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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희 서재입니다.

나뵈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작가희
그림/삽화
작가 희
작품등록일 :
2021.05.27 15:50
최근연재일 :
2021.08.25 17:07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93
추천수 :
67
글자수 :
89,633

작성
21.06.03 18:04
조회
12
추천
2
글자
4쪽

4. 가까울수록 무뎌져

DUMMY

나는 선생님께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내게 물었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 몇 년 전이든 불과 한 달 전 일이든 자네도 후회 했던 것이 있다면 말해 보겠나?”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선생님은 가만히 앉아 내 이야기를 들으려 나를 응시하고 계셨다.


머릿속엔 무수하게 많은 후회들이 스쳐갔지만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 이야기를 제대로 꺼내 본 적이 없어 주저했다.


“내가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한 것 같소.. 내가 10살 무렵 아내가 그렇게 되는 꿈을 꾸고 나는 다짐했지..절대 내 어머니 아버지에게 못되게 굴지 않을 거라고 말이지요..허허”


“선생님은 어린 나이셨는데도 효심이 아주 깊으셨나 보네요?”


선생님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셨다.


“10대 끝자락에 내가 했던 그 다짐이 결국 무너졌었지요.. 자네는 학생 때 후회 할 만한 일이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천천히 생각 하다가 대답했다.


“공부를 제대로 안 한 것..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닌 것···사실 철이 없었던 때 인지라 그 후회가 크게 와 닿거나 죄책감이 들지는 않네요..”


선생님은 허허 웃으시고는 내 솔직함에 조금은 놀라신 듯 보였다.


“맞지요.. 철이 없었다..또는 어렸으니까..라는 말이 먹히는 때가 있기는 하지요..

근데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그 철 없던 시절에 내 잘못이 내 가슴을 후벼 파더군..”


나는 선생님 이야기에 집중을 하려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우리 집은 아주 많이 가난 했었소,, 근데 난 그때에 가난이 그리 크게 와 닿지는 않았지.. 동네 친구들 집이 죄다 못 살았으니 다 그런 줄 알고 산 게지요..내가 제일 부러웠던 건 돈도 반짝 거리는 장난감도 아니었거든.. 통닭 한 마리 사와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서 웃고 떠들고,, 그게 그렇게 부럽더군..”


나는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


“어렵지 않지.. 근데 아버지란 이름 석 자가 많이 무거웠는지 내 아버지는 항상 일에 바쁘셨고 일이 끝나 아버지가 술 한잔 걸치고 들어오시는 날이면 어머니를 막 패기도 하고 그러셨지.. 돈 이야기는 계속하지 일은 안 풀리지 자식 새끼는 대들기나 하지.. 이제는 이해가 가지만 그땐 그게 그렇게 내게 고통스러웠지요..”


나는 그래도 아버님이 나쁜 거라며 선생님을 두둔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선생님 이야기를 마저 들었다.


“어느 날엔 또 술을 자시고 들어왔길래 꼴도 보기 싫어 나가려고 하니 나보고 이리 오라고 하더군.. 나는 이미 아버지가 술이 취하면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패턴을 다 알고 있었으니 무시하고 나가려 했지.. 그랬더니 아버지는 너 까지 날 무시 하냐며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온갖 욕을 다 퍼부으셨는데 거기서 참지 못하고 내가 욱한 거지요..”


“선생님도 많이 참으셨던 거잖아요..”


“내가 욱하는 마음에 돈도 없고 술 먹고 욕까지 하냐면서 내가 돈 벌어도 아버지보단 훨씬 잘 벌 거라고..능력이 없으면 아버지 노릇이라도 하라고 그리 말했지요 내가..”


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시고는 말씀하셨다.


“내가 그 말을 하니 아무 말씀도 없이 울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시더라고.. 우리는 남들에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예의나 배려 이런 건 배우면서 좋은 아버지가 되는 법, 좋은 어머니가 되는 법,, 좋은 자식이 되는 법은 잘 못 배우지 않나..내 아버지가 잘못하기도 했지만 내 아버지도 서툴고 못 배워 그런 것 이란 걸 이제 알 것 같네..”


나는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는 말 인지라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쳐다보고는 한 마디를 더 덧붙이셨다.



“사람은 가까울수록 무뎌져.. 그게 인간이 하는 제일 무서운 실수 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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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가까울수록 무뎌져 21.06.03 13 2 4쪽
4 3. 내가 그렇게 무심했어 +1 21.06.02 78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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