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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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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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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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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06.19 14:05
조회
10,555
추천
148
글자
9쪽

말은 그냥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DUMMY

마차 안에서 살벌했던 시간이 끝나고 마을로 가는 길 중간에 야영을 하게 된 일해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길에서 잔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어떻게 길에서 잠을 그냥 자죠?”


카밀레아의 말에 삼공주는 그냥 눈 감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헤리오스가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하긴... 삼공주는 벨로시아 영지까지 왔었으니...’


“영애께서는 이 길이 얼마나 편한 길인지 모르셔서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만... 보통은 이렇게 개울이 흐르고 큰 나무까지 서 있어 방어에도 용이한 곳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 어째서 여관으로 가지 않느냐는 거죠.”

“그야 영애께서 아까 길을 막고 시간을 지체하게 했으니까요. 게다가 돈도 충분하지 않고요.”

“돈이요?”

“돈이요.”


그 말에 뭔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는 카밀레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굶어본 적 있으세요?”

“그럼요. 저는 가끔 몸매 관리를 위해...”

“잘 됐네요. 오늘 굶어야 하는데...”

“뭐라고요?”


이 대책없는 여자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삼공주는 여전히 헤리오스를 도와줄 마음이 없었다.


“그럼 여기 용병들에게...”

“기사입니다만?”

“무슨 기사가 옷이...”

“저희 영지가 가난하다고 무시하는 거라면...”

“그게 아니라...”


무슨 말을 해도 헤리오스에게 말이 통하지 않자 결국 화를 내버리는 카밀레아.


“어째서 여행에 밥도 굶어야 하고, 이런 모기들이 득실거리는 길에서 자야 하는거냐고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영애가 낮에 길을 막고...”

“그냥 가면 되잖아요! 조금만 더 가면 마을이 있을 수도 있고...”

“물론 있죠.”

“그럼 가요!”

“새벽녘에 도착해서 자고 아침에 출발할까요?”


결국 궁시렁대며 마차에서 내리는 카밀레아를 보며 짜증이 슬슬 나는 헤리오스.


‘전생에 딸을 나았으면 저만한... 시팔! 그냥 아들 낳아서 패고 쥐어박고 싸우는게 맘편하지...’


그 사이 궁시렁대는 소리가 헤리오스의 귀까지 들려온다.


“어우! 이 못된 모기들은 그래도 얼굴을 알아보나, 왜 나한테만 달라붙어?”


그 얘기에 째릿하고 카밀레아를 째려보는 삼공주에게 카밀레아는 웃으며 말했다.


“어머! 공주님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그래도 몸이 좀 성숙해서 모기들도 알아보나 봅니다.”

“흥! 모기들이나 좋아하는 몸이군요.”

“아니. 화 나셨어요? 하지만 몸이 증명하는 것을 어째요. 공주님은 모기에 하나도 물리지 않으셨지만 저는 이거 보세요. 여기, 여기도요. 이건 인간을 뛰어넘어 본능적인 끌림이 아닐까요?”


두 사람의 다툼에 어이가 없는 헤리오스.


“피 빨아먹는 모기는 암컷인데...”

“정말요?”

“뭐라고요?”


두 사람의 달라지는 표정과 다른 말투.


“아...!”


‘그냥 있어야 했는데... 실수했다.’


속으로 한탄을 하는 헤리오스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나온 말을... 그 모습을 저 만치 떨어져 바라보던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키사의 궁금함을 제이크가 쉽게 풀어주었다.


“역시 말은 그냥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잠시 헤리오스와 공주와 카밀레아를 지켜보던 키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리고 마차에서 떨어진 곳으로 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

모닥불에서 밤 늦도록 투닥거리는 귀족들과 검을 휘두르는 기사 둘은 시간이 되자 잠을 청하려고 하였다.


“그냥 그렇게 땀 흘리고 자면 모기가 많이 물텐데...”


헤리오스의 말에 키사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이 모기들이 생각보다 냄새를 잘 맡아. 그래서 땀 냄새나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젖산이라는... 하여튼 그런 노폐물의 냄새를 너무 좋아해. 그러니 귀찮더라도 땀 냄새는 지우고 자는 것이 모기한테 덜 물릴거야.”


친절한 헤리오스의 설명에 키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둠속으로 들어가 개울에서 몸을 씻기로 했고, 공주는 해박한 헤리오스의 지식에 감탄을 했으며, 제이크는 키사가 오면 씻겠다고 했다.


“내 몸에서 땀내가 난다는 소리잖아요! 난 자주 씻는다고요!”

“네...네...”

“정말이에요! 항상 여자로서...”

“암요. 암요.”


이제는 옆에서 쫑알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단련이 되었는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헤리오스를 보고 카밀레아가 벌떡 일어났다.


“나도 씻을거에요!”

“네. 다녀오세요.”


그런 그녀에게 헤리오스는 소심하지만 확실한 복수를 하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이런 개울에 물이 고인 곳에는 물귀신이 산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네?”


관심을 보이는 삼공주와 걸어가던 걸음을 멈춘 카밀레아.


“아... 아닙니다. 이따 키사가 오면 한번 물어보죠. 그런데 저기 흰색으로 날아다니는 거 보이죠? 저거...”


과연 헤리오스가 가리키는 곳에는 하얀 불이 땅에서 어느 정도 올라온 곳에서 혼자 타오르고 있었다.


“어머? 저게 뭐에요?”

“어?”


카밀레아와 삼공주의 반응을 보고 헤리오스가 모닥불에 나무를 하나 더 던져 넣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우리 영지에는 참 많이 있는 거죠. 억울하게 괴물들에게 죽은 사람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저렇게 땅에서 머무는 겁니다. 하지만 물 속에 시체가 잠겨있다면 그 귀신은 물에 들어온 사람의 발목을 잡고 그대로... 쑤욱!”

“꺄악!”

“악!”


헤리오스의 말에 제이크는 고개를 숙이고 어금니를 꽉 문채 웃음을 참기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의 말대로 벨로시아 영지에 많이 보이는 흰색불. 오크와의 전투가 끝이나던 고블린을 소탕하고 난 후던 시체의 뼈에서 세어나와 공기중에서 하얗게 타는 불은 워낙 많이 보는 것이라 헤리오스와 제이크에게는 익숙한 것이지만 공주나 귀족가 영애들처럼 들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시체도 제대로 보지 못하던 사람들이라면 이런 이야기가 진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박사박사박...


그 때 풀을 가르며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꺄아! 귀신이...!”

“엄마!”


두 여성 귀족들의 푼수짓에 제이크는 더욱 더 가열찬 노력으로 웃음을 참아내었고, 헤리오스는 뚱한 표정으로 두 여자를 바라보았으며, 목욕을 마치고 모닥불로 걸어오는 키사만 살짝 눈썹을 찡그릴 뿐이었다.


“고...공자님...”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제이크.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어! 가서 씻고 와.”


고개만 얼른 숙이고 개울로 달려가는 제이크의 두 눈에 들어온 장면은 걸어오는 키사의 그림자에 놀라 둘이 부둥켜 안고 반쯤 울고 있던 두 귀족 여인의 모습이었다.


‘숨도 쉬지 말자. 절대 웃으면 안된다. 아... 슬픈 생각... 큭!’


뛰어가는 제이크를 보며 헤리오스도 한숨을 쉰다.


‘아... 이 바보 퍼레이드를 언제 멈춰야 하는 건지.’


* * *


시종이나 시녀도 없이 아침을 맞이하는 귀족가의 여인은 생각보다 그 삶의 강도가 빡세다. 길고 고운 머리카락을 다듬어야 하고, 옷도 말끔하게 화장도 해야 하고 자세도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옷 맵시를 봐주고 다듬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이 넓은 들판의 모닥불 주위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휙! 휙!

휘리릭!


아침부터 살풍경하게 검이 휘둘리는 소리가 들려와 귀족가의 여인들 둘이 마차에게 구겨져 자다가 나왔다.


“어머... 공주님 얼굴이... 부으셨네요.”

“그 쪽도...”


말을 마치고 다시 후다닥 들어가 자신의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비춰본다. 확실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얼굴을 초췌해졌고, 귀신얘기에 마차에서 떨어져 볼 일을 보는 것도 꿈도 꾸지 못했다.

괜히 그걸 깨달으니 뱃 속의 무언가가 밖으로 나오고 싶다고 신호를 보낸다.


“음...!”

“흠! 흠!”


또레의 여자들 (카밀레아는 17살, 라이비아는 16살)이 그렇듯이 헤리오스에게 똥싸러 간다고 말을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오겠어요.”

“출발하기 전에 미리 소리쳐서 알려주세요. 근처를 둘러보고 올테니까.”

“...그 모습으로요? 세수라도...”


헤리오스는 이상하게 여인들이 자신에게 적대적이라고 생각을 했다. 왜냐면 지금 두 여인이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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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쥐불놀이 +4 21.07.07 8,337 130 15쪽
57 이제 낚시를 해야지 +4 21.07.06 8,398 128 12쪽
56 적에게 공포를 +7 21.07.05 8,468 132 12쪽
55 전쟁은 병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4 21.07.04 8,753 134 13쪽
54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3 21.07.03 8,718 141 11쪽
53 동맹을 맺자 +3 21.07.03 8,790 131 12쪽
52 모의 전투 훈련이라고 들어보았나 +4 21.07.01 8,994 142 9쪽
51 도착 +3 21.06.30 8,932 138 10쪽
50 우리 갈 길이 멀지 않나요 +6 21.06.29 8,980 135 12쪽
49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마 +6 21.06.28 9,092 149 10쪽
48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4 21.06.27 9,460 139 13쪽
47 용돈을 버는 겁니다 +5 21.06.26 9,580 150 10쪽
46 취향차이 +7 21.06.26 9,589 146 11쪽
45 인정할 수 없다면 지금 나서라 +5 21.06.24 9,554 147 11쪽
44 확인 +6 21.06.23 9,612 140 10쪽
43 놀이는 이제 끝이군 +5 21.06.22 9,774 145 9쪽
42 그곳에 다녀오실 용기가 있으십니까 +9 21.06.21 10,154 145 12쪽
41 다음 생에 만나면요 +7 21.06.20 10,540 147 12쪽
» 말은 그냥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8 21.06.19 10,556 148 9쪽
39 왕께서 하신 말씀이니까요 +8 21.06.19 10,801 144 9쪽
38 더 잘 살게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6 21.06.18 11,020 158 11쪽
37 왕이시니까요 +6 21.06.16 11,222 169 10쪽
36 좀 멋지셨습니다 +8 21.06.15 11,404 15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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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네 다리를 올릴까 +8 21.06.11 11,943 206 9쪽
31 개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10 21.06.10 12,251 182 13쪽
30 즐거우셨다니 기쁩니다 +4 21.06.09 12,650 18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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