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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니크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청월
작품등록일 :
2023.02.15 21:18
최근연재일 :
2024.04.24 19:00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26,335
추천수 :
1,329
글자수 :
1,746,497

작성
23.04.24 19:00
조회
71
추천
5
글자
11쪽

2부 60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3) [完]

DUMMY

[2부: 아틀라스 편]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3)] [完]



[우연이었지. 네가 힘을 이어받은 것은 순전한 우연이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우연으로부터 시작하지. 그리고 우연이 싹트기 시작했을 때, 그것을 운명이라 부른다.]


"이 모든 게.. 우연이란 말입니까?"


[우연과 운명. 원인과 결과. 그것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



흘려듣는다면 그저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최선은 아득한 격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기억하려 애썼다.


단어 하나라도 더 기억하기 위해 애를 쓰고 또 썼다.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있고, 결과가 났기에 원인이 있는 거다. 우연이 생기기에 운명이 탄생하고, 운명이 탄생했기에 우연도 생긴다. 인간의 지혜로는 평생을 가도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나저나 이 짓도 꽤나 힘들군.]



아득한 격이 말하는 '이 짓'이 뭔지는 최선도 알고 있었다.


최선이 숨을 쉬고 말을 할 수 있게 자신의 격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는 일.


정말로 최선은 처음 발이 묶였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해졌다. 물론 상대적인 편안함이지만 말이다.


현재 최선에게는 이 마저도 감지덕지일 뿐이었다.



[기억해라, 가장 견고한 초석이여.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수레바퀴는 결코 막을 수 없다. 세계에 봉인된 모든 신들이 깨어나기 전, 너는 모든 초석을 모아야만 한다.]


"다시 묻겠.. 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했을 텐데. 뭐, 좋다. 말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



화아-


눈앞에 빛이 번쩍여 손을 뻗어 앞을 가렸다.


하지만 빛은 손을 타고 넘어까지 비췄고, 눈을 가려도 눈앞은 빛 때문에 새하얘졌다.


빛에 눈이 멀어가는 와중에 아득한 격의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뚜렷하게 들려왔다.



[기억해라. 내 이름은 '태오'. 네가 찾는 자는 아니지만, 네가 찾아야 할 '현자' 중 하나다.]


"현..!"


[내 봉인이 풀릴 때, 진실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 바라지. 가장 견고한 초석이여.]



이윽고 빛이 전신을 감쌌고, 최선의 정신은 아득한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편, 의약당 상황.



".. 언제까지 퍼질러 잘 거야."



누군가 의약당에 누워있는 최선을 보며 한탄을 하고 있다.



"대체 며칠 째.."



끼익.


또 다른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자연스럽게 최선의 옆에 있는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앉았다.


그러고는 넌지시 반대편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겁니까?"


".. 늘 똑같지.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덩수와 밀츠.


두 사람은 최선이 의식을 잃은 후 하루도 빠짐없이 의약당에 들러 최선의 상태를 보고 있었다.


장로가 본산으로 가 의술에 능통한 자를 수소문한 끝에 상위 랭커 중 한 사람이 최선을 치료하려 했지만, 그가 장로들과 일행들에게 한 말은 모두의 희망을 부숴버리기에 아주 적합했다.


외상은 거의 다 회복이 되었으나, 내상은 상위 랭커의 힘으로도 한 번에 회복시킬 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장로는 굳은 결심을 하고 본산으로 가, 문파 내에서도 극히 일부 제자들만이 하사 받는다는 '영단' 하나를 가져와 최선에게 먹인 뒤 자신이 직접 내력을 불어넣는 강수까지 뒀었다.


하나 외상과 내상만 회복됐을 뿐, 최선의 의식은 당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최선이 깨어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초을현에서 지내게 된 지 어언 30일 정도가 지나갈 무렵.


모두가 기다리던 사내가 마침내 기나긴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난 최선을 발견한 건 베개를 바꿔주려던 멜츠였다.


멜츠는 답지 않게 놀라며 곧장 밀츠에게로 뛰어가 최선이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소식을 전해 들은 밀츠는 다른 이들을 불러 곧장 의약당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간신히 눈을 뜬 채 잘 들리지도 않는 손을 흔들고 있는 최선이 있었다.


최선은 네이처와의 싸움이 끝난 후로부터 무려 34일 만에 기나긴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최선이 잠에서 깨어난 후로부터 다시 20일 뒤.



"자, 잘 배웠.."



털썩.


이로서 초을현에 있는 제자, 총 31명을 모두 대련이라는 명목 하에 곤죽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최선은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미 기절한 제자를 향해 포권을 했다.



"잘 배웠습니다."


"마지막까지 얄짤 없군."


"마지막이니까 더 혹독하게 해야지. 얘들이 이런 수련을 어디 가서 할 수나 있겠어?"



고개를 저은 밀츠는 의약당 앞에 서 있는 장로를 보며 최선에게 물었다.



"곧바로 간다고 했었나."


"그래야지."


"우린 인사를 끝냈으니 혼자 갔다 와."


"그래. 다시 감사하다고 해야지."



최선은 잠에서 깨어난 후 장로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을 전해 들었고, 그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장로는 되려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며 최선에게 거듭 사과를 했다.


최선이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함에도 장로는 고개를 숙여 최선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동시에 전했다.


최선은 장로의 행동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고 있기에 더욱 장로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루이 레이가 최선에게 잘못한 게 있다고 루이 레이가 최선에게 머리를 숙인다?


죽었다 깨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장로는 그 있을 수 없는 일을 몸소 실천해 보였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최선은 일주일 동안 초을현의 제자들을 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하여 죄 없는 제자들만 수련이라는 명목 하에 뚜드려 맞게 된 것이다.


문주는 처음에 이게 맞나 싶었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날수록 제자들의 맷집과 투기, 마력이 좋아지는 걸 직접 확인하고 난 후부터는 남은 시간 동안 최선에게 수련에 관한 모든 일들을 일임하였다.


그 결과로 죽어나간 건 초을현의 제자들이지만 말이다.


초남의 제자들은 본산의 급한 부름에 최선이 깨어나기 9일 전에 본산으로 돌아갔다.


권호승은 돌아가기 전, 최선에게 연통 하나를 남겼고, 내용은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등등 작별을 고하는 말들이 적혀 있었다.


최선은 권호승이 잠시 생각나 아공간에 넣어뒀던 편지를 다시 꺼내 읽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쓰여있는 글을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최 소협, 당신은 제 목표입니다. 비록 백상고지에서.. 못난 모습으로 도망쳤지만, 앞으로 저는 더 강해져 최 소협 옆에 설 수 있을 만한 인물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정말 감사했고, 즐거웠습니다. 부디 몸성히 일어나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더 높은 곳.


최선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장로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여 오늘을 끝으로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마음의 정리를 끝낸 이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이별이 눈앞에 닥치니 정리가 무슨 소용이었나 싶군."



장로의 눈에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입 발린 말이 아니라는 걸 아는 최선은 고개를 저었다.



"장로님께서는 지금의 이별을 아쉬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대련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결국 웃음을 터트린 장로는 최선에게 손을 내밀며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



"자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은혜를 입었어. 다시 한번 초남을 대표해 감사를 전하네."


"이젠 감사를 안 받으면 안 될 것 같네요. 다음에 뵐 때, 한수 꼭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장로님, 문주님."



옆에 있던 덩수도 장로와 문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문주가 머쓱해하며 최선에게 말했다.



"비록 내 자네에게 모진 말들도 많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알아주게. 내 다시 한번 사과하지."


"괜찮습니다 문주님. 문주님께서 제자를 아끼는 마음에 그러신 걸 여기서 모르는 이가 어디있겠습니다. 문주님께서도 나중에 제게 한 수 꼭 부탁드립니다."


"허허. 이 늙은 목숨을 거둬갈 셈인가?"



최선은 싱긋하고 웃어보였다.


밀츠와 멜츠도 두 사람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자 최선은 더 이상 미련 따위는 없다는 듯, 뒤를 돌고는 그대로 초을현을 나섰다.


덩수는 조금 아쉬워 보였지만, 이곳에 계속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최선을 뒤따랐다.



"이제 어디로 갈 거냐, 최선."


"길게 끌 거 있나? 바로 6층으로 가자."


"나는.."



덩수가 머뭇거리며 주저하자 최선이 덩수를 손등으로 툭치며 말했다.



"네이처도 없어졌으니 너도 여기서 썩어 있을 필요 없잖아?"


"하지만 난.."


"네 힘으로 전상궁이 있는 곳까지 가."



덩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꿰뚫어 본 최선은 딱 잘라 단호하게 말했다.



"몇 백 년 동안 소식이 없던 널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가. 그리고 만약 거기서 널 받아주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고 살아. 그건 네가 짊어져야 할 일이니까. 그 누구도 대신 짊어져 줄 수 없어. 오직 네 몫이야."



덩수가 전상궁을 벗어난 지 벌써 3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최선은 그런 덩수를 궁에서 다시 받아줄지 보다는 왜 지금까지 덩수를 찾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솟구쳤다.


'말하면 더 혼란스러워하겠지.'


좋으나 싫으나, 언제가 덩수도 맞이해야만 하는 의문이다.


최선은 그 시기를 앞당기지 않는 것이 덩수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떨군 덩수는 심란한 마음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잠시 뒤, 짧게 정리를 마친 덩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으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것이 내 숙명이라면 따라야겠지."


"제대로 생각하고 정한 거 맞아?"


"폐하를.. 다시 뵙고 싶어 졌어. 그리고.."


"됐어."



최선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둘의 대화를 이해한 밀츠는 조금 우울한 얼굴이었고, 이해하지 못한 멜츠는 밀츠에게 딱 달라붙은 채 동그란 눈으로 덩수와 최선을 번갈아 봤다.


덩수는 당황한 표정으로 최선을 바라보다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네 향후 스토리는 안 궁금해. 난 내 일만으로도 벅차다고."


"그래. 넌 그런 놈이지.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 끝을 흐리며 모두의 얼굴을 두 눈과 뇌에 깊게 새겼다.


넓디넓은 이곳에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한 명 한 명 공을 들여 뇌에 새겨넣었다.


코로 크게 심호흡을 한 덩수는 다시 한 걸음 물러서며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못나고 모자란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맙고, 즐거웠다."


"대장.."


"난 더 이상 네 대장이 아니야 밀츠."



[소속되어있던 '금휘장'이 '대장'의 의지 하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강제로 '무소속'이 되었습니다.]



갑작스레 띄어진 퇴출 통보에 안 그래도 동그랗던 멜츠의 두 눈이 더욱 동그래졌다.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지."


"뭐, 언젠간 볼 수 있지 않겠어?"


"대장.. 아니, 덩수 님. 그동안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나 역시,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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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2부 77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8) 23.05.12 73 5 12쪽
133 2부 76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7) 23.05.11 66 5 12쪽
132 2부 75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6) 23.05.10 66 5 11쪽
131 2부 74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5) 23.05.09 60 5 11쪽
130 2부 73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4) 23.05.08 71 5 12쪽
129 2부 72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3) 23.05.05 67 5 11쪽
128 2부 71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2) 23.05.04 64 5 11쪽
127 2부 70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1) 23.05.04 67 5 12쪽
126 2부 69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9) [完] 23.05.03 63 5 11쪽
125 2부 68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8) 23.05.02 65 5 12쪽
124 2부 67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7) 23.05.01 63 5 11쪽
123 2부 66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6) 23.04.30 64 5 11쪽
122 2부 65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5) 23.04.29 68 5 12쪽
121 2부 64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4) 23.04.28 74 5 12쪽
120 2부 63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3) 23.04.27 79 5 11쪽
119 2부 62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2) 23.04.26 71 5 11쪽
118 2부 61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1) 23.04.25 81 5 11쪽
» 2부 60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3) [完] 23.04.24 72 5 11쪽
116 2부 59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2) 23.04.24 68 5 11쪽
115 2부 58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1) 23.04.23 75 5 11쪽
114 2부 57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0) 23.04.22 65 5 12쪽
113 2부 56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9) 23.04.21 74 5 11쪽
112 2부 55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8) 23.04.20 68 5 11쪽
111 2부 54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7) 23.04.19 68 5 11쪽
110 2부 53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6) 23.04.18 72 5 11쪽
109 2부 52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5) 23.04.17 68 5 11쪽
108 2부 51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4) 23.04.16 80 5 12쪽
107 2부 50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3) 23.04.15 75 5 12쪽
106 2부 49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2) 23.04.14 74 5 11쪽
105 2부 48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 23.04.13 73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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