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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희 서재입니다.

나뵈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작가희
그림/삽화
작가 희
작품등록일 :
2021.05.27 15:50
최근연재일 :
2021.08.25 17:07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91
추천수 :
67
글자수 :
89,633

작성
21.06.22 16:33
조회
7
추천
1
글자
4쪽

16. 패기 넘치던 서른

DUMMY

그렇게 한동안 우리 셋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기를 굽는 선생님을 바라보았다가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았다가 하며 정적의 시간을 보냈다.


지글지글 맛있는 고기가 다 구워져 갈 무렵 선생님은 말했다.


“이제 곧 자네들도 서른이 될 것이니 내가 내 이야기 하나 해줘도 되겠나?”


언니는 호들갑을 떨며 얼른 해주시길 바라는 듯 앙탈을 부렸고 나는 그런 언니가 귀여웠다.


“내 나이 서른 초반 나는 정말 패기가 넘쳤다네 보통은 20대 초 10대 초가 가장 혈기 왕성 하고 패기가 넘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데 30대는 이제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 라는 생각에 내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지”


“이 불처럼요?”


언니가 선생님 이야기에 장난을 치며 말했다.


선생님은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한참을 웃다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지요 그렇지..허허 참.. 나는 사실 그 때 내 아내를 처음 만났소.. 그 전엔 스쳐 지나간 많은 여인들이 있었지요..이래 봬도 이 늙은이 인기가 조금 많았네..허허 허허”


평소와 다르게 여행을 와서 그런지 조금씩 농담을 하며 이야기를 하시는 선생님을 보고 있자니 나도 마음이 따뜻하고 오히려 이야기가 더 잘 들려왔다.


“열정이 넘치던 때라 사랑도 정말 열정적으로 했지요 그렇지만 나는.. 사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었기에 항상 조심을 하고 어느 정도 선을 그으며 내 아내를 대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애가 들어섭디다..”


누구보다 공감이 갈 법한 언니가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듣다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막상 아이를 가졌다고 하니 고민이 너무나도 많이 생기더군.. 물론 생명은 소중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는 상태였고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엔 굉장히 많은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 그렇지만 그 당시 내 아내가 울면서 한 말을 듣고 나는 결혼을 결심했네”


“무슨..말 이였나요?”


내가 조심스럽게 여쭈어보았다.


“난 아이 키우는 법도 모르고 돈도 없지만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당신 인생 중요한 거 잘 아니까 방해하지 않겠다고.. 그리 말했소.. 참.. 어리석고 무모하고 바보 같은 여자인데 난 그 말이 왜 그렇게 슬프게 들렸는지 모르겠어··· 내 아내는 정말 그 말대로 내 인생에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해 정말 군소리 없이 서운한 티도 내지 않고 묵묵히 아이를 키웠네”


“그래도 선생님은 아이와 아내 분을 놓지 않고 끝까지 같이 가셨네요 부러워요 제 입장에선..”


선생님은 고기를 언니 접시에 올려주며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말하셨다.


“자랑을 하려고 말한 게 아닐세 내가 아내와 아이를 놓지 않은 것도 있지만 내 아내도 나와 아이를 놓지 않은 것이지.. 자네가 대단하다고 말해주려고 했소.. 30대에 나도 어렸지만 20대에 자네는 더 어리지 않았나..”


“선생님 너무 감사 드려요.. 희수가 복 받은 것 같네요.. ”


“허허 저야말로 많은 생각이 드는 여행이군요.. 이제 우리 술 한 잔 합시다!”


다들 가슴 시린 사연 하나는, 돌이키고 싶은 실수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그것을 돌이 킬 수도 막아낼 수도 없겠지만 과거에 내 실수와 상처는 미래의 내가 갚아 나가는 것 아닐까 한다.


우리는 모두들 서툴고 상처투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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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 작은 고추가 맵다 21.08.12 6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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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7. 날 위해 그 무엇도 하지 말아라 21.08.10 4 1 4쪽
47 46. 번호 좀 주세요 21.08.09 6 1 5쪽
46 45. 고백 21.08.06 4 1 4쪽
45 44. 모든 것을 끝내는 법 21.08.04 7 1 4쪽
44 43. 기일 21.08.03 10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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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 아이처럼 21.07.30 8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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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 연애도 돈이 있어야 하지 21.07.28 9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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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묻고 싶었다 21.07.22 8 1 3쪽
35 34. 영혼의 무게 21.07.21 8 1 5쪽
34 33. 난생처음 21.07.20 9 1 4쪽
33 32. 낙원 21.07.19 8 1 4쪽
32 31. 눈동자는 거짓말에 서툴러서 21.07.15 8 1 4쪽
31 30. 희비 21.07.14 9 1 3쪽
30 29. 가지고 있으면 빼앗기거나 자제력을 잃거나 21.07.13 8 1 5쪽
29 28. 제안 21.07.12 9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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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오늘만 21.07.08 8 1 5쪽
26 25. 용서 21.07.07 8 1 4쪽
25 24. 미안함을 전달하는 방법 21.07.06 7 1 3쪽
24 23. 필사적이었지 21.07.05 9 1 5쪽
23 22. 자각 21.07.02 8 1 3쪽
22 21. 알아가는 것 21.06.29 7 1 4쪽
21 20. 시간이 흘러도 용서 받을 수 없는 것이 있지 21.06.28 9 1 4쪽
20 19. 가장 그럴싸한 핑계 21.06.25 8 1 4쪽
19 18. 그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어 21.06.24 9 1 4쪽
18 17. 갑작스럽게 21.06.23 8 1 3쪽
» 16. 패기 넘치던 서른 21.06.22 8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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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그렇게 열심히 살면 쉴 틈이 있을 줄 알았지 +1 21.06.15 10 1 5쪽
11 10. 미워 죽겠다면 어찌 용서합니까? 21.06.14 11 1 3쪽
10 9. 더 많이 이야기 할 걸 +1 21.06.11 12 2 4쪽
9 8.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 21.06.10 14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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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 나의 이야기 21.06.08 11 2 3쪽
6 5. 내가 제일 쓰리고 아픈 것은 21.06.07 13 2 4쪽
5 4. 가까울수록 무뎌져 21.06.03 12 2 4쪽
4 3. 내가 그렇게 무심했어 +1 21.06.02 78 2 4쪽
3 2. 죽는다는 것 21.06.01 27 3 3쪽
2 1. 그는 웃지 않았소 21.05.28 24 3 4쪽
1 프롤로그 21.05.27 42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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