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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희 서재입니다.

나뵈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작가희
그림/삽화
작가 희
작품등록일 :
2021.05.27 15:50
최근연재일 :
2021.08.25 17:07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97
추천수 :
67
글자수 :
89,633

작성
21.06.29 16:13
조회
7
추천
1
글자
4쪽

21. 알아가는 것

DUMMY

그렇게나 대단하고 커 보이던 어른이 나와 비슷하게 아니 나와 너무 나도 똑같이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 언제나 지금보다 더 나아지겠거니 더 행복해지겠거니 하며 미래에 희망을 건다.


과거의 내가 고생한 것에 합리화를 하며 장담할 수도 없는 미래에 투자를 한다.


결국 어른도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게 되었을 땐 똑같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나는 너무 나도 놀라 선생님을 쳐다보고 한참을 차들이 무섭게 지나가는 도로에 서있었다.


선생님은 몇 분이나 지났을까 한참 동안 나를 보지 못한 채 울기만 하셨다.


원래 나 같은 이기적인 인간은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인간을 보며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하고 실제로 그것이 위로가 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무언가 다르다.


나는 선생님께 다가가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고 말했다.


“안 좋은 일이 있으셨나요?”


선생님은 화들짝 놀라며 앉은 채로 위를 올려다 보셨고 나인 것을 확인하며 안도하시다가 당황하시다가 여러 가지 표정을 지었다.


분명 내 몰골도 눈물 범벅이 되어 정상적이지는 않을 테니 나는 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앉아서 혼자 울면 너무 청승 맞잖아요 저랑 술 한잔 하실래요 선생님?”



선생님과 나는 이번에 새로 생긴 포장마차에 갔다.


선생님은 감정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셨는지 내 눈치를 보셨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했다.


“선생님 뭐 드실래요?”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안주와 술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언니에게 다녀오고 나서 선생님과 얼마 되지 않아 술을 또 마신다.


선생님과 나는 3잔을 연달아 비울 때 까지 서로를 쳐다보지도 서로에게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시원한 우동 국물을 드신 뒤 선생님은 내게 말했다.


“사실 자네 말을 듣고 나는 스스로 양심에 가책이란 걸 느껴서 도망치다시피 집으로 갔다네 자네 보기도 창피하고 다 늙어서 무슨 주책인가 싶기도 해서 연락하지 못했다네 근데 맞네.. 난 내 딸 아이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주었어”


나는 술 한 모금을 들이키고 인상을 찡그린 뒤 대답했다.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일지 아닐지 저는 잘 몰라요 저는 아직 26살이고 선생님보다 어리지요.. 근데 그냥 딸에 입장에서 말씀 드려보고 싶었어요 저도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거든요 매일매일 맞았고 매일이 폭언의 연속이었죠”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계속 경청하였다.


“남들은 사랑으로 때리는 거다 어른들도 화가 나면 잘못된 방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하며 다들 그 어린 나이에 저에게 납득을 시키려고 하는데 저는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왜 이 어린 내가 왜 보호 받아야 마땅한 내가 왜..왜..? 의문이 계속 들더라고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가까이서 저를 깔아뭉개면 그거 진짜 힘들거든요 그래서 선생님께 화가 나기도 했어요 미운 우리 아버지가 생각나서요”


“미안하네.. 나도 자네 말을 듣고 많이 생각하고 딸 아이를 찾아갔는데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더군.. 그렇게 3시간이 넘게 문 앞에 있으니 나이 든 노인네 걱정이 되기는 했는지 계속 집 앞에 있으면 두 번 다시 못 찾는 곳으로 가버릴 거라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길래 그냥 왔지..”



우리는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지고 만나 제각기 다른 형태로 이야기한다.


남에게 부모님 이야기를 하지 않던 내가 서서히 내 이야기를 말하게 되고 늘 점잖게만 보이고 밝게만 보이려고 했던 선생님이 철저하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이가 많다고 또는 나이가 어리다고 모든것에 맞추어 살아갈 필요가 없다.


가끔은 철이 없어지기도 하고 가끔은 다 늙은 노인처럼 죽어가는 소리도 하며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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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 미안함을 전달하는 방법 21.07.06 7 1 3쪽
24 23. 필사적이었지 21.07.05 9 1 5쪽
23 22. 자각 21.07.02 8 1 3쪽
» 21. 알아가는 것 21.06.29 8 1 4쪽
21 20. 시간이 흘러도 용서 받을 수 없는 것이 있지 21.06.28 9 1 4쪽
20 19. 가장 그럴싸한 핑계 21.06.25 8 1 4쪽
19 18. 그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어 21.06.24 9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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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내가 그렇게 무심했어 +1 21.06.02 78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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