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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희 서재입니다.

나뵈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작가희
그림/삽화
작가 희
작품등록일 :
2021.05.27 15:50
최근연재일 :
2021.08.25 17:07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95
추천수 :
67
글자수 :
89,633

작성
21.07.23 17:02
조회
11
추천
1
글자
5쪽

36. 꼭 용서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

DUMMY

금순과 나는 병원을 빠져 나와 병원 근처 돈까스 집으로 향했다.


점심 때를 놓쳐서 그런지 한적했고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순은 내 앞에 수저를 놔주었고 나는 금순을 빤히 쳐다보았다.


많지는 않은 나이이지만 그래도 금순은 고운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내 시선을 느낀 건지 금순은 말했다.


“뭐..하실 말씀이라도..”


“아아 그게 아니라 너무 미인이셔서 쳐다봤어요”


금순은 발그레 해진 볼을 만지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떨궜다.


“저기.. 사실 여쭤보고 싶었던 게 있어서요 오해하지 마시고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오해하지 말라는 이 말 자체가 오해를 사게 만드는 것이지만요..”


“네네 편하게 말하셔도 돼요”


“사실 선생님과 자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도 들으며 글로 쓰다 보니 금순씨와 선생님과의 과거 상황도 선생님께서 이야기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대략

적인 상황은 알고 있어요 알지도 못하는 남인데 가정사를 알고 있다고 하기가 조금 그래서 머뭇거린 거였거든요..”


금순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경청했다.


“사실 저도 아버지와 사이가 굉장히 좋지 않고 제 사정보다 금순씨가 훨씬 더 힘드셨을 것 같긴 하지만 어떻게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서요”


그 때 주문한 돈까스가 나왔고 금순은 내 앞에 접시를 놔주며 대답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일단 먹고 이야기할까요? 어차피 점심 시간도 아니라서 천천히 나가도 상관 없을 것 같아서요”


“네!”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 금순은 입가를 닦은 뒤 나에게 말했다.


“나는 사실 아버지를 용서하진 못했어요 용서하지 못한 채로 그냥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용서하지 못하면 어떻게 얼굴을 보고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대화할 수 있는 거에요?”


“사실 용서라는 것도 말이 용서이지 제대로 마음에 있는 응어리를 다 털어내고 용서한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요? 다 그냥 왜 그랬는지 한 가지라도 이해가 가면 그럴 수 있지 하고 합리화 하는 것 같아요 저는.”


“합리화요?”


“그 상황이 그 행동이 밉고 화나지만 용서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죠 가족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세상 누구보다 밉다가 그래도 불쌍하고 안쓰럽고 서글퍼지는 거”


나는 전부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금순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회피하던 감정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느낌이었다.


후련했다.


“그럼 제가 먼저 용서할게요 라고 다가가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사과하세요 하고 말하는 게 좋을까요?”


금순은 큰 소리를 내며 내 말에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아..죄송해요 너무 귀여운 발상이어서요 너무 로봇 같기도 하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전화 걸어서 저녁에 술 한잔 합시다 하면 저절로 풀리는 거에요 풀자는 뜻이고요”


“그렇게 흐지부지 되면 제대로 안 풀릴 수도 있잖아요”


“어떤 감정은 너무 깊이 깊이 들어가다 보면 더 다치고 더 아프기 마련이거든요 상처를 준 사람이 나와 가까웠던 사람이라면 그 사람도 나보단 아니지만 나만큼 아파할 거에요”


금순은 정말 똑 부러지고 멋있는 여자 같았다.


말을 할 때 희미하게 미소 짓는 그 표정조차도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든다면 금순 같은 여자가 되고 싶었다.


금순은 돈까스 집을 빠져 나와 내 두 손을 꼭 맞잡으며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갔다.


“근데 학생 이름도 모르고 떠들었네 이름이 뭐에요?”


“저는..안희수요”


“희수씨 난 아버지랑 다시 대화하게 되어서 나중에 후회하진 않을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해요 희수씨 마음도 가벼워지길 내가 응원할게요”


그렇다.


어떠한 감정은 용서라는 감정으로 대체 하기가 힘들기도 하다.


금순의 말처럼 용서가 아니더라도 그 수 많은 핑계 같은 것들 중에 한 가지라도 납득이 가고 이해가 간다면 그것 만으로도 끊어졌던 사이는 붙기도 한다.


나는 병실로 들어가기 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너무 놀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으며 나는 말했다.


“술 한잔 하시죠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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