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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眞玄 님의 서재입니다.

소울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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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왕궁
작품등록일 :
2019.08.19 06:50
최근연재일 :
2019.09.10 09: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639
추천수 :
42
글자수 :
127,299

작성
19.08.2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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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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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폐허의 사원3

DUMMY

두두두, 두두두두!

베놈을 태운 말이 질풍처럼 내달렸다. 그가 이렇게 허둥대는 이유는 지도에 동그라미 표기된 곳이 아르카디아로 통하는 입구 근처였기 때문이다.

“이랴, 이랴이랴!”

베놈의 다급한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길게 울음을 터트린 말이 달리는 속도를 더욱 올렸다.

* * *

망자의 탑··· 아니 아르카디아로 통하는 출입구가 있는 기암괴석군에 도착한 베놈은 출입구 주변을 살펴본 뒤 지도에 표기된 곳으로 내달렸다.

“저기다!”

고인돌과 흡사한 형태의 바위를 발견한 베놈이 품속에서 지도를 꺼내 대조해본 뒤 바위로 다가갔다.

바로 그때!

대기를 가르는 파공성이 베놈의 귓전을 때렸다.

채앵!

검집으로 대기를 가르며 날아온 무언가를 쳐낸 베놈이 검을 뽑았고 그때 또 다시 정체가 불분명한 것들이 속사포처럼 쏘아졌다.

챙챙, 챙챙챙챙!

10년 전의 베놈이었다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사납고 무지막지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베놈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들을 쳐내며 전진했다.

“타앗!”

거리를 충분히 좁혔다고 여긴 베놈이 허공으로 도약했다. 그 순간 무언가를 날리던 그림자가 등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놓질 줄 아느냐!”

다다다다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뭐가 저리 빠른 거야!”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만큼 빠른 스피드를 가진 베놈인데 전혀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어엇! 어디로 사라졌지?”

상대를 놓쳐버리고 만 베놈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기암괴석들뿐이고 들리는 것은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소리뿐이었다.

“악의 세력이 가진 힘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그때 팔찌에서 전해지는 서늘함이 강해졌다.

“이 팔찌의 정체가 도대체 뭐야!”

스펠로네에게 수차례 물었지만 스스로 알아내라는 대답만 반복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베놈이 흥분하거나 화를 낼 때마다 팔찌도 격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무려 3개월 동안이나 팔찌와 시름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만 상태였다.

“어쩌면 지도에 표기된 그 바위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단서를 가로챌 수도 있기 때문에 베놈이 지도에 표기된 바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뿔싸!”

방금 파낸 구덩이를 본 베놈이 탄식을 터트렸다.

“이곳에 묻힌 것을 파내기 위해 나를 유인한 모양인데······.”

상대의 유인책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에 부아가 치밀었다. 그러자 팔찌가 반응하며 서늘한 기운이 체내로 흘러들었다.

“미치겠군.”

거칠게 투덜거린 베놈이 바위를 등지고 앉았다.

“강해진 것은 좋지만 그 강함 때문에 침착성을 잃다니······.”

베놈이 옆자리에 놓은 파멸의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휴우!”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상태였다.

파멸의검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당장 주정뱅이 페트로를 만나야 하고 헌터 네오에게 스펠로네의 편지를 전해야 한다.

손목에 채워진 팔찌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것도 베놈의 몫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페리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악의 세력도 추적해야 한다. 또한 페리족을 공격한 카스도 찾아야 하는데 또 다른 숙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길이 보이지 않아.”

철컥!

검을 검집에 넣은 베놈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일이 꼬일 때는 억지로 해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머릿속을 비우고 쉬어라.

스펠로네가 했던 말을 떠올린 베놈이 검을 검집에 넣고 배낭을 풀었다.

벌컥벌컥, 벌컥벌컥!

물병을 하나 꺼낸 베놈이 시원스레 물병을 비웠다.

“어머니의 말대로 휴식을 취하며 복잡하게 뒤엉킨 머릿속을 비우자.”

배낭에서 아리안느의 일기장을 꺼냈다. 바깥세상으로 나온 뒤 처음으로 확인하는 일기장이라 궁금증이 일었다.

“어디 보자······.”

팔랑!

“헌터 네오에게 전해주라는 편지인 모양이군.”

땅바닥에 떨어진 편지를 주워 내용을 확인한 베놈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이유는 ‘베놈은 내 아들이다’라는 문장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편지를 작성했는지 모르겠군. 아니다. 편지가 더 있을 수도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갈피를 샅샅이 확인했지만 더 이상의 편지는 없었다.

“으아아아!”

머릿속을 비우려다가 더 복잡해져 버리자 편지를 내팽개친 베놈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괴성을 질렀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여겼던 자신이 아르카디아와 인연을 맺은 뒤부터 겪어보지 못한 일만 이어지고 있는 이 상황이 정말 싫었다.

“내 경험을 살려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

어쩌면 폐허가 된 사원에 가면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베놈이 일기장과 편지를 배낭에 갈무리했다.

* * *

휘이잉!

이따금씩 불어온 바람이 황량함만이 가득한 거리를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거리에 가득했던 시체들이 사라진 거리를 따라 이동하고 있는 베놈은 악의 세력이 가진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아마도 악의 세력이 시체들을 가지고 갔을 것이다. 그런데 시체가 왜 필요한 걸까.’

쉬익!

미세한 파공성을 들은 베놈이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웬 놈이냐!”

땅에 내려선 베놈이 검을 뽑아들고 사납게 소리쳤다.

“그러는 너는 누구냐!”

앙칼진 목소리가 공명음처럼 들려왔다.

“모습을 드러내라!”

스슥!

한줄기 바람과 함께 후드를 뒤집어 쓴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사?”

-네가 충분히 강하다는 확신이 없으면 절대로 마법사와 대적하지 마라.

···라고 했던 스펠로네의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빌어먹을!’

“응? 그 검은 흡혈검!”

‘흡혈검을 알고 있다고? 설마······.’

웨스트그린이 했던 말을 떠올리는 순간 여자가 뒤집어썼던 후드를 젖혔다.

50대 초반의 얼굴,

보는 순간 ‘미인이다’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얼굴이었는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가 어떻게 그 흡혈검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젠장! 얼굴은 반반한 사람이 말투는 더럽게 싸가지 없네.’

“강제로 입을 열어줄까.”

‘순순히 대답할 수는 없다. 후훗!’

“웃어?”

여자가 쌍심지를 켜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 순간,

어린아이 머리 크기의 불덩이가 나타났다.

“웨스트그린에게서 받은 것이오.”

“거짓말!”

슈앙!

여자의 손바닥을 떠난 불덩이가 베놈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날아갔다.

“이크!”

클레우스에게 수호자들은 파이어볼보다 월등한 수준의 마법도 튕겨낼 수 있다고 들었지만 베놈은 불덩이에 맞서지 않고 몸을 날려 피했다.

“네가 어떻게 장로님의 이름을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클레우스에게 받은 것이오.”

클레우스라는 단어가 흘러나오자 여자의 표정이 멍하게 변했다.

“헌터 네오는 어떻소? 아니 주정뱅이 페트로는?”

“너의 정체가 뭐야?”

“아르카디아의 사람이오.”

베놈의 대답을 들은 여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질문 다 한 것이오? 그럼 이제 내가 묻겠소. 당신은 누구요.”

“······.”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여성마법사 3명이 차례로 밖으로 나왔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들 중 한 명이오?”

“휴우!”

한숨을 내쉰 여자가 다시 후드를 눌러썼다.

“따라와라.”

“잠시만 기다리시오.”

철컥!

검을 회수한 베놈이 말에게로 다가가 말고삐를 잡고 앞서가는 여자를 뒤따랐다.

“혹시 이곳에 잔뜩 쌓여 있던 시체들을 치운 것이오?”

“······.”

“이 도시를 파괴한 자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소?”

베놈의 입에서 질문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여자는 대꾸하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아르카디아에서 나온 마법사들과 함께 있는 것이오?”

“남자 새끼가 입이 참 가볍네.”

“······.”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가 베놈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안 넘어오네.’

그때 여자가 방향을 틀었다.

‘어? 폐허가 된 사원으로 가는 거였어?’

“내가 마지막으로 아르카디아에서 나온 사람이다. 그런데 너는 내가 아는 얼굴이 아니야.”

“이제는 아는 얼굴 아니요?”

베놈의 능청에 눈살을 찌푸린 여자가 멈추었던 발걸음을 떼었다.

“누님!”

“······.”

“내 이름은 베놈이요. 누님은······.”

걸음을 멈춘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바네사!”

짧고 강한 톤으로 대답한 바네사가 베놈을 흘긴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잠시 후,

폐허가 된 사원에 도착한 바네사는 베놈을 신전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자 먼저 세상 밖으로 나왔던 엘리스와 에이미가 베놈의 앞뒤를 막아섰다.

“에이미, 적이 아니야.”

“놈팽이를 만들었어? 언제?”

에이미가 토끼 눈을 뜨며 베놈과 바네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르카디아의 출구가 열릴 시기잖아.”

바네사의 대답을 들은 에이미가 베놈에게로 홱 고개를 돌렸다.

“너 누구 아들이냐.”

“에?”

“누구 아들이냐고! 설마 클레우스의 아들은 아니겠지?”

‘후후후, 클레우스 형님의 애인이었군.’

“웃어?”

“스펠로네!”

베놈의 입에서 스펠로네라는 이름이 흘러나오자 세 여자의 입이 쩍 벌어졌다.

“아, 아버지는······.”

“난 어머니의 양아들이오.”

쾅!

충격을 받은 세 여자가 비틀거렸다.

‘내가 어머니 양아들이라는 게 그리 충격을 받을 일인가.’

스펠로네의 양아들이라는 단어 속에 함축된 의미가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베놈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스터께서 결계를 깨트린 것이냐!”

정신을 가다듬은 바네사가 톤 높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님들처럼 나 혼자 나올 수밖에 없었소.”

“그럼 너는 뭐지?”

“어찌어찌 하다 보니 아르카디아로 빨려들었는데 그곳에서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소. 그리고 다시 나와 보니······.”

말끝을 흐린 베놈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네 말을 어떻게 믿지?”

엘리스가 베놈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물었다.

“이 파멸의검이면 대답이 되겠소?”

“흡혈검!”

엘리스와 에이미의 입에서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언제까지 서 있어야 하는 것이오?”

능청을 떤 베놈이 털썩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어 스펠로네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라며 배낭을 풀어 바네사 등에게 자랑했다.

정황상 거짓말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바네사 등은 베놈 좌우로 빙 둘러앉아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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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망자의 탑2 19.08.20 164 2 10쪽
5 망자의 탑1 19.08.20 152 2 10쪽
4 엮여 버린 삶4 19.08.19 199 2 10쪽
3 엮여 버린 삶3 19.08.19 258 2 10쪽
2 엮여 버린 삶2 19.08.19 35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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