훗.”

도망쳐버린 겁쟁이들은 아니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는 듯 보이는 미소.

힐끗 뒤를 돌아보는 유세하.

“저것들에게는 좀 많겠지.”

지금까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달려왔다.

끌고 오기로 했으니 끌고 왔다.

그러니 여기서는 마음껏 힘을 써보아도 된다.

스윽.

광시도를 들어 번뜩이는 날을 바라본다.

“폭(爆)이라 했지.”

우웅.

내력을 광시도에 집중한 유세하가 달리던 그대로 땅을 박차며 공중으로 빙글 몸을 띄운다.

그와 동시에 좌로 한 번, 우로 한 번 광시도를 내리긋는다.


유세하를 쫓아 가장 앞에서 내달린 화룡3대 대주 홍만수는 유세하가 튀어 오르며, 그 사이로 저 앞에서 질주해오는 몇 필의 기마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수는 적지만, 그들도 자신들이 쫓아 온 사내, 유세하와 비등한 힘을 지닌 자들이라면 백이 되지 못하는 화룡3대로는 감당키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화룡대다.

후퇴를 모르는.

“적이 눈앞에 있다! 모두 죽인다!”

홍만수가 소리치자 뒤따르는 화룡3대 대원 모두가 일제히 고함을 내지른다.

대기가 쩌렁 울리는 그 순간.

휘잉. 휘잉. 두 번의 광풍이 그들에게 질러 들었다.

홍만수는 저도 모르게 쭈뼛거리며 일어서는 한기에 눈을 치떴다.

그리고.

쿠왕!

콰광!

두 번의 폭음이 들리며, 그의 좌우로 수십의 화룡대가 말과 함께 폭사 되어 공중으로 퉁겨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헉!”

놀라 저도 모르게 기함을 내지른 홍만수.

‘함정이구나!’

유세하의 모습을 일시 놓친 홍만수는 적들이 길에 폭약을 설치하고 터뜨렸다고 판단했다.

그의 눈매가 사나워진다.

그의 시야로 지척에 이른 적이 장창을 꼬아 쥐는 것이 보인다.

“감히!”

이를 뿌득 간 홍만수의 시선에 저만치 뒤쪽으로 내려서는 유세하가 보인다.

“네놈만은 반드시 죽이겠다!”

달려드는 적은 뒤를 따르는 화룡대에 맡기고 그는 말 등을 차며 몸을 날렸다.


화룡3대를 향해 맹렬히 돌격하는 철호와 일행들.

그들은 홍만수와는 달리 유세하가 광시도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았다.

이어 적들의 좌우 선두가 단숨에 뭉개지는 모습도.

일행의 머릿속에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

‘유세하, 그가 적이 아니다.’

그리고 그가 보인 위용이 여전히 내심에 쌓였던 미적지근한 마음을 통째로 날려 보냈다.

‘할 수 있다!’

유세하와 함께라면.

“우와아아!”

힘껏 고함치며 그들이 화룡대의 선두와 격돌한다.

파차자장!

장창과 장창이 엇갈려 부딪히더니 격한 기운이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사이로 피어난다.

화룡대 개개인이 성검사에 준하는 능력을 지녔다면, 철호 등은 성검사의 능력을 지녔다.

하나하나의 격돌에서 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험 면에서나 수적으로는 열세가 분명하다.

푸칭.

화룡대의 장창 하나가 철호의 옆구리를 스치며 불똥을 튀겨낸다.

철호 등이 걸친 검은색 갑주는 철기손이 특별히 제작한 물건이다. 물론, 마황석이 다량 함유됐고 말이다. 적의 칼날로부터 몸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갑주에 공격을 허용했다는 바에 인상을 찡그린 철호가 손에 힘을 주어 장창을 내뻗는다.

휘잉. 촹!

내질러진 철호의 장창을 그를 맞은 화룡대원이 창을 빙글 돌려 막아내 흘리고는 앞으로 질러 낸다.

마상에서 상체를 틀어 질러진 창날을 피하며 좌에서 우로 창을 그어내는 철호.

화룡대원이 그의 창을 빙글 돌려 막는다.

파칭. 촤장!

접전.

뚫고 지나갈 기세로 공격하는 철호 등과 그들을 막아 쓰러뜨리고자 하는 화룡대원.

어느 쪽도 나서지도 물러서지도 않은 채 격하게 엉켜 든다.

화살촉 모양으로 단단하게 뭉쳐 각각의 적을 맞아 싸우는 철호, 철화영과 진황국 성검사들. 살기 위해서라도 전력을 다하는 그들의 뒤를 효군의 병사들이 진땀을 흘리며 보좌한다.

일단은 그럭저럭 비등해 보인다. 검은 갑주의 덕도 톡톡히 본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른다면.

“우리는 죽지 않는다!”

화룡대원의 창을 비켜내며 철호가 벼락같이 소리친다.

기백(氣魄).

죽지 않는다고 소리쳤지만, 그의 번뜩이는 눈빛은 죽음조차 등한시한다.

“으라압!”

힘껏 질러내는 그의 창끝엔 반드시 해내겠다는 열의가 담겨 있다.


유세하를 향해 몸을 날린 홍만수는 손에 든 장창을 일직선으로 내뻗었다.

전력을 다한 살초는 주변 대기마저 일그러뜨릴 정도이다.

바닥을 내려선 유세하가 홍만수를 노려본다.

씨익.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진다.

광시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며 바닥을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가슴을 노려온 홍만수의 장창이 유세하의 잔상을 꿰뚫을 때 유세하는 아직은 공중에 뜬 홍만수의 가슴 아래로 파고들어 광시도를 그어냈다.

“헛!”

놀란 홍만수가 뻗어낸 장창을 급히 끌어당겨 가슴을 막으며 빠르게 몸을 튼다.

쩡.

‘크으…….’

장창을 잡은 손이 찌르르 울리고, 타고 오른 충격은 전신을 휘감는다.

충격을 해소하고자 팽그르르 돌며 바닥에 내려선 홍만수.

그러다 딱 마주치는 유세하의 눈동자.

“!”

‘죽는다!’

홍만수는 위기를 감지하고는 손에 쥔 장창을 질러 드는 유세하에게 내던지며 그 힘을 발판 삼아 몸을 휙 빼냈다.

그 순간 던져진 장창이 쩡 소리와 함께 동강 나고 홍만수가 섰던 자리에 빛살이 지나간다.

추아악. 바닥에 굵은 선이 갈라지고 흙먼지가 튄다.

“흠.”

아쉬움이 담긴 적의 음성이 들리자 홍만수는 흙먼지 사이로 보이는 유세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순간, 홍만수가 비릿하게 웃는다.

“오늘 여기서 네게 죽을지 모르지만, 너 역시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앞으로도 너는 살아 있다는 것이 죽기보다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여기 있는 인원이 다가 아니다!”

그에 유세하가 광시도를 아래로 늘어뜨리더니 팟 하고 사라진다.

홍만수는 순간적으로 유세하를 시야에서 놓쳤다.

급히 자신의 도를 뿌려 전면을 막는 홍만수.

서걱!

짧고 낯선 소리가 홍만수의 귀로 파고든다.

스르르 미끄러지는 홍만수의 시선.

그의 귀로 나직한 음성이 들려온다.

“역시, 별로야.”

무슨 뜻일까?

이것이 홍만수가 가지는 마지막 생각이었다.

유세하는 홍만수가 주절이 늘어놓을 때 곤륜의 용형보(龍形步)를 펼쳐 순식간에 간격을 좁혔다.

진황국 나황성 연공실에서 마황석을 통해 증폭된 내력은 그의 움직임을 빛살처럼 만들어 주었다.

거기에 이어지는 추명도(追命刀) 직단섬(直斷閃).

강력한 위력에 짙은 살기를 품은 추명도식 일초 직단섬. 빛 무리가 번뜩이는 순간 적을 양단 낸다는 뜻을 품은 위력적인 살초는 화룡3대주 홍만수 그가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게 사선으로 갈라버렸다.

스르르 미끄러져 쿵하고 바닥에 나뒹구는 홍만수를 일견한 유세하가 몸을 돌려 철호 등과 화룡대가 한껏 어우러져 피를 튀기는 격전을 눈에 담는다.

비릿하게 그 장면을 쳐다보던 유세하가 일시 얼굴을 찡그린다.

철화영이 가슴에 화룡대의 장창을 맞고 마상에서 비틀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 탓이다.

유세하가 홍만수를 절단 낸 것은 순식간이다. 단 두 번의 충돌 후 베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철화영과 화룡대가 싸움을 벌인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는 말인데 벌써 비틀거린다.

마음에 안 든다.

철화영을 보고 인상을 찡그린 자신이 더욱.

연공실을 통해 얻은 내력을 시험하고자 왔다.

하지만, 그가 기대했던 만큼 강자는 없었다.

내력이 증폭되기 전의 그였다면, 다소 버거웠을 상대이지만 말이다.

하여간.

잠시 어찌할 것인가 생각하던 유세하가 두 세력이 격돌한 곳으로 몸을 날렸다.

아직 그의 몸은 덜 풀렸다.

굳이 이유를 달자면.

유세하가 격돌에 끼어들자 상황은 급반전하였다.

철호 등을 에워싸고 공격하던 화룡대의 후미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철호와 철화영, 진황국 네 명의 성검사를 괴롭히던 화룡대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눈을 빛낸 철호는 본격적으로 장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비록 그들만의 힘으로 적진을 뚫지는 못했지만, 이번 싸움에서 얻을 것은 얻었다.

일단은.


멀리서 그들의 격전을 살피는 두 쌍의 시선이 있다.

그들은 상당히 놀라워하고 있다.

“저들이 누구인지 알겠나?”

한 사내의 물음에 다른 사내가 고개를 젓는다.

가까운 거리였다면, 철화영의 아름다움을 보며 유추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상당한 거리가 존재한다.

대신 그는 다른 말을 남겼다.

“화룡대를 상대로 저런 무위를 보이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내.

“마치, 화룡 본인이 화룡대를 상대로 유희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군.”

“알려야겠다.”

“물론.”

그들, 화룡대의 움직임을 감시하고자 나선 용천백령수 령환대(領宦隊) 둘은 아직도 이어지는 격돌을 더 볼 것 없다는 듯 스르르 몸을 빼내 사라져갔다.

그 와중에도 유세하의 광시도는 멈추질 않았다.

광시도가 흘러간 자리에 붉은 물결이 달빛을 가린다.




북해도(北海島).




해오숙관에 어둠이 찾아들자 그곳에 머무는 공승우 일행들은 별관, 네 개의 기둥으로 둥근 지붕을 받친 원각 아래로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아침에 한상준이 말한바 오늘 밤이 지나면 이곳까지 함께 움직인, 일행이었던 이들이 둘로 나뉘어 헤어지게 된다.

공승우와 호약란, 휘산영만이 소정항에서 북해도를 향해 떠나기로 한 것이다.

“케헹.”

눈 주위가 얼굴의 다른 부위보다 붉어진 용철이 코를 훌쩍인다.

오늘은 그에게 뜻깊은 날이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열린 날.

그리고 길진 않았지만, 정들었던 일행과 헤어짐을 준비하는 자리라 술이 들어간 감정은 그의 눈가에 물기를 만들었다.

그런 용철의 등을 툭툭 쳐주는 한상준이 웃으며 공승우의 빈 잔에 술을 따른다.

잔에 찰랑거리며 차오른 맑은 주향.

오늘을 기억하고자 한상준은 특별한 술을 내왔다.

용루주(龍淚酒). 용의 눈물로 만든 술이라 하며, 용천백령수 령사 10인이 일월룡을 존경하는 마음에 그들의 내력으로 발효시킨 술로 오직 일월룡만이 마실 수 있는 술이다. 물론, 일월룡이 원하면 누구든 같이 마실 수는 있다.

그 술이 공승우의 술잔에서 옅은 물결을 만든다.

‘용루주라…….’

이 술의 내력을 모르는 공승우는 단지 이름이 상당히 멋지다는 생각으로 서너 잔을 비웠다. 물론 술 맛은 상당히 깔끔하고 개운하며 마실수록 기분이 좋았다.

꿀꺽.

공승우의 목을 넘어 술이 흘러들자 한상준이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묻는다.

“어떤가?”

공승우가 마주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좋습니다.”

“허허. 그렇지. 암.”

다시 한상준이 공승우의 빈 잔에 술을 채운다.

공승우도 한상준의 잔을 채웠고, 그들은 그렇게 입가에 잔잔함을 달고 조용히 술을 마셨다.

다만, 용철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끄러워졌다.

울적했던 감정은 어디다 버렸는지, 신나게 늘어놓는 그의 무용담은 다소 터무니없었지만, 색다른 재미를 전해주었기에 일행은 용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도 잔잔하게 달빛이 내려앉았다.


시간이 지나 용철과 아이들, 장여련은 잠자리로 돌아갔고, 한상준은 정리할 것이 남아 용천백령수 수장인 령수(領守) 단혼을 만나고자 자리를 비웠다.

해서, 세 사람만 남았다.

용루주가 맑고 깔끔하기는 하지만, 술은 술이다.

적지 않게 마셨으니 취기가 도는 것은 당연하다.

휘산영이 붉어진 얼굴로 공승우와 호약란을 번갈아 노려본다.

“치사해!”

불쑥 던진 그녀의 말에 공승우가 시선을 슬그머니 돌린다.

호약란은 살짝 미소를 그린 채 있다가 휘산영의 시선이 자신에게만 꽂히자 살짝 얼굴을 붉히며 아래로 시선을 내린다.

“정말…….”

그런 두 사람이 내심 못마땅한 휘산영이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선다.

“안 되겠어! 둘 사이에 무슨 일인가 있었다는 건 알겠는데, 왠지 마구 열 받아.”

“…….”

“가자!”

휘산영의 음성에 호약란이 나직이 묻는다.

“어딜?”

“가자고. 이대로 시간을 죽치지 말고 좋은 데 가서 신나게 놀고 오자.”

“논다고?”

“응. 내가 좀 알아놨어!”

그녀의 자신만만한 음성에 공승우도 궁금해 묻는다.

“어떤……?”

휘산영이 휙 째려보며 공승우의 말을 자른다.

“어머, 논다니까 힘이 나나 보네?”

“내가. 뭘.”

“사기꾼!”

“엑? 나, 사기 친. 없는데?”

“시끄럽고. 갑시다. 가자고요.”

“그러니까 어딜?”

“아 글쎄. 그냥 따라오라니까!”

손목을 잡아끄는 휘산영을 보며 난처한 표정을 그리는 호약란.

그녀가 비록 공승우에게 마음을 열었지만, 아직 세상은 낯설기만 하다.

싸움이 아닌 조화로는 말이다.

그런 호약란에게 공승우가 심어를 건넨다.

- 한 번, 가볼까요?

그도 태제륙의 여러 곳을 알고 싶다. 호약란과 함께.

공승우의 심어에 호약란이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호약란의 귀로 휘산영의 재촉이 들어온다.

“아, 빨리!”


§


소정항은 상당히 번화한 곳이다.

항구 특성상 수많은 배가 오가는 것은 물론. 그에 따른 여러 상권이 형성된 곳이다. 물론, 유흥가 역시 다른 어느 지역보다 발달했다.

돈이 흐르니까.

낮 동안은 물류의 이동에 맞춰 바쁜 업무를 거친 이들이 어둠을 타고 찾아드는 유혹의 손길을 잡으며 여기저기로 퍼져 흔들리는 곳.

소정항의 국빈관(菊賓館)이란 곳 역시 끈적이는 손길을 내민 곳으로 오늘도 그 내부를 사람들로 채우고 있다.

국빈관은 일반적인 주점이 아니라 술을 마시며 무희의 관능적인 춤사위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빈관 1층 중앙에 넓게 만들어진 단상 위로 올라 마음대로 몸을 흔들 수도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들처럼 다른 목적을 지닌 채 찾아들기도 하고.

젊고 상당히 잘생긴 외모를 지닌 두 청년은 국빈관을 찾아 다소 어두운 불빛 속에서 주변을 훑어본다.

“흠. 좀 별로군.”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한 청년의 말에 다른 청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한다.

“그러게. 황덕상단이 귀항하는 날이었다면 북적북적했을 텐데.”

“하긴, 그것들 내일 옥차를 싣고 출항한다며, 오늘은 술도 안 마신다잖아.”

“에이. 떠그널.”

이곳 국빈관을 찾는 군상들은 다양하다.

술 마시고 춤을 추러 오는 이들, 관능적인 무희의 매끈한 몸을 정당하게 쳐다보고자 오는 이들, 뭔가 엮어보고자 들어선 사내들, 상단 일행처럼 돈을 잘 쓰는 자들에게 공짜 술에 덤도 얻고자 찾아든 젊은 여인들.

그리고 두 청년처럼 짧게 주어진 시간에 화끈하게 놀고자 찾는 이들까지. 그런 두 청년 중 한 사내를 다른 이들이 사혼이라 부르고, 다른 사내는 만혼이라 부른다.

“모처럼 주어진 시간인데, 여기가 정말 소정항에서 가장 물 좋은 곳 맞아?”

“아, 아직 시간이 일러서 그래. 조금 지나면 이쁜이들로 가득 찰 거야.”

“정말이지? 아니면 뒤지게 맞는다.”

“아 씨바. 떠그널. 그러던지.”

사혼의 위협에 만혼이 시큰둥하니 답하고는 1층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전면 무대에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무희를 보며 입을 헤 벌린다.

“죽인다!”

무희의 옷은 얇고 하늘거려 그 안의 굴곡을 벗은 것보다도 관능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도 빠르게도 움직이고 있으니.

사혼 역시 만혼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정말 오랜만에 꿈같은 휴식시간을 얻었다.

내일부터는 다른 임무에 들어갈 터.

오늘은 죽으라고 노는 거다.

거기에 야리야리하고 감칠맛 나는 아낙과 함께 이 밤을 보낸다면.

만혼은 생각만으로도 회가 동하는지 침을 꼴깍 삼킨다.

“일단, 한잔하자.”

“좋지!”

입구에서 살피던 그들이 안으로 들어서자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러 사내 중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넙죽 인사한다. 사내는 이곳 국빈관의 문지기이자 손님접대 전문으로 호당(戶當)이라 불린다.

“어서 오십쇼! 자 이리로.”

살갑고 깍듯한 모습에 만혼이 씨익 웃으며 호당의 손에 염폐를 쓰윽 건네자 호당의 얼굴이 단번에 화악 피어난다.

“알지?”

만혼이 묻자 호당이 크게 외친다.

“화끈하게 모시겠습니다!”

호당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두 사내.

호당이 이끄는 대로 1층 중앙을 지나 2층 별실로 올라간다.

그때까지는 아직 그들의 마음에 차는 여인네가 없었다.


공승우와 호약란은 휘산영의 재촉에 발걸음을 옮겨온 곳 앞에 우두커니 섰다.

‘어?’

공승우는 국빈관이라 적힌 간판과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주변의 분위기 등을 보고는 어딘가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반면, 호약란은 다소 커진 눈으로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렸다. 생소했다.

그런 두 사람의 등을 미는 휘산영.

“여기야. 내가 알아본 바로는 소정항에서 이곳이 놀기에 끝내 준다고 했어!”

직접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수하들이라면 믿을만한 정보를 물고 왔을 것이다.

“자자, 들어가자고.”

공승우와 호약란, 휘산영이 입구로 들어서자 앞서 만혼에게 염폐를 받아 나름 즐거운 호당의 눈동자가 커진다.

‘오오! 대박이다!’

그의 눈에 비친 호약란.

호약란은 활동성이 편하고 언제 싸우더라도 불편하지 않기에 입은 것이지만, 그녀의 몸을 감싼, 배꼽을 드러낸 채 몸에 꽉 끼는 곤색 가죽상의와 무릎까지 오는 검은 가죽신, 마찬가지로 몸에 착 달라붙는 붉은색 가죽 바지는 그녀를 관능적이고 요염하게 내비쳤다.

“어서 오십쇼오!”

만혼 등에게 했던 인사보다 큰 목소리로 무척이나 반갑게 맞는 호당.

그에게 휘산영이 슬쩍 다가든다.

“좋은 자리로 안내해.”

그에 시선을 돌리는 호당.

‘오옷!’

말총처럼 질끈 묶은 긴 머리를 지나 몸매의 굴곡이 뚜렷이 보이는 흰색 긴소매 칠보 상의, 자줏빛 짧은 주름치마 아래로 훤히 드러난 매끈한 다리에 발목까지 오는 단화를 신은 깜찍한 여인. 휘산영.

그간 국빈관을 찾는 여러 미인을 보았지만, 이만한 미를 지닌 여인들은 단연코 없었다.

한마디로 최고였다.

‘오늘 매상 죽이겠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한 호당이 서둘러 일행을 1층 중앙 근처 자리로 안내한다. 이처럼 대단한 미녀들은 누구나 잘 보이는 곳에 앉혀야 한다.

그래야 남자들이 모이고, 남자들이 모여들면 부수입도 생긴다.

호당이 힐끗 공승우를 바라본다.

‘저놈만 없었다면, 진짜 대박인데…….’

공승우를 이빨에 낀 고춧가루처럼 생각하는 호당이지만, 절대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는다. 그의 옆 그녀들이 기분 나쁘다고 나가버린다면 손해가 아니겠는가.

하여간, 호당을 따라 그녀들이 지나가자 조금은 시큰둥했던 국빈관 내부가 순식간에 후끈 달아오른다. 술 한 잔씩 걸친 남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모여든다.

개중에는 과할 정도로 끈적이는 시선 역시 섞여 있다.

그것을 느끼지 못할 호약란이 아니다.

자리에 앉고 호당이 술을 내오겠다며 물러설 때까지도 시선은 집요했다.

호약란의 눈썹이 치켜 오르자 휘산영이 얼른 그녀의 손을 잡는다.

“언니. 그냥 내버려둬. 쟤들이 뭘 어쩔 수 있겠어?”

그러면서 힐끗 공승우를 바라본다.

공승우는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미소를 흘리고 있다.

그에겐 이곳 풍경이 태제륙으로 넘어오기 전 한국에서 들려봤던 나이트클럽과 너무도 같아 보였고, 그래서 묘하게 기분이 들떴던 것이다.

“…….”

호약란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공승우가 기분 좋아하는 것 같아 다른 사내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휘산영의 옆에서 일어서더니 공승우 옆자리로 넘어가 앉았다.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내들에게 일침을 가할 목적으로.

과연 그녀의 행동에 몇몇 시선들이 분한 듯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도 많았고, 그들 중 한 무리의 젊은 사내들은 오히려 강한 승부욕을 느끼고는 자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그녀들에게 다가왔다.

다가든 사내는 모두 넷.

그들 중 말끔하게 차려입어 제법 준수한 용모의 그는 입가에 미소를 붙이고 말을 건네 왔다.

“이곳이 처음인가 봅니다.”

상냥한 말투. 공승우가 여전히 슬쩍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기에 넌지시 한 말이다.

그런 사내를 호약란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공승우 역시 별 관심이 없었다. 해서 휘산영이 나섰다.

“됐으니까, 꺼져.”

싸늘한 음성에 사내의 미소 띤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경험이 제법 있는 듯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넨다.

“하하. 괜찮으시다면, 오늘 제가 확실히 즐겁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휘산영은 귀찮았다. 오늘은 그저 셋이서 신나게 놀고 싶을 뿐이다.

호약란 역시 기분이 나빠졌음은 물론.

하지만, 공승우는 달랐다.

남자들이 아름다운 여인들에게 다가와 작업을 거는 것마저 한국에서와 같다고 생각되니 웃음이 짙어졌다.

그가 웃자 호약란이 살짝 삐친 음성으로 말한다.

“왜 웃어요?”

그러자 공승우가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말한다.

“그대가 아름다워서 이렇게 똥이 꼬이는군요.”

지금은 제법 그럴듯한 태제륙의 언어, 그러나 비유는 아직 좀 부족하다.

그의 말에 호약란이 살짝 얼굴을 붉히고는.

“푸흡.”

하고 웃고 만다.

마음을 준 사내가 건넨 아름답다는 말은 기분을 좋게 만들었고, 똥이라 비유한 바는 웃음이 튀어나오게 해줬다.

반면, 나름 진지하게 한 말을 듣고 호약란이 웃자 공승우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그렸다.

그에게 휘산영이 피식 웃고는 말한다.

“승우 오라버니. 그 똥이란 단어 용소가 알려 준거죠?”

공승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럴 줄 알았다면서 단어 ‘똥.’을 풀이해준다.

“아, 변!”

알았다는 듯한 말에 호약란이 다시 풋 하고 웃는다.

그런 공승우를 내려다보는 젊은 사내, 황정기는 어느새 미소를 싹 지운 채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이것들이!’

황덕상단주 황수곤의 막내아들 황정기는 이번 옥차 무역 상행을 따라 이곳까지 왔다. 대행수로 나선, 형이자 부상단주인 황관을 따라 경험상 나섰을 뿐이기에 내일 상행에 대한 부담이 없어 그는 오늘도 자신을 따라다니는 상단의 호위들과 함께 이곳에 온 것이다.

“사람을 앞에 두고 똥이니 변이니 하다니 상당히 무례한 자로군.”

잔뜩 인상을 쓰며 나름대로 품위를 지킨다며 한 말이다.

그에 공승우가.

“아, 미안합니다. 내가 아직 말이 짧아서.”

정중히 사과를 한다.

“푸흡.”

“풋.”

두 여인이 다시 웃자 공승우는 ‘왜?’라는 표정으로 그녀들을 본다.

그리고 황정기는 화가 솟아 머리끝까지 올랐다.

사내가 자신을 놀리는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이 든다.

이참에 거치적거리는 사내를 떼어내고 늘씬한 두 여인을 품겠다는 발칙한 생각을 한다.

슬쩍 시선을 돌려 호위들에게 눈짓을 보내는 황정기.

호위들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서자 공승우의 눈빛이 변한다.

자신이 태제륙 언어가 서툴러 오해를 준 것은 미안하지만, 적의를 내비치는 자들에게까지 관대하고픈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다.

우웅.

스르륵 일어난 기운이 다가든 호위 셋과 황정기를 한꺼번에 휘감는다.

“억?”

황정기는 갑자기 억누르는 압박에 놀라 몸을 틀어보지만, 될 리가 없다.

그에게 공승우의 음성이 들려온다.

“씨바.”

눈에 힘을 실어 은근한 살기를 내비친다.

“꺼져.”

나직한 말. 용소에게 배운 말을 제대로 써먹는 순간이다.

그러면서 일시적으로 압박을 확 늘렸다가 순식간에 풀어버린다.

그러자 네 사내가 동시에 쿠당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공승우의 살기에 움찔하고 대항치 못함에 분하고 많은 사람이 쳐다보는데 꼴사납게 뒤로 넘어간 창피함에 얼굴이 시뻘게지는 황정기.

으득 이빨을 갈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홱 몸을 돌려 출구로 급히 걸어간다.

그 뒤를 호위 셋이 후다닥 따라간다.


국빈관 2층 난간에서 1층 한 곳에서 일어난 잠깐의 소요를 보는 두 사내, 사혼과 만혼.

“봤냐?”

사혼의 물음에 만혼이 고개를 끄덕인다.

“재미있겠는데!”

그들은 별실 내에서 술 한 잔을 걸치고 상황을 살피러 나와 난간에 걸쳐 살피다가 공승우와 사내들이 시비가 붙으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공승우가 슬쩍 일으킨 기운을 느꼈고.

“어때?”

사혼이 묻는다.

“뭘?”

“우리가 한 번 해볼까?”

공승우가 내비친 기운은 작은 일부. 사혼은 만만하다고 생각한다.

“에이. 사고는 치지 말랬잖아.”

“아, 그랬지. 좀 전에 그놈은 황정기지?”

“그럴걸.”

“그 자식 속이 좀 좁지.”

“응. 아마 우르르 몰고 올 거야.”

“재밌겠다.”

“그렇지.”

씨익.

만혼과 사혼이 마주 보며 음충맞은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누구지?”

“흠. 령환이 준 정보에는 없던데. 그나저나 저 여자들 죽이게 예쁘다!”

“그렇지?!”

“응!”

그런 사혼과 만혼에게 호당이 두 여인의 손목을 끌면서 다가온다.

“형님들!”

들어설 때 건넨 염폐가 슬슬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누님들이 왔습니다.”

그의 당당한 말에 사혼과 만혼이 호당 뒤에 선, 두 여인을 스윽 살핀다.

저 아래 1층의 여인들에게는 한참을 미치지 못하지만, 그럭저럭 놀기엔 나쁘지 않다.

만혼이 한 발 나서 슬쩍 호당의 손에 염폐를 툭 건네며 속삭인다.

“계속 노력해. 알지?”

손바닥에 전해진 느낌에 호당이 크게 고개 숙이며 외친다.

“예, 형님!”

그리고는 수줍은 듯 보이려 드는 여인들을 별실로 밀어 넣는다.

여인들이 살짝 반항하는 척 밀려 안으로 들어가자 만혼이 피식 웃는다.

‘내숭은. 떠그널.’


황정기가 후다닥 도망치듯 가버리자 얼마간은 공승우 일행에게 귀찮게 구는 이들이 없었다. 호당 역시 호약란과 휘산영이 더는 대박이 아니라는 바를 느끼고는 근처에 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공승우와 호약란, 휘산영은 휘산영이 주도하는 대로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보냈다.

시간이 지나 새로 들어선 남자 손님들이 호약란과 휘산영의 미모에 혹해 슬금슬금 움직임을 보이려 하고, 국빈관의 입구가 갑자기 시끄러워지기 전까지는.


§


황정기는 너무 열이 났다.

황덕상단하면 그래도 사라국 내에서 알아주는 상단이다.

그런 상단의 막내아들로 황정기는 부족한 것 없이 살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당해 본 적도 없다.

항상 주변에서 보호해 주고, 알아서 챙겨주니 말이다.

“형님!”

상단의 숙소로 뛰어 온 황정기는 다짜고짜 황관이 머무는 방으로 들어섰다.

막 미끈한 여인과 한 침상에 누워 옷을 벗으려던 황관은 인상을 쓰며 황정기를 나무랐다.

“무슨 일인데, 이 난리더냐?”

“형님, 한 새끼 때문에 이 아우가 분해 죽겠습니다!”

“뭐라?!”

시작하려던 즐거움이 깨진 것에 열 살이나 어린 동생이 분해한다는 것에 황관은 울컥했다.

“어느 놈이냐?”

버럭 소리친 그가 침상에서 벗어나 급히 옷을 걸친다.


황관과 황정기는 숙소의 다른 곳에 와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기다리는 사람은 화룡4대 대주 적성찬이다.

황정기에게 붙인 황덕상단의 호위 셋은 어중간한 실력이 아니다.

황덕상단의 무사 중 추리고 추린 그들을 손도 안 쓰고 물러서게 했다는 설명을 들은 황관은 적성찬에게 그의 수하들 몇을 빌리고자 온 것이다.

문이 열리며 상의를 벗어 탄탄한 근육이 꿈틀거리는 모습의 적성찬이 나타났다. 그의 뒤로 흐트러진 채 침상에 앉은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도 보인다.

“그래, 내 수하들을 내달라고 하셨소?”

“예. 그래 주시기 바랍니다.”

적성찬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흐음. 어디에 쓰려 하시오?”

“부끄러운 일인지라…….”

슬그머니 말을 흘리자 적성찬의 입가가 슬쩍 올라간다.

“그러지요. 단.”

조건을 달려 하자 황관이 선수를 친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에 기분이 나아진 적성찬이 웃는다.

“하하. 그럼 내 일러둘 터이니 필요한 인원을 빼 가시오.”

“감사합니다.”

황관이 고개를 숙이자 적성찬은 몸을 돌려 다시 방으로 들어선다.

바로 방안에서 여인의 흐느적거리는 교성이 들여온다.


§


국빈관 입구를 바라보는 스물둘의 사내들.

그들의 눈엔 진득한 살기가 어렸다.

황관과 황정기, 황덕상단의 무사 열다섯과 적성찬의 수하 화룡대원 다섯이 그들이다.

국빈관 호당은 사내들을 보며 속으로 욕을 내질렀다.

‘쓰발! 씨부랄 것들! 저것들 때문에 오늘 쫑치게 생겼네.’

그런 호당의 뒤로 한 사내가 급히 뛰어나와 황관에게로 달려간다.

국빈관의 총관 석충이다.

“아이고, 형님들. 이렇게 살벌하게 계시지 마시고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제가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런 석충을 노려보는 황관.

“우리가 들어갈까? 아니면 네가 데리고 나올래?”

“예?”

석충이 반문하자 황관이 입술을 씰룩이더니 발로 석충을 냅다 질러버린다.

“꾸억.”

비명을 지르며 저만치 나가떨어지는 석충.

황관은 처음부터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석충이 괴로움에 눈을 뒤집고 바닥에서 몸을 꼬고 있자 황관이 소리친다.

“들어가서 있는 것 다 쓸어버려!”

국빈관 자체를 뭉갤 심산이다.

살벌한 기운을 팍팍 풍기며 다가드는 무사들을 본 호당은 기겁하며 뒷걸음질쳤다.


한편, 국빈관 내부에서도 소요가 일기 시작했다.

휘산영과 공승우, 호약란은 처음 어색했던 분위기를 깨고 시간이 지날수록 술도 줄기차게 마시며, 노는 것도 신나게 놀았다.

적당한 땀방울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고 눈가에 묘한 포만감이 걸린 일행에게 이제나저제나 기회를 엿보던 사내들이 다가들면서 소요는 인 것이다.

입가에 그럴듯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든 사내들.

“안녕하십니까. 괜찮으시다면…….”

황정기나 이것들이나 하는 짓은 똑같다.

좋은 기분을 끼어들어 휘저은 사내들을 보며 휘산영이 째려본다.

“뭐야?”

“하하.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와…….”

“안 괜찮거든.”

“예?”

“꺼지라고.”

귀엽고 깜찍하게는 생겼지만, 성깔은 더럽게 느껴지는 휘산영이 대차게 나오자 사내들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뭐, 이런 개 잡…….”

년이라고 소리치려던 사내는 어느새 자신의 복부를 내지른 작은 발바닥에 밀려 ‘꾸워어.’ 소리를 내며 저만치 다른 사내들의 탁자 위로 떨어져 내렸다

꽈직. 쿠당탕.

날아간 사내와 친구나 되겠는 사내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휘산영을 노려보며 손을 번쩍번쩍 치켜든다.

그런 사내들의 눈두덩과 콧잔등으로 꽈직 번갈아 내려 찍히는 발뒤축.

어느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호약란이 두 사내를 거의 동시에 찍어버린 것이다.

얼굴 싸잡고 뒤로 넘어간 사내들을 보며, 호약란이 크게 숨을 내쉰다.

“흐음-. 하.”

그리고는 공승우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시원하다.”

그녀의 음성을 들은 공승우가 다소 벙하니 있다가 피식 웃는다.

그런 공승우의 눈에 처음 사내가 나가떨어진 자리에 있던 다른 사내들이 날아든 사내들을 마구 밟으며 욕을 해대는 것이 보인다.

그 와중에 옆 탁자로 술과 음식이 튀고 엉키다 밀린 누군가가 자빠지자 그 탁자에 있던 사내들도 벌떡 일어나더니 주먹을 휘둘러 댄다.

“이런 쓰발! 뭐야, 너는 앙!”

퍼걱.

“우왁. 이 새끼가. 쳤어?!”

퍼억.

“컥. 에이! 씨벌 놈이!”

공승우 일행이 국빈관이 들어선지 꽤 지난 시간. 대부분의 사람은 술이 거나하게 올랐다. 평상시와는 다르게 민감하고 용기가 불끈하니 누군가 건들자 단번에 반응을 해댔다.

처음 시작은 휘산영의 자리에서지만, 주먹질은 국빈과 내부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불끈하게.

그런 주변의 모습을 보며 휘산영이 크게 웃는다.

“오호호홋! 좋아!”

그러면서 번지는 싸움판으로 훌쩍 몸을 날려 이 사내 저 사내 할 것 없이 마구 후려 팬다. 사내들과 함께 있던 여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가거나 휘산영처럼은 아니더라도 근처의 술병을 들어 다가든 사내의 뒤통수를 후린다든지 음식을 담아온 쟁반을 뒤집어 쨍쨍 시끄럽게 휘둘렀다.

난장판이다.

국빈관 내부를 가득 메웠던 음악은 저 멀리 사라지고, 그 속에 온갖 고함과 욕지거리, 허공을 날아다니는 술병에 간간이 섞여 휘익 날아가 처박히는 사내들의 꾸어억거림이 시끄럽게 어우러졌다.

그때가 호당들이 막 황관 등을 피해 안으로 들어오려 할 때다.

호당 하나가 급하게 뛰쳐나가는 사내와 정면으로 부딪쳐 나뒹군다.

사내가 벌떡 일어나 자신의 걸음을 막은 호당을 향해 욕을 내지른다.

“에이 씨…”

하지만, 그 사내는 누군가 거세게 후려치는 힘에 켁 하며 앞으로 나뒹굴고 만다.

어느덧 입구로 다가든 황덕상단 호위무사의 손길에 말이다.

호위무사들은 내부의 엉망이 된 모습에 일시 움찔하다가 탁자 하나가 통째로 날아들자 급히 몸을 숙였다.

하지만, 그들이 피해버린 탓에 바로 쫓아 들던 황정기와 몇몇 호위무사가 탁자에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크억.”

“컥.”

비명을 지르며 삐끄덕거리는 탁자와 엉켜 나뒹구는 황정기와 호위들.

그들을 보며 저만치 떨어진 곳의 공승우가 씨익 웃는다.

공승우는 황정기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다.

도망치며 노려본 황정기의 머릿속 울림이 그대로 전해졌으니 말이다.

하여간.

일단 입구를 살짝 막은 공승우는 호약란과 휘산영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어휴…….’

휘산영과 호약란은 그 깜찍하고 아름다운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악귀 같은 눈동자를 굴리며 열심히 사내들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손발을 놀리고 있었다.

그나마 내력을 싣지 않고 후리는 터에 단번에 죽어나가는 자는 없었지만, 사내들은 그녀들의 주먹이나 발에 맞으며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두 여인은 오늘 정말 제대로 속에 쌓인 것을 풀어낸다.

언제, 이래 보았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그만 몸을 빼내야 할 터.

“약란! 산영!”

공승우의 음성은 이 난장판 와중에도 정확히 두 여인에게 전해졌다.

심어를 곁들였으니 말이다.

그의 음성을 들은 호약란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봤다.

공승우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이 들자 얼굴이 빨개진다. 예전에 그의 눈앞에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망독군들을 후릴 때가 엊그제인데.

하여간. 호약란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주먹을 내지르는 사내의 얼굴을 그대로 걷어차고는 훌쩍 몸을 날려 공승우 옆으로 다가왔다.

반면, 휘산영은.

“먼저 나가! 이따 봐.”

하고 소리치고는 더욱 난장판에 섞여든다.

그녀는 아직 덜 풀렸던 것이다.

휘산영의 행동에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린 공승우가 호약란의 손을 잡는다.

“갈까?”

어느새 편하게 말을 나누는 두 사람.

자신의 손으로 전해지는 공승우의 체온에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이는 호약란.

직후, 두 사람은 기다릴 것 없이 몸을 날렸고, 그런 그들을 발견한 황덕상단의 호위 중 하나가 버럭 소리친다.

“저놈들입니다. 저것들이 막내 도련님을!”

그에 입구를 막아버린 황정기와 호위들, 부서진 탁자를 치워 우뚝 나선 황관의 시선이 홱 돌아간다.

공승우와 호약란이 보인다.

“잡아!”

이곳의 엉망진창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지금 반대쪽으로 도망치는 저자들을 잡아 단단히 후리기 전에는 말이다.

그가 먼저 몸을 날리고, 호위들과 다섯의 화룡대가 몸을 날린다.

화룡대 다섯은 끌끌거리거나 피식거리며 주변 상황을 받아들였고, 그런 그들에겐 여유가 넘쳐흘렀다.


@@@@@@@@@@


5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이면 6월.

여름이 가까워지니 은근히 걱정되는 것이 있어요.

뱃살……. ㅠ,.ㅠ

후. 한때는 내게 뱃살은 없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시간이 흘러 이만큼 오니 생활이 늘어진 만큼 뱃살이 출렁.

아, 옛날이여.

에효.

머리에 새치도 생겼답니다. 많이…….

후후.


오늘 하루도 즐겁게 지내시고요. ^^*

날이 점점 더워집니다.

시원한 빙수 한 그릇 후릅하시길. 냐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21 氣高萬仗
    작성일
    10.05.31 16:59
    No. 1

    글을 보니 그립군요 어린 시절이....^^;;
    오늘 조카가 다니는 대학에 갔더니 눈이 심하게 즐겁더군요....⌒⌒
    조카는 22살 조카와 같은 과 언니는 25살인데....
    주책이지요 이 나이에 25살 조카 아는 언니가 여자로 보이다니....(*__)
    여자로 보인다는 말 오해는 마시길 바랍니다....ㅠ,.ㅠ;;
    나이가 좀 많을뿐....저는 총각입니다....ㅡㅡ;;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OTL..
    어쨌든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느루님과 한잔 기울이고 싶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땅꾼
    작성일
    10.05.31 18:09
    No. 2

    건필 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도도리표
    작성일
    10.05.31 20:47
    No. 3

    화이팅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리멤버
    작성일
    10.05.31 21:32
    No. 4

    잘 보고 갑니다 .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silverwo..
    작성일
    10.06.01 11:25
    No. 5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풍물장터
    작성일
    10.06.01 18:19
    No. 6

    잘보고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azar
    작성일
    10.06.03 04:47
    No. 7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삼사라다
    작성일
    10.06.07 10:48
    No. 8

    용량 작게 여러번이냐.. 아니면 이렇게 한방에 주기가 길게냐.. 잘 봤습니다. 얼릉 다음편..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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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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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9 +8 11.10.21 1,647 14 35쪽
111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8 +2 11.10.21 982 7 32쪽
110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7 +3 11.10.21 1,218 8 32쪽
109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6 +6 11.04.19 1,566 13 42쪽
108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5 +8 11.03.09 1,543 12 43쪽
107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4 +10 11.01.31 1,510 12 50쪽
106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3 +8 10.12.12 1,501 16 44쪽
105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2 +7 10.10.29 1,692 15 46쪽
104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1 +9 10.09.01 1,886 14 44쪽
103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10 +7 10.08.19 1,994 9 37쪽
102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9 +7 10.07.29 1,932 12 38쪽
101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8 +11 10.07.06 1,921 10 44쪽
100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7 +9 10.06.24 1,954 9 40쪽
99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6 +10 10.06.09 2,106 8 39쪽
»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5 +8 10.05.31 2,089 10 41쪽
97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4 +9 10.05.20 2,112 9 39쪽
96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3 +7 10.05.18 2,014 9 31쪽
95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2 +8 10.05.12 2,252 9 32쪽
94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1 +9 10.04.14 2,410 7 28쪽
93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9 +5 10.04.14 2,327 8 24쪽
92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8 +11 10.03.25 2,631 8 55쪽
91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7 +9 09.12.31 2,632 9 41쪽
90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6 +3 09.12.31 2,547 9 48쪽
89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5 +9 09.10.30 2,837 9 43쪽
88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4 +8 09.10.22 2,791 11 45쪽
87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3 +6 09.09.28 2,933 9 47쪽
86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2 +7 09.09.11 3,134 8 31쪽
85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1 +5 09.09.07 4,035 7 48쪽
84 영웅담(英雄譚-현세편) 균열(龜裂) 4-11 +9 09.08.12 3,741 9 40쪽
83 영웅담(英雄譚-현세편) 균열(龜裂) 4-10 +3 09.08.12 3,249 9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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