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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니크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청월
작품등록일 :
2023.02.15 21:18
최근연재일 :
2024.04.24 19:00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26,323
추천수 :
1,329
글자수 :
1,746,497

작성
23.04.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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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추천
5
글자
11쪽

2부 59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2)

DUMMY

[2부: 아틀라스 편]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2)]



어깨를 베어내며 극사를 빼낸 최선은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러고는 잘게 떨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작게 탄식하며 깨달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아무리 격(激)과 재앙화로 도핑을 했다지만, 네이처가 자신의 공격을 허용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네이처와 자신의 격차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 터인데, 그런 네이처가 왜 자신의 검을 허용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스으으윽..


네이처의 뒤에서 일렁이던 어둠들이 바람을 타고 저 멀리 날아갔다.


빛에 반사된 네이처의 몰골은 정말이지 심각한 수준이었다. 중학생 정도의 몸집과 앙상하게 뼈만 남은 육체.


그러나 그의 눈은 꺼지지 않은 채 빛나고 있었다.



"욱..!"



극사를 땅에 박은 채 목구멍으로 솟구치는 핏덩이를 연신 게워내던 최선은 이내 힘이 풀린 듯 한쪽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최선을 향해 네이처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현자의 기원에 대해서 알고 있나?"


".. 몰라."



하늘로 시선을 슬쩍 돌린 네이처가 다시 최선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조금은 긴 이야기가 되겠군."



털썩.


네이처는 자세를 낮추더니, 그대로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은 최선은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네이처를 노려보며 아직까지도 솟구치는 핏덩이를 몇 번이나 계속해서 게워냈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은 네이처는 묵묵히 말을 이어갔다.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이 땅에는 수많은 종족들이 서로 화합하며 살고 있었다. 어인족부터 시작해 거인족, 수인족, 엘프족, 드워프족, 요정족, 오크족들과 같은 수많은 종족들이."



최선이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던 천 년의 세월이 네이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목소리에서 무언가를 느낀 최선은 검으로 몸을 지탱시키며 네이처 앞에 똑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때도 시스템이란 건 존재했지. 빌어먹을 시스템이. 너는 시스템의 기원에 대해서 알고 있나?"


".. 알겠냐?"


"그래, 모를 수 있지."



네이처의 눈빛이 한순간에 싸늘해졌다.


저도 모르게 흠칫한 최선이 검을 쥐려 하자 네이처의 눈빛이 다시 아까의 그것으로 돌아왔다.



"다른 이들 모두가 모른다 하더라도 너는 알아야 한다."


"이유가 뭐지?"


"네 선대들은 시스템 때문에 풀리지 않을 공허 속에 봉인되었으니까."


"뭐?"



심히 충격을 받은 최선과는 다르게 네이처의 반응은 그야말로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


최선이 무언가를 물으려 했지만, 네이처는 빠르게 말을 낚아 채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젠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 그 수가 많다. 내가 뭘 말하는지 알겠나?"


"시스템과 연관되어 말하는 거라면.. 관리자?"


"관리자에 대해서는 아는군. 그래. 관리자다, 관리자. 개 같은 관리자 말이다."



관리자를 되뇌는 네이처의 목소리에서 아까 최선에게 소리치는 것 이상의 노기와 울분이 담겨 있었다.



"관리자는 말 그대로 시스템을 관리한다. 하나 그뿐. 그놈들도 결국 시스템에 놀아나는 허수아비일 뿐이지. 그놈들의 머리 위에.."


"총관리장이 있겠지."



이번에는 최선이 네이처의 말을 낚아챘다. 총관리장이라는 말에 네이처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확언 지어 말하는 걸 보니 총관리장을 아는 모양이군."


"너도 알다시피 내가 평범한 몸은 아니라서 말이야. 이래저래 많이 굴러다녔지."


"크크큭.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 그놈이다."



총관리장, 처음 봤을 때도 심상치 않은 자임은 확신했지만, 현자의 봉인의 모든 시작이 총관리장이라는 건 절대 알 수 없었다.


네이처는 당장에라도 분노로 모든 걸 부숴버릴 거 같았지만, 최선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천 년 전에 살던 피도 안 섞인 선대가 뭐 어쨌단 말인가.


최선이 원한 건 현자의 대한 정보지, 선대에 대한 정보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최선은 묵묵히 네이처의 말을 들었다.



"너와는 조금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럴 여유는 없으니 빠르게 말하겠다. 네놈이 현자의 힘을 이어받았다는 건, 현자들을 봉인한 힘이 약해졌다는 증거겠지. 알고 있겠지만, 네 힘은 고작 그 정도 따위가 아니다."



네이처의 시선이 자꾸만 하늘과 최선을 왔다 갔다 거렸다.


마치 무언가 올 것처럼 하늘을 경계하며 네이처는 계속해서 말했다.



"앞으로 현자의 힘을 이어받는 자들이 속속히 나타날 거다. 칠가문 놈들과 관리자 놈들은 그들을 죽이려 하겠지. 그리고는, 막을 수 없는 전쟁이 아틀라스에 불어닥칠 거다. '봉인되어있는 모든 신'들이 봉인에서 깨어나게 되는 그날, 모든 건 업화의 재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네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너를 포함한 열두 명의 현자를 모아 봉인되어있는 현자.."



콰광!!


그때, 하늘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모든 걸 찢어버릴 듯한 흉흉한 기운이 백상고지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로 빠르게 다가왔다.



"벌써..!"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네이처는 최선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나만 기억해라! 너는 봉인을 풀 열쇠..!"



['최상급 관리자'가 '백상고지'에 현신합니다!]


콰과과광!!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더니, 그대로 네이처에게 내리쳤다.


벼락은 그대로 네이처를 뚫고, 바닥을 뚫어, 백상고지.. 아니, 산 전체를 뚫어버렸다.




*

"최 소협!!"



초남의 제자들과 일행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문주와 장로가 황급히 백상고지 들어섰다.


하지만,



"이, 이게 무슨.."



장로와 문주가 본 백상고지는 이미, 지옥이라 불리기에 덧없는 곳이 되어 있었다.


장로와 문주가 백상고지에 도착하기 10분 전.


['최상급 관리자'가 '백상고지'에 현현합니다!]


고작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 벼락이 치며 폭풍이 불어닥칠 정도의 신기를 만드는 존재.


가장 격이 높은 관리자들 중 하나가 백상고지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네, 네이.. 처.."



압도적인 파괴력에 최선은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투지마저 사그라들었다.


최선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누가 시키지도, 힘을 쓴 것도 아니었지만 최선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격 앞에 그의 무릎은 한없이 가벼워졌다.


관리자의 모습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최선의 시선은 네이처가 있던 구덩이로 향했다.



"흐음.."



짧은 침음성.

그저 앓는 소리일 뿐이었음에도 최선의 마력이 역류했다.


코피가 터져 피가 흘렀고, 팔과 다리 할 거 없이 피부를 찢고 피가 터져 나왔다.


[마력의 사용량이 한계치를 초과하였습니다!]

[육체가 붕괴합니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을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마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피부를 뚫고 흐르는 피의 양이 점점 많아졌고, 눈동자에는 빛이 점점 바래져갔다.



"일, 이."



관리자가 숫자를 외자 양 옆에 두 명의 관리자가 나타났다.


네이처가 있던 곳을 손으로 가리킨 관리자는 감정 하나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아직 살아있다. 죽여라."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두 관리자는 구덩이 속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10초도 채 지나기 전에 다시 한번 굉음이 터져 나왔고, 네이처의 죽음은 확실시되었다.



['메인 퀘스트', '천 년의 맹세'를 성공하였습니다!]

['6F 권한'을 획득하였습니다!]

['해방(1)'을 획득하였습니다!]

['해방(2)'을 획득하였습니다!]



클리어 알림이 울림과 동시에 두 명의 관리자들이 최상급 관리자의 양 옆으로 열을 맞췄다.


이윽고 관리자는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와 최선의 앞에 섰다. 한참을 바라보기만 한 관리자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간다."



관리자의 말이 끝나자 세 명은 동시에 백상고지에서 자취를 감췄다. 관리자들이 사라져 숨통이 트인 최선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쑥대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파괴된 산.


숲은 불타고 있었고, 고지의 ⅓에 해당하는 면적은 아까의 벼락으로 사라졌다.


불을 머금은 토네이도는 힘을 잃지 않고 능선을 타고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이 모든 걸 눈에 담은 최선은 필름이 끊어지듯 쓰러졌다.


최선이 쓰러지고 1분도 안 되는 시간이 지나고 장로와 문주가 도착했고, 그들이 왔을 때는 이미 모든 건 끝난 뒤였다.



"최 소협! 최 소협! 어디 계십니까, 최 소협!"


"자, 장로님! 여깁니다! 여기!"



문주의 다급한 외침에 장로는 한달음에 문주에게 달려갔다.



"모, 몸이 어찌..!"



생각보다 더 충격적인 최선의 몰골에 놀란 장로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


'내가.. 이들을 지옥으로 내몰았구나. 내가..'


죄책감에 빠져있는 장로를 깨운 건 문주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이, 일단 빨리 의약당으로 옮겨야겠습니다."


"아, 그, 그렇지요. 빠, 빨리 갑시다. 빨리!"



장로는 조심히 최선을 안아 들고는 축지법이라도 쓰듯 빠른 속도로 의약당을 향해 달렸다.




*

'.. 꿈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최선은 푸른 초원에서 눈을 떴다.


이질적인 감각은 없었지만, 자신이 눈을 뜬 위치가 너무나도 생뚱맞은 곳이었기에 단번에 이곳이 꿈이라는 걸 인지했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살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과하도록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하늘하늘 불어오는 바람이 살갗을 간지럽히듯 불어왔다.


천천히 발걸음을 떼 주변을 거닐었지만,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꿈은 꿈인데.. 무슨 꿈이지?'


기이하고 스산한 감각.


'분명 예전에도 이런 느낌이..'


아차 하는 그 순간, 엄청난 폭음이 전신을 덮쳐왔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두 신형이 서로를 향해 쇄도하며 싸우고 있었다.


꽤나 먼 거리임에도 두 존재가 아득한 존재임은 알 수 있었다. 마치 예전에 겪었던 '형용할 수 없는 격'.


그 격이 이번에는 둘로 늘어나더니, 심지어 두 격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멍해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최선은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최선은 그곳까지 가지 못했다. 자신의 뒤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격에 발목이 붙잡혔다.



[가지 않는 게 좋을 텐데.]


"....."



최선은 뒤를 돌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피하지 마라. 이건 겪어야 할 운명이다. 라며 최면을 걸었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다.]


"....."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세계를 뒤덮을 것이다.]


".. 현자."



힘겹게 내뱉은 한 마디.


그저 단어 하나였음에도 격의 주인은 말에 의도를 꿰뚫고 대답해주었다.



[안타깝게도 이곳에 네가 찾는 자는 없다. 그는 수레바퀴 중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존재다.]


"당신은.. 누구.. 십니까."


[질문이 잘못되었군. 내가 아니라 네가 누군지를 물어야지.]



내가 누구인가.

지금껏 최선이 찾아 헤맨 진실 중 하나.


그 하나가 아득한 격에게서 흘러나왔다.


작가의말

오늘은 연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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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2부 77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8) 23.05.12 73 5 12쪽
133 2부 76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7) 23.05.11 66 5 12쪽
132 2부 75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6) 23.05.10 65 5 11쪽
131 2부 74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5) 23.05.09 60 5 11쪽
130 2부 73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4) 23.05.08 71 5 12쪽
129 2부 72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3) 23.05.05 67 5 11쪽
128 2부 71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2) 23.05.04 64 5 11쪽
127 2부 70화) Episode22. 아주 작은 진실(1) 23.05.04 67 5 12쪽
126 2부 69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9) [完] 23.05.03 63 5 11쪽
125 2부 68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8) 23.05.02 65 5 12쪽
124 2부 67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7) 23.05.01 63 5 11쪽
123 2부 66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6) 23.04.30 64 5 11쪽
122 2부 65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5) 23.04.29 68 5 12쪽
121 2부 64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4) 23.04.28 73 5 12쪽
120 2부 63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3) 23.04.27 79 5 11쪽
119 2부 62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2) 23.04.26 71 5 11쪽
118 2부 61화) Episode21. 뜻밖의 기회(1) 23.04.25 81 5 11쪽
117 2부 60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3) [完] 23.04.24 71 5 11쪽
» 2부 59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2) 23.04.24 68 5 11쪽
115 2부 58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1) 23.04.23 75 5 11쪽
114 2부 57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0) 23.04.22 65 5 12쪽
113 2부 56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9) 23.04.21 74 5 11쪽
112 2부 55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8) 23.04.20 68 5 11쪽
111 2부 54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7) 23.04.19 67 5 11쪽
110 2부 53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6) 23.04.18 72 5 11쪽
109 2부 52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5) 23.04.17 68 5 11쪽
108 2부 51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4) 23.04.16 80 5 12쪽
107 2부 50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3) 23.04.15 75 5 12쪽
106 2부 49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2) 23.04.14 74 5 11쪽
105 2부 48화) Episode20. 사냥꾼 사냥꾼(1) 23.04.13 73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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