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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6.13 18: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23
추천수 :
3
글자수 :
124,550

작성
24.06.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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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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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Episode 2. 탑 (17)

DUMMY

“내가 거길 가야 된다고··· ···? 난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는데?”


지범의 절망 한가득 섞인 독백이 이어졌다.

지범은 탑주가 했던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기로 했다.


지성체는 우리 행성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아니, 앞의 말은 해당될 수도 있다. 탑주는 거길 다른 행성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이 세계이자 다른 차원이라고 했었고, 위치는커녕, 특징이나 진로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나보고 어떻게 찾아오라는 거야?’


하지만 지범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탑주의 말에 가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류의 존속을 위해, 지범은 그 미지의 세계를 찾아야 한다.

지범이 정해진 기간 내(사실 기간이 언제까지인지조차 모른다.)에 그 세계로 찾아오지 않으면 지범은 물론 전 인류가 멸종한다.


‘탑주가 말하기론 두 번째 목표가 나라고 했어. 그런데 내가 거기로 찾아가면, 나만 붙잡히는 꼴 아닌가? 결국 그놈들은 내가 놈들의 터전에 찾아가든 찾아가지 않든 지구를 침공할 거고, 내가 해야 하는 건 놈들을 막아내는 일 아닌가?’


지범의 머릿속이 오로지 상상으로만 가득찼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지범이 당황하며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많이 어지럽나 보네. 역시 사람은 경험을 해 봐야 한다니까.]


“난 경험 같은 거 안 해도 다 알아.”


여자의 말에 지범이 대꾸했다.


[알았던 거겠지. 지금 네 꼴을 봐. 아직도 네가 전지할 수 있다고 믿는 건가?]


여자의 추리는 예리했다. 실제로 지범은 최초의 무력감을 느꼈다.


“세상에 머리론 이해할 수 있지만, 결코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지. 뭔지 아냐?”


[그게 뭔데?]


“감정. 머리로 이해할 수 있지만, 동시에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지.”


지범이 제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감정은 오로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어. 기쁨. 분노. 슬픔. 애도. 쾌락. 증오 등등. 아무리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있어도 결코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이지. 아, 그러고보니 공감도 감정이네.”


여자의 눈이 지범의 전신을 훑었다.


[꽤나 감격적이었던 모양이네. 지고의 파편께서 그토록 고뇌하는 모습을 보다니.]


쿡쿡 여자가 웃었다.


“그런데 너희는 어떻게 나를 알고 있는 거냐? 지고의 파편이니 뭐니 멋대로 떠들어대면서 나를 다 안다는 듯이 행동하는 게 열 받아.”


[전부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야. 그것을 네가 알기에는 아직 너는 너무나도 나약해.]


지범의 이가 으득하고 갈렸다.

짧지 않은 인생 중 자기가 모르는 것이 대거 튀어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차를 한 모금 머금고는 말했다.


[우리 탑주와는 이야기 잘 나누셨나?]


“그래. 이걸 물었어야 했어. 탑주와 너는 무슨 관계냐.”


[관계라··· ···. 굳이 따지자면 주종의 관계겠지.]


“자세히 말해.”


[이리 모르는 게 많아서야 어디 가서 전지하다고 말이나 꺼낼 수 있겠니?]


“닥쳐.”


지범의 주먹이 꽉 쥐어졌지만, 여자가 보기에 지범의 모습은 아주 작은 강아지가 짖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자는 놀라는 척 연기하며 지범의 질문에 답해 주었다.


[어디 보자··· ···. 나는 ‘아득한 영원’의 후계였느니라.]


‘아득한 영원’.

지범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추호도 들어본 적 없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의 전지와 경험이 지범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저 다섯 음절이 전해주는 파괴력은 그의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는다고, 저것에 대항하면 속절없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이러나저러나 여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난 그곳을 증오했느니라. 유복한 삶. 가질 수 있는 건 뭐든 가질 수 있는 삶.]


“그런 걸 증오했다고?”


[그래.]


“세상엔 그런 것의 편린조차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나?”


[그건 우리 세상에도 마찬가지였네. 하지만 난 그런 걸 싫어해서 가출을 결심했지. 계획은 성공적이었네. 부하들의 눈을 돌리고, 미리 마련해 두었던 쥐구멍으로 빠져나와 도망쳤네. 그렇게 정해지지 않은 길을 밟으며 나아갔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 그들은 날 찾지 못 했어. 하지만 그것 또한 시간 문제였는지 결국 아버지의 부하들에 의해 붙잡힐 위기에 처했고, 그때 날 지켜준 것이 내 주인이시지.]


“그저 그런 신파 스토리네.”


[그렇다면야.]


그때, 지범의 머릿속에 약간의 묘하고도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그리고 그의 머리에 펼쳐진 의문점 하나.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


“세 시간까지 오 분 남았습니다.”


정현기의 부하가 그에게 시간을 고했다.

세 시간.

지범이 탑을 토벌하고 나오는 시간이었다.


“전군 전투 준비!”


정현기의 우렁찬 명령에 정현기 수속 프레데터들이 일제히 각기 다른 병장기를 집어 들었다.


“방금 전 폭음으로 이젠 우리가 결코 좌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 5분 뒤, 홀로 들어간 프레데터가 다시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들어가 그 프레데터를 구하고 탑을 클리어한다. 알겠나?”


직전 있었던 폭음을 웃도는 크기의 응답이 정현기는 물론 많은 이들의 뇌리에 틀어박혔다.


“새벽 댓바람부터 이게 무슨 짓이냐 말이야··· ···.”


지범이 탑으로 진입한 시간은 두 시 정각.

현재 시간은.


“네 시 오십팔 분입니다.”


정현기가 지쳐 꼬여 버린 머릿결을 쓸어 넘겼다.

머리도 감지 못하고 나온 터라 한껏 떡져 있었다.


“디펜더 전원 수비 준비. 어떤 마물들이 범람할지 모르니 경계 태세를 갖추어라.”


모든 디펜더를 대신해 손승혁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지금은 어태커의 총팀장이라고는 하나 이제 목전에 프레데터 총팀장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명령을 내리는 것이 그리 어색하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어태커의 목표는 빠르게 탑을 클리어하는 것. 디펜더의 목표는 마수가 시민들에게 닿게 하지 않는 것. 둘의 공통된 목표는 결국 시민의 안전이다.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순간.


“잔여 시간 일 분!”


정현기가 제 병장기인 검을 뽑았다.


“직접 들어가시는 겁니까?”


1팀의 팀장이 말렸지만 정현기는 동요하지 않았다.


“난 현장직이네. 바깥에 있는 게 되려 어색해.”


정현기가 손사래를 쳤다.


“잔여 시간 삼십 초!”


어태커와 디펜더. 양측의 진영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어?”


그때. 최전선에 있던 누군가 탄성을 냈다. 그것을 본 정현기는 호통을 쳤다.


“누가 전투 삼십 초 전에 딴청을 피우나!”

“잔여 시간 이십 초!”


그러자 최전방의 어태커가 정현기를 향해 뒤돌아보며 말했다.


“누군가 탑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현기는 프레데터의 베테랑 중 베테랑.


“긴장을 늦추지 마라! 인간형 마수일 수 있다!”

“잔여 시간 오 초!”


하지만 문이 열리고 누군가 다가올수록 그들의 기강은 해이해졌다.


“그게 아닙니다! 팀장님! 잠깐 이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정현기가 앞으로 나섰다.


“대체 무엇이기에··· ···.”


정현기는 정면을 보자마자 말문이 턱 막혔다.

이런 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되려 ‘그 사람’이라면 탈출할 것이라 굳게 생각했다. 하지만 정현기의 생각은 헛되다는 것처럼. 그 사람은 약속한 시간이 오 초 남짓 남았음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그 사람’이 돌아올 것을 철저히 배제했다. 그건 그가 문을 여는 모습을 보는 중에도 계속되었다.

결국 그는 제 눈을 믿지 못해. 제 마음을 믿지 못해 계속해서 그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러나 인간을 결코 제 마음을 배반하지 못하는 법이다.


“지범 님··· ···.”


터벅터벅 걸어오는 그의 눈빛이 서늘했다.


“전원, 전투태세 해제.”


프레데터의 세계에서 팀장의 명령이란 절대적인 권력과도 같다.

그 어떤 상황이 있더라도 그게 그의 목숨을 해치는 행위가 아니라면 복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프레데터들은 정현기의 명에 따라 모든 병장기를 회수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정현기의 안부 질문에 지범이 털썩 그에게 몸을 기댔다.

지범은 마지막 남은 기력을 짜내 오케이 사인을 하고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


[이 정도가 힌트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요긴하게 쓰이긴 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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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2. 탑 (17) 24.06.05 16 0 9쪽
22 Episode 2. 탑 (16) 24.06.04 16 0 10쪽
21 Episode 2. 탑 (15) 24.06.03 15 0 10쪽
20 Episode 2. 탑 (14) 24.05.31 16 0 10쪽
19 Episode 2. 탑 (13) 24.05.30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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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pisode 2. 탑 (11) 24.05.28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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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pisode 2. 탑 (8) 24.05.23 1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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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pisode 2. 탑 (4) 24.05.17 27 0 10쪽
9 Episode 2. 탑 (3) 24.05.16 20 0 10쪽
8 Episode 2. 탑 (2) 24.05.15 21 0 10쪽
7 Episode 2. 탑 (1) 24.05.14 2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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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pisode 1. 시작 (4) 24.05.10 41 0 10쪽
4 Episode 1. 시작 (3) 24.05.09 40 0 10쪽
3 Episode 1. 시작 (2) 24.05.08 60 1 11쪽
2 Episode 1. 시작 (1) 24.05.08 6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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