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고백
나는 선생님께 블로그 관리와 적고 있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정리를 해 나아갔다.
선생님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노트를 보며 적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씀 하셨지만 아무래도 내가 글을 쓴다면 선생님의 이 길고도 험난한 일들에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지 않을까 싶어 선생님의 의견을 계속해서 물어가며 정리했다.
그 때 금순씨와 금순씨 딸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이제서야 분위기가 조금은 풀린 우리 둘을 보며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시간이 많이 늦어 집에 가야 했기에 짐을 챙기며 말했다.
“금순씨 오늘 불러주고 항상 챙겨주어서 감사해요 선생님도 너무 무리하시지 말고 제가 글 정리해서 다시 또 찾아 뵐게요 내일은 제가 할 일이 조금 있어서요”
금순씨는 어차피 자기도 곧 가봐야 한다며 짐을 챙겼고 나는 금순씨와 같이 대문을 나섰다.
항상 배웅을 해주던 선생님은 이제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 웃으며 배웅하셨고 나는 그 모습조차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다.
“아버지랑 싸우신 건 아니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넌지시 묻는 금순씨였다.
“에이 싸우다니요 제가 일방적으로 잘못하면 잘못 했죠 전혀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글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고 선생님이 노트도 선물 해주어서 이걸 토대로 글을 쓰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일은 어디 가요?”
“음.. 사실 제가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고백을 해야 어디 안 도망갈 것 같아서 용기 내서 고백하려고요”
“오 희수씨 되게 멋지다 꼭 고백 성공하길 바랄게요!”
그렇게 금순씨는 택시를 타고 사라졌고 나는 천천히 밤길을 거닐며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의 고민 때문에 내일 해야 할 일에 대해 전혀 계획을 짜지 못했지만 고백이란 건 사랑이란 건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그냥 틀에 갇혀있지 말고 하는 것이니 더 생각하진 않으려고 한다.
다음날-
나는 잘 입지도 않는 여성스러운 옷을 차려 입고 상준이를 만나러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다.
상준이는 저 멀리 서서 항상 그랬듯 나를 쳐다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고 나는 반갑게 웃으며 상준에게 다가갔다.
“전역 축하해”
“으..응 누나 오늘 왜 이렇게 꾸몄대? 어디 갔다 왔어?”
“음..그런 건 아니고.. 근데 너 할 이야기 있다는 거 뭐야?”
나는 상준이 하려 던 말이 마음에 걸려서 제대로 고백도 못 할 까봐 일단 들어 나 보기로 했다.
“여기 서서 전역하자마자 바로 말하라는 거야?”
“아니 뭐.. 그럼 카페라도 갈까?”
“그래”
상준은 카페에 앉아 연신 헛기침만 해댔고 내 머릿속엔 고백에 대한 플랜을 짜고 있느라 그런 상준에 모습이 별로 거슬리진 않았다.
“누나”
“누나?”
“누나!!”
“응?”
“아니 뭘 그렇게 생각을 해 내가 말하려 던 건 음..누나를 좋아한다는 거야”
“그건 맨날 네가 나한테 했던 말이잖아”
“응 근데 이젠 누나가 내가 정말 남자로 안 보이고 연애는 절대 절대 싫다 라고 하면 그만 두겠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말한 거야”
“음.. 그렇구나 곤란하네”
상준은 벌써 내게 거절이라도 당한 듯 울상을 지었지만 나는 상준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도 너 좋아해 비록 애 같긴 해도 네 옆에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아”
“정말?? 정말이지??”
신나서 방방 뛰는 상준이를 말리느라 애를 먹었지만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이 굉장히 낮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그 확률이 낮은 이유는 타이밍일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생은 타이밍이고 사랑도 타이밍이다.
언제 어떻게 나타나느냐 언제 어떻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많은 것에 결과가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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