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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眞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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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왕궁
작품등록일 :
2019.08.19 06:50
최근연재일 :
2019.09.10 09: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649
추천수 :
42
글자수 :
127,299

작성
19.08.20 10:32
조회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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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망자의 탑2

DUMMY

“너에게는 이제 희망조차 사라졌다. 그리고 자네가 외지로 나가 베놈을 만난 것을 보면 외부인도 반란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말을 들은 그리즈만이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누가 반란에 연루되었는지 말하라.”

“그런 일 없다.”

“그런데 목소리가 떨리는 이유가 뭘까.”

정곡을 찔린 그리즈만이 움찔하는 반응을 보였다.

“마르티나를 살리고 싶은가? 누가 연루되었는지 말한다면 그녀의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

“물론 자네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선택권을 준 데카트론이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마르티나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배신할 경우 페리족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마르티나를 살릴 마음이 없는 모양이로군.”

데카트론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잠깐!”

데카트론을 제지한 그리즈만이 주위를 물려달라고 말했다.

“나가들 있어.”

“네엣!”

힘찬 목소리로 대답한 전사들이 밖으로 나갔다.

“이야기가 꽤 길어질 것 같군.”

물잔에 물을 가득 채운 데카트론이 의자에 앉아 그리즈만에게 물을 먹여주었다. 이어 그리즈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같은 시각,

마르티나를 체포해 바이든에게 넘겨준 베놈은 페리족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구릉지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심장이 쫄깃한 밤,

엔돌핀이 치솟는 짜릿한 시간이었다.

반란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했던 순간들부터 마르티나를 체포할 때까지의 일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던 베놈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즈만이 외지로 나가 나에게 의미 없는 일을 의뢰를 했다.’

반란의 수괴들이 외부의 세력과 손을 잡았을 가능성을 점친 베놈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외부의 세력이 이 구릉지를 장악한다면······.’

페리족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다.

아비규환 속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본 베놈이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어쩌면 외부 세력들이 근처에 와 있을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주변을 관찰한 베놈이 구릉지 아래로 질주했다.

“베놈!”

“전사장 어디에 있나.”

“······.”

“시간을 다투는 일이야!”

고함을 들은 바이든이 따라오라고 말한 뒤 데카트론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바이든!”

베놈과 바이든이 질주하는 것을 본 데카트론이 바이든을 불렀다.

“어디를 그리 급히 가는 것인가.”

“일 났소.”

“일 나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데카트론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 구릉지를 지켜야 하오.”

“구릉지를?”

구릉지로 시선을 돌린 데카트론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즈만이라고 했소? 어쩌면 그 자가 외부의 세력과 손을 잡았을 수도 있소.”

“그리즈만도 외부 세력과 손을 잡았다고 실토했네.”

“개새끼!”

이를 부드득 간 베놈은 이어 외부의 세력이 구릉지를 점령할 경우 페리족은 힘도 써보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리즈만이 외부 세력과 손을 잡은 일을 족장님께 보고하러 가는 중이었네.”

“나에게 전사 200명만 주시오.”

“상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데 200명 가지고 되겠나.”

“지리적인 이점과 내가 가진 경험이라면 대처가 가능할 것이오. 내 예상이 틀릴 수도 있으니 당신은 부족으로 통하는 길목을 차단해 주시오.”

“···흐음.”

데카트론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시간이 없소.”

“바이든!”

“네엣!”

“카림과 스테르와 함께 구릉지로 가라!”

“네엣!”

힘찬 목소리로 대답한 바이든이 전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부탁하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베놈이 구릉지로 달려갔다.

‘그리즈만은 필시 외부의 세력에게 페리족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다.’

독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독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독에 대한 준비에 집중했다면 화공에 대한 준비는 전혀 없을 것이다.’

“베놈!”

전사들을 이끌고 온 바이든이 베놈에게 다가섰다.

“나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반란을 일으켰을 거야.”

“제로드도 그렇게 말하더군.”

“그리즈만과 손잡은 외부 세력은 오늘이나 내일 도착할 것일세.”

“그렇겠군. 그나저나 놈들을 어떻게 상대할 생각인가.”

바이든이 은근한 투로 물었다.

“화공을 쓸 것일세.”

“화공? 독이 아니고?”

“그리즈만이 독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을 거야. 시간이 없으니 일단 저쪽과 저쪽에 도랑을 파고 기름을 가득 채우게 그리고 낙엽으로 위장하고!”

베놈은 이어 화공에 필요한 것들을 일일이 말해주며 빨리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가용할 수 있는 화살의 양은 얼마나 되나.”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을 말하는 것인가? 그럼 약 2,000발정도 될 것일세.”

얼핏 들으면 많은 것 같지만 고작 10발 정도만 발사할 수 있는 양이었다.

“옮겨 놓게.”

“그 정도면 충분한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구릉지를 방어할 정도는 된다고 말한 베놈이 전사들 절반을 매복시키고 척후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와라! 철저하게 부셔주마.’

주변을 둘러본 베놈의 눈빛이 반짝하고 빛났다. 저 멀리 일단의 병력이 질주해 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략 3천 명 정도 되겠군. 어서 와라! 불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베놈!”

“나도 보고 있네.”

“어림잡아도 3천은 될 것 같은데······.”

“우리에게는 지리적이라는 이점이 있네.”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베놈과 거리를 좁혀오는 일단의 무리들을 번갈아 쳐다보던 바이든이 전투준비 명령을 내렸다.


한편,

죽음의 함정이 설치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베크만은 구릉지가 텅 빈 것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그리즈만의 말대로 페리족은 구릉지를 활용하지 못하는군. 이런 상황이라면······.’

그리즈만이 페리족을 장악한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본 베크만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피어났다.

“멈춰라!”

구릉지 아래 도착한 카구가 팔을 머리 위로 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왜 멈추는 것이냐.”

“형님,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이상하단 말이냐.”

베크만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무나도 조용합니다.”

“놈들이 매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

“척후병을 보내는 것이······.”

“우리 병력이 얼마인가. 자그마치 3천이야, 3천! 그것도 모두 기병이란 말이다!”

실전경험이 많은 베크만이 카구의 말을 일축해 버린 이유는 그리즈만 때문이다. 그가 구릉지를 비워두겠다고 약속했고 설사 구릉지에 매복이 있다 하더라도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을 무시해버린 것이다.

“전진!”

전진 명령이 떨어지자 3천여 명에 달하는 기마들이 구릉지를 오르기 시작했다.

“베놈.”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꿀꺽!”

바이든이 마른침을 삼켰다.

상대는 기병이다.

구릉지 정상까지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베놈이 지휘권을 가지지 않았다면 바이든은 공격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이랴, 이랴이랴!”

선두의 기마대가 구릉지 중간까지 올라왔다. 그런데도 베놈은 계속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러다가는 전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

“와아아아!”

처음으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베놈!”

“후미가 덫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게.”

베놈은 단 한 번의 전투로 상대를 몰살시킬 생각이었다.

‘사상자가 없는 전투는 있을 수 없다.’

바이든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베놈은 공격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베놈, 놈들이 코앞까지 다가왔네.”

스르릉, 차앙!

인내하고 또 인내하던 베놈이 마침내 검을 뽑았다.

“나무에 불을 붙여 굴려라!”

“나무를 굴려라!”

복창이 이어지는 가운데 엄폐물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전사들이 나와 준비한 아름드리나무들에 불을 붙인 뒤 구릉지 아래로 굴렸고 일부 전사들은 화살을 날렸다.

슈슈슈슈슈!

“피, 피해랏!”

“적의 기습이다!”

다급한 외침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십 발의 화살들이 쏟아져 내렸다.

“크아악!”

“케엑!”

화살에 꿰뚫린 자들이 말에서 떨어지면서 후미와 뒤엉켰다.

“돌격, 돌격하라!”

“돌격하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속도까지 줄어들게 되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일선지휘관들이 고래고래 소리치며 부하들을 독려했다.

“크아악!”

또 다시 날아든 화살에 10여 명이 말에서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일부 기마대가 구릉지 정상에 올랐고 그때 불이 붙은 나무들이 경사를 타고 굴러 내렸다.

콰드드드드!

속도가 붙은 아름드리나무들이 기마대를 덮치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다다다다다!

경사면 아래를 확인한 베놈이 전사들과 뒤엉켜 싸우고 있는 자들을 향해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서걱!

“크륵!”

기습공격에 등을 허용한 자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그렇게 손쉽게 상대를 처치한 베놈이 또 다른 먹잇감을 향해 달려갔다.

“죽엇!”

베놈에게 동료가 죽은 것을 본 자가 베놈의 옆구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채앵!

상대의 검을 쳐낸 베놈이 오른발을 축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퍼억!

익숙한 느낌이 뒤꿈치에 전해졌다.

“크악!”

돌려차기를 안면에 허용한 자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가 쓰러진 곳이 상대를 처치하고 몸을 돌린 전사 앞이었다.

푸욱!

서늘한 무언가가 흉부로 파고들었다고 느끼는 순간 심장이 터져 버렸다.

“베놈, 이곳은 우리에게 맞기고 지휘를 계속 해주게.”

전사의 말을 들은 베놈이 구릉지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후미까지 거의 다 덫 안으로 들어왔다.’

삐익!

품속에서 호루라기를 꺼낸 베놈이 강하게 불었다. 그러자 불화살 10여 발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퍽퍽, 퍽퍽퍽!

화르르르!

기름이 가득한 도랑을 덮은 낙엽으로 인해 구릉지 중간부분은 삽시간에 화염으로 휩싸였다. 화마에 놀란 말들이 요동치면서 기마대는 큰 혼란에 빠져 버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형님, 저기를 보십시오. 베놈··· 베놈입니다.”

베놈이라는 말에 카구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린 베크만의 표정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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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자의 탑2 19.08.20 164 2 10쪽
5 망자의 탑1 19.08.20 152 2 10쪽
4 엮여 버린 삶4 19.08.19 200 2 10쪽
3 엮여 버린 삶3 19.08.19 259 2 10쪽
2 엮여 버린 삶2 19.08.19 35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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