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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6.13 18: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14
추천수 :
3
글자수 :
124,550

작성
24.06.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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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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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Episode 3. 끝 (3)

DUMMY

지범이 흘긋 병원에서 배급된 점심을 보고는 침상을 여러 번 내려쳤다. 아니, 그런 상상을 했다.

현실의 지범은 침상의 하단에 몸을 기대고 실실 웃고 있을 뿐이었다.


“적귀 이 개새끼가.”


분노는 일도 사그라들지 않은 채였다.


달그락.


그때, 어디선가 플라스틱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물방울이 그릇을 하나씩 들고 지범의 앞으로 가져오고 있었다.


삐릭! 삐릭!


사람으로 따지자면 ‘영차 영차’같은 소리를 내며 말이다.

그렇게 밥과 국. 각종 찬들을 내어온 물방울이 제 이마를 닦았다. 굉장히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푸핫.”


그 덕분인가. 지범의 기분이 한층 풀렸다. 지범이 웃는 것을 것 물방울은 잽싸게 지범의 어깨로 올라와 비비적댔다.


“적귀가 아니면 참 귀여운 녀석이란 말이지.”


[뭐라고 하셨습니까?]


적귀(赤龜)가 아니고 적귀(赤鬼)라도 되는 것인가. 적귀가 물방울에게로 현신했다.


“아! 그런 걸걸한 목소리로 오지 말라고 내가 말 안 했나?”


[안 하셨습니다.]


“어, 그래. 다음에 나올 땐 예고하고 나와?”


[노력해 보겠습니다. 점심 드시는 겁니까?]


“어.”


단답으로 대답한 지범이 음식을 침상의 탁자 위로 옮겼다.


“요즘 밥 잘 나온다더니, 진짜네.”


따끈따끈 방금 지은 듯한 쌀밥과 언제 만든 것인지 한 입 먹으면 데일 것 같은 된장국, 잘 담근 김치와 제육볶음까지.


“맛있네.”


지범은 아주 뜬금없이 머릿속에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은 지범을 구제해 준 의인이고, 그를 길러준 부모였으며, 또 동시에 인간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준 교육자였다.

탑이 등장하기 전, 유일하게 지범이 부지했던 하나의 미제(未濟).

바로 노인의 죽음이었다.

노인은 죽는 전날까지도 사망의 시옷, 그 기미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노인은 지범이 학교에 있을 시각인 열두 시경 사망했다.

시신 감식의 결과였다.

처음에 경찰이 시신 감식을 요청했을 때 지범은 반대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고인의 시신을 건드는 행위가 불경하다고 생각해서도, 고인의 사인이 궁금하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었다. 되려 고인의 사망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지범이었다. 그는 전지했고, 동시에 똑똑했으니까.

지범 노인의 감식을 거부한 것은 그저 ‘혼란’ 때문이었다. 살면서 지범은 처음으로 무력함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그것은 지범에게 새로운 충격을 선사했고, 혼란은 또 다른 감정인 절망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그가 시신 감식을 결정한 이유는··· ···.


삐리릭!


상념에 빠져 멍한 지범을 깨운 것은 어깨에 올라 있던 물방울이었다. 물방울은 제 찬 몸을 지범의 뺨에 비볐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이 지범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앗 차가!”


지범이 반사적으로 물방울이 있는 위치를 보았다.

여전히 똘망똘망한 눈빛에 지범은 그것을 이기지 못했다.


“귀엽다··· ···.”


지범이 물방울을 쓰다듬었다.


삐릭. 삐리릭···.


그러자 갑자기 물방울의 기운이 뚝 떨어졌다. 그뿐이랴. 크기도 기하급수적으로 작아지기에 이르렀다.

지범이 깜짝 놀라 적귀를 불렀다.


“야! 야! 잠깐만.”


그러자 단숨에 물방울이 적귀로 변했다.


[왜 또 부르십니까. 삐진 거 아니셨··· ···으아아악!]


적귀가 눈을 감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곤 지범을 향해 고개를 올리자마자 절명할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오··· ···왜?”


그러자 지범도 덩달아 당황하여 적귀를 마주했다. 적귀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정말 기겁할 만했다.


[왜··· ···이렇게 거대하십니까?]


“어?”


지범이 인지하지 못해 되물었다. 그러자 적귀도 혼란스러운 듯 갈팡질팡했다.


[원래 이렇게 컸나? 아니.]


적귀가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적귀는 다시 지범을 올려 봤다. 그러자 그의 눈에는 지범의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이 있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아직도 모르겠냐?”


지범이 ‘멍청한’적귀에게 말했다.


“내가 커진 게 아니고.”


그의 손가락이 물방울의 이마(어디 있는지도 사실 모르겠다.)를 톡톡 건드렸다.


“네가 작아진 거야.”


그러자 적귀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한 눈으로 있었다. 그리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놀랐다.


“일부러 거북이인 척 말고. 빨리 다시 크기 좀 키워 봐.”


적귀가 물방울의 몸으로 펄쩍 뛰어내렸다.


[간단한 현상입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 거죠.]


“배가 고파서 그렇다고? 그럼 얘도 밥 먹어?”


적귀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병실의 바깥으로 나갔다.


“야! 어디 가!”


황급히 지범이 링거를 붙잡고 물방울을 따라갔다.


통 통 통.


걷지 못해 통통 튀는 물방울의 모습이 병원 환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저건 뭐야? 소환수인가?”

“물방울 같이 생긴 게 혼자 뛰어다니네.”


지범이 그것을 붙잡기 위해 달렸으나, 링거라는 구속에 더불어 간호사가 나서 그가 뛰는 것을 막았다.


“뛰면 안 돼요 환자분!”

“가만히 계세요!”


덕분에 지범은 물방울을 눈으로만 추적할 뿐 쫓아가지 못했다.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지고 난 뒤 지범은 물방울이 올 만한 길목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지범의 선견지명은 훌륭했다. 아니나 다를까 물방울은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훨씬 더 큰 몸집을 가지고 나타났다.

물방울은 지범을 보자마자 히끅 딸꾹질을 했다.


[어··· ···어떻게 여기에··· ···.]


“나 모르냐? 내가 네 동선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적귀가 한탄했다.


[아··· ···상대를 잘못 골랐네.]


“그것보다, 얘 밥이 뭐냐니까 왜 냅다 밖으로 나가는 건데?”


적귀의 혼이 담긴 물방울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긴 좀 대화가 새어 나갈 수도 있으니, 다시 방으로 들어갈까요?]


“예, 편한대로.”


달칵.


문 잠기는 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지범의 어깨로 올라왔다. 아담하고 귀여웠던 삼십 분 전의 물방울은 어디 가고 지금은.


“야! 내려와. 네 크기가 가늠이 안 돼?”


묵직하고 험악해 보였다.


[아 맞다.]


“그건 됐고, 대체 뭘 먹였길래 이렇게 커진 거야? 거기에 방까지 들어와서 이렇게 비밀스럽게··· ···.”


갑자기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를 물방울의 손이 지범의 입을 막았다.

검지를 세우고 나머지 손가락은 접은··· ···, 그러니까 ‘쉿’하는 자세였다. 그뿐이랴. 물방울의 눈빛은 누군가 유화로 칠한 듯 투박하고 그윽했다. 그윽한 눈빛이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니 정말 소름이 돋고 기겁할 만했다. 거기에 말투까지 바뀌었다.


[음. 원래 비밀이 많답니다. 저희는 그런 업종에서 일하거든요.]


“말투 돌려놔.”


[옙. 이어서 설명해 드리자면, 이 녀석의 주식은 물입니다.]


“물?”


[네. 이 녀석은 대충 어디 세면대에 물 조금 받아 놓으면 잘 먹습니다.]


“크기는?”


[먹은 물의 양에 비례해서 크기는 커집니다. 지금은 제 생각보다 좀 많이 먹여서.]


“네가 먹는 게 아니야?”


[그건 아닙니다. 저는 이 물방울의 의식을 가져올 뿐. 본능까지 전부 앗아오지는 못합니다. 움직이는 것은 본인의 의지. 그럼에도 제가 이렇게.]


물방울이 하늘로 튀어 올라 침상의 탁자에 올랐다.


[몸을 지배할 수 있는 것 또한 이 녀석의 의지입니다. 물방울이 제가 몸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다면, 저는 아마 입만 산 어느 대중 교통의 승객이 되겠죠. 빠르게 달리는 고속버스에서 바깥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격이 되려나요.]


쿡쿡 적귀가 웃었다.


“잠깐.”


그런 적귀를 지범이 멈춰 세웠다.


“그럼 거리낄 게 뭐가 있는데? 그냥 밖에서도 ‘얘 물 마셔요’하면 되는 거 아니야?”


[에이. 약간 불쌍하잖아요. 물만 마시고 산다는 게.]


‘뭐지? 이게 마수 감수성인가?’


짧은 혼란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었지만 지범은 넓은 아량으로 그를 이해했다.


“그럴 수 있지. 이거 한 번 먹으면 언제 또 줘야 돼?”


[24시간마다 줘야죠.]


“24시간? 그럼 탑에서는··· ···.”


[그러니까요 어떻게 살아 있었는지 몰라.]


“뭐? 그걸 네가 모르면 어떡해?”


[그러니까요. 근데 왜 등반자님은 모르세요? ‘전지’하신 분이.]


“조용히 해. 나 지금 심란하니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기가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도 능력입··· ···.]


따악!


“내가 아무리 몰라도, 너 얘 몸에서 빼는 건 알아.”


[아, 아니··· ···.]


적귀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희미해지며 동시에 다른 목소리가 활발해졌다.


삐리릭!


두말할 것 없이 물방울이었다.


“앞으로 적귀 새끼 오면 절대 받아 주지 마. 그냥 돌려보내.”


그러자 물방울이 깜찍한 얼굴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리곤 지범의 왼쪽 어깨에 올라와 맘껏 얼굴을 비볐다.


“어깨가 그렇게 좋냐?”


자신의 말을 정말 잘 듣는 반려 물방울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게 동물이 아닐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물방울과 지범이 잘 놀고 있을 때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세 사람이 지범의 병실을 슬그머니 열었다.

물론 그것을 눈치 챈 지범은 물방울을 탁자 위로 올리곤 창외를 바라보았다.


“오셨습니까?”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삐리릭!


물방울의 눈치였다.


‘아, 숨겼어야.’


눈을 희번득하게 뜬 세 사람이 물방울에게 달려들었다.


“··· ···자···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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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pisode 2. 탑 (3) 24.05.16 20 0 10쪽
8 Episode 2. 탑 (2) 24.05.15 21 0 10쪽
7 Episode 2. 탑 (1) 24.05.14 2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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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pisode 1. 시작 (4) 24.05.10 40 0 10쪽
4 Episode 1. 시작 (3) 24.05.09 4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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