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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6.13 18: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20
추천수 :
3
글자수 :
124,550

작성
24.05.17 18:00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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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Episode 2. 탑 (4)

DUMMY

흑호의 날 선 발톱이 지범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지범은 능숙하게 피해내며 흑호의 다음 공격 궤도를 예측했다.


‘왼쪽 옆구리가 실패했다. 만들어졌다 해도 동물은 동물. 전혀 다른 곳을 노리고 들 가능성이 높다.’


예측이라기보단, 예지에 가까웠다.


‘오른쪽 어깨.’


지범의 생각을 예증하듯 흑호의 오른발은 지범의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미리 알고 있었기에 대처는 어렵지 않았다.


후웅!


가벼운 몸놀림으로 흑호의 공격을 흘려낸 지범이 흑호와 멀어지기는커녕 되레 안으로 파고 들었다.

공격성이 높은 동물에게, 그것도 전설 속 존재라고 여겨지는 흑호에게 거리를 유지 않고 앞으로 달려든다는 것은, 그야 말로 자살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범은 이를 인지했음에도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흑호는 제 승리를 점쳤다는 듯 씨익 웃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흑호를 상대로 두고 안으로 파고 들어 해결책을 찾아보려던 놈들은 모두 흑호의 아가리에 목이 물어 뜯겨 죽음을 면치 못했다.


“뭘 쪼개냐.”


하지만 지범은 여타 다른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활자 작성. 「세로 찌르기」.


세로 베기와 찌르기를 병합해 만들어낸 그의 고유 활자라면 고유 활자가 흑호의 아가리에 작렬했다. 하지만 완벽했던 그의 계획은 흑호의 대처에 무너지고 말았다.


퍼엉!


그것의 몸에서 폭발이 일더니 일순 흑호가 흑색의 어두운 연기로 화했다.

지범은 그것에 대처하지 못했다. 아니, 대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았다.

그저 가만히 그 연기를 느낄 뿐이었다. 마치 연기가 발현되는 동안에는 흑호가 그를 공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점지했기 때문이리라. 이내 한 곳으로 연기가 응집되자 그곳에 전력으로 활자를 그려냈다.


활자 구성. 「찌르기」.


김민현의 검에 열기가 어리며 정확히 연기가 응집되는 중앙을 간파해 찔러냈다.


핏!


얇게 피가 솟구치며 연기가 이내 흑호의 형상을 갖추었다.


크와아아아!


옅은 상처였지만 분명한 급소를 찔러낸 지범이 흑호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알아채곤 바로 흑호에게 접근했다.


“아직 쿨타임인가?”


흑호는 지범의 접근을 알았지만 대처하지 못했다.

대처의 수단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크아아!


굵은 제성(啼聲)이 2층 전체에 준동하며 엄청난 위압을 가했다.


사아아.


그러자 지범의 발 밑이 황폐화되었다.

정확히 지범의 발 밑은 아니었다. 흑호의 아래에서 형언할 수 없는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형언할 수 없다고 서술한 것은 다음과 같은 현상 때문이었다.

연기에 닿은 모든 것들이 황폐화되며 2층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저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지범의 눈에 저것이 과하게 낯익어 보인 이유는, 종전에 지범이 하늘에 대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자 세상이 깜빡이던 모습과 동일하기 때문이었다.


“네가 왜 1층으로 추방되었는지 알 것 같아.”


1층과 2층은 서로 대립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반대의 성향을 띠고 있다.

어두움, 공포, 나아가 죽음까지 시사하는 1층과 달리 2층은 밝음, 희망, 생명을 상징하는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의 동물들은 허기에 굶주려 다가오는 모든 것을 죽이고, 먹어 치우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지만, 2층의 동물들은 여유로이 풀을 뜯고, 서로 상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1층도 원래 저렇게 참담한 광경은 아니었겠네.”


지범의 예상을 증명이라도 하듯 연기에 동물들이 닿자 정신에 이상이 생긴 듯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이내 살이 부식하고, 내부 기관이 뒤틀렸다.

동물들의 감각은 제 기능을 상실했고, 의지는 역할을 내려놓았다.


카가각!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들이받고 물고, 뜯었다.

하나둘 연기에 감염되자 2층은 혼란에 빠졌다. 저 멀리 푸르던 지평선이 제 색을 잃었고, 이제 이 땅에 희망이라는 것은 퇴색되어 드러나지 않았다.


“내 생각보다 더 위험한 광경이야.”


지범은 더 이상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듯 김민현의 칼을 빼 들고 흑호를 향했다. 그것이 뿜어내는 연기를 피해가며 지척에 도달했고, 그는 여지없이 활자를 지었다.


활자 작성. 「세로 베기」.


한껏 힘을 머금은 검이 내려쳐졌다. 하지만 검은 내려쳐졌을 뿐. 목표에게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


프히힝!


좌측에서 연기에 감염된 동물이 튀어나와 지범을 밀쳐냈기 때문이었다.


“크윽!”


잠시 간과했다.

감염된 것들은 피아식별 없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순다는 사실을 말이다.

덕분에 흑호는 2층을 완전히 제 영역으로 만들 수 있었고, 그에 따른 힘은 본래의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우렁찬 소리를 내뱉은 흑호가 이번엔 지범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위험하다.’


지범이 달려오는 흑호를 보며 느낀 감상이다.

맞서 대응하면 공격이 성공한다고 해도 타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렇다고 공격을 흘려내 피하면 저 부식된 마물들이 사방에서 덮쳐올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하나.


활자 작성. 「막기」


김민현의 검 주위로 무형의 보호막이 생성되며 흑호의 전력 돌진을 멈춰 세웠다.


빠지직.


물론 그 과정에서 무형의 방어막 또한 적잖을 타격을 입었기에 지범은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일 차 계획은 성공. 다음은··· ···.’


지범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지범은 흑호를 제쳐두고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돌파를 시작했다.


키리리리!


연기에 물들어 버린 동물들이 괴이한 제성을 내며 지범의 앞을 막았으나, 결국 찰나였다.


활자 작성. 「가로 베기」


역시나 지범의 격이 극한으로 발현되며 지범의 진로를 막던 동물의 무리를 반파시켰다.

마수들이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 지범은 그것들을 차례로 토벌해 나가기 시작했다.


카가각!


뼈밖에 남지 않은, 그 뼈마저 이제는 검정으로 완전히 부식되어 제 역할을 온전히 수행해내지 못하는 동물들을 베어내자 허수아비처럼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게 희망에 절망을 억지로 주입한 결과지.’


칼등이 툭툭 그것들을 치는 것만으로 산산조각 분해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환경에 과적응을 하는 개체도 존재한다.


푸흐흥!


일전에 지범을 치고 지나갔던 말이었다.


‘1층에 포진해 있던 놈들보단 약하다.’


하지만 강약은 단지 한 개체의 절대적인 강함에 기반해 있지 않다.

오염된 것들의 무수한 개체수가 지범을 반겼다.

반겼다고 해야 할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싸움 방식이 거지 같군.”


흑호를 파악한 결과, 놈은 육탄전을 선호하지 않는다.

상대가 먼저 들어오면 거리낄 것이 없는 놈이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먼저 들어오지 않는다.

먼저 들어오는 경우는 한 가지에 불과했다.


‘자신의 안전이 보장된 장소.’


가령 연기를 뿜어내고 주변을 모두 오염시켜 마침내 자신의 필드로 만들어낸 장소, 그중에서도 자신을 도울 지원이 있는 상황에서만 선제공격을 감행한다.

그 이외에는 자신이 오염시킨 생명을 이용해 전투하는 방식이다.


“비열하고 치졸하다.”


지범은 이런 싸움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정정당당하지 않았고, 야비했으니까. 하지만 이 또한 경험이었다.

이것을 넘지 못하면, 다른 것들은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낼 수 없다.


사박.


이젠 황폐화된 초원의 남은 한 포기 풀이 지범의 발에 밟혔다.

긴장감 흐르는 기류 속. 먼저 움직인 것은 저쪽이었다.


푸히히힝!


콧소리가 울리며 말들이 지범에게 달려들었다.

말이란 기동력과 힘을 동시에 갖춘 생명체.

그런 것들이 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강화되니 그 힘은 가늠을 하기 힘들었다.


활자 작성. 「가로 베기」


허나 이들에게는 고지능적 사고를 하기 힘들었다.

지범은 달려오는 그것들에게 활자를 날리는 대신 지각에 힘을 내뿜었다.


콰아아앙!


부식된 흙이 말들에게 튀어 올랐다.

이는 행동을 억제하기 위함을 내포하기도 했지만, 본질적인 것은 그들의 시각과 후각을 억제하기 위함이었다.

눈과 코를 주로 사용하는 생명체에게 그것이 억제되는 기분이란 가히 칠흑으로 점철된 길가를 걷는 것과 크게 진배없었다.


“흐읍!”


짧게 기합을 뱉은 지범이 한 획에 다섯씩 말의 숨통을 끊었다. 개중에는 죽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개체도 있었다.

뒷발굽을 치켜 세우곤 날뛰는 모습에 지범이 잠깐 애를 먹기도 했다.


캉!


접근하려 해도 쉬이 근처를 내주지 않는 말 덕에 시간이 늦어졌고, 시각과 후각을 대부분 회복한 말들이 지범에게 경계심을 갖으며 그를 주시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끌렸어.”


우선 지범은 저 날뛰는 것을 먼저 잠재우기로 했다.


쿠웅!


하늘로 솟아올라 지범이 그 말을 향해 검을 박아 넣었다.


활자 작성. 「찌르기」.


또한 찌르기의 변형으로 단숨에 숨을 앗아간 지범이 감각을 회복한 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슷한 레퍼토리.”


지범의 몸이 빠르게 운신하며 그들의 뒤로 달했다. 반응이 느린 몇몇 말은 자신의 죽음을 알아채지도 못하고 절명했고, 그런 그들을 보며 다시 자세를 잡은 이들은 어느 정도 저항을 겸하다 죽음을 맞이했다. 하나 이리 많은 이들을 죽여냈음에도 아직 그들의 수는 본래의 6할을 훌쩍 넘겼다.

쉽지 않다고 생각한 그가 다시 검을 고쳐 잡았다.

격한 전투에 김민현의 검은,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감각에 의하면 분명 무뎌져 있었다.


“갚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현재의 상황보다 이 검의 날이 무뎌지는 것이 두려운 지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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