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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6.13 18: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21
추천수 :
3
글자수 :
124,550

작성
24.05.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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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isode 2. 탑 (13)

DUMMY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청룡의 질문에 지범의 광속 같던 행동이 멈추며 동시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난 올라가야 하니까.”


[이렇게 막무가내로 덤빌 필요가 있나?]


지범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작정 권을 내지를 뿐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당연하게도 지범의 권은 청룡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붉게 물들어가는 건 지범의 주먹 쥔 두 손뿐이었다.


[의미 없는 행동임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청룡의 일침에 지범이 잠깐 움찔했다.


“나는 너를 죽이고 탑주에게 향해야 돼.”


[왜지?]


“탑을 클리어해야 하니까.”


[그런 거라면 나를 지나치고 올라가도 되지 않나? 굳이 나를 죽이고서 올라야 할 이유가 무엇이지?]


“너는 네 의지와 무관하게 네 의지로 나를 막으려 들 테니까.”


[말에 어폐가 있군. 정하고 말곤 순전한 내 의지다. 무관할 이유가 없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싶겠지만 현실은 좀 다르잖아? 선택을 강요받는 입장일 뿐 절대 스스로 선택할 순 없어.”


[등반자 주제에 멋대로 내 선택을 폄하하지 마라.]


그의 목소리는 무의에서 약간의 적의로 바뀌었다.


“네가 왜 내 앞을 막는지 알아? 그건.”


지범의 손가락이 저 우주 내부의 공허로 향했다.


“저 위에 있는 탑주가 네게 답정너의 선택지를 냈기 때문이야. 문제는 하나고, 객관식으로 출제된 선택지도 하나지. 그게 아니면 넌 죽을 거야. 답을 고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룡의 눈빛이 미약하게 좌우로 움직였다.

동요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눈이었다.


“그래서 넌 어쩔 수 없이 이 위로 향하는 길목을 틀어막았을 거야. 네 의지와는 무관하고 또 유관하게.”


청룡이 저 우주 속을 날아 지범을 향해 돌진했다.

가공할 속력을 자랑하며 지범에게 아가리를 벌렸고, 추락하듯 떨어졌다.

지범은 움직이지 않았다. 위압감 때문이 아니었다. 반응이 늦어서도 아니었고, 대처를 못해서도 아니었다.

그렇게 청룡의 아가리가 지범에게 돌격했다.


콰아앙!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지범은 평정을 유지했다.

청룡의 아가리 내부에 지범이 들어갔다. 청룡이 하관을 움직여 입을 닫는 즉시 지범은 즉사할 것이다.


“내가 몇 시간 동안 네 휘하의 영물을 설득하러 다니는 동안 넌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어.”


[설득 맞습니까?]


적귀가 시비를 걸었지만 지범은 애써 못들은 체하곤 말을 이었다.


“왜 그랬을까? 넌 내 기억상 꽤나 끔찍이 수하를 아껴. 그런데 나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수도, 네 수하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지 않은 건, 왜일까?”


[순전히 내 수하들을 믿었··· ···.]


“믿었다고? 세상에. 지나가던 개도 안 속을 거짓말이네. 넌 네 수하를 믿어서 여기 가만히 있던 게 아니야. 그저 너한테 주어진 선택지에 ‘등반자를 죽이러 간다.’라는 게 없었을 뿐이지.”


청룡이 유구무언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래서 넌 내가 이 4층 전체를 헤집고 다니는 동안 나타나지 않은 거고, 결국 난 너와 일 대 일의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어.”


천천히 청룡의 아가리가 지범에게서부터 멀어졌다.


“그러니까. 덤벼.”


지범의 손이 자신의 바닥을 보이며 까딱까딱 움직였다.

결국 둘의 충돌이 발생했다.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이와, 자신의 권능을 되찾기 위해 탑을 오르는 두 생명체의 고귀한 충돌이었다.


후우웅!


우주임에도 공기가 존재하는 듯 청룡이 지나간 자리엔 잔풍이 남았다. 가공할 속도였다. 평범한 존재였다면, 대략 베타급의 프레데터였다면 반응조차 못하고 갈가리 찢겨 나갔을 속도였다.


‘빠르지만, 실속은 없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정도.’


지범은 능숙하게 청룡의 돌격을 회피하곤 각을 내질렀다.


콰앙!


이전과는 다른 파괴력에 청룡이 잠시 당황한 순간 지범은 어느새 청룡의 앞에 다다라 이번엔 주먹을 뻗었다.


활자 작성. 「찌르기」.


지범의 주특기가 검이라고 한들 이 활자들이 오로지 검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몇몇은 그런 경우도 존재하나 대개는 맨손 격투와 겸용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범의 고유 활자이자 모든 프레데터가 공통으로 습득하는 기본 활자 「찌르기」는 검과 창 주먹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활자다.

지범은 그 활자를 사용해 최강의 생물 중 하나인 청룡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힌 것이다.


[크흑!]


고통에 이기지 못해 짧게 내뱉은 신음이 지범에게 일말의 희망을 심어 주었다.

고통의 소리를 들은 지범은 이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활자 작성. 「찌르기」.


잘 보이진 않지만 인간과 같은 영장류로 따지자면 복부에 적중한 권이 선명하게 자국을 남겼다.

분에 이기지 못하고 결국 용이 포효를 내뱉었다. 집결을 선포하는 하울링이었다.


끼이에에엑!


사방에서 하울링에 저항하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의도치 않게 고통을 준 건가··· ···.’


잠깐 고민하던 지범이 방심한 청룡을 향해 맥진했다.

청룡이 수하를 부르느라 정신이 없는 틈을 타기 위함이었다.


“흐아압!”


기합을 내지르자 활자의 격이 배로 상승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콰아아앙!


이번엔 청룡의 하관 턱뼈에 적중한 지범의 권이 청룡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이런··· ···.]


몇몇 낮은 격의 영물이 용의 부름과 그의 혈흔의 흔적을 맡아 지범에게 달려들었지만, 말 그대로 낮은 격의 영물.

지범의 일격에 속속들이 쓰러졌다. 그러나 그 낮은 격의 영물이 시간을 벌어준 덕일까 용은 어느 정도 회복한 모양세를 보였다.


“그새 회복했어? 정말 빠르네.”


[이제 봐 줄 생각은 없다.]


“아니지. 처음부터 봐 줄 생각을 하면 안 됐어. 네 꼬라지를 봐. 봐 주다가 저 꼴이 났잖아.”


회복한 건 컨디션뿐인 걸까. 아직도 청룡의 곳곳엔 지범의 권과 각이 만들어낸 상처가 계속해서 청룡을 괴롭혔다.

그때,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양을 과시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보단 허공에 가까운 형태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승천한 용의 아가리에서 어떤 것이 빛나는 주홍빛 광채를 드러냈다.


[저··· ···저건!]


2층의 적귀도, 평생 저런 것을 볼 기회조차 없던 지범도 알아볼 수 있는 정수였다.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만사 모든 악과 불가사의한 일을 멀끔히 해결하고, 소유자의 모든 원과 한을 풀어준다는 전설의 보주(寶珠).


[여의주(如意珠)··· ···!]


적귀의 말에 지범이 동의했다.


[여의주는 과하게 사용하면 시전자의 생명을 앗아갑니다. 그런데 청룡은··· ···.]


“이미 기준치를 넘어섰다는 거야?”


[예, 이제 여의주를 사용하면 청룡은 실시간으로 죽어 날 겁니다. 점점 늙어가는 모양세가 되겠죠··· ···.]


적귀의 눈망울을 투영하는 듯한 물방울의 모습이 지범의 어깨에서 보였다.


“감상에 젖어 있을 때는 아닌 거 알지?”


[물론이죠. 곧 올 겁니다.]


여의주를 품은 용의 아가리에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의 에너지가 응축되어 지범을 향했다.


“이건 피할 수 없어.”


크그극!


충전된 에너지일 뿐이지만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일부이자 파편에 닿은 모든 것들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에너지의 양이 방대해지는 것과는 반비례적으로 용은 점점 야위어 가고 있었다.

살점이 타오르듯 메말랐고, 피는 증발한 듯 전신이 창백했다.

이 일격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듯한 모습이었다. 만약 이 공격조차 실패한다면, 아니, 성공했다 할지라도 그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카가가각!


순간 그의 허리에서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금속성이었다.

그것도 날카로운 소리가 아닌, 투박하고 거친 소리였다. 잠깐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지범이 허리에서 검을 뽑아 든 것이다.

마지막 남은 일획임을 알고 있다. 이 검은 이제 한 번 사용하면 최소 두 덩이로 쪼개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 산산조각 나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범은 탑주와의 결(結)이 아닌 이곳에서 검을 뽑았다.


“내 마지막 예의다.”


목숨을 건 일격에 맞선 지범의 수였다.

그때. 어깨서 경호성이 들렸다.


[등반자님. 지금 물방울을 사용하시죠. 혼자선 저 일격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물방울을 통해 제 목소리를 전하던 적귀였다.

은근 지범을 저평가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으나 지범은 물론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런 말로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지금 저 여의주가 발하는 힘은 대단했고, 그에 비해 지범의 힘은 한참 약했다. 하나 그럼에도 지범은 물방울을 사용 않겠다 다짐했다.


“아니, 여긴 온전히 내 힘으로 넘어갈 거야. 되도록 안 쓸 거니까 일단 주머니에 들어가 있어.”


삐리릭!


알겠다는 투로 답한 물방울이 신속하게 지범의 점퍼 안주머니로 스며들었다.


고오오오오!


서서히 앞으로 움직이는 여의주의 격의 파랑이 망막에 맺혔다.


‘이젠 이판사판이고, 기호지세야.’


지범의 검이 미약하나 웅장한 검명을 발했다.


“마지막까지 함께해 줘서 고맙다.”


누구에게 건네는 인사인지는 잘 몰랐다. 하지만 그의 진심 어린 마음이 어떤 것에게든 전해졌을 성싶었다.

지범이 지각, 아니, 허공을 박차고 어둠 속으로 향했다. 빛 한 점 없는 어두운 심연이었고, 암흑이었다.

일순 심연의 한 부분에 빛이 도래했다. 마치 죽을 것만 같은 심각한 갈증 속 물 한 잔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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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pisode 2. 탑 (16) 24.06.04 16 0 10쪽
21 Episode 2. 탑 (15) 24.06.03 15 0 10쪽
20 Episode 2. 탑 (14) 24.05.31 16 0 10쪽
» Episode 2. 탑 (13) 24.05.30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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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pisode 2. 탑 (3) 24.05.16 20 0 10쪽
8 Episode 2. 탑 (2) 24.05.15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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