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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6.13 18: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15
추천수 :
3
글자수 :
124,550

작성
24.06.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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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isode 3. 끝 (4)

DUMMY

세 명의 질문자와 한 명의 피질문자, 그러니까 응답자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다. 아니, 질문보단 추문이 맞는 표현이었다.

세 질문자 중 정현기가 갑자기 어디서 난 것인지 모를 안경을 쓰고 그것의 대를 잡아 추어올렸다.


“이 녀석은 뭡니까?”


삐릭!


정현기가 물방울을 건드리기 위해 손가락을 세워 다가갔지만 물방울은 그런 정현기가 싫다는 듯 불만을 토로했다. 지범은 정현기의 질문에 거짓 없이 답했다.


“탑에서 데려온 마수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런 경우는 종종 있었다.

탑을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해 어리숙한 마수와 혹은 그보다도 어린, 아직 부화도 않은 마수의 알 같은 존재가 종종 발견되곤 했으니까.

그들은 여지없이 각 길드에게로 넘어갔다. 따로 이유라고 하면, 연구 가치가 높다는 것을 들 수 있으려나.


“수많은 마수들을 봐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정현기 또한 숙련된 베테랑 프레데터. 탑 내부에서 어린 마수를 본 것이 한두 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이토록 경탄하는 이유는.


“적의가 없어요.”


적의가 없다?

지금 물방울이 그들을 대하는 상황을 본다면 그리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방울은 명백히 정현기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바로 여기에 정현기가 느끼는 감정의 총체가 있다.

불만은 있지만 적의는 없다.

적의란 상대를 적대하거나 해치려는 마음을 뜻한다. 하지만 물방울은 아니었다.

적대하려고도, 해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직 주인의 손길에만 의지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자신의 근처를 허용하지 않는, 태어난 지 며칠 안된 강아지 같달까.


“이럴 줄 알았으면 연구소로 보내지 말았어야 하나 싶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정현기는 탑에서 아기 마수를 데려오는 즉시 연구소로 이송시켰다.

길드의 지령 때문이었다. 정현기는 길드가 올바른 기틀을 잡을 수 있도록 온갖 방면으로 열성적으로 노력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탑의 어린 마수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꽤나 의아한 일이었다.

정현기는 그제서야 제 미흡한 점을 통찰했고, 그러자 물방울이 그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책상 위에 나란히 올려져 있던 그의 두 손으로 뛰어들었다.


“꽤 똑똑하네요.”


정현기가 배구공만 한 물방울을 잡아 쓰다듬었다.

물방울은 기분이 좋은 듯 정현기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이미 예상도 했고, 결과도 그렇게 됐지만 제 생각보다 더 안타깝네요.”


안타깝다.

지범은 탑을 세 시간만에 클리어하고 나오겠다는 말을 지켰다. 무려 황색의 탑을 말이다. 거기에 더해 말을 할 수 있는 마수의 존재, 탑의 너머 등 단신으로 탑을 파헤쳤다고 보기엔 너무 방대한 양의 이익이 남았다.

사상자 또한 0에 수렴했다. 지범이 홀로 범람하는 마수들을 막을 때에도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 사상자가 나올 뻔한 순간에도 손승혁과 김민현의 지원으로 다행히 발생을 막았다.


손해는 없고, 오로지 이득이 존재한다.


이번 탑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위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다는 것은 부정적인 단어다. 그러니까 어딘가 손해를 봤을 때 하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 말을 꺼낸 것은 김민현이었다.

손승혁과 정현기가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디펜더 B팀의 팀장 손승혁이 김민현을 향해 말하려는 순간.

먼저 말한 것은 지범이었다.


“이번 전투로 인해 민현 씨의 검이 부서졌습니다. 예상은 하셨겠습니다만,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지범이 의자에서 기립해 김민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민현은 손사래를 치며 지범을 일으켜 세웠다.


“아···아닙니다! 이미 각오하고 있던 일입니다. 차라리 지금 산산조각나 다행인 것 같습니다. 제가 검을 소유하고 있을 때 부서졌으면 검을 어떻게 해서든 고치려 했을 테니까요. 이마만큼 손해인 일도 없죠.”


애써 웃음으로 무마하며 넘어갔지만, 지범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김민현이 지범에게 빌려줬던 그 검은 김민현의 애병이었다.

프레데터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이 년 남짓한 세월 동안 함께했던 병장기였다.

누군가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고, 또 별볼일 없는 검이었지만 김민현에게 그 검이 주는 힘은 또 달랐다.

지범은 그에게 마지막 위로를 건넸다.


“정말 명검이었습니다. 끝에 끝까지 탑을 함께 클리어한 전우였으니까요.”

“그 검은··· ···, 저희 어머니께서 제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지범은 조금 놀랐다.

김민현을 꿰뚫어본 지범은 이미 그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파악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김민현이 지금 말하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김민현이 절대 남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만의 비밀.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사실, 여읜 것도 아니죠. 그 사람은 제 발로 집을 나갔으니까.”


그의 가정사였다.


“저희 집은 가난하진 않아도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옷을 입을 수 있었고, 살 집이 있었으니까요.”


김민현은 그 사람을 애써 떠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레 해중에서 떠오르는 부레와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가정의 평화는 단 한 사람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저희 아버지였습니다.”


김민현은 지금껏 외면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흔한 레퍼토리입니다. 도박에 빠지고, 전재산을 도박에 탕진하고, 결국은 집을 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선 저와 어머니를 마구잡이로 때렸습니다. 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머니는 전부 기억하고 계셨죠. 그게 전부입니다. 하지만 별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미워하기엔 너무 어렸으니까요. 그저 어머니의 눈물에 공감한 것이 제 감상의 전부였습니다.”

“지금 어디 있는지는··· ···?”


정현기가 조심히 그에게 물었다.


“이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식 프레데터가 되고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탑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아버지란 작자가 탑을 조심하면서 다녔을 리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굳이 찾아볼 이유가 있었나? 방금··· ···.”


말을 잇던 정현기는 끝을 흐렸다. 그에게 실례가 될 말임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민현은 그가 하는 말의 의도를 알았다.


“어머니의 부탁이었습니다. 그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요. 어렵지 않았습니다. 조사를 시작한 지 삼 분만에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찾았으니까요.”

“어디··· ···.”

“죽었더랍니다. 존속의 갈림길 때요. 사인도 멍청했습니다. 술에 취해 걷다가 하늘에서 추락하는 탑을 못 보고 압사. 허무했고, 시시했습니다.”


누군가 들으면 사이코패스 같다는 말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의 그 누구도 그런 말을 선뜻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저는 존속의 갈림길 도중 각성했습니다. 그것이 거의 막바지에 다가갈 때쯤. 저희 집 앞에 탑이 나타났습니다. 별볼일 없는 청색 탑이었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프레데터의 기준이었을 뿐. 프레데터가 아닌 일반인에게 청색의 탑이란 전무후무한 재앙과도 같았습니다. 저는 그 상황에서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넓은 은쟁반에 테이프를 감아 방패처럼 둘렀고, 주방에 있던 식칼을 들고 범람하던 탑의 마수를 처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각성했죠.”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한 듯 김민현의 눈빛이 미묘한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지금 그에게 청색 탑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전투 경험치를 주는 편의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무엇으로도 지워지지 않은 낙인.


“하지만 한낱 방금 각성한 일반인 따위가 마수에게 상대가 될 턱이 없었죠. 삼십 분을 내리 어머니를 지키며 전투를 지속하던 도중 결국 자세가 무너졌습니다.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마주한 마수들은 그때의 저에겐 너무 거대한 존재였습니다.”


김민현이 슬쩍 손승혁을 일별했다.


“꼼짝없이 죽는구나 싶던 그때 제 앞으로 한 프레데터가 나타났습니다.”


손승혁의 입꼬리와 어깨가 하늘을 뚫을 성싶었다.


“당시 디펜더 팀의 준 말단이었던 팀장님이셨습니다.”

“준 말단이라니 십새 아니, 평 대원이라는 말이 있잖냐.”


순간적으로 튀어나올 뻔한 육두문자를 억지로 집어삼켰다.


“무자비하게 저희 집 반지하의 대부분을 박살내고 들어온 팀장님은 주먹 한 번에 마수들의 머리통을 으깼습니다.”


손승혁이 주먹을 그러쥐며 김민현과 함께 그때를 회상했다.


“그렇게 집 내부에 있던 모든 마수들을 처리한 팀장님은 제가 감사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다른 사람들을 지키러 떠나셨습니다. 이후 딱 봐도 말단처럼 보이는 분이 저와 저희 어머니를 데리고 안전지대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분은 지금 제 선배입니다.”


기구한 운명이었다.


“그들을 보고 감명받은 저는 프레데터, 그중에서도 디펜더를 목표로 잡고 나아갔습니다. 그때 제가 프레데터를 처음 꿈꿨을 때 어머니께서 선물해 주신 선물이 그 검이었습니다.”


지범은 여전히 무감각한 표정을 지어 김민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감각의 전이를 받은 것인가 반듯하게 빛나고 있었다.


“프레데터가 되기 위해서는 필히 거쳐야 하는 시험이 있었습니다. 그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저는 각고의 노력을 다했고, 덕분에 이곳에 올 수 있었습니다.”


2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그것을 듣는 청자로부터 상이하게 판단되는 말이었다.


“제가 이곳에 들어오고 사흘 뒤. 집에서 편지가 한 통 날아왔습니다.”


불길한 서두였다.


“어머니의 편지와, 부고 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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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pisode 3. 끝 (2) 24.06.07 13 0 10쪽
24 Episode 3. 끝 (1) 24.06.06 16 0 10쪽
23 Episode 2. 탑 (17) 24.06.05 15 0 9쪽
22 Episode 2. 탑 (16) 24.06.04 15 0 10쪽
21 Episode 2. 탑 (15) 24.06.03 15 0 10쪽
20 Episode 2. 탑 (14) 24.05.31 16 0 10쪽
19 Episode 2. 탑 (13) 24.05.30 1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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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pisode 2. 탑 (11) 24.05.28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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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pisode 2. 탑 (8) 24.05.23 1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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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pisode 2. 탑 (3) 24.05.16 20 0 10쪽
8 Episode 2. 탑 (2) 24.05.15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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