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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6.13 18: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17
추천수 :
3
글자수 :
124,550

작성
24.05.10 18:00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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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Episode 1. 시작 (4)

DUMMY

“거절하겠습니다.”


의외로, 어쩌면 당연하게도 지범은 정현기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굳이 저 난장판에 끼고 싶지 않습니다.”


사 년이라는 세월이 결코 짧지 않다 한들, 저곳은 전쟁터고, 무질서한 격전지였다.


“등급은 체계를 빌미로 하여금 프레데터를 부려먹기 위한 제도일 뿐. 실질적으로 등급 자체가 유의미한 지위를 가지려거든 너무도 긴 세월이 걸립니다.”


정현기는 꽤나 놀랍다는 듯 반응했다.


“이미 이쪽 업계에 몸담고 계신 것 아닙니까?”


정현기가 반쯤 농담 섞인 말을 했고, 지범은 말없이 새벽녘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이곳에서 밤하늘을 보면 별이 참 많이 보입니다.”


지범의 시선이 이어 아래로 떨어졌다.


“하나 지금은, 아래가 위보다 더 밝죠.”


정현기가 지범의 얼굴을 응시했다.


“저 아래로 가면, 위에 있는 별빛이 가려집니다. 다르게 보면 아래에 빛이 없어야 하늘에 뜬 별빛이 제 빛을 제대로 발현하죠.”


정현기가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공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존이요?”

“아래에 빛이 만연하면, 위는 퇴색되고. 반대로 위가 반짝이려면 아래가 어두워야 합니다.”


다시 지범의 고개가 하늘을 향했다.


“저는 이게 현재 탑과 프레데터의 상황 같습니다.”

“현상황··· ···.”

“프레데터가 마구 날뛰면 탑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또한 프레데터의 수가 줄어들면, 그제서야 탑의 마수들이 지구에서 활개를 치겠죠.”

“그럼··· ···, 그래도 프레데터가 많은 쪽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얼핏 들으면 그쪽이 정답입니다만, 탑이 사라진다는 것은 프레데터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제서야 정현기는 지범이 하는 말의 요지를 깨달았다.


“서로는 양립해야 합니다. 도시의 불빛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늘에 전개된 별빛이 우리에게 감정을 주도록. 그렇지 않은 세상은 점점 더 병들어 갈 뿐입니다. 이게, 제가 당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입니다.”


지범이 저 밤하늘에서 눈을 떼 정면을 보았을 때, 그곳에는 정현기의 뒷모습이 있었다.


“굉장히 철학적이네요. 좋습니다.”


정현기가 고개를 뒤로 돌려 지범을 마주했다.


“그럼 지범 님이 서로의 세계를 양립하게 해 주시죠.”

“네?”


이찬이 되물었다.

명백히 의문이 담긴 어투와 음절이었다. 그러나 정현기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 지범에게 말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이 새로워진 세계를 이끌어갈 사람 말입니다.”

“아니··· ··· 전 분명 거절한다고··· ···.”

“어쩔 수 없죠.”


지범의 얼굴에 화색이 띠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정현기의 얼굴에 한쪽 입꼬리가 승천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지범 님을 불법 각성자로 신고해야겠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지범의 귀로 때려 박혔다.


“그··· ···.”

“제 생각은 여전히 틀리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지범 님. 저를 믿고 한 번만 따라와 주십시오. 후회하지 않으리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후회할 테니까요.”


정현기의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였다.


“그럼.”


이찬이 마루에서 엉덩이를 떼며 일어났다.


“한 번만 믿어 보죠.”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훌쩍 흘렀다.

그 사이 이찬은 주변을 정리했다. 다니던 산책로를 가지 않았고, 초가집 내부를 단정히 했다.

그중 단연히 가장 큰 결단이라 함은.


“정말?”

“네, 어엿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올라갑니다.”

“내 충고가 도움이 된 것 같네. 그래, 지금 여기서 썩는 것 보다야 백 배는 낫지.”


뒤로 돌아 밖으로 나가는 점장의 얼굴이 언뜻 스쳤다.


“자주 올게요. 점장님.”


4년의 인연을 끊는 것은 꽤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 아들이 프레데터를 꿈꾸고 있네. 혹여 상경하거든 꼭 프레데터의 소식을 전해주게.”

“얼마나 보내 드릴까요?”

“뭘 얼마나야. 다 보내야지. 되는 대로.”

“옙! 그럼 가겠습니다.”


지범이 점장을 두고 역사에 향했고, 열차에 올랐다.

작은 덜컹거림이 은근한 편안함을 주었다. 서울로 가는 길에 잠깐 잠이 든 지범은 며칠 전 있던 일을 상기했다.


“네? 핸드폰을 안 갖고 계신다고요?”

“네··· ···무슨 문제라도··· ···?”


정현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요즘에 거의 없는 낡아빠진 초가집에 추레한 옷들, 게다가 휴대전화가 없다니. 이거 완전 신선 아닙니까?”

“칭찬 감사합니다.”

“아니, 칭찬이 아니라··· ···.”


깊게 한숨을 내쉰 정현기가 주머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휴대전화를 던졌다.

지범이 이를 받아 손에 쥐었다.


“제 연락이 핸드폰으로 갈 겁니다. 아마 사나흘 뒤에 본부의 승인이 떨어지면 바로 불러 드리겠습니다.”


지범은 출발하기 하루 전 마지막으로 산책로를 돌았다.


“아직도 토벌 중인가.”


지범이 막아냈던 적색 탑은 아직 토벌 중인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적색은 전국에서도 희귀 등급으로 판별되는 탑이다. 게다가 원래 녹색이었던 탑이 적색으로 바뀐다니.

이건 범위를 전 세계로 넓혀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세 개의 길드는 이 기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별동대를 파견했고, 덕분에 지범이 살던 동네는 순식간에 일명 핫 플레이스가 되어 있었다.


띵동!


열차에서 벨 소리가 울리며 지범이 잠에서 깨어났다.


[우리 열차는 잠시 후 서울역에 도착하겠습니다. 미리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서울역에 종착한 지범이 하차하자 정현기가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최초의 프레데터를 환영합니다.」


플래카드를 온몸으로 가린 지범이 정현기에게 호통을 쳤다.


“이게 뭐예요!”

“요즘엔 다 이런 거 하길래 ··· ···.”


지범이 다급하게 플래카드를 말아 정현기의 가방 속에 처박았다.


“후··· ···. 그래서 어디로 갑니까?”


지범의 질문에 정현기가 답했다.


“조금만 아래로 가면 본부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마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신의 기사를 동원한 정현기가 서울역 아래쪽 강남을 향해 달렸다.

달렸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차가 원래 이렇게 막힙니까?”

“예··· ··· 뭐, 퇴근 시간이니까요.”

“걸어가는 게 더 빠르겠습니다.”


지범의 시골 촌놈의 하소연을 끝으로 겨우 본부의 내부로 들어왔다.


“주차하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올라와.”


아까 기사에게 말하고는 성단 길드의 정문으로 향했다.


[성단 길드].


마천루 중에서도 가장 높은 건물을 자처하는 성단 길드의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진짜 높네요 ··· ···.”

“대부분의 시설이 이 건물 안에 있으니 높죠.”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정현기의 말투에서 묘한 자신감과 으쓱함이 함양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신분증을 지참해 주십시오.]


건물의 정문을 지나고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음성 메시지가 녹음된 목소리를 틀었다.

정현기가 안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더니 카메라에 인식했다.


삑!


[알파급 프레데터. 정현기 님 인식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엘리베이터의 문이 활짝 열리며 웅장한 자태가 드러났다.


“사치품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사치품 맞습니다.”


정현기는 25층의 버튼을 눌렀고, 엘리베이터가 그의 명에 맞춰 움직였다.


띵동!


[25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의 안내를 들으며 진입한 내부는 기타 다른 건물들과 다를 것 없었다.

사무실과 그 내부에는 무수히 많은 칸막이로 경계를 지어 놓은 각각의 자리가 있었고, 한 자리도 빠짐없이 사람들이 들어 차 있었다.


“오셨습니까.”

“어, 별일 없었지?”

“네.”

“수고해.”


정현기의 특별실로 들어온 지범이 두리번거렸다.


“앉으십시오.”


정현기가 무게를 잡으며 지범을 의자로 안내했다.


“사실··· ···원래 같았으면 바로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프레데터 측정부터 하려했으나··· ···.”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지범은 이 정보를 받아들였다.


“수료 과정부터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수료 과정부터 하셔야 할 것··· ···. 네?”


“저는 어쨌든 낙하산이고, 아무런 테스트 없이 이곳으로 왔으니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보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


정현기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습니다. 뭐부터 하면 되죠?”

“그게··· ···. 아카데미라는 것 아십니까?”

“얼추 알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딱 세 달. 세 달만 계시면 됩니다. 아카데미라고 어린 친구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범 님과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도 있고··· ···.”


횡설수설하는 정현기를 지범이 그르쳤다.


“괜찮습니다. 그 정도야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참에 이쪽 생태계 파악도 하고 좋지 않겠습니까.”


정현기가 감읍하다는 듯 고개를 작게 숙였다.


“지범 님이 절 믿어 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기분이 좋을 것까집니까.”


정현기의 손가락이 키보드의 타자를 빠르게 연타했다.


“숙소는 아카데미에서 배정될 예정입니다. 세 달간 무운을 빕니다.”

“무운은 무슨. 가겠습니다.”


이때의 지범은 알지 못했다.

무심결에 지나가는 이벤트인 줄로만 알았던 이 아카데미의 생활이 얼마나 그에게 충격을 줄지 말이다.


정현기의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의 내려가는 버튼을 눌러 그것을 잡았고, 지범은 1층을 눌렀다 생각하여 신경 쓰지 않았다.


띵동!


[··· ···층입니다.]


무감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지범의 눈앞에 너무도 많은 환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탑의 내부에서 싸우다 다친 어태커였다.


“어··· ··· 저 사람··· ···!”


그때, 병실의 가장 안쪽에서 달려오는 누군가가 있었으니.

달려오는 그에게서 덜랑이는 왼쪽 팔이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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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pisode 2. 탑 (1) 24.05.14 2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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