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의 이야기
꽤 오랫동안 혼자 자취를 하고 최근 들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휴식 시간이 없었기에
오늘은 선생님께 일이 있다고 말한 뒤 친 할머니 댁에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며 할머니 손에 자랐기에 나에게 할머니는 엄마 같은 존재였다.
사실 전철을 타고 몇 정거장이 지나면 쉽게 찾아 뵐 수 있는 거리이지만 글을 핑계로 찾아 뵙지 못한 것에 새삼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전철에서 내려 출구로 나오니 낡은 동네가 눈에 보였고 같은 서울이지만 공기와 냄새가 다른 곳에 여행 온 듯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허벅지가 끊어질 듯 굽이굽이 높은 언덕 길을 열심히 오르다 보면 초록색 낡은 대문이 보이는데 이곳이 우리 할머니 댁이다.
끼익-
낡은 대문 답게 문 여는 소리가 요란스러웠고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버선 발로 반갑게 달려 나와 나를 맞이해주었다.
“오는 길은 안 힘들었어? 배고프진 않고?”
할머니는 내 양쪽 볼이 닳도록 쓰다듬으시며 말씀하셨고 갑자기 마음속에 뭔지 모를 울컥함이 차 올랐다.
‘좀 더 빨리 올 걸’ 하는 후회 같은 감정이었을까 미안함이었을까 여하튼 그런 감정들이 같이 밀려 왔다..
“할머니 손녀딸 요새 돈 좀 버니까 우리 나가서 밥 먹자”
연세가 벌써 70 중반을 달리시는 우리 할머니가 이 높은 언덕 끝자락에 살며 왔다 갔다 하기 불편할 것도 그렇고 한 번도 제대로 된 효도라고 해본 적이 없었기에 어디라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는 됐다고 손사래 치며 거절 하셨지만 나는 택시를 불렀다.
할머니는 오랜만에 외출이 설레었는지 자식들이 비싼 돈 주고 사주었다며 장농에 고이 모셔둔 옷도 입으셨다.
그때였다.
징-징
벌써 택시가 도착했나? 하고 핸드폰을 꺼내어보니 선생님이었다.
“네 선생님”
[아침에 있다고 하던 일은 잘 마무리 했나?..아 혹시..내가 방해했나? 아침에 일 보러 간다 길래 다녀왔을 줄 알고..이거 미안하게 됐네]
평소 답지 않은 선생님에 당황스러워하는 말투를 들으니 무언가 선생님께 일이 생겼을 거라 판단하여 나는 그냥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아니에요 선생님, 저녁 드셨어요? 저 할머니 모시고 저녁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요!”
여태껏 나는 내 가정사던 내 이야기던 선생님께 꺼낸 적이 없다.
오늘도 일이 있다며 대충 둘러댔기에 선생님은 의아했을 수도 있겠다.
[내가 낄 자리가 아니지 않나..괜찮겠나? 저녁은 내가 근사한 곳에서 대접하겠소]
그렇게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내 가족을 누군가 에게 처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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