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현眞玄 님의 서재입니다.

소울소드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흑왕궁
작품등록일 :
2019.08.19 06:50
최근연재일 :
2019.09.10 09: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651
추천수 :
42
글자수 :
127,299

작성
19.08.27 06:42
조회
87
추천
1
글자
11쪽

폐허의 사원1

DUMMY

파박, 파바바박!

어느 것이 실체이고 어느 것이 허상인지 모를 검의 실루엣이 허공에 가득했다.

벌써 10년,

아르카디아에 들어온 지 엊그제 같은데 장구한 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죽도록 맞기만 했던 베놈은 3년 전부터 이자까지 더해 톡톡히 되갚아 주고 있는 중이었다.

“베놈!”

“한판?”

베놈의 도발에 클레우스가 검지를 흔들어 보였다.

“형님, 왜 이러십니까. 내가 그동안 형님에게 당한 게 얼마인데······.”

싸우면서 정이 든다는 말처럼 두 사람은 10년 동안 거의 매일 싸우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한 상태였다.

철컥!

베놈이 검을 회수했다.

“출구가 언제 열리는 것입니까.”

“정확한 시기는 마스터와 장로님만 알고 있네. 아마 10일 안으로 열릴 거야. 마스터께 가보게.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시네.”

“하하하, 그럼 이따가 한반 붙읍시다.”

“사양한다니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클레우스가 총총히 멀어져갔다.

“쩝!”

이자는 고사하고 본전도 못 찾은 상태였다.

그래도 화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클레우스를 꺾었다는 성취감이 베놈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나는 웬만한 마법사도 상대할 수 있다고 했다.’

아쉬운 것은 마법사와 한 번도 겨루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스펠로네가 극구 말렸기 때문이다.

마법사와의 실전경험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도 스펠로네는 뜻을 꺾지 않았다. 그런 탓에 베놈은 마법사와 싸워보지도 못하고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 것이다.

똑똑똑!

“들어오너라.”

덜컹!

베놈이 안으로 들어서자 스펠로네가 환한 얼굴로 맞아주었다.

“내일 결계의 출구가 열릴 것이다.”

“내일이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스펠로네가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는 배낭을 꺼내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받아라.”

“저는 가방이 필요 없습니다.”

“한 번 열어보렴.”

배낭을 받아들고 배낭을 열어본 베놈이 입을 쩌억 벌렸다.

수많은 물주머니,

생고기와 비상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마른고기가 배낭 안에 들어 있었는데 한켠에는 금화도 가득 쌓여 있었다.

“꽤 많은 수의 파티도 1년 이상을 먹을 수 있는 식량과 식수를 담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입니까.”

“짐작하고 있으면서 왜 묻는 것이냐.”

베놈을 흘긴 스펠로네가 배낭에는 보호마법이 걸려 있기 때문에 웬만한 공격은 튕겨낼 수 있다고 말해 베놈을 다시 한 번 놀라게 만들었다.

‘마법이라는 기술 알면 알수록 신기하군.’

“그리고 네가 시급하게 찾아야 할 사람과 아리안느의 일기장도 넣어 두었으니 필요할 때 활용해라.”

“감사합니다.”

“내일 아침 일찍 출구가 열린다.”

“알겠습니다.”

배낭을 짊어진 베놈이 스펠로네를 가만히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춘 뒤 밖으로 나갔다.

* * *

휘이잉!

황량함을 더해주는 바람에 메마른 대지를 휩쓸며 먼지구름을 일으켰다. 멀리서 짙은 먼지구름을 바라보고 있는 베놈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무려 10년의 세월이었다.

강산이 한 번 바뀐다는 엄청난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평원은 변함이 없었다.

시간왜곡현상 때문에 10년이 지난 것이지 바깥세상은 6개월 남짓한 시간만 흘렀을 뿐이다. 그래서 기분을 더 묘하게 만들었다.

“어디를 먼저 가야하나.”

목적지는 페리족과 파드 왕국이었다.

파드 왕국은 아르카디아의 조력자 중 한 명인 헌터 네오가 있는 곳을 알고 있는 주정뱅이 페드로가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페리족부터 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내 체력이 강해져 이동속도가 빨라진 것을 감안해도 최소한 3일은 꼬박 걸어야 한다.”

독백처럼 중얼거린 베놈이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주정뱅이 페드로도 마법사라고 했는데 과연 어떤 인물일까.”

더불어 헌터 네오에 대한 궁금증도 강해졌다.

“1개월 전 장로는 헌터 네오의 실력은 수호자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지나가는 투로 한 말을 베놈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클레우스와 싸우면서 수호자들의 면면을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양쪽 세상을 경험한 내가 한수 위일··· 응? 저건 뭐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저 멀리 자욱하게 일고 있는 먼지구름을 본 베놈이 걸음을 멈추었다.

“상단 같은데 마차를 얻어 탈 수 있을까.”

먼지구름을 일으킨 장본인이 상단의 마차행렬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베놈이 마차행렬 앞으로 이동해 섰다.

“워워워!”

선두를 이끌던 마차가 베놈 앞에 멈추어 섰다.

“아니? 베놈이 아닌가!”

베놈을 알아본 다니엘이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상단의 연합체인 스커지길드에 속해 있는 거상 중 한 명으로 베놈과는 여러 차례 거래한 적이 있었다.

“하하하, 이게 누구요. 다니엘 아니요.”

“이 황량한 평원에는 웬일인가.”

베놈이 내민 손을 맞잡은 다니엘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평원을 가로지르는 길인데 휴식을 취하는 도중 말이 도망쳤지 뭐요.”

“하하하, 자네가 말을 놓쳤다고? 그걸 믿으라고 한 말인가.”

“어쨌든 신세 좀 집시다.”

“베놈이 동행하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 마차로 가세.”

거상들이 연합체를 구성하고 호위병을 데리고 다니는 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약탈을 일삼는 도적들 때문이었다.

상단의 규모에 따라 호위병의 규모도 달라지는데 상단이 호위병을 데리고 다니면서 도적단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도 규모가 작은 상단은 약탈의 대상이었다.

다니엘이 베놈과의 동행을 반기는 이유는 3개월여 전부터 6개 왕국이 관련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면서 도적들이 다시 활개를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목적지가 어디요?”

“파드 왕국일세.”

‘땡큐!’

편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된 베놈이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상단의 규모가 좀 작아진 것 같소.”

“말도 말게.”

손사래를 친 다니엘이 대륙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악의 세력의 영향인가.’

“자네는 어디로 가던 중이었나.”

“파드 왕국에 볼일이 좀 있소.”

“하하, 하하하하!”

베놈이 목적지까지 동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다니엘이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이번 원행은 재미 좀 봤소.”

“세상이 어수선하다 보니 물품 값이 많이 뛰었네.”

우회적으로 이문을 많이 남겼다는 뜻을 밝힌 다니엘을 보고 빙그레 미소를 지은 베놈이 화제를 돌렸다.

“어떤 이유 때문에 6개 왕국이 전면전을 벌이는 것이오?”

“모든 전쟁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여자 때문일세.”

“미친놈들!”

“몇몇 길드는 전체가 전쟁에 개입한 상태라네.”

“지옥에 발을 들였군.”

승리하는 쪽에 물자를 공급해준 길드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겠지만 패하는 쪽에 선 길드는 반대로 감당하지 못할 빚을 지게 된다.

최악의 경우 패전하는 쪽에 물품을 공급해준 길드는 길드에 속한 상단 모두 노예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옥에 발을 들였다고 말을 한 것이다.

“자칫 대륙 전체의 상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네. 아니 어쩌면 물가가 폭등하는 것도 전쟁의 여파라고 볼 수 있네.”

“당신의 상단은 괜찮소?”

“나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물품들을 대거 사들였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수상한 사건들이 이어지지 않았소?”

“수상한 사건들이라······.”

다니엘이 기억을 더듬으려는 순간 마차가 속도를 줄였다.

“무슨 일이냐!”

“전방에 수상한 무리들이 나타났습니다!”

마부의 외침을 들은 다니엘이 호위병들을 전방으로 이동시키라고 지시했다.

“어쩌면 자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네.”

“후훗,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소?”

마부에게 마차를 세우라고 말한 베놈이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이어 호위대장 라모스에게 손을 들어 보인 뒤 앞으로 나아갔다.

“베놈!”

걸음을 멈춘 베놈이 고개를 돌렸다.

“말을 타시오.”

마다할 이유가 없기에 베놈은 라모스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가 호위병이 끌고 온 말에 탔을 때 도적들이 속도를 줄였다.

스르릉!

파멸의검이 부드럽게 검집을 빠져 나왔다.

“베놈을 지원하라!”

“네엣!”

힘찬 목소리로 대답한 호위병들이 베놈 뒤에 도열했다.

‘이 파멸의검을 도적들을 상대로 처음 사용할 줄이야······.’

흡혈검이라고도 불리는 파멸의검을 내려다본 베놈이 도적들을 향해 말을 몰아갔다.

“멈춰라!”

도적 무리를 이끌고 있는 자의 외침에 베놈이 말고삐를 당겼다.

“죽기 싫으면 가진 것 모두 내놓고 가라!”

“그럴까? 대신 조건이 있다.”

“크하하하, 조건이라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로구나.”

“후후후, 난 악마의 자식이거든!”

베놈이 한 말의 의미를 선뜻 이해하지 못한 자가 들어나 보자면서 조건을 말하라고 소리쳤다.

“네 어깨에 달린 물건!”

“뭐? 뭐라고?”

“악마의 자식은 목표한 것은 반드시 취한다.”

“아, 악마의 자식이라고? 그, 그럼 당신이 베놈······.”

뒤늦게야 악마의 자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간파한 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랴!”

베놈이 말을 출발시키자 베놈과의 대화를 들은 도적들이 일제히 말머리를 돌렸다.

“난 반드시 목표한 것은 취한다고 했다!”

사납게 일갈한 베놈이 말안장 위로 올라가 허공으로 도약했다.

“으헉!”

서걱!

툭, 떼구르르르!

비명도 없었다.

잘려나간 목이 떼굴떼굴 구르다가 베놈 발아래에서 멈추었다. 그런데 무엇이 그리도 억울한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두두두, 두두두두!

베놈이 도적을 이끌고 있는 자의 목을 날리는 사이 말머리를 돌린 도적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 줄행랑을 놓았다.

“한심한 놈들!”

철컥!

검을 회수한 베놈이 말고삐를 잡아 라모스에게 건네준 뒤 마차에 올라탔다.

“허허허, 역시 베놈이군.”

“진짜 도적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소.”

“에이~ 설마······.”

“도적을 만만하게 보지 마시오.”

예전에 도적들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말해 다니엘로 하여금 마른침을 삼키게 만든 베놈이 호위병들을 다시 배치하라고 요구했다.

“라모스, 라모스!”

“네 어르신!”

다니엘의 외침을 들은 라모스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베놈이 지시한 대로 호위병들을 배치하게.”

“네에?”

“시키는 대로 해!”

“아, 알겠습니다.”

엉겁결에 대답한 라모스가 베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호위병 총원이 몇 명이오?”

“50명 정도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군.”

자신이 직접 호위병들을 지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베놈이 다니엘에게 양해를 얻은 뒤 호위병들의 지휘권을 부여받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울소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입니다. 19.09.11 42 0 -
공지 연재주기입니다~ 19.08.23 88 0 -
27 살육이 남긴 상처2 19.09.10 47 0 11쪽
26 살육이 남긴 상처1 19.09.09 36 1 10쪽
25 덫에 빠지다2 19.09.07 39 1 7쪽
24 덫에 빠지다1 19.09.06 49 1 11쪽
23 야망의 화신5 19.09.05 52 1 10쪽
22 야망의 화신4 19.09.04 55 1 10쪽
21 야망의 화신3 19.09.03 52 1 10쪽
20 야망의 화신2 19.09.02 56 1 11쪽
19 야망의 화신1 19.09.01 67 1 11쪽
18 주정뱅이 페트로2 19.08.31 69 1 11쪽
17 주정뱅이 페트로1 19.08.30 70 1 10쪽
16 폐허의 사원3 19.08.29 84 1 10쪽
15 폐허의 사원2 19.08.28 82 1 11쪽
» 폐허의 사원1 19.08.27 88 1 11쪽
13 또 다른 세상3 19.08.26 93 1 11쪽
12 또 다른 세상2 19.08.25 102 1 11쪽
11 또 다른 세상1 19.08.24 109 1 12쪽
10 운명적인 만남2 19.08.23 124 4 10쪽
9 운명적인 만남1 19.08.23 116 2 11쪽
8 망자의 탑4 19.08.22 131 2 11쪽
7 망자의 탑3 19.08.21 139 2 11쪽
6 망자의 탑2 19.08.20 165 2 10쪽
5 망자의 탑1 19.08.20 152 2 10쪽
4 엮여 버린 삶4 19.08.19 200 2 10쪽
3 엮여 버린 삶3 19.08.19 259 2 10쪽
2 엮여 버린 삶2 19.08.19 353 2 10쪽
1 엮여 버린 삶1 +1 19.08.19 855 6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