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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眞玄 님의 서재입니다.

소울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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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왕궁
작품등록일 :
2019.08.19 06:50
최근연재일 :
2019.09.10 09: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653
추천수 :
42
글자수 :
127,299

작성
19.08.24 09:0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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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또 다른 세상1

DUMMY

카스로 인해 곤경에서 벗어난 베놈의 관심은 오직 카스뿐이었다. 그의 발자취를 뒤쫓는 이유는 빚(?)을 갚기 위함이었다.

언데드가 남긴 흔적 때문에 카스를 뒤쫓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카스가 언데드들을 모조리 처치했기 때문에 위험 또한 없었다.

‘카스는 이 망자의 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모양이구나. 그 사람의 정체가 뭘까.’

드드드드드!

갑자기 천정이 무너질 듯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젠장!”

다다다다!

거칠게 투덜거린 베놈이 앞만 보고 뛰었다. 어디가 어딘지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언제 건물이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에 달리는 것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그그긍, 터엉!

어떤 출구가 닫힌 모양,

굉음이 메아리가 되어 망자의 탑 전체로 퍼져 나갔다.

쿠웅, 쿵쿵쿵!

석문이 닫히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씨발, 이러다가 골로 가는 것 아니야!”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단지 의미 없는 죽음이 싫을 뿐이다.

짜증이 폭발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

갑자기 흔들림이 멈추고 적막이 찾아왔다. 걸음을 멈춘 베놈이 주변에서 들려온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분위기 한 번 묘하군.”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린 베놈이 발걸음을 떼었다. 하지만 카스의 흔적을 놓쳤기 때문에 주변을 샅샅이 살피며 걸었다.

“끄으, 끄으으으.”

“카스에게 받은 검이 효과가 있는지 실험할 수 있는 기회다.”

걷는 속도를 높인 베놈이 갈림길이 나오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휘류류류!

베놈을 곤경에 빠트렸던 고스트가 너울거리며 날아왔고 고스트 뒤로 좀비 2마리가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차앙!

언데드들을 향해 달려가며 검을 뽑은 베놈이 허공으로 도약해 고스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퍼억, 푸스스스.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던 고스트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좋았어!”

쾌재를 부른 베놈이 좀비들도 제거해 버렸다.

‘이런 검을 가진 카스에게 긴장했었다니······.’

카스로 인해 얼어붙었던 상황을 떠올린 베놈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피어났다.

우르릉, 콰앙!

사방에서 굉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또 다시 망자의 탑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면서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조금 전 허둥댔던 것과는 달리 누군가 지켜보면서 곳곳에 설치된 기관을 작동시키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 베놈이 검을 빼든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카스에게 진 빚을 갚는 것보다 장난을 치고 있는 자를 찾아 없애는 것이 시급한 것 같군.”

목표를 바꾼 베놈이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걸었다.

그렇게 얼마만큼 걸었을까?

좌측 벽이 열리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복도가 나타났다.

“후후후, 악마의 자식이라고 불리는 내가 이 따위를 두려워할 것 같으냐.”

자신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초대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베놈이 히쭉거리며 열린 통로로 들어섰다.

드드드드, 쿠웅!

베놈이 열린 통로로 들어서자 흔들림이 더욱 강해졌고 출구도 굳게 닫혔다. 그러자 힐끔 뒤를 돌아본 베놈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굉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베놈이 들어선 곳은 진동이 전혀 없었다.

‘이곳은 진동과 굉음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보면 심장부에 가까워진 모양이로군.’

검을 쥔 손아귀에 잔뜩 힘을 준 베놈이 걷는 속도를 높였다.

어느 순간,

발아래가 푹 꺼지면서 베놈을 빨아들였다.

“우웃!”

검을 활용해 속도를 높여보려고 했지만 빨아들이는 힘이 너무 강해 검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추락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아아악!”

결국 중심을 잃은 베놈은 빨아들이는 통로에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의식을 잃어버렸다.


“으으, 으으으으.”

의식을 되찾은 베놈의 입에서 가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했던 의식이 또렷해졌다.

전신이 쪼개질 것 같은 통증으로 인해 의식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이곳은······.’

주변을 살피려 해도 천근만근 무거워진 눈꺼풀이 열리지가 않았다.

“저 아이의 의식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아이라고? 내가?’

아이라고 말한 여자의 얼굴을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하지만 다행히 손가락과 발가락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몸을 먼저 추슬러야 한다.’

상대가 해코지할 생각이 없다고 여긴 베놈이 천천히 숨을 내쉬며 몸을 진정시켰다. 그러자 전신을 옥죄어 오는 고통의 강도가 높아졌다.

“깨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공명음 비슷한 목소리가 들은 베놈이 힘겹게 눈을 떴다. 흐릿했던 형상이 시간이 가면서 점차 또렷해지더니 이내 선명해졌다.

잘 봐주어야 30대 중반의 얼굴인데 보는 순간 ‘미녀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자였다.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긴 백발에 눈처럼 새하얀 복장이 또렷한 이목구비와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왠지 낯이 익다는 것이었다.

“엄살 피우지 말고 일어나거라.”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는 여자를 올려다본 베놈이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치료가 덜된 모양이구나.”

“······.”

“너를 살려준 이유는 너에게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을 정도로 중상을 입었단 말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전신이 욱신거리기는 했지만 상처가 입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었다는 말을 듣자 베놈으로서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너의 그런 심정 충분히 이해가 된다.”

‘독심술이라도······.’

“네 표정을 보니 내가 독심술을 익힌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구나.”

속내를 들켜버린 베놈이 움찔하는 반응을 보였다.

“내 이름은 스펠로네다.”

“마스터!”

“장로께서는 그만 나가보세요.”

괜히 끼어들었다가 축객령을 받은 장로 웨스터그린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보인 뒤 밖으로 나갔다.

‘장로라는 사람은 60이 훨씬 넘은 것 같은데······.’

웨스트그린이 스펠로네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모습을 본 베놈의 머릿속이 더 복잡하게 뒤엉켰다.

“네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 자칫 네가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치료만 해준 것이다.”

“허허, 허허허허.”

어이가 없었던지 베놈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샤라라랑!

베놈이 웃는 것을 본 스펠로네가 팔을 내저었다. 그러자 박하 같은 기운이 욱신거리는 통증을 가져가 버렸다.

“이, 이게 무슨······.”

“세상은 하나의 세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겉으로 드러난 세상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세상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네가 바깥세상으로 나가려면 10년은 지나야 할 것이다.”

스펠로네의 말이 베놈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서두르지 마라.”

“잠깐!”

베놈이 몸을 돌린 스펠로네를 제지했다.

“이곳은 도대체 어떤 곳입니까. 썩어 문드러진 시체들이······.”

“조금 전에 말했던 다른 세상의 일이다.”

“언데드라고 하던데······.”

베놈의 말을 들은 스펠로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언데드들과 싸우던 중에 만났던 자가 언데드라고 하더라고요. 나야 뭐······.”

말끝을 흐린 베놈이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상층부가 언데드의 소굴로 변했단 말이냐!”

스펠로네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망자의 탑에서 10년 동안 갇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모슨 말입니까.”

“후훗, 망자의 탑이라고?”

실소를 터트린 스펠로네가 의자에 앉았다.

“이곳은 아르카디아의 심장부다.”

“아르카디아가 뭡니까.”

베놈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정의를 수호하는 조직이다.”

스펠로네는 이어 아르카디아가 만들어진 시기와 취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배신자가 악의 세력과 손을 잡는 바람에 아르카디아의 핵심전력이 갇혀버린 신세가 되었다고 한탄했다.

“악의 세력은 결계를 치면서 1명이 드나들 수 있는 출구도 만들었다.”

“그럴 이유가 있습니까.”

“아마도 누군가를 들여보내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수작이었겠지. 그래서 나와 장로는 여러 사람들과 토론한 끝에 우리도 결계를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말을 마친 스펠로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베놈도 악의 세력에게 포섭된 사람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는 단연코······.”

“두보고면 알겠지.”

진실을 말해주는 것도 시험 중 하나라고 덧붙인 스펠로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뭐가 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베놈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스펠로네가 나를 믿지 못하듯이 나 역시 아르카디아라는 조직을 믿지 못한다. 그렇다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그렇게 결론을 내린 베놈이 돌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갔다.

“이, 이게 무슨······.”

분명 지하였다.

그러데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지상처럼 태양이 떠 있었고 사방이 이름 모를 꽃들로 만발한 상태였다.

“내가 의식을 잃고 있었을 때 지상으로 이동시킨 것인가.”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계가 어쩌고 한 말이 다 거짓이었단 말이지?”

어금니를 질끈 깨문 베놈이 발걸음을 떼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만발한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로움이 머릿속을 맑게 해 베놈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허벅지를 꼬집어보았다. 그런데 얼얼한 통증이 전해지는 것이 분명 꿈은 아니었다.

“자네는 누구인가.”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난 베놈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요.”

상대의 반말이 베놈으로 하여금 까칠하게 반응하게 만들었다.

“악의 세력이 투입한 자인가.”

“악의 세력? 내가?”

상대가 거리를 좁혀오자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던 베놈이 뒤늦게야 검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정체를 밝히기 싫다? 뜨거운 맛을 보아야 정신을 차릴 자로군.”

“만만하게······.”

상대가 코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내자 말끝을 멈춘 베놈이 주먹을 휘둘렀고 그 순간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베놈의 몸이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내동댕이쳐졌다.

“이, 이게 도대체······.”

베놈이 누구인가,

싸움에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또한 타고난 본능 때문에 싸울수록 강해지는 인물이었다.

베놈이 본 것은 상대가 코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것뿐이었다. 그런 탓에 충격이 더클 수밖에 없었다.

“너 같은 떨거지가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것이냐.”

자존심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이익!”

이를 악문 베놈이 일어서려다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클레우스!”

베놈에게 결정타를 먹이려던 클레우스가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쯧쯧쯧, 저 아이를 상대로 몸을 푼 것인가.”

웨스터그린이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는 녀석입니까.”

“사경을 헤매던 녀석을 마스터께서 치료해 주셨네.”

웨스터그린의 말을 들은 클레우스가 베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마스터께서는 쉬운 길을 놔두고 왜 돌아가려고 하시는지······.”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저은 웨스터그린이 베놈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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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망자의 탑2 19.08.20 165 2 10쪽
5 망자의 탑1 19.08.20 152 2 10쪽
4 엮여 버린 삶4 19.08.19 200 2 10쪽
3 엮여 버린 삶3 19.08.19 25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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