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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6.13 18: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19
추천수 :
3
글자수 :
124,550

작성
24.06.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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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isode 2. 탑 (16)

DUMMY

[무슨 소리니?]


“넌 탑주가 아니야. 탑주의 대리자고, 그저 인형일 뿐. 난 인형을 조종하는 조종사에게 말하고 있는 걸 뿐.”


[과한 억측이구나. 이래도 탑주가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여자의 손이 허공을 그었다.

허공을 그었다는 말이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여자는 달랐다.

허공이 갈라지며 그 틈에서 아득한 힘이 느껴졌다. 그리곤 그 힘의 극미가 허공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아득한 힘은 점점 구체화되더니 어떤 형상을 하나 구상했다.


[기억나니? 아니, 나겠지. 이 녀석은 네가 처음 탑의 너머를 인지할 수 있도록 했으니까.]


여자의 손엔 흑호가 들려 있었다.


“정말 흑호인가?”


[못 믿겠다면야.]


여자가 반대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기려는 순간.


“됐어.”


지범이 여자를 만류했다.


“너는 이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네가 탑의 주인이라는 걸 과시하고 싶던 거겠지?”


[과시라니. 어감이 좋지 않구나. 증명이지.]


“증명이라··· ···. 증명 좋지.”


지범의 손이 느긋하게 움직여 찻잔을 향했다. 찻잔을 집은 손은 다시 지범의 입으로 다가갔고, 지범은 그 차를 작게 한 모금 마셨다.


“더 증명해 봐.”


[무엇을?]


여자가 지범의 말에 반박하듯 답했지만 지범은 우습다는 투로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탑주라는 증거를 더 모아서 증명해 보라고.”


지범의 눈이 일순 희게 질렸다.

질렸다기 보다는 각성 혹은 진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성스러운 흰색이었다.


“전능한 내가 납득할 수 있게끔.”


여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

진실을 들켜서 부끄럽다거나, 수치스럽기 때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여자는 이곳의 탑주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역시··· ···.]


순간 여자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틀어졌다.

억양과 톤은 비슷했으나, 핵심적으로 하나가 달라진 것 같았다.


[··· ···전지는 무시 못할 수준인 건가?]


목소리에 담긴 격. 그 격이 공간의 분위기를 천변만화 변화시켰다.


“드디어 납셨네. 이 사태를 손수 계략하신 탑주님?”


지범이 조롱 섞인 투로 탑주에게 덤볐다. 탑주는 무념무상하게 한 마디를 툭 뱉었다.


[앉거라. 많이 긴장한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난 원래 앉아 있었··· ···.”


지범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정말로 마련된 소파에서 일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단순히 일어서서 무방비 상태로 있던 것이 아니라 명백히 전투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뇌가 인지하지 못한 행동을 몸이 행한 것이다.

본능적이고 충동적으로.


“후··· ···.”


작게 한숨을 쉰 지범이 재차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범의 몸이 이리 반응한 이유는 그의 눈앞에 있는 저 탑주라는 인물이 그의 생각을 아득히 초월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리라.


“드디어 진짜 탑주가 납셨네?”


지범은 상관 않고 말을 이었다. 애써 긴장을 들추지 않기 위해 행하는 일종의 생존 본능이었다.

지범이 손을 만지작거렸다.

축축하게 젖은 손이 지범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긴장된다. 자신이 이 정도로 긴장한 적이 있던가.

노인의 장례를 치를 때에도, 웹소설 매니지먼트 사의 계약 때에도, 심지어 정현기가 지범을 시험하기 위해 그의 낡아빠진 집을 기습했을 때에도 그는 긴장하지 않았다.

노인의 장례는 이미 정해진 수순일 뿐, 그 시기가 빠른 것뿐이었고, 매니지먼트와의 계약은 지범이 그들의 생각을 뚫어보고 그에 맞는 모범 답안만을 제시했기 때문에 역시 긴장될 것이 없었다.

거기에 정현기가 찾아왔을 때조차 지범은 딱히 긴장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시험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적의나 살의가 그의 마음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아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


노인의 임종 때와 달리 정해진 수순 따위 없었다. 이 장소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만한 모범 답안이 없었음과 동시에 탑주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지범을 향한 살의와 악의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마침내 지범의 진짜 위기가 다가온 것이다. 그 어떤 위기에도 당황하지 않던 지범의 첫 당황이 말이다.


“왜 허수아비를 앞장 세웠지?”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자신이 몰린 상황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혹은 그것도 아니라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는 것일까.

지범의 눈엔 여전히 생기 도는 눈빛이 자리해 있었다.


[허수아비라면··· ···. 이 몸의 주인을 말하는 것이냐?]


“그래. 그 녀석이 그 몸의 주인인 건 궁금하지 않아. 왜 허수아비를 세웠냐고 물었다.”


[그거야 간단하지. 진짜 탑주인 나는 이곳에 오래 현현해 있을 수 없으니까.]


“현현?”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참 잘도 막아 놨군.]


탑주는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해서 나불거리더니 눈빛을 지범에게로 고정했다.

성격상 밀리지 않는 지범이 이번엔 탑주와 마주보았다.

둘의 치열한 기 싸움 속 한발 물러선 것은 탑주였다.


[나 원 참. 이리 어지러운 상황도 있는가. 한낱 똑똑한 피라미 주제에 날카로운 격이라니.]


탑주의 목이 소파를 넘어 꺾였다.


[말해 줄게. 내가 왜 여기에 계속해서 있지 못하는 이유를.]


탑주가 일어서 팔을 넓게 펼쳤다. 마치 자신의 장대한 서사시를 직접 읊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나는 차원의 너머에 있는 존재다. 평범한 인간은 물론. 전지를 자처하는 너조차도 알 수 없는 세계의.]


“내가 알 수 없는 세계?”


[그래. 그리고 이 탑은 그 세계 너머의 전유물이다. 뭐, 굳이 따지자면 너희 세계 군대의 척후병 같은 느낌?]


척후병.

적의 형세나 전장의 지형 파악을 위해 파견되는 병사.


“척후병··· ···?”


[너희 세계의 척후병은 어떻지? 강한 화기와, 뛰어난 병사들을 척후병으로 임명하나?]


탑주의 고개가 설레설레 부정을 말했다.


[대개 잠입에 용한 병사나 발이 빠른 이들을 척후로 임명하지. 무기도 그리 무겁지 않고 가볍지. 안 그런가?]


지범은 그제서야 탑주가 하는 말을 전부 이해했다.


[네가 짐작하는 것이 맞다. 지금 이 세계에 파견되는 것은 탑 중에서도 그리 강하지 않은 탑. 너희가 말하는 ‘존속의 갈림길’이라는 것도 겨우 가련하고 미흡한 너희의 수준에 딱 맞는 사태라는 것이다.]


“그럼 그곳에 있는 건 너 하나뿐인가?”


[그건 단호하게 말할 수 있겠군. 아니. 여기엔 수많은 이들이 존재한다. 너희들이 신이라고 부르는 존재나 창작물의 주인공 같은 녀석들이 이 세계에 살고 있지.]


“그럼 그들. 너희의 목표는 무엇이지?”


[우리의 목표라··· ···.]


여왕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일차적으로는··· ···정복?]


“정복? 지구 정복을 말하는 거냐?”


탑주가 차를 들어 찻잔을 통째로 씹어 삼켰다.


“만화의 삼류 악당이 말하는 것처럼 말하네.”


[우리는 너희의 과학기술을 높게 평가한다. 부족한 아류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자랑거리지. 당장 4년 전 사태 이후로만 보아도 너희의 과학은 무시무시하게 발전했다. 그렇지 않나?]


실제로 지구의 과학은 4년 전 존속의 갈림길 이후 더욱 급격하게 발전했다.

잠깐 가슴팍에만 대도 해당 프레데터의 등급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 힘을 높게 살 수 있을 것이었다.


“지구의 과학 기술을 얻기 위해 계속 탑을 보내 정복을 시도하는 건가?”


[그건 좀 오해가 있겠군. 그건 아니다. 우리는 그 4년 전 이후 한 번도 탑을 보낸 적이 없어.]


“그런데 왜 탑은 매년 수백, 수천 개씩 지구에 나타나는 거야?”


[우리도 그걸 파악하려고 한다. 미승인 탑들이 지구에 파견되고 있음을 알아챈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온갖 힘을 동원했지만 알아내지 못했지. 그래서 우리는 ‘생태계’를 파견했다.]


“이 탑?”


지범의 시선이 흰 공간을 훑었다.


[그래. 1층은 땅 속. 2층은 지상. 3층은 하늘. 4층은 우주. 마지막으로 5층은 저 너머. 이 탑에서 보자면 이곳이 아마 내가 있는 세계일 것이로군.]


“그래서, 그 이유는 알아냈냐?”


[그랬으면 우린 이미 진작에 떠났을 것이다. 파악을 하던 도중 실수로 착륙해 버렸고, 덕분에 네가 깽판을 치고 말았지. 결국 이 탑은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곧 떠날 것이다.]


실제로 탑의 힘이 점점 약해지는 것이 보였다.


“그럼 이 생명체는? 이것도 네가 만든 건가?”


[조종을 하는 건 나지만, 이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건 다른 놈이지.]


“그건 또 누구지?”


[있어. 우리 세계에 있는 탑을 만드는 제작자.]


“그럼 여긴 너희가 사는 세계와 유사하냐?”


[지구의 생태로 치면 그렇다는 거지. 이 탑과 우리의 터전 사이에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다. 빌어먹을 제작자.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이딴 거지 같은 탑을 만들었는지··· ···.]


잠깐의 침묵이 감돌던 둘 사이에서 적막을 깬 건 탑주였다.


[방금 말했지. 우리의 일차원적 목표는 과학 기술이라고. 그럼 궁금해질 텐데.]


“다차원적 목표?”


[뭐, 궁금해하지 않아도 이야기해 줄 테니 걱정은 말아라. 우리의 두 번째 목표는 너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는 저마다의 결여를 가지고 있다. 인간도 그중 하나고. 인간이 내세우는 지식은 절대적으로 한참 부족하다.]


“그걸 메울 수 있는 게 나라는 말이겠네.”


[그렇다.]


갑자기 그녀의 눈동자가 무작위로 뒹굴었다.


[이런, 시간이 다 되었나 보군.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탑주의 기운이 급감하고 있었다.


[내가 사는 세계를 찾아라. 그리고 찾아와라.]


“내가 왜?”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라면, 그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한다.]


탑주의 목소리가 옅어지며 완전히 기운이 끊어졌다.

이어 몸의 주도를 잡은 건 탑주의 대행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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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2. 탑 (16) 24.06.04 16 0 10쪽
21 Episode 2. 탑 (15) 24.06.03 15 0 10쪽
20 Episode 2. 탑 (14) 24.05.31 16 0 10쪽
19 Episode 2. 탑 (13) 24.05.30 1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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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pisode 2. 탑 (3) 24.05.16 20 0 10쪽
8 Episode 2. 탑 (2) 24.05.15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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