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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6.13 18: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16
추천수 :
3
글자수 :
124,550

작성
24.05.08 10:10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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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Episode 1. 시작 (1)

DUMMY

그가 생애 첫 단어를 말했던 것은 세 살 훨씬 넘을 무렵이었다. 평균 14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언어를 시작하는 또래 아이들보다 한참 늦은 시기였다.

아이가 23개월이 되던 때, 아이의 언어 발달이 늦은 것을 께름칙하게 여긴 부모는 병원에 찾아갔다.


“아이의 언어가 조금 늦을 순 있습니다. 크게 의미를 부여하실 필요 없습니다.”


의사의 진단을 받았기에 안심이 되는 부부였다.


늦을 수 있다.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의사의 진단을 받은 당일. 부부는 아이의 유모차를 이끌고 길가를 산책했다. 건물이 많은 상가를 지나던 부부의 말목을 잡은 여인이 있었으니.


“잠깐 거기 둘!”


그 여인이 자신들을 부르는 말인 줄 몰랐던 부부는 반응이 늦었다.


“거기 유모차 끌고 있는 부부 말이야.”


그제서야 부부는 여인의 쪽을 돌아보았다.


“이리 와봐!”


아이와 여자를 뒤로 가린 남자가 앞으로 나서 여인과 대화했다. 정체를 묻기 위한 질문이었다.

여인의 정체를 물은 남자의 얼굴엔 불신이 가득했다.

그때, 여인이 손가락을 위로 추켜세웠다. 여인의 검지를 따라 올라간 그곳에는 한 간판이 있었다. 대문짝만한 간판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모든 것을 아는 무당의 점집].


남자가 고개를 내리자 무당의 손이 앞뒤로 까딱거렸다.

남자는 그에 반대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남자에게 무당이 가까이 다가갔다.


“아이가 말을 못하네?”


남자는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처럼 띵했다.

남자의 머릿속엔 ‘어떻게?’라는 일하원칙만이 맴돌았다. 결국 남자는 여자와 아이를 데리고 점집으로 들어갔다.

무당의 지도를 받아 들어간 곳은 여타 다른 점집과 같았다.


향의 냄새가 가장 먼저 진하게 풍겨왔고, 난해한 한자들이 부적의 형태로 방 내부에 덕지덕지 발라져 있었다.

중앙에 놓인 넓은 탁자에는 문방사우가 자리해 있었다. 아마 이 점집으로 오는 고객에게 써 주는 부적인 듯 보였다.

옆으론 무당방울과 깃발이 다소곳이 있으매 이 장소가 점집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차례상에 올라 있는 배, 사과와 같은 과일들이 풍기는 단 내음이 향의 냄새를 헤집고 그들의 코를 스쳤다.


“앉아.”


탁자에는 무당이 앉는 방석 하나가 있었고, 맞은편에는 마치 그들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두 개의 방석이 놓여 있었다.


“유모차는 바깥에 두고 아이와 함께 들어와.”


남자와 아이를 안은 여자가 앉자 무당이 그들에게 눈을 희번덕거렸다.


“저건 액운 덩어리야.”


‘저건’이라는 호칭은 분명 아직 말을 떼지 못한 아이에게 하는 말이리라.


“절대. 저것을 오래 데리고 있으면 안 돼.”


남자가 열불 같이 화를 냈지만 무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려 같이 언성을 높였다.


“저걸 계속 키우다간 절대 대성하지 못할 거야. 어쩌면 아예 폭삭 망해 버릴 수도 있을걸.”


남자가 무당에게 대체 왜 그런 건지 물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저건 수십 년 뒤 세상을 헤집어 놓을 거다.”


전술한 무당의 말에 따르면, 그 헤집는다는 것이 결코 좋은 뜻이 아님을 어림짐작하고 있던 부부였다.

몸에 소름이 돋은 부부가 돈은 내지 않겠다며 역정을 내고는 점집을 나왔다.


“쯧쯧··· ···. 결국 결과는 정해진 하나일지니.”


자리에 홀로 남은 무당은 마지막까지 부부에게 저주하듯 독백했다.


이후로 부부는 별탈 없는 일상생활을 계속했다.

단,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너무도 부적합한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뿐이었다.

아이가 흘리며 먹는 밥이 거슬렸다.

아이가 배출하는 배변이 역겨웠고.

아이가 내는 울음이 마치 괴물의 비명 같았다.


결국 부부는 이 아이를 애지중지 키워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단점만이 부각되었고, 좋은 점이나 장점은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종착지, 끝은 결국 하나로 귀결되었다.

아이는 인적이 드문 산에 포대기에 싸인 채 유기되었다. 어쩌면 당연했고, 또 안타까웠다.

아이는 불행했다.

태어난 지 세 번째 해도 견디지 못하고 부모에게 버림받는 삶은 기구하고, 특이했다.

하염없는 울음소리만이 드넓은 산을 메웠다.


바스락.


그에 더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몰려온 산짐승들이 아이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이젠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놓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행만 가득한 짧은 여생을 살다 다시 무로 돌아갈 위기에 놓인 순간, 불행만이 가득했던 아이의 삶에 한 줄기 행운이 드리운 건 그때였다.


“아이고, 누가 여기에다가 아가를 놓고 갔나··· ···.”


산 깊숙이 사는 독거노인이 아이를 발견한 것이었다.

노인의 손엔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고, 그 내부에는 파와 양파 등 각종 채소가 들어 있었다.

노인이 나타나가 무엇이 두려운지 산짐승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알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노인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노인은 가족이 없었다.

산 깊숙한 오지에서 날 때부터 살았기에 그랬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노인은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조선시대에 평민이 살 것만 같은 초가집이었다. 그곳에서 노인은 아이를 키웠다.

아이가 노인에게 돌봄을 받는 도중 말을 텄고, 걸었다. 노인이 하는 것에 관심을 보였고, 노인을 따라했다.

아이는 성장했다.


“할머니!”


그렇게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학교는 잘 다녀 왔어?”


평범한 부모자식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가 그들의 사이에서도 발화되었다.

그 어느 누가 봐도 평범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노인의 손자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오직 세상에서 둘만 아는 그런 비밀 말이다.


“내일 날씨는 어떠냐?”


노인의 질문에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하던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


“내일 비 맞고 가는 할머니 모습이 보여.”


그러자 노인은 우산을 대문 옆 조그마한 공간에 넣어 놓았다.


“들어가 자자꾸나.”

“오늘 야자 너무 힘들었다니까. 할머니?”


피곤한 듯 뒷짐을 지며 걷는 노인의 옆으로 아이가 수다를 떨며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이 되었다.

어제 아이가 했던 말 대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할머니, 나 갔다 올게!”


아이는 노인에게 스치듯 인사를 하고는 산을 타며 학교로 향했다.


“다행이구나.”


아이의 이름은 지범(知凡).

많은 것을 알고 통찰하라는 의미로 노인이 지어 주었다. 하지만 그 이름이 화근이었던 것일까. 지범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전지(全知)했다.


펄럭!


검정 우산이 힘차게 펼쳐지며 지범에게로 향하는 비를 막아 주었다. 위에서 본 우산의 모습이 확대되며 과거로 향했다.


*


때는 지범이 여섯 살이 되었을 때였다.

유치원에서 또래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했다. 지범은 술래가 되었고, 열여섯의 또래는 각자 술래가 찾지 못할 곳에 숨었다. 일 분의 시간을 센 후 사물과 한 몸이 된 친구들을 색출하기 위해 운신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는 열여섯의 친구들을 모두 찾았다. 불과 3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더욱 의아한 것은 지범의 행동이었다.

마치 또래의 위치를 모두 안다는 듯이 움직였다. 나무 뒤에 숨은 아이를, 탁자 밑에 숨은 아이를 찾았다.

다소 위험해 보이는 건물 지붕에서 술래를 내려보던 아이를, 선생님의 교무실 책상 밑에 숨은 아이를 찾았다.

정말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일사천리로 아이들을 찾았다.


*


“그런 때가 있었지.”

“뭐라고?”

“아, 아냐.”


중얼중얼 독백을 읊조리듯 말한 지범이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그는 전지했다. 자신이 알고 싶은, 알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얻었고, 그가 얻지 못하는 세계의 정보는 없었다.

말 그대로 전지했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아니, 어쩌면 너무 오랜만이게도 무지(無知)가 나타났다.


“지범아 잠깐 나와 봐.”


별안간 수업시간 담임 선생님의 호출로 교실 밖을 나서게 되었다.

선생님의 입에서 퍼져 나오는 음절의 나열이 지범의 정신을 심연으로 몰았다.


“네?”


지범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선생님에게 되물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지금쯤 장례식장에 계실 거야.”


확인사살을 당하듯 되돌아온 같은 답변에 지범이 가방도, 아침에 낸 휴대폰도 내팽개쳐 두고 산으로 향했다.

선생님은 떠나는 학생을 붙잡지 않았다.


산 중턱에 위치한 집에 헐떡이며 도착한 곳엔 경찰과 국과수, 119 구급대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정문에 걸린 폴리스라인을 헤쳤다. 막아서는 경찰에서 벗어나 앞으로 달렸다.


“고인의 유족이십니다.”


지범의 신원을 확인한 경찰이 지범을 소개시켰다.


“무슨 일··· ···이에요?”


그의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막힌 말문과는 반대로 생각은 말문의 몫을 합해 떠들고 있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이럴 리 없다. 내 행복이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될 리 없다.

경찰의 말로는 할머니의 사인이 고독사라고 했다.

어불성설이었다. 내가 있는데 왜 고독사야. 아침에도 할머니를 보고 나왔는데, 고독사는 내가 있으면 일어날 수 없잖아.

내가 몰랐을 리 없다. 내가 알았다면, 달랐을 것이다.

이 능력은 내게 저주다. 모르고 싶은 건 계속 주입시키면서, 내가 알고 싶은, 알아야 하는 정보는 막는다.

전지했으나, 때론 전지하지 못했다.

현실을 가득 부정하는 지범의 뒤로 잠깐 사라졌던 불행이 다시금 되살아나 그의 귀에 불행을 속삭였다.

그렇게 지범의 짧은 행복은 끝이 났다.


지범은 노인을 잊었다.

잊기 위해 공부에 열중했고, 어차피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공부는 그 의미를 잃었다.

좋은 대학에 갔다. 과는 국어국문학과를 진학했다.

큰 의의는 없었다. 전지한 사람에게 문학은 그저 활자의 나열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미를 부여하자면, 생전 노인이 책 읽는 것을 즐겼다.

그뿐이었다.


“이병 지범!”


평범하게 대학을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왔다.


“좋아해요.”


평범한 연애를 했고.


“그만하자.”


누구나 그렇듯 평범한 이별을 겪었다.


“··· ···대학교 수료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전액 장학금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모든 과목의 영어와 기호는 각각 A와 +로 점철되어 있었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지범은 적당히 소형 웹소설 매니지먼트 회사에 입사했다.

이 정도의 좋은 대학 성적이라면 굴지의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순수한 변덕이었다.

지범은 웹소설 작가들의 사소한 오탈자와 설정 오류, 맞춤법을 교정하는 업무를 했다.

사장의 입장에서는 워낙 유능한 인재였기에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우로 지범을 대했고, 여러 작가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회사는 지범 하나로 높은 성장세를 이루었다.


“그만두겠습니다.”


회사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지범은 사직서를 냈다.

또한 변덕이었다. 사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범은 제 스스로 직위를 포기했다.

지범은 상경과 생활을 같이 한 집을 팔았다.

그리곤 다시 그곳으로 내려왔다.

그의 불행과 행복이 공존하는 곳. ‘고향’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만 팔천 원입니다.”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편의점 알바를 했다.

대학시절 잠깐 해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오래한 것은 처음이었다.

평범했고, 또한 특이했다.

그런 지범의 인생에 큰 분기점이 나타났다.

흠칫하며 편의점을 창을 바라본 지범의 눈에 어떤 것이 비쳤다.


“저게 뭐야 ··· ···?”


웅성거리는 군중을 파헤친 지범이 나지막이 낭송하듯 말했다.


“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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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pisode 2. 탑 (3) 24.05.16 20 0 10쪽
8 Episode 2. 탑 (2) 24.05.15 21 0 10쪽
7 Episode 2. 탑 (1) 24.05.14 2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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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pisode 1. 시작 (4) 24.05.10 40 0 10쪽
4 Episode 1. 시작 (3) 24.05.09 4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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