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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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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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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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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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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비인부전

DUMMY

왕가의 사람들이 식탁에 앉아 나오는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궁 안의 하인들이 음식을 수레에 싣고 오면 시녀들이 식탁에 음식을 차분히 놓아둔다.

왕의 옆에는 주방장이 긴장한 채 서 있고, 그 반대편에는 헤리오스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 요리는 모두 닭으로 만든 요리입니다.”

“닭이라...”

“닭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아주 훌륭한 동물입니다. 알도 주고 고기도 주고, 풀어놓으면 벌레도 잡아먹고, 거기다 아침에 일어나야 한다고 깨워주기까지 하니 얼마나 훌륭합니까? 저도 이런 닭처럼 왕실에 이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라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군...”


왕의 시큰둥한 대답에 헤리오스는 올라온 음식의 접시에 덮힌 뚜껑을 열게 하였다.


“처음은 당연히 가벼운 음식으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나온 음식은 닭죽.

그 다음은 약간 칼칼하게 만든 닭볶음탕. 그리고 이왕자가 기다리던 치킨. 그러나 갖은 향신료 덕에 양념치킨을 후라이드 치킨과 함께 내어놓았다. 그리고 사이드로 내놓은 음식은...


“저것도 먹으라고 내놓은 것인가?”

“아... 사실 저것은 먹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음?”

“저 음식은 최고의 미각을 가진 자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강한 맛 사이에서도 또 다른 맛을 찾을 수 있는 절대미각의 소유자만 그 맛을 알 수 있지요.”


접시에 놓인 음식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혐오스럽게 생긴 물체... 시뻘겋고 손도 가져가기 힘든 그것은... 매.운.닭.발.


“그리고 안전상의 이유로...”


헤리오스가 손짓을 하자 조그만 그릇에 담기 푸딩같은 음식. 계란찜이 내어졌다.


“솔직히 저 음식을 드실 수 있는 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모하게 용기를 증명하고 싶다고 드신다면 지금 내어온 음식을 꼭 뒤에 드셔야 합니다. 생명에 위협이 가해지는 고통입니다.”

“용기라...”


그 동안 나온 음식을 맛있게 먹은 왕실의 사람들이지만 은근히 용기를 걸고 넘어지는 헤리오스의 말은 일왕자와 이왕자의 경쟁심을 폭발시켰다.

넓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라카아르 일왕자와 죠엘루니 이왕자의 눈이 마주쳤다.


“내가 먼저 먹어보겠다.”


일왕자의 발언에 식탁이 어수선해졌다. 혐오스럽다며 고개를 돌리던 공주들의 눈이 동그래졌고,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한 이왕자는 분한 듯한 표정을 헤리오스는 하인들에게 눈짓으로 준비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만약 이 음식을 드시고 맛을 음미하실줄 아신다면 다음 메뉴는 일왕자님을 위해 한번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군.”


그리고 포크를 들어 접시에 가져가려는데 헤리오스가 말렸다.


“그 음식은 손으로 먹어야 제맛이지요. 그리고 그 손에 묻은 양념은 절대로 다른 곳에 닿으면 안됩니다.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손으로...?”

“이것은 제가 알아낸 아주 먼 세계의 음식으로 이 음식을 먹은 자는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그 종류가 두 가지인데 서로 겹치지 않는 이유입니다.”

“궁금하구나.”

“한 가지 종류는 너무 맛있는데 쉽게 먹을 수 없어 다시 먹고 싶어 그리워하며 흘리는 눈물입니다. 나머지는... 너무 매워 입안의 혀를 뽑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롭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이 두 가지 중 하나의 이유로 울게 됩니다.”


일왕자는 헤리오스의 말에 대뜸 닭발 하나를 집어 입에 집어넣었다. 반짝이는 접시에 붉은 빛이 흐르는 보기에는 눈에 거칠한 음식이 입에 들어가 오물거리는 일왕자. 그리고 그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변해갔다.


“이런... 라카아르 왕자님 어서 앞에 있는 음식을 스푼으로 떠서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왕자는 먹던 음식을 예법에 따라 뱉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한 채 어쩔줄 몰라 하고 있어 헤리오스가 작은 통을 들고 다가가 수건으로 가리고 음식을 버리게 하고 계란찜을 먹게 하였다. 뒤이어 헤리오스의 신호를 받은 하인이 우유를 들고 와 왕자에게 마시게 하였다.


“이...! 이...것을 어찌 먹는단 말이냐?”


겨우 진정이 된 일왕자는 진심으로 화가 났는지 큰 소리를 치고 말았다.


“형님. 형님이 못한다고 모두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먹어보겠습니다.”


이왕자의 도전... 역시 실패.

두 왕자의 모습을 보고 왕은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갈피를 못잡는 가운데 삼공주가 말도 없이 슬쩍 닭발을 들고 입에 넣었다.

그런데...


“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물오물 먹는 삼공주.


“라이비아! 괜찮으냐?”


이왕자의 걱정섞인 말과


“괜한 고생을 자처하는구나.”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탓하는 일왕자.


하지만...


삼공주는 헤리오스가 가져온 통에 뼈를 버리고 다시 하나를 집어들고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이거 정말 생각보다 맛이 좋은데요?”


하나를 더 집어 먹어 세 개를 뱃속으로 소화시킨 삼공주는 계란찜을 떠먹고는 빙그레 웃었다.


“숨겨진 맛을 말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그저 맛있었다면 행복할 뿐입니다.”


묘한 파란이 일며 헤리오스가 마련한 저녁식사가 끝이났다. 물론 헤리오스에게 삼공주가 따로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 했음은 물론이었고 말이다.


* * *


방으로 돌아오는 헤리오스는 전생의 약혼녀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사실 나는 닭발을 잘 못먹었지만... 나 죽고 잘 살았을까? 참 좋아했는데...”


그 여자의 닭발을 좋아했는지 그 여자를 헤리오스가 좋아했는지 알 수 없는 여운이 있는 말을 중얼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키사가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며 헤리오스가 시킨 일을 하고 있었다.


“음... 많이 부드러워졌네?”


그런데 방에는 허락받지 않은 사람... 아니 남자가 송구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방 주인의 눈치를 보고 있다.


“너는... 누구지?”


매서운 헤리오스의 눈빛.


“아...! 공자님. 영지에서 여기까지 함께 호위해 온 제이크입니다.”

“음... 그런 사람이 있기는 했었지...”

“저... 했었지가 아니라 아직 저는 공자님의 호위입니다만...”


자신이 영지의 후계자에게 아직도 미움을 받는다는 생각에 시무룩해진 제이크의 고개가 땅으로 떨궈졌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저...그게...”


제이크와 헤리오스의 말에도 오직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키사.

키사는 검을 빼들고 천천히 알 수 없는 춤같은 것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검은 원래 키사의 검이 아닌 쇠몽둥이 같은 두꺼운 검이라 부르기 민망한 것을 들고 움직이는데 그 움직임은 마치 하늘의 구름이 흘러가듯 아주 느리고 그리고 끊김이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키사를 힐끔 본 제이크가 말했다.


“사실 낮에 키사와 한번 대련을 했습니다.”

“호오...”

“그런데...”

“그런데...?”

“제가 완벽하게 졌습니다. 저도 강해지고 싶습니다.”

“흐음...”


여전히 탐탁치 않게 쳐다보는 헤리오스.


“하지만 키사는 전혀 말해주지 않고 저렇게 춤만 추고 있고...”

“음...”


말을 마친 제이크가 슬쩍 헤리오스를 봤지만 표정의 변화 없이 자신을 올려보고 있다. 작은 키의 헤리오스지만 이상하게도 기세는 제이크가 눌리고 있다.


“강해지고 싶으면 나가서 열심히 수련하도록 해.”

“저도 키사처럼...”


제이크가 헤리오스에게 좀 더 조르려는데 냉정하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넌 안돼. 키사는 나의 사람이다. 하지만 넌 아니지.”

“네? 저 역시 벨로시아의 기사로...”

“넌 벨로시아의 기사이지 내 기사가 아니다. 그러니 나가 보도록.”


제이크는 헤리오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같이 영지에서 출발하였고, 또한 영지를 지킨다. 지금은 후계자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중이고 말이다.

어릴 때부터 쉬지않고 검을 휘두르고 오크와 싸우면서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낮에 잠시 붙은 시비로 대련을 했고, 정말 신나게 얻어 맞았다.

키사가 헤리오스에게 지도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지 않았지만 결국 헤리오스의 방에 들어와 키사가 추는 춤을 보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헤리오스에게 부탁했다. 자신이 강해진다면 영지도 강해지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안된다는 거지?

아니면 헤리오스 공자에게 기사의 서약을 해야 하는 건가? 그런건가?


“저...저도 공자님께 기사의 서약을...”

“비인부전(非人不傳)!”

“네?”

“넌 멀었다. 빨리 나가! 키사 봐줘야 하니까. 훠이! 훠이!”


마치 닭 쫓듯이 제이크를 쫓아내고 돌아보니 키사가 알려준 초식을 끝내고 헤리오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영지니까 이렇게 쫓았지... 다른 곳이었으면 난리였을거야.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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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쥐불놀이 +4 21.07.07 8,336 130 15쪽
57 이제 낚시를 해야지 +4 21.07.06 8,397 128 12쪽
56 적에게 공포를 +7 21.07.05 8,466 132 12쪽
55 전쟁은 병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4 21.07.04 8,752 134 13쪽
54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3 21.07.03 8,716 141 11쪽
53 동맹을 맺자 +3 21.07.03 8,789 131 12쪽
52 모의 전투 훈련이라고 들어보았나 +4 21.07.01 8,993 142 9쪽
51 도착 +3 21.06.30 8,931 138 10쪽
50 우리 갈 길이 멀지 않나요 +6 21.06.29 8,979 135 12쪽
49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마 +6 21.06.28 9,091 149 10쪽
48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4 21.06.27 9,459 139 13쪽
47 용돈을 버는 겁니다 +5 21.06.26 9,579 150 10쪽
46 취향차이 +7 21.06.26 9,588 146 11쪽
45 인정할 수 없다면 지금 나서라 +5 21.06.24 9,553 147 11쪽
44 확인 +6 21.06.23 9,611 140 10쪽
43 놀이는 이제 끝이군 +5 21.06.22 9,773 145 9쪽
42 그곳에 다녀오실 용기가 있으십니까 +9 21.06.21 10,153 145 12쪽
41 다음 생에 만나면요 +7 21.06.20 10,539 147 12쪽
40 말은 그냥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8 21.06.19 10,554 148 9쪽
39 왕께서 하신 말씀이니까요 +8 21.06.19 10,800 144 9쪽
38 더 잘 살게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6 21.06.18 11,018 158 11쪽
37 왕이시니까요 +6 21.06.16 11,220 169 10쪽
36 좀 멋지셨습니다 +8 21.06.15 11,402 158 10쪽
35 내가 실수를 했어 +6 21.06.14 11,848 161 9쪽
34 안전장치 +7 21.06.13 12,045 176 9쪽
» 비인부전 +5 21.06.12 12,109 191 9쪽
32 네 다리를 올릴까 +8 21.06.11 11,941 206 9쪽
31 개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10 21.06.10 12,249 182 13쪽
30 즐거우셨다니 기쁩니다 +4 21.06.09 12,647 18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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