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느루 님의 서재입니다.

영웅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느루
작품등록일 :
2011.10.21 16:16
최근연재일 :
2011.10.21 16:16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656,348
추천수 :
1,156
글자수 :
1,206,384

작성
10.10.29 17:41
조회
1,692
추천
15
글자
46쪽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2

DUMMY

2.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살아 있다는 근거를 접하니 역시 좋지 않다. 당시 우길청 그가 일월룡 한상준에게 지른 공격은 전력을 다한 한 수였다. 그럼에도, 우길청은 끝을 보지 못했다.

일월룡 한상준이 가한 반격에 몸을 빼내는 순간 그를 죽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일월룡 한상준이 입은 손해는 막심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처를 입었던 그, 그럼에도 그는 그 악조건 속에서도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일월룡이라…….”

우길청은 낮게 중얼거렸다.

처음 봤을 때부터 목에 걸린 가시 같더니 지금까지 자신이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어 서 있다.

“훗. 그건 그렇고. 의도했던 것과는 여럿이 어긋나 버렸다고?”

“예.”

짧게 대답한 비홍환 수철의 입술이 달싹인다.

우길청의 고개가 살짝 끄덕이는 걸로 보아선 말을 전하고 있기는 한데, 소리가 전혀 들리질 않는다.

수철은 극도로 발달한 청력을 지니고 있거나, 고도의 집중력을 지닌 사람이나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를 내어 말을 전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수철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수철이 우길청에게 전한 내용은 옥차에 소양각을 섞어 황덕상단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이 틀어진 것, 사라국을 이용하여 상조국을 손에 넣고 태제륙 물류 흐름을 제어하려던 것, 사라국과 상조국을 이용해 전투병력을 충당하려 했던 것과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화룡대에 닥친 피해 등이다. 아직 북해도의 일에 대해서는 들어온 정보가 없어 전하진 못했고 말이다.

수철의 말을 들은 우길청이 묘한 미소를 흘린다.

“화룡이 사라국을 지원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을 테니, 자네가 상령에게 전해 화룡을 도우라 전하게. 상조국을 손에 넣으려던 것이 지체되기는 하겠지만, 그것도 나쁘지는 않아. 일월룡의 줄기인 용천이라는 자들이 사라국의 행보를 무시하지 못할 테니.”

“예.”

우길청이 말한 상령이라는 자는 적염당의 수좌인 당수 조상령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길청의 말이 이어진다.

“사라국은 앞으로도 상조국과 부지런히 싸워주어야 해. 쓰러지지 말고 말이야.”

“물론입니다.”

“요국은?”

“순조롭습니다.”

“후. 사라국과 상조국의 전쟁은 여러모로 득이 되는군.”

“적룡님의 뜻입니다.”

“후후.”

가볍게 웃던 우길청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참, 진황국의 그 아이는 어떤가?”

“철화영의 부군이라고 알려진 그놈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잠잠합니다.”

“잠잠해?”

우길청은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황국 나황성 광장에서 자신에게 달려들던 그자, 유세하의 눈매는 결코 쉽게 꺾일 사내의 눈이 아니었다.

그런 자가 조용하다는 것은.

“진황국에 누가 가 있지?”

“상용장 격산호입니다.”

“마염에게 전해. 진황국에 사람을 보내보라고.”

“알겠습니다.”

우길청이 수철에게 가볍게 손을 젓는다.

그에 수철이 깊이 고개 숙여 예를 다하고는 조용히 물러나 사라진다.

비홍환 수철이 사라지고 우길청은 여전히 시끄러운 란포로(卵咆盧)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먹고 마시고 고함쳐라!”

누군가의 외침.

우길청의 시선에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들어찬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술 한잔에 불거진 끓는 가슴을 채워줄 안줏거리일 것이다. 세상의 돌아가는 일이든 한입에 오물거리는 돼지고기의 살점이든.

‘하찮은 것들.’

우길청의 얼굴에 조소가 어린다.

‘잘해주면 환호하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비난하는 것들.’

우길청이 보기에 대부분 인간들은 한 가지였다.

더 쉽게 살려고만 하는 자들.

어렵거나 힘든 일은 피하고 쉬운 것만 반기는 자들.

먹고 살기 위해서 애써 힘을 내는 자들도 있겠지만, 그런 자들도 삶에 여유가 생긴다면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우길청의 생각이다.

그런 자들을 지배하기는 쉽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주면 되는 것이다. 물론 더 큰 것을 받아내겠지만. 혹, 주지 않으려 든다면 씩 웃으면서 힘을 드러내면 될 것이고.

대신 우길청도 원하는 것이 있다.

그가 가지려는 것은 란포로를 채운 사내들이 한잔 술에 가볍게 채워가는 것들이 아니다. 갖기는 어렵지만 가졌을 때의 쾌감과도 같은 그 기분.

‘내 말 한마디에, 내 손짓 한번에,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절대 권력.

지배를 당하는 자들에게 무언가를 주던, 주지 않던 그들의 생사마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

그 권력을 누리자면 우선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치워야 한다.

해서 시작은 일월룡을 죽이려 하였고, 이어 팔룡들 중 일부는 품으로 끌어안으며 나머지는 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이제 광활한 태제륙으로 눈을 돌렸다.

시간은 제법 걸리겠지만, 종국에 가서는 자신을 막아설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게끔 우길청은 태제륙 여기저기를 혼란 속으로 집어넣는 중이다. 자신이 원하는 궁극적인 것 때문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취하면서 말이다.

권력이란 그렇다.

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에게 시킬 수 있는 행위인 이것.

각 국가에 존재하는 군황은 중심이 있어야 더 능률적이고 편하다는 것을 아는 대중이 자발적으로 세운 권력이다.

그렇게 세워진 권력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것들을 하나씩 보강하고 오늘날에 와서는 대중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권력의 핵심으로써 자리하고 있다.

보호하고 품에 안은 대중, 법률이라는 다수 이득을 위해 세운 약속에서 어긋나려는 자들이 생겨도 덤벼들지 못할 정도의 군사력을 만들고, 그 군사들이 말을 듣게끔 그들에게 의식주를 해결할 수단을 주고, 직급을 만들어 스스로 위계를 세워 자체 정렬을 이루게 한다.

물류의 흐름이 지속하게끔 상단을 조성하고 범위를 정해 끊어짐이 발생하지 않게 조절하고 그곳에도 국가에서 제한할 수 있는 수단, 즉 권력의 한 가지를 뻗어 강제하고 이권을 나눈다.

천 년을 가지 못하는 인간의 수명, 그래서 후세를 양성하고 권력의 중추에서 맛본 그 느낌을 줄에 꿰어 이어가려 한다.

그저 사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은 누가 권력을 잡든 상관이 없겠지만, 한 번 그 맛을 느낀 자들은 다시 평범함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수많은 이들이 움직이고 그것을 보며 미소를 그릴 수 있는 정점.

권력(權力).

타인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정당하거나 혹은 부당하거나.

하여간, 우길청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중에서도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절대의 힘.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우길청이 가만히 술잔을 들어 입술을 축인다.

“물산국에 청룡이 숨었다고 했지. 후후, 재밌겠어.”

입가에 미소를 그린 우길청, 몇 잔의 술을 더 마시고는 몸을 일으켜 느긋하게 란포로에서 사라져 간다.

주변에서 술을 마시는 누구도 그가 대국 마염국의 전대군황이자 절대의 성검사로 불리는 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설호 빙설과 호설을 설두산에 떼어놓고 온 공승우 일행과 비선대는 북항에 도착해서 월선과 적염당이 타고 온 선박에 나누어 올랐다.

며칠 전 월선 선원들을 억류했던 적염당원들이야 단순한 선원인 줄 알았던 용천백령대에게 제압되어 선박 구석에 처박힌 지 오래이니 공승우 일행이 북항에 도착했을 때는 출항에 관한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비선대 역시 북해도로 넘어올 당시 별도의 선박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다다익선이라고 적염당이 타고 온 선박에도 인원을 나눠 출항의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다시 돌아오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호약란이 일월룡 일맥 소유인 월선에 오르며 공승우에게 묻는다.

공승우가 가만히 호약란의 손을 잡고는 말한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때도 함께 돌아오자.”

따듯하게 전해지는 공승우의 체온에 활짝 미소를 그리는 호약란.

“예.”

돌아오기는 할 것이다.

이곳은 고향이고 자신에겐 무너진 설빙궁을 재건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때 옆엔 누군가 꼭 있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그가 곁에 있어 주겠다고 말한다.

북해도는 여전히 싸늘한 날씨이지만 호약란의 마음에는 따사로운 훈풍만이 감돈다.

공승우와 호약란이 월선에 오르니 먼저 올라 점검하던 사혼과 만혼이 다가온다.

그리고는 공승우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부령수(副領守)님, 정말 저들하고 같이 가는 것 맞습니까?”

이제는 대놓고 부령수라 부른다. 용천백령수의 수장이 령수이고 그 아래 령사와 실무자인 령환, 구성원인 령도가 있지만, 부령수란 직함은 없었다.

사혼과 만혼은 령사.

그런 그들에게 일월룡은 공승우를 보좌하라 했으니 자신보다 높게 부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이미 존재하는 령수라 부를 수도 없어서 만든 호칭이다.

이미 재가를 위한 보고를 일월룡에게 보낸 후이니 맘 편하게 불러대는 사혼과 만혼이다. 어차피 이리 부르든 저리 부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사혼의 물음에 공승우가 어깨를 추어 보이며 묻는다.

“싫은가요?”

화들짝거리는 사혼.

“에헤?! 그럴 리가요?! 좋아서 그러지요. 음 헤헤.”

피식 웃는 공승우.

“비선대 비룡, 남이라고는 할 수 없고, 게다가 반 누님께서도 우리랑 함께 하는 걸 바라시니.”

“어라? 언제 봤다고 누님이십니까?”

“에?”

“쳇! 있는 사람이 더 한다더니!”

“아니, 뭘?”

“우리 반 누님께 그렇게 친한 척 굴지 말라 이겁니다요. 네!”

공승우는 턱을 시우고 입술을 씰룩거리는 사혼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봤다. 그러다가.

‘우리 반 누님? 아!’

“아하하. 반 누님께서 그리 부르라 해서 불렀을 뿐입니다. 다른 뜻은 없으니 오해 마십시오.”

“정말입니까?”

“예.”

“나중에 딴말하면 안 참습니다!”

“아, 뭐.”

문득 생각나는 공승우.

“그럼 한판 붙는 건가요?”

씨익 웃자 기세등등하던 사혼이 찔끔한다.

‘엇? 붙으면…….’

가만히 생각해보니 공승우와 자신이 싸우면…… 질 것도 같다. 아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아핫! 부령수님께 제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날도 시원한데 올 때처럼 낚시라도 한판?”

얼른 꼬리를 내리는 사혼이다.

그런 사혼을 보며 공승우가 슬며시 웃음을 건넨다.

두 사람이 북해를 가로질러 나아가는 월선의 갑판 한쪽으로 낚싯대를 들고 움직이자 언제 가져왔는지 만혼도 낚싯대를 어깨에 두르며 후다닥 끼어 붙는다.

그렇게 세 사람이 청배어(靑背魚)를 잡고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비선대 대주 지은희가 다가왔다.

그녀는 사혼과 만혼 사이에 끼어 연방 바다로 낚싯줄을 휘릭 던지는 공승우에게 다가들더니 말을 건넸다.

“듣기로 그 등에 매단 막대가 활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맑지만, 도전적인 음성.

하지만, 그녀의 다가옴에 심장이 벌렁거리던 만혼의 눈은 싸해진다.

사혼은 연상이 좋다고 했지만, 만혼은 연상보다는 파릇함이 더 좋다고 했다. 뭐, 그렇다고 연상이라고 딱히 싫은 것은 아니지만.

만혼의 이 말은 다분히 비선대 대주 지은희를 두고 한 말이다.

관능적이며 화려하고도 강인한 아름다움을 발하는 지은희.

만혼은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런데 그 지은희가 자신이 아닌 공승우에게 말을 건넨다.

‘쳇. 체제제젯! 떠그널! 니미! 씨부럴!’

속으로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하지만 달리 뭐라 하겠나, 여기서 나서면 오히려 자신만 초라하고 추해 보일 것을.

만혼이 신경질적으로 낚싯줄을 바다로 던지는 와중 공승우가 지은희를 향해 돌아선다.

“예. 활입니다.”

그에 지은희가 당치도 않다는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훗. 활이 무언지 알기는 하나요?”

“예?”

“활을 모욕하지 말란 말입니다!”

“전 모욕한 적이…….”

“그게 활이라는 걸 증명해 보세요!”

“예?”

다그치는 지은희의 태도에 공승우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혼과 만혼과 더불어 즐겁게 낚시를 하고 있었건만, 갑자기 다가와 시비 아닌 시비를 거니 말이다.

왜 지은희가 이렇게 나오는지 지은희 자신도 잘 모르는데, 공승우가 알 리가 없다.

다만, 저쪽에서 이쪽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반능려만이 짐작하고 슬며시 미소를 그릴뿐.

지은희의 음성이 이어진다.

“활이라면 보여 달란 말입니다.”

못할 것도 없다.

“좋습니다.”

손에 들었던 낚싯대를 바닥에 내려놓고 궁제를 꺼내 든 공승우.

“솔직히 제가 활에 대해 아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이 활 궁제와는 흐름이 이어져 있을 뿐입니다.”

“흥.”

지은희의 냉랭한 코웃음 소리가 공승우가 한 말을 비꼰다.

“쩝.”

괜한 입맛을 다신 공승우가 말을 줄이고 가만히 궁제를 들어 겨눈다.

“저것을 맞춰보겠습니다.”

월선 선교에 새겨진 초승달 모양의 장식을 가리킨 공승우.

여전히 지은희는 냉랭하기만 하다.

공승우가 가만히 궁제를 들어 시위를 당기듯 자세를 잡으니, 지은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린다.

화살을 재지 않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곧 하얗게 맺히는 화살 모양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뭐, 뭐?”

비선대 대주인 지은희라고 해도 기로 화살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생소하다.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공승우는 위잉 만들어진 기의 화살을 주욱 당겼다가 놓았다.

피잉.

날카롭게 대기를 가르며 날아간 기의 화살이 정확하게 초승달 모양의 장식을 꿰뚫었다.

퍼억.

그 소리에 사혼과 만혼은 고개를 끄덕였고, 지은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공승우를 쳐다봤다.

“당신. 뭐야?”

지은희의 물음에 공승우가 사혼을 바라본다.

어깨를 으쓱거리는 사혼. 공승우가 다시 만혼을 보자 만혼 역시 얼핏 추어 보일 뿐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공승우가 지은희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답한다.

“공승우입니다만.”

“…….”

공승우라는 것을 몰라서 물은 것이 아니건만 이 남자는 엉뚱한 소리만 한다. 붉은 장미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지은희의 얼굴이 쭉 째진다.

그 모습이 요염하고 관능적이라 만혼이 헉하는 소리를 내는 사이, 지은희가 손을 불쑥 내민다.

“?”

공승우가 의아해하자 지은희가 말한다.

“줘 봐요.”

궁제를 달라는 말이다. 그에 공승우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다.

괜한 시비를 걸어온 것도 모자라 마치 자기 것을 달라는 양 거침이 없다.

‘도대체?’

겉모습은 아름다울지 몰라도 성격은 별로라는 생각이 든 공승우가 이 까칠하게 나오는 지은희에게 고개를 젓는다.

“싫은데요.”

그 한마디에 지은희의 눈동자 이그르륵 타오른다.

“왜죠?”

“내거니까요.”

“누가 그걸 씹어 먹기라도 한데요?”

“그럼 왜 달라는 겁니까?”

“무슨 수를 써놨는지 살피려고 그래요.”

“댁 것도 아닌데 왜요?”

다시 원점이다.

다만, 둘 사이의 분위기가 당장 치고받을 것처럼 팽팽해진다.

그런 두 사람을 한쪽에서 흥미롭게 보던 반능려가 피식 웃으며 다가든다.

“애들도 아니고 왜들 싸우려고 드는지.”

건들건들하는 말에 지은희와 공승우의 시선이 홱 돌아간다.

“오오-. 무서워라.”

반능려는 짐짓 두려운 척하며 흘리듯 말을 잇는다.

“얘들은 간혹 관심 있는 일에 생떼를 부리기도 하지.”

그 말에 지은희는 부릅뜬 눈으로 반능려를 한번 째려보고는 ‘흥!’ 큰 소리를 내고 팽 몸을 돌려 선실을 향해 거칠게 걸어가 버린다.

지은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반능려가 킥킥 웃고는 공승우의 어깨를 탁탁 친다.

“방법을 몰라서 그러니까 승우 네가 이해해라.”

반능려의 말에 공승우는 그저 ‘쩝.’ 하니 입맛을 다실뿐이다.


이후로도 공승우는 지은희의 날카로운 시선을 번번이 받아야만 했다.

다가와서 시비를 걸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잔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노려보는 탓에 뒷목이 까끌까끌했다.

한숨 한 번 쉬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공승우.

그렇게 지내는 와중 지은희는 하궁사와 공승우가 궁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고 그들의 행태를 비꼬려 다가들었다가 기로써 활을 쏘는 공승우와 정제되지는 않았으나 지극히 실전적인 사냥술을 지닌 하궁사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내고는 그들 세 사람의 궁술에 파묻히게 된다.

그 점은 지은희를 다 안다는 듯 행동했던 반능려 역시 의외였던 점이었다.

하여간, 그 덕에 공승우는 하궁사의 사냥술과 지은희의 뛰어난 궁술을 접해 보통의 활로도 과녁을 쏘아 맞히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궁제로 쏘아대는 기의 화살은 더 위력적이고 강력함을 지니게 되었다.

여러 방법으로 기의 화살을 쏘아내는 공승우를 보며 지은희는 하나씩 이름을 지어 주었다.

가장 기본적인 단발 직사는 탄시(彈矢), 탄력적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화살은 만곡시(彎曲矢), 한번에 세 발 이상을 쏘아내는 것을 중시(衆矢), 목표물에 날아가서 기를 터뜨리는 화살을 폭시(爆矢)로 이름을 지었다.

그밖에 그의 몸속에 깃든 빙정의 기운을 사용한 것을 빙한시(氷寒矢), 뜨거운 불덩이 같은 것을 화염시(火焰矢)라고 불렀다.

한상준에게 궁제라는 이름을 받고 하궁사와 지은희를 통해 궁술을 정제하고 또 지은희를 통해 비로소 그의 궁제가 지니는 궁술의 이름을 얻게 된 공승우는 기분이 상당히 묘했다.

무언가 궁제와 더 친밀해지는 듯한 느낌.

이전 고선기가 자신에게 전해졌을 때와도 비슷한 느낌 같은 것들을 느끼며 가만히 웃음을 지었다.

그 모든 모습을 보며 같이 미소를 그리던 호약란이 다가와 공승우에게 말을 건넸다.

“당신의 궁제로 풀어내는 무를 북궁도(北弓道)라고 불러줄 수 있나요?”

공승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든지.”

그 모습이 맘에 안 드는 지은희가 나선다.

“가르친 건 난데 왜 북궁도야. 비선을 붙여.”

그런 지은희를 호약란이 쳐다본다.

지긋이 보는 그녀의 눈빛에 왠지 민망해지는 지은희가 스르르 시선을 돌려버린다.

“훗.”

하고 웃은 호약란이 공승우를 보며 말한다.

“비선대 대주이신 그녀가 나에게 언니라고 부르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그 말에 공승우 대신 지은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관두세요. 흥.”

하고 몸을 돌리는 지은희.

호약란의 낮지만 맑은 웃음소리가 뒤를 잇는다.

“호호. 그냥 해본 말이에요. 당연히 비선을 붙여야죠. 가르친 사람이 있는데. 그렇죠?”

마지막에 공승우에게 묻자 그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공승우의 궁술에 비선북궁도(飛璇北弓道)라는 무명(武名)이 만들어졌다.


§


진황국의 일상은 비교적 단조로웠다.

겉으로 보기엔 말이다.

진황국에 사신으로 파견된 격산호와 그를 수행하는 마염국의 인물들은 진황국 공주인 철화영의 섭혼기공(攝魂氣功)에 제압되어 그들이 원하는 정보만을 마염국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진황국의 사정은 더욱 단조로웠다.

가끔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분란이나, 마염국을 향한 적대적인 감정이 담긴 시위 같은 것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러한 일들은 이전에도 자주 일어났던 일들이기에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남모르게 바쁜 이들이 있다.

유화군(琉花軍).

진황국에서 비밀리에 육성하는 특화군에 소속된 이들이다.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마황석의 채석장이 있는 철척산에 젊은 성검사들과 함께 군사훈련에 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비록 마염국에 복속되는 형태를 지닌 진황국이지만, 그들은 분명히 식민지는 아니었다. 그러므로 얼마든지 군사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러한 일련의 모든 것들이 마염국의 눈에 들어갔지만.

그렇게 위협적으로 흐르기 전에 마염국에서 견제가 들어올 것이다.

견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핑계로 진황국을 향해 무력을 들이밀 것이고, 상황은 점점 커져 두 나라 간의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마염국이 그렇게 만들 것이니.

그래야, 마염국은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진황국을 손에 넣고 나아가 마황석의 채석장까지 품에 안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진황국이 정치적으로 잘 견뎌왔고, 주변국의 시선이 늘 달라붙어 있어서 마염국이 야욕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요즘은 상황이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대륙의 각 나라 중, 상조국과 사라국이 전면전을 치르고 있어 대륙의 분위기는 호전적으로 흘러갔다.

전 대륙을 손에 쥐려는 욕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각 나라의 권력자들은 늘 품고 왔다.

더 많은 권력.

그 끊이지 않는 유혹을 향해 권력자들이 꿈틀거린다는 말이다.

쉬왁!

터엉!

“크으.”

은빛 중갑으로 무장한 검사 한 명이 저만치 나가떨어진다.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무거운 충격에 괴로워하는 검사의 얼굴은 한껏 일그러져 있다.

반면, 그런 검사를 내려다보는 한 사내의 얼굴엔 차가운 조소가 걸려 있었다.

“멀었어.”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건조한 음성.

그는 유세하이다.

다른 대부분 무인이 무거운 중갑을 걸치고 있었지만, 그는 가벼운 옷차림에 한 자루의 도만 손에 쥐고 있었다.

“다시.”

유세하의 음성이 떨어지자 여기저기 쓰러진 무인들이 동시에 와락 인상을 구긴다.

처음 유화군을 조성한다고 하여 모였던 이들은 이렇게 엉망으로 당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독기가 쌓여갔다.

처음 모국인 진황국을 위해 한 힘이 되고자 일어섰던 그들이지만, 지금은 단 한 사람만을 쓰러뜨리고 싶은 독기만 품고 있었다.

유화군에 지원한 70여 명 중 현재까지 남은 인원은 45명.

이 45명은 예전에 유세하를 따라 사라국의 라사로 넘어가 화룡대와 혈전을 벌인, 자왕 철호와 네 명의 젊은 성검사를 포함한 인원이다.

그들 중 사독호를 제외한 모두는 유세하에 대한 반감을 거의 지웠지만, 아니 유세하가 보여준 무위에 그를 존경하는 이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로지 으득으득 씹어버리고 싶을 뿐이다.

둘이 덤벼도, 셋이 덤벼도, 열이 덤벼도 유세하를 쓰러뜨리지 못한 그들은 하루가 멀다고 유세하에게 폭력 아닌 폭력을 당했다.

수련을 빙자한 거친 폭력에 견디지 못한 이들은 일찌감치 떨어져 나갔고, 남은 자들은 독기를 두 눈에 가득 담고 한 방이라도 치고야 만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버틴 것이다.

유세하의 다시라는 말에 쓰러진 이들이 힘겹게 몸을 세운다.

그들을 보며 유세하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광시도를 가만히 겨누어 보인다.


철기손은 철척산 아래에 2중으로 연무장을 만들었다.

겉에서 보이는 넓은 연무장과 지하로 파고든 비밀스러운 공간.

유화군에 소속된 무인들은 2조로 나뉘어 한 조는 연무장에서 형을 수련하였고, 나머지 한 조는 비밀의 공간에 들어가 유세하와 함께 실전에 버금가는 혹독한 수련을 했다.

형태 역시 태제륙의 성검사가 익히는 무가 아니었다.

유세하가 익힌 옛 곤륜의 무공.

유세하는 보법인 용형보와 장법인 옥룡장, 도법으로 추명도를 유화군에 전했다. 이미 굳은 그들에게 심법을 전해 효과를 보기는 어려웠지만, 상청무상신공도 전했다. 그렇게 유세하는 미련 없이 지닌 무공을 전했지만, 그 성취는 받은 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봐서 알겠지만, 유화군이 유세하의 무공을 전부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를 넘어서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다. 그 바탕에는 물론 내력이 존재했고, 무공을 풀어내는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하 공간에 심법수련을 돕게 마황석으로 만든 증폭의 방도 만들어 두었지만, 흡정마공을 익힌 유세하의 성취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뿐이었다.

그렇게 훈련을 시작하고 수일이 지난 어느 날, 철기손과 철화영이 연무장을 찾아왔다.

그들을 맞는 유세하.

철화영의 부드러운 눈빛을 보는 유세하의 얼굴에 전과는 다른 표정이 실렸다. 늘 건조하고 차갑기만 했던 그의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그려진 것이다.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유세하의 미소를 잡아낸 철화영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의 얼굴이 살포시 붉어졌다.

나황궁 공주전에 불쑥 찾아와 서로 입맞춤을 한 이후 두 사람은 손도 잡지 않았다. 유세하가 유화군의 조성 때문에 이곳 철척산으로 오게 된 이유도 있었지만, 냉혹한 이라고 생각했던 유세하가 철화영에게만은 배려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몰랐지만, 당사자인 철화영만은 알았다.

오늘처럼 미미하게 보였다가 사라지는 은근한 미소로 말이다.

그래서 철화영의 가슴은 더욱 방망이질 쳤다.

‘저 강한 사람이 내게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철화영이 유세하에게 인사한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유공.”

그에 유세하가 무표정하게 고개만 까닥거린다.

그 모습에 다른 이들은 역시 차갑다고 판단을 내리겠지만, 철화영은 상관없었다. 끄덕이는 순간 자신에게 보여준 눈빛은 참 부드러웠으니 말이다.

철화영에 이어 철기손이 유세하에게 인사를 건넨다.

“유공께서 노고가 많으십니다.”

그에 유세하가 철기손을 보고 입을 연다.

“뭐 하러 왔지?”

유화군을 강화시키고자 예정한 기일은 아직도 남아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슬쩍 웃은 철기손이 답한다.

“연공실 점검도 할 겸, 태제륙의 돌아가는 소식도 전할 겸해서 들렀습니다.”

“그딴 소식…….”

을 뭐 하러 전하러 오느냐고 말하려던 유세하가 슬쩍 철화영을 보고는 입을 다문다.

“들어가지.”

몸을 돌린 유세하의 음성이 들려오자 철기손이 일순간 의아해한다.

그러다 먼저 움직이는 철화영을 보고는 급히 뒤를 따른다.

그들은 유세하의 집무실에 들어섰다.

철기손은 이곳 철척산에 훈련하는 유화군에게 때로 배정된 숙소도 만들고, 유세하를 위한 공간도 충분히 만들어 두었다.

하지만, 자신이 유세하만의 공간 중 하나인 그의 집무실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늘도 연무장 한쪽에서 정보만 전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유세하 그가 먼저 이곳으로 안내한 것이다. 그 말은 바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뜻밖이군.’

철기손은 그런 생각을 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유세하의 심기를 건드릴 이유는 없었으니까.

잠시 후 철기손은 두 눈을 끄게 치떴다.

집무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은 철기손과 철화영에게 유세하가 손수 차를 타왔기 때문이다.

“!”

철기손은 도대체 유세하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토록 적대적이고 거칠기만 했던 유세하가 이렇게 나오니 더욱 긴장되는 철기손이었다.

반면 철화영은 유세하가 건넨 찻잔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며 미소를 건넸다.

또다시 보일 듯 말 듯 건네지는 유세하의 미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없는 철기손에게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렇게 잔뜩 긴장하던 철기손은 유세하가 자리에 앉자 이내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오늘 유공을 이렇게 찾아뵌 것은 마염국에서 새로운 사신을 추가로 보내오겠다고 통보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유세하가 피식거리며 말을 받는다.

“격산호가 미덥지 않게 된 모양이군.”

고개를 끄덕인 철기손.

“그 이면에는 아무래도 유공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나 때문에?”

“예. 마염국 전대 군황인 우길청에게 그렇게 격하게 대치했던 유공께서 잠잠하시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현 군황인 우마염이 아닌 전대군황 우길청이 살아 있기 때문이죠.”

“?”

“그는 강대한 무력을 지닌 인물이면서 속이 시꺼먼 늙은 너구리이죠.”

“후훗.”

늙은 너구리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는지 유세하가 웃음을 보였다.

그에 놀라는 철기손.

그런 철기손에게 유세하가 말을 잇는다.

“그래서?”

“예? 아, 예. 해서 이번 새로운 사신에 관한 사항은 분명히 우길청의 입김이 들어갔을 것이고, 그렇다면 격산호와는 달리 다루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 마염국을 먼저 치고 들어갈 것인가?”

“그럴 때는 아닙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한다는 거지?”

“예?”

철기손은 지금 유세하가 보이는 모습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태제륙으로 오기 전에도 수년을 보아왔고, 이곳으로 데리고 온 다음에도 유세하에게 여러 번 죽을 뻔했다.

철기손의 가슴엔 유세하가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냉혹한 인간이라는 점이 강력히 새겨져 있었기에 오늘의 모습은 너무도 생소했다.

철기손이 일시 말문이 막혀 바라보기만 하자 철화영이 나섰다.

살짝 웃음을 보인 그녀가 유세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말한다.

“새로운 사신이 들어오면 유공께서 적당히 손을 봐줬으면 합니다.”

“어느 정도?”

“우길청이 수긍할 정도이겠지요.”

“마염국에서 꼬투리를 잡지 않겠나?”

“잡겠지요. 하지만,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겁니다. 우리가 넙죽 엎드릴 테니까요.”

그녀의 말에 유세하가 피식 웃고는 말한다.

“유화군이 강해진다고 마염국을 쓰러뜨릴 수 있나?”

“그것만으로는 어렵지요.”

“그럼?”

유세하의 물음에 철화영이 철기손을 바라본다.

그에 헛기침을 흘린 철기손이 답한다.

“새로운 무기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호오.”

“유화군뿐만 아니라, 무기제조에도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유공께서 새로운 사신을 적당히 다뤄주신 후, 그자와 격산호 사이에 충돌을 만들 셈입니다. 일종의 정보 교란을 일으킬 생각입니다.”

예전 같으면 철기손은 이 말 뒤에 도와달라고 덧붙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그렇게 말하고 가만히 유세하의 안색을 살폈다.

“역시 재밌어.”

그 말로 대답을 대신하며 차를 마시는 유세하.

철기손의 눈에 기쁨이 들어찬다. 어찌 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세하가 진황국을 부흥시키는 바에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철기손이 말을 잇는다.

“감사합니다.”


§


공승우 일행이 정요항에 도착했다.

월선은 사혼과 만혼만을 남기고 나머지 용천백령대원들을 싣고 다시 바다로 나갈 예정이다. 그들은 용형도로 복귀했다가 바닷길을 따라 대륙을 돌 것이다.

그리고 팔룡의 하나인 비룡일맥의 비선대 여 전사들도 공승우 일행과 길이 갈라지게 되었다. 비룡 반능려가 일월룡을 만나고자 월선을 타고 용형도로 갈 예정이니 말이다.

여전히 미소 지은 반능려가 공승우의 손을 잡고 아쉬운 음성을 흘린다.

“동생과 함께 다니면 재미있을 텐데.”

그에 공승우도 웃으며 답한다.

“물산국에서 만나 뵙기로 했으니 곧 다시 보겠지요.”

“으흥. 그럼 그때도 찐하게 한잔하는 건가?”

“예. 누님.”

공승우의 대답에 활짝 웃은 반능려가 요염한 눈짓으로 말을 덧붙인다.

“북해도에서보다 더 찌인하게 말이야.”

“예?”

당황한 공승우. 그를 대신해 나선 이는 지은희이다.

“일월룡님 앞에서도 이렇게 교태를 부려보시지 그래요.”

그 말에 반능려가 질색하는 척한다.

“어머. 얘는. 내가 뭘 어쨌다고.”

“흥이네요.”

“호호. 하여간 은희는 재미없단 말이야. 그렇게 뻣뻣하게 굴면 사내들이 안 좋아하던데.”

“무슨 소리예요.”

“아, 뭐-.”

“…….”

못 말리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지은희. 그 틈에 반능려는 사혼과 만혼에게 화끈한 포옹으로 인사하고 호약란을 향해 돌아섰다.

“공녀께서 은희를 잘 좀 봐주세요.”

“제가 할 일이 뭐 있겠습니까.”

그러자 반능려가 다가와 호약란의 귀에 속삭인다.

“은희가 활은 잘 쏘는데, 다른 건 완전 젬병이거든요. 전에 이곳에서 술집을 할 때도 얼마나 말썽을 부렸는지…….”

미주알고주알 풀어놓으려던 반능려가 돌연 입을 굳게 닫는다. 어느새 곁에 다가와 도끼눈을 뜬 지은희 때문이다.

멀쑥해진 호약란이 슬며시 몸을 돌렸고, 반능려는 짐짓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슬그머니 월선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그런 반능려의 뒤통수를 뚫어지라 노려보던 지은희가 점점 눈빛을 가라앉히더니 아련하게 젖어든다.

‘나도 알아요…….’

무엇을 안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은희의 눈빛엔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월선에 오른 반능려가 큰 소리로 외친다.

“은희야, 힘내!”

크게 손까지 휘휘 흔드는 반능려를 보며 지은희가 고개 숙여 한숨을 내 쉰다.

“으휴-.”

그렇게 월선이 정요항을 벗어나 멀어져 간다.

작아지는 월선에 시선을 고정한 지은희가 묻는다.

“내가 같이 가는 것에 불만 있는 사람은 지금 말해요.”

아무도 대답이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비룡님을 대신해서 청룡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그러자 만혼이 나서서 말한다.

“아, 물론이지요. 그리고 누구도 은희 씨 아니, 지 대주가 함께 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반가워하지요. 네. 그럼요.”

유난히 끝말을 강조하는 만혼의 모습에 사혼이 고개 돌려 실소를 흘린다.


정요항에서 하룻밤을 묵은 공승우 일행은 사라국과 마염국을 가로막은 초개산맥을 넘어 마염국 영지로 들어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양화산맥을 지나 물산국의 수도성인 산요성(産要城)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승우를 시작으로 호약란, 휘산영, 하궁사와 사혼과 만혼 그리고 지은희까지 일곱 명으로 구성된 일행은 여행 준비를 서둘렀다. 장거리 여행이 될 터이니 기마 세 필과 두 마리 말이 끄는 마차 한 대도 장만했다. 초개산맥을 넘는다고는 했지만, 산맥의 초입이라 경사진 산을 타 넘는 것이 아니라 산과 산 사이의 길을 따라 조성된 길을 통과하는 것이라 비교적 수월한 여행길이 될 것이다.

대략 반나절에 걸려 여행에 필요한 장비를 사들이고, 식량과 물 등을 마차에 싣고 오후 한낮이 되는 즈음에 정요항을 출발했다.

그들이 처음으로 머물기로 예정한 마을은 초완(初婉)이라 불리는 마을이다. 초개산맥의 초입, 사라국 영지의 북서쪽에 자리한 마을로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곳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일행 모두는 살짝 들뜬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마부석에 앉은 하궁사가 가볍게 채찍을 휘두르니 두 마리의 말이 발을 디디며 마차를 끌기 시작했다.

마차 안의 세 여인의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가만히 흘러나왔다.


§


태제륙의 여러 산맥 중 초개산맥은 북해를 향해 뻗은 산맥이다.

해서 초개산맥의 북쪽 높은 봉우리는 북해도의 설두산과 같이 눈이 덮여 있었다. 그 봉우리, 산의 이름은 북완산(北婉山)이라 불렸다.

북완산은 하얗게 눈 덮인 높은 봉우리를 지닌 산이었지만, 산 아래로는 계곡을 따라 그 주변은 초지가 생성된 지역이었다.

북완산에서 흐르는 계곡은 초개산맥을 타고 범강으로 흘러갔으며, 계곡은 산 아래로 내려와 흐르는 굽이굽이 크게 휘어진 곳이 많아 물살이 빠르고 느린 곳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그런 계곡 한쪽의 완만한 언덕 너머에 초완(初婉)마을이 있었다.

단층집들이 주변 푸른 초지에 어울려 단정히 지어진 마을의 풍경은 과연 아름다웠다.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으로 지어진 듯, 집이지만 집이 아닌 자연이라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마을 초완은 지나는 여행객 외에는 들리는 이들은 많지 않은 곳이었다. 대륙의 북쪽에 자리한 곳이고, 풍경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권이 형성된 곳도 아니고 도시가 자리 잡을 만한 곳도 아닌, 정요항에서 아니, 사라국의 북쪽에서 마염국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들리는 그런 작은 마을이었다.

그래서 이곳의 사람들은 순박하고 정겨웠다.

초완마을은 사라국의 영토였지만, 이 마을 주민 대부분은 사라국과 상조국이 전면전을 치르고 있음에도 몸으로 느끼질 못했다. 전쟁이 주는 막연한 불안감은 있을지언정 그로 말미암아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초완 마을의 중앙에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광장이 하나 있다. 잔치가 있거나, 누군가 결혼을 한다는 등의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사용하는 곳으로 평상시에는 아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는 곳이다.

그런 광장에 오늘은 무거운 긴장감이 흐른다.

“흐음. 생각보다 괜찮군요.”

이곳 초완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는 붉은색 무복을 입은 중년인이 마을 중앙에 대치한 두 젊은이를 보며 하는 말이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노인이 말을 받는다.

“채주께서 이번에 특별히 고안해낸 것이라 하더니 과연 쓸 만은 하군요. 하지만…….”

노인의 말에 중년인이 피식 웃고는 말한다.

“후훗. 그래도 저 정도면 상당한 효과라 할 수 있지요.”

그 말에는 노인도 동감하는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광장을 바라본다.

그들의 시선이 모인 광장. 그곳 중앙엔 두 명의 젊은이가 온몸을 피로 칠갑하고 서로 죽이고자 악귀처럼 노려보고 있다.

또한, 광장 주변엔 이곳 초완 마을 주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나와 둘러앉아 있었고, 그들은 평상시의 푸근함이 아닌 두려움으로 가늘게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런 주민 사이사이에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이 위협적으로 주민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사내들 사이에 보이는 몇몇 무인은 검을 들고 있었는데, 그들의 손에 들린 검은 북해도에서 보았던 검과 똑같았다.

검신이 붉은 검, 적파검(赤擺劍).

무인들은 적룡일맥의 적염당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은 망독군이었다.

나라의 경계나, 전쟁이 한창인 지역 근방에 존재하는 그들 망독군이 사라국 북쪽지방인 이곳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의외였다.

노인이 다시 말을 꺼낸다.

“홍비님, 저 둘이 폭멸정(爆滅錠)을 삼킨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파쇄의 전조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눈동자가 점점 붉게 충혈되는 것을 보니 곧 뇌가 터져 바스러지고 말 것입니다.”

“하하. 그래도 저들은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들이지 않습니까. 아직 초기 단계인 폭멸정은 복용자의 생명력을 갉아먹어 금방 죽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런 저 둘의 전투력이 이만하면 임상시험은 성공적이라고 봐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하면?”

“아, 시험은 많이 할수록 여러 결과를 낳는 것이겠지요?”

“그렇지요.”

“그럼 좀 더 보도록 하지요.”

“예.”

홍비라고 불린 중년인은 수호적의 일인이고 그와 이야기를 하는 노인은 적룡일맥 적약채(赤藥砦)의 약사 중 1인이었다.

이들은 이번에 적약채의 채주이자 약사의 우두머리인 상독이란 자가 개발한 폭멸정의 약효를 실험하고자 이곳 초완 마을에 들린 것이다.

적약채 채주인 상독은 폭멸정을 만들어 적룡의 근거지인 마염국 내 양주강 용화채에서 적도를 상대로 1차 실험을 마치고 일반인에 대한 임상시험을 하고자 이곳으로 노인과 수호적 홍비를 보낸 것이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라면, 마염국은 적룡의 나라이니 넘어간 것이고, 사라국이 상조국과 한창 전쟁 중이라 작은 북방의 초완 마을의 변괴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오는 도중 망독군을 끌어모은 것은, 임상시험을 충분히 마치면 이곳 초완 마을 주민의 처리를 맡기기 위함이다. 임상시험으로 몰살되는 것이 아닌 망독군의 난입으로 희생되는 상황을 만들고자 함이다.

마침, 두 젊은이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충혈되었던 눈에선 핏물이 진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맨손의 두 젊은이는 손가락을 뻣뻣이 세워 상대의 얼굴을 할퀴고, 주먹을 쥐어 후려치는 한편, 가깝게 붙기라도 하면 이빨로 상대를 물어뜯기까지 했다.

치열하게 싸우던 두 젊은이 중 한 젊은이가 ‘그르륵.’ 소리를 내며 다른 젊은이의 손에 목줄을 잡혀 뒤로 넘어가면서 끝이 났다.

둘 다 처참한 모습이었지만, 하나는 숨이 넘어가는 중이었고, 다른 하나는 곧 죽을지도 모르고 승리에 가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둘을 바라보던 홍비가 적염당원 하나를 불러 작은 소리로 명령했다.

곳 적염당원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흉악하게 웃는 망독군에게 가서 뭐라 말을 전했고, 그 망독군은 돌연 눈을 빛내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어린 아들을 품에 꼭 안은 여인에게 휘적휘적 걸어갔다.

망독군 사내가 다가들자 여인은 아들을 더욱 감싸 안으며 몸을 꼬았다.

다가든 망독군.

돌연 손을 들더니 그대로 여인의 뺨을 후려쳤다.

쫘악 소리와 여인의 비명이 들리고 여인은 아이를 안은 채 땅바닥에 쓰러졌다.

얻어맞으면서도 아이를 놓지 않은 여인을 짜증스럽게 바라보던 망독군 사내가 쓰러진 여인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찼다.

퍽!

“크윽.”

고통에 신음하는 여인. 하지만, 여인은 아이를 품에서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몸으로 아이를 가려버렸다.

질렸다는 눈빛으로 여인을 쳐다보는 망독군 사내.

그런 망독군 사내의 곁으로 다가온 또 다른 망독군 사내가 먼저의 사내 뒤통수를 거칠게 후려쳤다.

“병신 새끼!”

소리친 자는 이곳에 들어선 망독군의 수령인 갈포라는 자였다.

한때 사라국군의 무장을 지낸 바 있는 자였다.

무장은 몇 안 되는 군사를 통솔하는 가장 낮은 계급이라 할 수 있다.

갈포는 허리에 덜렁거리며 달린 단검을 뽑아들더니 그대로 여인의 옆구리를 찔러버렸다.

살 속으로 푸욱 깊숙이 차가운 검날이 박혀 들자 여인은 입을 떡 벌리고 눈을 치뜨며 부르르 떨었다.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힘이 빠진 여인을 발로 차 밀어버리고 와들와들 떠는 어린아이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망독군 사내에게 명령했던 적염당원에게 끌고 갔다.

갈포가 다가오자 적염당원이 씨익 웃는다.

“수령이겠군.”

적염당원의 말에 갈포가 마주 씨익 웃는다.

무장이었다고는 하지만, 적염당원의 상대는 되지 않는다. 갈포 역시 그 점을 알지만, 자신은 그래도 망독군 무리의 수령으로 제법 살아왔다.

기가 죽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갈포이다.

“훗.”

가볍게 웃어넘긴 적염당원이 갈포의 손에서 아이를 넘겨받아 노인에게 걸어가는데, 칼에 찔려 쓰러진 여인이 사력을 다해 걸어와 절규를 토한다.

“안 된다! 안 돼! 내 아이, 내 아이를!”

여인의 절규를 따라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절박함도 흘러나온다.

갈포가 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히죽거린다.

“크흐흐.”

흉악하게 웃는 그의 미소 뒤로 여인의 옆구리를 찌르고 나온 붉게 물든 단검이 번뜩인다.

갈포가 단검을 쓱쓱 흔들면서 여인에게 다가가고 여인은 더욱 소리 높여 아이를 찾는다.

“내 아이, 내 아이를 돌려줘! 이 천하에 죽일 놈들!”

품에서 아이를 빼앗긴 어미의 울부짖음은 처절했지만, 그 한 만큼 어미에게는 힘이 없었다.

주변에는 마을에서 어울려 살았던 주민이 모두 잡혀 나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몸을 일으켜 저항의 뜻을 보였지만, 그들 역시 무기를 휘두르는 망독군을 이겨낼 힘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먼저 젊은이 둘이 폭멸정을 복용하기 전에 저항하다 죽어간 젊은이 대부분을 대신해 마을의 중년 사내가 고함치며 망독군에게 달려들었지만, 망독군 곁에 있던 적염당원이 휘두른 칼에 단번에 목을 잃고 말았다.

아이가 잡혀가면서 일었던 반항은 아이의 어미가 갈포의 단검에 목이 꿰뚫려 쓰러지면서 서서히 잠잠해지고 말았다.

아니, 잠잠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력이 빠져버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억울하고 분통해서.

절규하고 달려들어도 저들을 이겨낼 힘이 없음이 한탄스러워서.

그러는 와중에도 노인은 아이의 입을 벌려 폭멸정 하나를 억지로 집어넣었다.

입안에 들어간 폭멸정은 오래지 않아 녹아 목구멍으로 넘어갔고, 조금 지나자 아이는 아이답지 않은 괴성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이 가만히 고개를 흔들더니 입을 열었다.

“얘들은 견디지 못하는군요. 아쉬운 일입니다. 아이들이 폭멸정의 기운을 받아들여 적을 공격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텐데.”

노인의 음성에 어깨를 추어 보인 홍비가 손짓하자 명령을 기다리던 적염당원 하나가 이번에는 젊은 여인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냈다.

끌려나오는 여인은 이미 체념한 듯 적염당원의 손길을 따라 바닥을 질질 끌며 노인의 앞으로 왔다.

노인은 여인에게도 폭멸정을 먹였다.

그 순간 폭멸정을 복용한 아이는 피 거품을 물고 뒤로 넘어가 바동거리다가 잔 경련만을 남기고 서서히 식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비의 명령을 받은 적염당원은 폭멸정을 먹은 젊은 여인을 중앙에서 이미 죽은 젊은 사내의 몸뚱이를 사납게 후려치는 사내에게 밀어 넣었다.

새로운 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살아남은 젊은 사내가 휙 고개를 돌려 젊은 여인을 노려보았고, 그 순간 폭멸정의 기운에 침식되기 시작한 젊은 여인 역시 이를 드러내며 사나움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노인이 말했다.

“흠. 저 공격성은 좋은데, 폭멸정을 복용한 것들끼리 싸우는 일을 줄여야겠습니다.”

“후후. 그거야 적약채에서 하시지 않겠습니까.”

“헐헐. 그야 그렇지요.”

두 사람의 대화에서 광장에서 싸우기 시작한 젊은 남녀가 인간이라는 인식은 전혀 없었다.

아니, 알더라도 그들은 인성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지 잔혹하기만 했다.

망독군들, 적염당원, 노인과 홍비 모두.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

초원 마을을 바로 앞에 몇몇 여행객이 다가오는 것을.


공승우와 일행은 말과 마차를 타고 초원 마을로 들어섰다.

굽어진 길을 돌아 그들의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무척이나 이질적이고 비릿했다.

“……”

멀리서부터 번져온 피비린내를 맡아 마을에 무슨 일이 있겠다는 예측은 했지만, 이런 광경은 아니었다.

마을 광장이라고 생각되는 그곳에 많은 사람이 모였고, 그들 사이사이에 흉악한 인상을 쓴 자들이 더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간간이 보이는 검을 든 무인들이 보이고 광장 중앙에는 이미 피칠을 한 채 쓰러진 한 사내의 몸뚱이와 그 위에서 서로 죽이고자 무섭게 싸우는 남녀가 보인다.

한쪽으로 노인과 중년 사내가 있고, 그 앞엔 어린아이라고 생각되는 작은 몸뚱이가 널브러져 있었다.

주변을 살피니 여기저기 쓰러진 이들도 보인다.

쓰러진 이들 중 흉악한 인상을 쓴 자와 무인들과 같은 일행으로 보이는 이들은 없었다.

선두로 나선 공승우의 얼굴이 한껏 일그러진다.

“망독군.”


@@@@@@@@@@


많이 늦었습니다. ㅠ,.ㅠ

이것저것 잡다하게 좀 바빴습니다. 에헤헤.


날씨가 무척 싸늘합니다.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목도 아프고, 괜한 피곤함도 몰려옵니다.

눈두덩이 싸르르하니 아픈 것이 약을 묵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약 묵는 거 진짜 싫은데. ㅡ,.ㅡ 냐하.

소주처럼 즐겁게 마시면서 병을 낳게 하는 약은 없을까요?


오늘 하루도 즐겁게 지내시고요.

주말입니다. 날씨가 좀 풀린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건강 유의하시고요.

감기 걸리면 슬픔입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웅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2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9 +8 11.10.21 1,647 14 35쪽
111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8 +2 11.10.21 982 7 32쪽
110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7 +3 11.10.21 1,218 8 32쪽
109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6 +6 11.04.19 1,566 13 42쪽
108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5 +8 11.03.09 1,543 12 43쪽
107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4 +10 11.01.31 1,510 12 50쪽
106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3 +8 10.12.12 1,501 16 44쪽
»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2 +7 10.10.29 1,693 15 46쪽
104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1 +9 10.09.01 1,886 14 44쪽
103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10 +7 10.08.19 1,994 9 37쪽
102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9 +7 10.07.29 1,932 12 38쪽
101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8 +11 10.07.06 1,921 10 44쪽
100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7 +9 10.06.24 1,954 9 40쪽
99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6 +10 10.06.09 2,106 8 39쪽
98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5 +8 10.05.31 2,089 10 41쪽
97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4 +9 10.05.20 2,112 9 39쪽
96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3 +7 10.05.18 2,014 9 31쪽
95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2 +8 10.05.12 2,252 9 32쪽
94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1 +9 10.04.14 2,410 7 28쪽
93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9 +5 10.04.14 2,327 8 24쪽
92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8 +11 10.03.25 2,631 8 55쪽
91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7 +9 09.12.31 2,632 9 41쪽
90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6 +3 09.12.31 2,547 9 48쪽
89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5 +9 09.10.30 2,837 9 43쪽
88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4 +8 09.10.22 2,791 11 45쪽
87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3 +6 09.09.28 2,933 9 47쪽
86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2 +7 09.09.11 3,134 8 31쪽
85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1 +5 09.09.07 4,035 7 48쪽
84 영웅담(英雄譚-현세편) 균열(龜裂) 4-11 +9 09.08.12 3,741 9 40쪽
83 영웅담(英雄譚-현세편) 균열(龜裂) 4-10 +3 09.08.12 3,249 9 3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