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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니크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청월
작품등록일 :
2023.02.15 21:18
최근연재일 :
2024.04.24 19:00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26,347
추천수 :
1,329
글자수 :
1,746,497

작성
23.04.15 19:00
조회
75
추천
5
글자
12쪽

2부 50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3)

DUMMY

[2부: 아틀라스 편]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3)]



"'하연!'"


"네!"



문주가 소리치자 문주의 처소 안으로 길게 머리를 늘어트린 여자가 들어와 문주와 장로에게 포권을 했다.



"부르셨습니까 문주님!"


"이들이 묵을 수 있는 방과 음식을 준비하거라. 오늘은 연회다!"


"예!"



호탕하게 대답을 한 하연은 부리나케 처소를 빠져나갔다. 최선을 포함한 일행 모두 얼떨떨한 표정으로 장로와 문주를 바라봤다.


장로는 그 표정마저 기껍다는 듯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장로의 표정과 상반된 최선은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장난치자는 게 아닙니다. 장로님과 현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겁니까."


"초남과 관계가 있네. 아, 물론 나도 있지."


"저, 저는 이만.."



중요한 얘기가 오갈 것을 예측한 권호승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장로가 권호승을 불러 세웠다.



"앉거라. 어차피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니."


"하지만 장로님.."


"괜찮다. 앉거라."


".. 예."



장로의 말에 끝내 권호승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장로는 차를 마시면서 최선을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최선은 그 미소마저 불쾌한 것 같지만 말이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장로가 입을 열었다.



"700년 전, 초남이 아직 신생 문파였을 무렵의 일이네."


"따분한 옛날 얘기 같은 건 딱 질색이지만.. 이번만큼은 참기로 하죠."



일부러 무례를 범했지만, 장로는 그마저도 기뻤다.


고개를 끄덕인 장로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뭐, 지루한 이야기는 나도 딱 질색이네. 요점만 간단히 말하지. 700년 전 나를 비롯한 초남은 현자에게 은혜를 입었다네."



'700년 전에도 현자가 있었구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 시대에도 현자가 있는데, 700년 전이라고 없을 건 또 뭔가.



"우린 그 현자에게 은혜를 갚고 싶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로 모습을 감추었지. 그 뒤로 우린 현자라는 존재를 찾고 또 찾았네. 하지만.. 그날 이후, 지금으로 부터는 640년 전이지. 그때.."



장로는 다음 말을 쉽사리 꺼내지 못했다. 얼굴은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찼고, 가슴이 답답한 듯 부여잡았다.



".. 그때부터 대대적인 '현자 사냥'이 시작이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자라는 존재 자체가 세계에서 사라졌네."


".. 뭐라고요?"



'내가 지금 뭘 들을 거야. 현자 사냥이라고? 대대적인?'


최선은 자신이 왜 이토록 화가 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할 분노가 발 끝에서부터 끓고 있음에도 최선은 분노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단순히 그가 현자이기에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의 분노였다.


가만히 장로의 얘기를 듣던 덩수가 말했다.



"네이처가 현자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도 근래 그런 소문을 접했네. 내가 이곳으로 온 것도 그 때문이네."


"700년 전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현자를 찾고 계셨다는 겁니까?"


"그렇다네. 그리고 방금 막 그를 찾았지."



장로의 눈에 눈물이 조금 고였다. 그리움과 미안함, 현자 사냥이 시작했을 때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 최선이 말했다.



"전 그때 장로님께서 만난 현자와 일말의 연관성도 없습니다. 제가 현자인 건 맞지만 그와 연관성은 없어요."


"알지. 그걸 왜 모르겠나. 하나.. 우리에겐 그런 건 더 이상 중요치 않네. 그분들의 뒤를 잇는 자를 다시 만났으니.. 이 얼마나.. 얼마나.."



끝내 말을 다 잇지 못한 장로는 고개를 숙이며 눈가를 훔쳤다. 하지만 그런 건 최선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었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단 하나.


이들이 일행에게 적대감이 없다는 것이다.


적대감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온몸에 긴장감이 일순간에 땅으로 꺼지듯 사라졌다.


'.. 태연한 척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네.'


장로와 문주, 이 두 사람 모두 최선이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강한 사람들이다. 물론 흑량과 총관리장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니 태연한 척 구는 것만 해도 탈진이 왔다.



"잘 왔네.. 잘 왔어.."


"그런 거 같네요. 저도 현자에 대한 정보 때문에 네이처를 사냥하려는 겁니다."


"내가.. 아니,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와주겠네."


"그럴 거 까지는 없는데, 감사합니다."


"그럴 게 없다니! 선대에게 은혜를 입고 갚지 못했다면 그건 후대에게라도 갚아야지! 도가는 절대로 은혜를 잊지 않네."



듣던 말 중 반가운 소리였다. 저 쪽에서 먼저 도와주겠다고 하니 더 이상 마다 할 이유가 없다.


장로가 도와주겠다고 말을 한 순간부터 최선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계산이 완료되었다.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린 최선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최대한으로 도와주시겠다고요?"


"당연하지! 힘이 닿는 데 까지 도와주겠네!"


"그럼.."




*

[다음 날]


"끄으응- 어우, 잘 잤네."



어제 늦은 저녁을 먹고 곧바로 처소로 와 죽은 듯이 뻗어 버렸다.해가 이미 중천에 떠 있었음에도 일행들은 곤히 단잠에 빠져 있었다.


'굳이 깨울 필요는 없겠지.'


조용히 옷을 입은 최선은 일행들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밖으로 빠져나왔다. 해가 중천이 건만 산 속이라서 그런지 공기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굳은 몸을 풀려던 찰나 반대편 처소에서 나오는 권호승과 눈이 마주쳤다.



"간 밤에는 잘 주무셨습니까."


"덕분에 잘 잤습니다."


"혹여나 잠자리가 불편하진 않았을지 걱정이었는데 참으로 다행이군요."


"다른 분들은 아직 주무시고 계십니까?"



권호승이 고개를 저었다.



"사제들은 진시에 밖으로 수련을 하러 나갔습니다. 저는 먼저 수련을 마치고 이제 막 씻고 나온 참입니다."



진시는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의 시간을 말한다. 해가 중천에 떴으니, 최소 3시간 동안 수련을 하고 온 셈이다.


'확실히. 어제보다 기운이 조금 더 다듬어졌는데?'


역시 도가 문파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 권호승이 최선을 불렀다.



"소협."


"말씀하세요."


"소인이 견문이 좁지만, 최 소협의 수준을 알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씀은?"



잠시 말을 고르던 권호승의 눈에서 굳은 다짐이 솟아났다. 그러나 최선은 이미 권호승이 할 말을 알고 있었다.


'방금 일어나서 귀찮은데..'


검을 쥔 자라면 들 수밖에 없는 생각. 그 생각과 본능이 권호승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제가 비록 소협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할 수준이라는 건 압니다. 하나 강자를 보면 그의 검을 견식 하고 싶은 건 인간으로서의 본능."


"한마디로 말해서."



권호승이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초남의 십대제자 권호승! 최 소협에게 비무를 신청합니다!"



'젠장.'


왜 이런 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고 한탄하는 최선이었다.



"권 소협."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권 소협."


"무례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 소협."



최선의 목소리에서 살기를 느낀 권호승의 머리가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머리를 들어 올려 최선을 바라본 권호승은 순간적으로 숨통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최선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비무라는 건 할 줄 모릅니다. 제가 검을 들 때는 상대를 죽일 때 말고는 없었다는 뜻입니다."


"하, 하나.."


"이해를 못 하시는군요."



아공간에서 극사를 꺼내 든 최선은 극사에 조금 묻어 있는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힘 조절 따위 할 줄 모릅니다. 당신, 죽을 수도 있어요."



'.. 농이 아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어찌.. 어찌 이제 5층으로 올라온 사람이 이런 격을..'


최선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힘을 느끼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법.


권호승은 그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좋으시다면, 비무를 받아들이죠."



물론 최선이 하는 말은 다 개소리였다. 최선이 정말 힘 조절을 할 수 없었다면, 덩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최선의 스타일은 처음부터 전력으로 싸우는 것이 아닌, 약한 스킬부터 시작해 상대와 자신의 격차를 보고 상대에 맞추는 방식으로 싸운다.


당연히 상대가 아득한 강자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최선이 살기를 띠며 이리 말하는 건 권호승의 그릇과 패기를 보고 싶어서였다.


이 지독한 살기를 뚫고 자신에게 비무를 신청할 수 있을지. 만일 권호승이 그것을 성공한다면 최선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것이다.


'적어도 네이처와 싸울 때 방해되지는 않겠지.'


최선도 권호승의 무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기에 권호승이 자신의 살기를 뚫기를 바라고 있었다.


일다경의 시간 동안 대치가 이뤄졌고, 권호승이 몸을 바로 세우며 검을 뽑아 들었다.


권호승은 수련용 목검으로 비무를 할 생각이었지만, 최선의 검과 살기를 느끼고는 생각을 바꿨다.


'한 발이라도 잘못 내딛는 순간.. 죽는다.'


크게 심호흡을 한 권호승은 자세를 숙이며 소리쳤다.



"초남의 십대제자 권호승! 최 소협에게 비무를 신청합니다!"



최선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최선을 감쌌다.


뿌듯? 애틋?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지만, 최선은 지금 느껴지는 이 감정이 썩 나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비무인데, 진검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제 가장 큰 단점은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물론 이 비무가 실전이 될 수는 없지만! 진검으로 서로의 견식을 확인하는 것이 목검으로 비무를 하는 것보다 더욱더 큰 효과를 낼 거 같습니다."


"좋네, 좋아. 아까도 말했지만 적당히는 없습니다."


"바라던 바입니다. 소협은 부디 제 사정을 봐주지 마시고 진심으로 비무에 임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권호승의 자세가 아래로 내려갔다. 검은 본디 하체가 가장 중요한 법. 하체가 버티지 못한다면 검은 쓰나 마나다.


'쓸만하네.'


자세를 잡은 권호승에게서 격이 스멀스멀하고 흘러나왔다.


'진심이라 이거지? 이러면 나도 적당히 하면 안 되잖아.'


상대가 진심으로 싸움에 임하는데, 정작 본인은 상대를 봐주면서 싸운다? 그건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개밥 말아먹듯 무시하는 일이다.



"그럼 시작할까요?"


"저는 준비됐습니다, 소협."


"그럼 먼저 들어오시죠."


".. 네?"



최선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가 떠올랐다.


'예전에 봤던 무협지에서는 강자가 약자와 비무를 할 때 삼초식을 내줬었지. 덩수한테도 그랬었고.'


최선은 그 기억을 지금 이 비무에 대입시켰다. 덩수처럼 분개할지, 아님 다른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삼초식. 먼저 내드리죠."


"하.. 하하. 아무래도 제가 너무 얕보인 모양이군요."


"아, 그런 건 아니.."



파앗!


순식간에 땅을 박찬 권호승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최선의 오른쪽 뺨을 스쳐 지나갔다.


반사적으로 머리를 뒤로 빼지 않았다면, 치명타였을 지도 모를 정도의 찌르기였다.


얘기를 하는 와중에 공격을 해 꽤나 놀랐지만, 권호승을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런 와중에 집중하지 않은 사람이 잘못한 것이다. 최선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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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2부 76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7) 23.05.11 66 5 12쪽
132 2부 75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6) 23.05.10 66 5 11쪽
131 2부 74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5) 23.05.09 61 5 11쪽
130 2부 73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4) 23.05.08 71 5 12쪽
129 2부 72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3) 23.05.05 68 5 11쪽
128 2부 71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2) 23.05.04 64 5 11쪽
127 2부 70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1) 23.05.04 67 5 12쪽
126 2부 69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9) [完] 23.05.03 63 5 11쪽
125 2부 68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8) 23.05.02 66 5 12쪽
124 2부 67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7) 23.05.01 63 5 11쪽
123 2부 66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6) 23.04.30 64 5 11쪽
122 2부 65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5) 23.04.29 69 5 12쪽
121 2부 64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4) 23.04.28 74 5 12쪽
120 2부 63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3) 23.04.27 79 5 11쪽
119 2부 62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2) 23.04.26 71 5 11쪽
118 2부 61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1) 23.04.25 81 5 11쪽
117 2부 60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3) [完] 23.04.24 72 5 11쪽
116 2부 59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2) 23.04.24 68 5 11쪽
115 2부 58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1) 23.04.23 75 5 11쪽
114 2부 57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0) 23.04.22 6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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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2부 55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8) 23.04.20 68 5 11쪽
111 2부 54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7) 23.04.19 68 5 11쪽
110 2부 53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6) 23.04.18 72 5 11쪽
109 2부 52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5) 23.04.17 68 5 11쪽
108 2부 51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4) 23.04.16 80 5 12쪽
» 2부 50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3) 23.04.15 75 5 12쪽
106 2부 49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2) 23.04.14 74 5 11쪽
105 2부 48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 23.04.13 73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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