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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眞玄 님의 서재입니다.

소울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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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왕궁
작품등록일 :
2019.08.19 06:50
최근연재일 :
2019.09.10 09: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637
추천수 :
42
글자수 :
127,299

작성
19.09.09 09:00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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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살육이 남긴 상처1

DUMMY

베놈의 무자비한 공격에 중갑보병들이 속절없이 고꾸라졌지만 네오와의 거리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중갑보병들이 만들어낸 장벽이 무너지려 할 때마다 네오가 발사한 화살이 베놈을 위기에 빠트리곤 했다. 설상가상으로 100여 명에 달하는 궁병들이 가세하자 베놈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후욱, 후욱후욱!”

병사들의 피를 흠뻑 뒤집어 쓴 베놈이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었다. 그때 팔찌에서 서늘한 기운이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거칠어진 숨결이 안정을 되찾았다.

‘나에게 또 다른 힘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서늘한 기운이 계속 유입된다면 이 난관을 돌파할 수도 있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은 베놈이 네오를 향해 검지를 세웠다.

“괴물이 따로 없군.”

“괜히 악마의 자식이겠습니까.”

어깨를 으쓱여 보인 펠리스 백작이 네오에게 시선을 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베놈이 악마의 자식이라고요? 후후후!”

실소를 터트린 네오가 화살을 꺼내 시위에 걸었다.

“내 눈에는 고삐 풀린 망아지로 보이는군요.”

피잉!

시위를 떠난 화살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갔다. 그 순간 중갑보병의 목을 날린 베놈이 허공에 뜬 상태로 몸을 회전시켜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냈다.

휘리릭!

화살을 쳐낸 베놈이 멋들어진 동작으로 착지했다. 이어 중갑보병들을 향해 맹수처럼 포효한 뒤 네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오~ 나 베놈은 너를 원한다!”

배신하기 이전의 네오였다면 베놈의 도전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르카디아를 배신한 지금의 네오는 목적을 당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惡) 그 자체였다.

“나랑 일대일로 맞붙을 배짱은 없는 것이냐!”

달려드는 병사를 고꾸라트린 베놈이 또 다시 네오를 도발했다. 하지만 네오는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묵묵히 화살만 날렸다.

“가, 가만··· 혹시 네오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악의 세력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면······.’

어금니를 꽉 깨문 베놈이 팔찌가 채워진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이 난관을 돌파할 수 있게 도와다오.’

“으아아아!”

잠시 주춤했던 병사들이 다시 달려들었다.

“너희들이 자처한 죽음이니 나를 원만하지 마라. 타앗!”

베놈의 몸이 풍차처럼 회전했다. 그러면서 사방이 온통 검으로 뒤덮였는데 중갑보병의 육중하고 단단한 갑옷이 종잇장처럼 썰려나갔다. 이 무시무시한 공격에 놀란 중갑보병들이 썰물처럼 밀려났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거대한 묵빛 창이 베놈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으헉!”

깜짝 놀란 베놈이 몸을 날려 피했다.

콰드드드, 콰앙!

“크아악!”

“케엑!”

폭발에 휘말린 병사들이 피 떡이 되어 쓰러졌다.

“크크크, 드디어 도착했군.”

가디언 백작 등에게 눈짓을 보낸 네오가 베놈에게로 다가갔다.

“네오!”

휘리릭!

베놈을 향해 거대한 묵빛 창을 소환해 날린 자가 베놈 앞에 떨어져 내렸다. 잿빛 군장을 착용한 그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잿빛 군장과 어우러져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바이덤, 저 베놈이라는 자가 일전에 이야기 했던 그 자요.”

“아르카디아 출신?”

“그렇소.”

네오의 대답을 들은 바이덤이 베놈을 보고 씨익 웃었다.

‘네오가 굽실거리는 것을 보니 대단한 자인 모양인데······.’

아르카디에서 나온 후 처음으로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순간이었다. 중갑보병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네오와 조금 전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준 바이덤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흥분이 밀려왔다.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것은 그만큼 고수라는 뜻인가.”

“그, 그것이······.”

“그대는 물러나 있어라.”

“······.”

표정을 일그러트린 네오가 베놈과 바이덤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뒤로 물러섰다.

“너는 아르카디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개소리!”

“크크크크! 개소리라··· 네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구나.”

“후후후후!”

“웃어? 웃을 상황이 아닐 텐데?”

네오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럼 울까?”

네오에게 면박을 준 베놈이 바이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시작해 볼까.”

츄릿!

검을 강하게 뿌린 베놈이 검끝을 바이덤에게 겨누었다.

“크크크, 크아아아!”

베놈을 노려보던 바이덤이 갑자기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타앗!”

기합성을 터트린 베놈이 허공으로 도약했다. 그런데 그 빠름이란 가히 섬전과도 같았다.

“크크크크!”

괴소를 흘린 바이덤이 허공을 가르며 쇄도하는 검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퍼엉!

쇠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강한 충격이 검을 타고 전해졌다.

“우욱!”

신음을 흘린 베놈이 다시 돌진해 폭풍처럼 검을 휘둘렀다. 어느 것이 실체이고 어느 것이 허상인지 모를 정도로 많은 검이 바이덤의 전신을 노렸다.

“사라져라!”

사나운 일갈과 함께 만들어진 검은 기류가 검의 실루엣들을 모두 집어삼켰다.

‘젠장! 마법사였단 말인가.’

베놈이 가장 부담을 갖는 존재가 마법사였다.

싸워 본 경험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마법사와 싸워본 경험이 일천한 상태였다. 또한 마법이라는 기술 자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부담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크크크크, 네 재롱도 여기까지다.”

쿠궁!

대기가 크게 흔들렸다.

더불어 거대한 묵빛 창들이 퇴로를 차단하며 내리꽂혔다.

“젠장맞을!”

그때 자신 이외에 아무도 믿지 말라고 했던 주정뱅이 페트로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페트로는 네오가 배신자라는 사실을 간파했던 것 같군.’

“크크크, 지옥에나 떨어져라!”

콰우우우!

검은 기류가 베놈을 향해 해일처럼 밀려갔다.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

어금니를 꽉 깨문 베놈이 검에 쥔 손아귀에 힘을 주었고 그때 체내에 축적된 팔찌의 힘이 검으로 흘러들었다.

베놈은 아직 체내에 축적된 팔찌의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베놈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팔찌가 반응해 체내에 축적된 팔찌의 힘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치익, 치이익!

베놈의 검이 영롱한 빛으로 물들었다.

“타앗!”

기합성을 터트린 베놈이 밀려오는 검은 기류를 향해 검을 뿌렸다.

콰드드드, 콰앙!

서로 다른 힘이 충돌하면서 굉음이 만들어졌다.

그 순간,

베놈은 10여 미터나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으윽, 젠장!”

“제법이다!”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엇 하랴,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되돌릴 수도 없는 것을!

베놈은 여전히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죽을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휘류류류!

강한 톤으로 말을 끊은 베놈은 자신은 악마의 자식이라며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자신 밖에 없다고 일갈하며 파워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팔찌가 반응하며 베놈 주변이 한기의 돌풍이 만들어졌다.

“저 놈 뭐지?”

돌변한 상황에 당황한 바이덤이 자세를 취했다. 베놈과 전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제대로 할 마음이 생긴 모양이다.

스팟!

베놈이 먼저 움직였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스피드로 바이덤에게로 접근해 검을 휘둘렀다.

까앙!

바이덤의 손에 활처럼 생긴 묵빛 반월검이 쥐어져 있었는데 흡혈검과 기형검이 부딪치면서 굉음이 만들어졌다.

‘저렇게 큰 검을 어디에 숨기고 있었던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크크크크, 다크문을 사용하게 하다니······.”

휘리릭!

바이덤이 머리 위로 기형검을 회전시켰다.

그런데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 없어졌다.

바이덤이 검에서 손을 놓았는데도 기형검은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베놈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가라 다크문!”

슈아앙!

기형검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베놈을 향해 쇄도했다.

“그런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반응하기 힘들 정도의 스피디한 공격은 아니었다. 그런 탓에 베놈은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맹렬하게 회전하던 기형검이 폭죽처럼 터지며 수많은 파편을 만들어냈다.

“으아아아!”

베놈도 물러서지 않았다.

체내에 축적되어 있던 팔찌의 힘이 더욱 증폭되었다.

바로 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블리자드!”

앙칼진 외침과 함께 한파가 몰아쳤다. 상상을 초월하는 한파는 병사들을 얼음으로 만들었고 곧이어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이 대낮처럼 밝아지면서 시퍼런 광선들이 난무했다.

“베놈!”

“바네사 누님!”

“이 못난 친구야, 내가 뭐라고 했나. 아무도 믿지 말라고 했잖아!”

스슥, 휘리릭!

바네사 등 아르카디아의 마법사들이 한줄기 바람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고 주정뱅이 페트로가 공중제비를 돌아 착지했다.

“쯧쯧쯧쯧!”

혀를 찬 페트로가 네오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바네사, 놈들이 몰려오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세.”

“한바탕 휘젓지 않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바네사의 말을 일축해 버린 페트로가 베놈에게 눈짓을 보냈다.

‘바이덤 같은 놈들이 더 몰려올 수 있다고?’

“바네사, 내가 길을 열겠네.”

츠츠츠츠츠!

페트로의 전신에서 살기가 폭사되었다.

“크크크, 네가 마검사라고 불리는 페트로구나.”

‘페트로가 마검사라고?’

바이덤의 말을 들은 베놈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끌끌끌! 한바탕 놀아볼까?”

“까불지 마라!”

“갈! 체인라이트닝!”

번쩍, 짜자작!

세상이 대낮처럼 밝아지며 소환된 시퍼런 광선이 바이덤을 향해 쏘아졌다.

“체인라이트닝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스슥!

연기처럼 꺼진 페트로가 바이덤의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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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망자의 탑2 19.08.20 164 2 10쪽
5 망자의 탑1 19.08.20 152 2 10쪽
4 엮여 버린 삶4 19.08.19 199 2 10쪽
3 엮여 버린 삶3 19.08.19 25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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