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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6.13 18: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22
추천수 :
3
글자수 :
124,550

작성
24.05.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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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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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Episode 2. 탑 (9)

DUMMY

대문을 열고 입장한 곳은 바다라고 불리기에는 부적합했다.

오히려 지상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보다 훨씬 문명적으로 발달된 곳이었다.


“이 탑은 자연 생태계를 모방한 거 아니야? 왜 여기 이런 문명이 있는 거야?”


지범이 바다거북에게 넌지시 묻자 그가 피식 웃었다.


[인간이 아는 바다는 전체 바다의 20퍼센트뿐입니다. 저 깊은 심해에 이런 왕국 하나쯤 있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죠.]


지범의 전지는 완벽하지 않다.

일부터 백까지를 전부 아는 것이 아니다.

일부터 백까지 중, 자신이 알고자 하는 삼십사의 정보를 받는 것뿐이다.

그리고 사용된 정보는 활용된 이후 자연스레 사라진다.


‘굳이 예를 들자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거대한 창고 같은 느낌이지.’


지범에게 바다 저 깊은 심해의 정보는 필요가 없었고, 그랬기에 커다란 창고에서 꺼내 보지 않은 것이다.

예외로 탑이나 탑 내부에 대한 정보는 거대한 지식의 창고에도 존재하지 않는 미지를 품은 정보였다.


“이런 게 진짜 지구에도 있다는 거야?”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게 무슨 말이야?”


[저희도 잘 모릅니다. 이곳은 지구의 생태계를 기반하여 만들어진 장소. 근원이 지구이긴 하지만.]


“하지만?”


지범이 재촉하듯 물었다.


[이 깊은 심해는 인간의 지식이 닿지 않는 말 그대로 미지. 이런 게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겁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건가··· ···.”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굉장히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답변이었지만 때론 완벽하고 무결한 답이었다.


“신기하네··· ···.”


지범은 길을 가는 도중 주변을 살폈다.

한적한 길거리와 깜빡이는 가로등. 뒤로 무수히 솟아난 마천루까지.

이곳이 물로 가득 채워진 곳이 아니었다면 명백히 어느 한 나라의 도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에 생명이 살아?”


[생명이라면 이곳에 살지 못할 이유가 없죠.]


그 말을 예증하듯 한 건물의 1층 정문에서 물고기가 나왔다.

지범이 그 물고기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자 그를 보고 화들짝 놀란 물고기는 다급히 건물을 향해 도로 들어갔다.


“어느 한 애니메이션이 생각나는데··· ···.”


지범과 바다거북이 여전히 한적한 거리를 거닐었다.

문득 지범이 바다거북에게 물었다.


“너희에게 왕이 있다며.”


[그렇습니다.]


“그럼 육지에도 왕이 있어?”


[음··· ···. 잘은 모르지만 저희 왕께서 육지의 왕을 붙잡으셨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으니, 붙잡혔든 붙잡혔지 않았든 그곳에도 왕이 있지 싶습니다.]


“그래? 근데 너희 왕은 왜 나를 데려오라는 거야?”


[··· ···.]


잠깐 고민하는 듯 보이던 바다거북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말할 수 없습니다. 기밀입니다.]


“기밀··· ···. 기밀 좋지.”


이후 말없이 길을 걷던 두 생명체가 자리에 멈췄다.


[이제 거의 도착했습니다.]


바다거북의 말에 지범의 입에 침이 고였고, 지범은 그것을 꿀꺽 삼켜냈다.

그의 눈에 비치는 건 웅장한 네 개의 기둥이 왕을 상징하는 왕관을 뒤집어쓰고 위엄을 뽐내고 있는 궁궐이었다. 오묘하게 등껍질을 닮은 것도 같았다.


[들어가시죠.]


바다거북의 신호에 맞춰 지범이 궁궐로 향했다.


[왕이시여. 그를 데려왔사옵니다.]


지범이 꿀꺽 침을 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외전(外殿)의 중앙에 갖춰진 옥좌에는 가히 세간에서 바다의 왕이라 불리는 범고래가 그를 응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왕을 뵙습니다.”


지범이 고개 숙여 왕을 알현했다. 그러자 범고래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날카로운 이빨의 사이로 괴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그 목소리 자체가 활자인 것처럼.


[드디어··· ···당도했구나. 지고의··· ···파편이여.]


‘지고의 파편. 여기나 저기나 지고 타령하는 건—’


[··· ···똑같네.]


범고래. 아니, 바다의 왕이 지범을 향해 기롱했다.


[··· ···그렇게 생각하고 있군.]


지범의 안면이 꿈틀거렸다.


“어떻게··· ···.”


[나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알고 있다. 겨우 네 생각 하나 읽지 못할 리 없지.]


지범이 불안정한 호흡을 가다듬었다.

왕을 마주한 이후 호흡이 불규칙해졌기 때문이었다.


“후우··· ···.”


세게 호흡한 지범이 왕에게 말을 걸었다.


“저를 이곳으로 데려오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 ···연유라··· ···. 네가 다른 왕들과 접촉했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다.]


“다른 왕이라면··· ···.”


[··· ···네가 생각하는 그들이 맞을 게다.]


흑호, 백작, 청룡. 사신수를 연상케 하는 그들의 모습에 지범이 잠깐 고뇌에 빠졌다.


“저를 데려오신 이유가, 다른 왕들이 저와 접촉했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 ···그렇다.]


‘터무니없다. 고작 그런 이유로 나를 여기까지 끌고 내려왔을 리 없어.’


지범은 왕의 주의를 끌어 보기로 했다.


“제가 생각하던 바다와는··· ···조금 다른 형태군요.”


[··· ···바다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지.]


지범이 고개를 슬쩍 흘기자 왕의 옥좌 옆엔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듯 보이는 바다거북이 있었다.


[··· ···어딜 보느냐. 네 대화 상대는 나다.]


왕의 말을 듣고서야 지범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죄송합니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 그걸 꺼내야 해.’


“저··· ···그럼 용건이 끝나셨으면 돌아가도 될까요? 제가 좀 바빠서.”


지범이 뒤를 돌아 외전을 빠져나오려는 순간.


[··· ···아직. 용건이 끝나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뭡니까? 왕께서 내거신 용건은 저를 마주하는 것이었잖습니까.”


[···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제 입으로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 ···이놈!]


말소리 뒤에 느낌표가 붙었을 뿐인데 지범의 호흡이 순간 어떤 것에 가로막힌 것처럼 턱 걸렸다.


“크헉!”


지범이 앓는 소리를 내자 그의 입이 확 닫혔다.


[··· ···의도치 않게 내상을 입혔군. 사과하지.]


“사과는 됐고, 진짜 용건이 뭔지나 말해 주세요. 쿨럭!”


그의 입에서 피가래가 뱉어졌지만 지범은 아랑곳 않았다.


[··· ···진목적이라··· ···.]


왕의 고개가 지범에게 고정되었다.


[··· ···넌 바깥의 왕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바깥의 왕이라 하시면··· ···.”


[··· ···육지의 왕을 데려와라.]


왕이 뒤에 줄지어 있던 부하에게 명하자 그들이 거대한 천으로 둘러싸인 네모난 상자를 꺼냈다.


[··· ···천을 벗겨라.]


왕의 명에 따라 천이 벗겨지고 그 상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철창.

네모난 정사각형의 형태로 된 철창이 드러났고, 내부에는 어떤 초식동물이 하나 갇혀 있었다.


[··· ···영어(囹圄)다. 이 안에 있는 것은 육지의 왕이지.]


영어의 내부에는 소와 유사한 형태의 금빛의 피부를 한 동물이 기운을 잃은 채 파들파들 떨며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힘없이 주변을 훑던 육지의 왕의 눈에 바다의 ‘왕’이 들어오자 그가 발작하듯 철창에 부딪혔다.

부하들은 놀라 그것을 저지할 법도 했으나 그 기현상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왕을 보니 기운이 나는 것일까. 육지의 왕이 입을 열었다.


[··· ···감히! 네가 날 유린하고 육지를 차지하느냐!]


콰아앙!


육지의 왕이 노호성을 치며 왕에게 달려들었으나 몸짓은 굉음을 내며 철창에 막혔고, 왕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바다의 왕이 붙인 느낌표는 명확히 위압적이었고, 동시에 두려웠다. 하지만 육지의 왕이 붙인 느낌표는 그의 노쇠한 기운 탓일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되려 연민의 감정까지 느껴졌다.


[··· ···어떤 생각이 드느냐?]


갑작스러운 지범의 감상을 묻는 왕의 질문에 지범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왕의 눈이 잠깐 커지더니 재차 지범에게 대답에 대한 질문을 건넸다.


[··· ···왜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느냐?]


지범의 손이 느긋하게 검집으로 향했다.


스르릉!


그리곤 검이 뽑히는 소리와 함께 지범이 앞으로 한발짝을 내딛었다.

자칭 육지의 왕이 갇힌 철창을 드드득 그으며 지범이 앞으로 나아갔다. 삽시간에 왕의 지척에 도달한 지범이 그를 마주했다.


[··· ···무슨 짓이냐.]


왕이 일순 당황을 표하며 지범에게 멈출 것을 경고했다.


[··· ···갑자기 무슨 짓인지는 모르겠으나, 멈추는 것이 좋을 게다.]


“··· ···.”


지범은 답하지 않았다.

이 행동에 대한 근거와 대답은 왕에게 들을 것이 아니니까.

빠르게 고개를 돌린 지범이 다시 한번 천천히 어떤 것에게 다가갔다.


카가각!


김민현의 무뎌진 검이 해수의 저변을 긁으며 섬뜩한 음성을 자아냈다.


챙!


그의 검날이 왕이 아닌 붉은 피부의 바다거북에게 향했다.


“이제 장난은 그만 두시죠? ‘진짜’ 바다의 왕이시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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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pisode 2. 탑 (15) 24.06.03 15 0 10쪽
20 Episode 2. 탑 (14) 24.05.31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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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pisode 2. 탑 (3) 24.05.16 20 0 10쪽
8 Episode 2. 탑 (2) 24.05.15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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