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잘 부탁합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지팡이를 지탱하며 서 있는 선생님이 보였다.
할머니는 먼저 악수를 청하며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고 나는 그 두 분이 마주하고 있는 이 상황이 어색하여 먼 발치에서 지켜보았다.
선생님은 할머님이 무엇을 좋아할지 모르겠다며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정식 집을 예약하셨다고 했다.
건물은 한옥 느낌으로 굉장히 멋있었는데 내부로 들어가 보니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는 따로 마련 된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어색하진 않을까 하며 걱정했던 내 우려와는 달리 두 분은 끊임없이 담소를 주고 받고 있었다.
“우리 희수 좀 잘 부탁 드립니다 얘가 글 쓴다고 할 때 저는 너무 걱정이 됐어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가는 길이 험하잖아요..”
“할머니! 선생님께 부담 주지 마!”
내가 할머니를 톡 건들며 살짝 언성을 높이자 할머니는 민망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지었고 선생님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이 친구 글 잘 쓰니까 걱정 마세요, 열정적이고 포부가 있는 친구 같더군요 저는 이 친구한테 날개를 달아 줄 누군가가 있다면 훨훨 날라 다닐 거라 생각이 듭디다..”
할머니는 내 손위에 손을 살포시 포개며 나를 쳐다보고 어린아이처럼 싱긋 웃으셨다.
그렇게 잠깐에 정적이 흐른 뒤 직원이 노크를 한 뒤 여러 가지 반찬을 담아와 하나하나 놔주었다.
“아따 무슨 반찬이 이리 많대요? 이거 비싼 집 아녀? 야 희수야 이거 너 돈도 없는데 괜히 온 거 아니냐?”
할머니의 걱정스러운 말씀에 이런 곳 한 번 모시고 오지 못한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쪽 팔리고 동시에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곤란해 하는 나를 본 선생님이 할머니 말에 대신 대답하였다.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내 새끼 내 손주들 돈 쓰면 그게 그렇게 아깝고 그렇지요..
근데 할머니 이건 희수가 글도 너무 잘 쓰고 고마워서 내가 사는 거니 걱정 말고 드세요”
그렇게 여러 가지 음식들이 줄 지어 들어오고 할머니는 정말 맛있게 드셨다.
그 모습을 보자니 부모가 자식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이해가 조금 갔다.
“희수는 어릴 적 어땠나요?”
선생님이 차를 한 모금 드시고는 할머니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렸을 땐 지 엄마 죽고 내가 맡아서 키웠지요 지 애비는 돈 버느라 바빴고 엄마 품이 얼마나 그리웠겠수.. 늘 나한테는 아픈 손가락이었지요..”
선생님은 처음 듣는 내 이야기에 많이 놀라신 듯 보여졌고 내 의사와는 달리 끊임없이 말하시는 할머니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할머니께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셨다.
“늙은 할미 밑에서 자라니 지 또래 애들한테 놀림도 많이 당하고 무시도 많이 당했을 텐데 이 멍청한 게 철이 너무 일찍 들어 혼자서 꾹꾹 참으며 어느 날엔 방안에서 울고 있더군요.. 그렇게 속이 깊은 아이에요 우리 희수가..”
나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으면 내가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모든 부분들을 할머니께서 말하실까 두려워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선생님은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배웅 해주셨고 택시를 타기 전 우리 할머니는 목이 빠져라 허리가 끊어져라 고개를 숙이며 연신 같은 말을 선생님께 외치셨다.
“잘 부탁합니다 우리 희수 정말 잘 부탁합니다”
선생님에 표정은 나만 보았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