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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眞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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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왕궁
작품등록일 :
2019.08.19 06:50
최근연재일 :
2019.09.10 09: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655
추천수 :
42
글자수 :
127,299

작성
19.08.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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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망자의 탑1

DUMMY

모두에게 길게만 느껴지는 밤이 지났다.

반란에 가담했던 전사들 약 200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숨을 죽이며 밤을 보냈던 주민들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가 삭막한 분위기에 놀라 집으로 들어갔다.

쾅!

“젠장맞을!”

페리족의 대소사를 담당하고 있는 그리즈만은 서열 4위이며 족장을 제거하고 자신이 페리족을 장악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즈만이 반란을 꾀한 이유는 서열2위이자 제사장인 마르티나 때문이었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제사장을 계승하는데 페리족은 제사장은 가정을 가질 수 없다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섹스를 밝히는 마르티나는 그리즈만을 유혹해 정부로 삼았으며 잠자리를 할 때마다 그리즈만에게 페리족을 장악하라고 부추겼고 마르티나라는 수렁에 빠져 버린 그리즈만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것이다.

계획은 완벽했다.

지난 3년 동안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거사를 준비했었다.

수많은 변수까지 고려해 준비한 거사이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었다. 전사들의 수장인 데카트론이 주시하고 있던 베놈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거사는 성공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더라도 마르티나만큼은 지켜야 한다.’

[크악, 커억!]

[사, 살려주십시오!]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들은 그리즈만이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반란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리발 작전으로 난관을 돌파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린 그리즈만이 감았던 눈을 떴다.

콰직!

문이 부서지며 전사들을 대동한 데카트론이 들어섰다.

“그리즈만!”

“이게 무슨 짓인가!”

“뭐가 아쉬워 반란을 꾀한 것인가.”

“허허허허!”

그리즈만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웃을 상황이 아닐 텐데?”

“자네 말대로 난 아쉬운 것이 없는 사람일세. 이런 내가 뭐가 아쉬워 반란을 획책한단 말인가.”

“후훗!”

그리즈만의 대답을 들은 데카트론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로우타의 절친이자 오른팔 역할을 했던 제로드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더라면 말문이 막혀 버렸을 상황이었다.

“전사장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나를 축출하려는 자네를 용서할 수 없네.”

“푸하하하!”

데카트론이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내 말이 우습게······.”

제로드를 부축해 들어선 베놈을 본 그리즈만의 흠칫 놀랐다.

‘저 자는······.’

그리즈만을 본 베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페리의 심장의 진위 여부를 파악해 달라고 의뢰했던 장본인이 그리즈만이었던 것이다.

‘딴에는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부했던 내가 저런 작자의 술수에 놀아나다니······.’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내 그리즈만이 제 꾀에 넘어간 사실을 떠올리고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일단은 지켜보자.’

“그리즈만님······.”

“제로드를 보고도 발뺌할 생각인가.”

“난 반란과 아무런 연관이 없네.”

잔 떨림이 녹아나 있는 목소리를 들은 데카트론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피어났다.

쾅!

테이블을 내리친 그리즈만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려고? 네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냐.”

제로드에게 시선을 돌린 데카트론이 보고 듣고 행동한 것들을 빠짐없이 설명하라고 명령했다.

“그리즈만님이 반란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사를 위한 훈련도 그리즈만님이 직접 감독했고······.”

‘이렇게 끝나고 마는 것인가.’

제로드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이 비수가 되어 그리즈만의 전신을 헤집었다.

“그리즈만을 끌고 가라!”

“잠깐!”

베놈이 그리즈만을 끌고 나가려는 전사들을 제지했다.

“무슨 짓인가.”

“확인할 것이 있소.”

“무엇을 확인하겠단 말인가.”

손을 들어 데카트론을 제지한 베놈이 그리즈만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페리의 심장의 유무를 확인해달라고 의뢰한 이유가 뭔가.”

“그 의뢰를 한 자가 그리즈만이란 말인가.”

“이유를 말하라. 대답하지 않는다면 내가 왜 악마의 자식이라고 불리는지 경험하게 해주마!”

살기어린 목소리와 더불어 폭풍 같은 살기가 몰아쳤다.

“후훗, 악마의 자식이라······.”

체념을 한 것일까,

그리즈만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저 자를 내가 처리해도 되겠소?”

“곤란한 부탁이다.”

데카트론이 베놈의 말을 일축해 버렸다.

“혼란스럽게 하려고 너에게 의뢰를 한 것인데······.”

오히려 독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에게 의뢰를 할 당시 네가 한 말을 잊지는 않았겠지?”

“무, 무슨 헛소리냐!”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보니 당시 한 말을 기억하고 있군.”

베놈의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이 노래졌다.

지붕은 빙글빙글 골고 전신의 맥까지 풀려 버렸다.

“지금 난 농락당한 기분이 들거든!”

“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가겠다.”

“입 벌려!”

베놈의 외침을 들은 전사들이 그리즈만의 입을 벌렸다.

“재갈 물리시오.”

베놈의 한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전사들이 그리즈만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흥미로운 일이로군.”

데카트론이 그리즈만의 앞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저 자가 의뢰했던 당시 했던 말을 꺼낼 수밖에 없는 것 같소.”

“혹시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사람을 언급하지 않았나.”

“그걸 어떻게······.”

“답은 나왔군.”

자리를 털고 일어난 데카트론이 베놈에게 할 말이 있다고 말한 뒤 전사들에게 그리즈만을 데리고 나가라고 명령했다.

“반란의 배후가 완전히 드러난 것 같네.”

“그렇소?”

“그리즈만이 언급했던 사람은 제사장 마르티나일세.”

“여자?”

베놈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제사장은 여자가 승계하는 것이 페리족의 전통일세.”

“이해가 되지 않는군.”

“마르티나는 젊었을 때부터 가정을 갖고 싶어 했네. 그리고······.”

말끝을 흐린 데카트론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요.”

“페리의 심장이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는가.”

“그걸 내가 어찌 알겠소.”

대답해 놓고도 어색한지 베놈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페리의 심장은······.”

말끝을 흐린 데카트론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차 알게 되겠지요. 그나저나 그리즈만과 마르티나라고 했나요? 그 제사장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오?”

“우리 방식대로 처리될 것일세.”

“죽음을 피할 수 없겠군.”

“반란의 주동자들 아닌가.”

그리즈만 등을 처형시킬 것이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데카트론이 베놈의 어깨를 두드려준 뒤 몸을 돌렸다.

“할 말 다 한 것이오?”

“페리의 심장에 대해서는 족장님께 직접 듣게.”

“쩝!”

입맛을 다신 베놈이 건물을 나섰다.

* * *

데카트론의 특명을 받은 바이든은 10여 명의 전사들과 함께 마르티나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곳곳에서 반란에 가담했던 자들의 가족들의 울부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멈춰라!”

마르티나의 경호원들이 바이든 등을 막아섰다.

“제사장은 이번 반란의 주동자다. 비키지 않는다면 너희들도 반란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우리는 제사장님의 명령만 따른다.”

창창창, 차앙!

경호원의 대답을 들은 전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그러자 경호원들도 검을 뽑아들고 밀집대형을 이루었다.

“정말 피를 보자는 것인가!”

바이든이 경호원들을 노려보며 사납게 일갈했다.

“젠장맞을!”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바이든 측이 앞서지만 제사장의 경호원들 개개인의 능력이 워낙 출중하기 때문에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멈추시오!”

모두의 시선이 외침이 들려온 곳으로 돌려졌다.

“어억!”

“제사장님!”

마르티나의 목에 단검을 댄 베놈을 본 경호원들이 경악성을 터트렸다.

“제사장을 살리고 싶다면 무기를 버려라!”

“······.”

‘베놈이 어떻게······.’

어리둥절하기는 바이든도 마찬가지였다.

“후훗!”

바이든의 표정을 본 베놈이 실소를 터트렸다.

‘어떤 건물이라고 해도 잠입할 수 있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은 베놈이 마르티나의 경호원들에게 무기를 버리라고 호통 쳤다.

쨍그랑!

누군가 검을 놓으면서 맑은 쇳소리가 만들어졌다.

쨍그랑, 쨍그랑!

나머지 경호원들도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모두 체포하라!”

“네엣!”

힘찬 목소리로 대답한 전사들이 경호원들을 포박했다.

“어떻게 된 것인가.”

“악마의 자식이라고 하지 않았나.”

마르티나를 바이든에게 넘겨준 베놈이 단검을 품속에 갈무리했다.

두두두, 두두두두!

말소리와 함께 데카트론과 일단의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네 정말 대단하군.”

마르티나를 본 데카트론이 말에서 내려 베놈에게 다가섰다.

“당신이 말해준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오.”

“그런가?”

웃는 얼굴로 대답을 대신한 베놈이 휘적휘적 걸어갔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마르티나를 부하에게 넘겨준 바이든이 넌지시 물었다.

“신전의 위치와 구조에 대해 물어보더군.”

“단지 그것뿐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데카트론이 그리즈만이 감금되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 뒤 발걸음을 떼었다.

잠시 후,

데카트론이 피 냄새가 진동하는 고문실에 도착하자 그리즈만을 고문하고 있던 전사들이 예를 올렸다.

“으으, 으으으으.”

전신이 망신창이가 된 채 신음을 흘리고 있는 그리즈만을 힐끔 쳐다본 데카트론이 고문하고 있던 전사들에게 물었다.

“알아낸 것이 있나.”

“지독한 놈입니다.”

“깨워!”

촤아악!

그리즈만의 얼굴이 찬물이 끼얹어졌다.

“으으, 으으으으.”

고개를 숙인 채 신음을 흘리던 그리즈만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마르티나도 체포되었다.”

“어, 어떻게 그런 일이······.”

“경호원들이 실력이 출중하기는 하지만······.”

말끝을 흐리며 검지를 흔들어 보인 데카트론이 그리즈만 앞으로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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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망자의 탑2 19.08.20 165 2 10쪽
» 망자의 탑1 19.08.20 153 2 10쪽
4 엮여 버린 삶4 19.08.19 200 2 10쪽
3 엮여 버린 삶3 19.08.19 259 2 10쪽
2 엮여 버린 삶2 19.08.19 35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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