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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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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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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몰락 (5)

DUMMY

[맡긴다.]


“예.”


두 황금빛 물체가 양 갈래로 나뉘었다.

허완이 옥상을 향해 날아가자 소란스러운 소리들이 마구 빗발쳤다.


“으아아아!”


허완의 위로 무언가 떨어졌다.

허완은 잽싸게 그것을 받고 탑옥을 향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나지막한 기도.


희망은 잃지 않았다. 분명 누군가 나타나 피오렐라를 구원해 줄 것이라 믿었다.

그것이 가스페르든, 왕실 근위대든, 신화처럼 내려오는 허완이든 말이다.

그게 누구든 피오렐라를 구해 준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무나 좋으니 저 가엾은 아이를 구원해 주시옵소서!”


허완은 빙긋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하늘로 오르는 도중 신언을 뱉었다.


[그때, 들려온 것은 셋 중 가장 가능성이 희박하던 어느 구원이었다.]


파라락!


성스러운 날개가 펼쳐지며 1왕자와 왕비, 그리고 왕의 앞에 나타났다.

허완이 격을 제대로 발현하자 서늘하던 달빛을 뿜던 달의 중심에서 화살이 달의 안으로 파고 들었고, 그 길로 달이 와장창 깨지며 파편이 소멸했다.

마치 그것이 하나의 환상이라는 듯 말이다.

후에 나타난 건 화창한 해였다. 일전까지 있었던 달을 잊을 만큼 강렬한 햇빛이 이 세계에 희망을 내렸다.


[우리 후손들이 하나 같이 잘 자라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품에 안은 기절한 피오렐라를 왕에게 건네 주고는 1왕자와 왕비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 ···누구냐!”


허완이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내가 아무리 진체(眞體)가 아니고 그릇으로 왔다고는 하지만, 선조인지 적인지도 구분하지 못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무··· ··· 무슨 소리 하는 거냐?”


왕비가 황당하다는 듯 날 선 말투로 맞받아치고 그런 왕비를 1왕자가 보호하며 앞으로 칼을 겨누었다.


[괜찮아. 괜찮아. 아직 갱생의 여지가 있잖아?]


허완이 땅을 한 발짝 내딛었다. 그러자 일대가 강하게 명동했다.


[경외하라.]


명동하는 것은 일대뿐만이 아니었다.


“크허억.”

“끄어어어.”


1왕자와 왕비가 짓눌리는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으며 천천히 시야가 아래로 향했다.


“컥··· ···. 움직일 수가 없··· ···.”

“갑자기 무슨··· ···커억!”


한계치를 넘은 강한 압박이 몸에서 목소리를 내지 마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제 몸의 통제권을 잃었다.


[어이 거기 내 후손.]


“예? 예··· ···.”


제퍼가 얼떨떨하게 허완에게 다가가자 허완이 두 가지 이지선다를 내밀었다.


[죽일까, 살릴까?]


간단하고도 또 명료한 이지선다였다.

그건 제퍼에게도 마찬가지.

제퍼의 모든 시신경이 둘을 죽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살려 둡시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 ···뭐라고?]


“죽이지 말자고 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


[아··· ··· 내가 자세히 모르는 건가? 그런 일을 당해 놓고도 쟤들을 살려 둔다고?]


“선조시여. 제가 한 말에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 ··· ···어어 그래.]


“살려 두는 것이지, 편히 둔다고 한 적 없습니다. 저 인간 같지도 않은 폐기물에게 편안한 죽음을 선사할 순 없죠.”


[내가 참 우리 후손 하나는 참 잘 둔 것 같네.]


“과찬이십니다.”


[근데 넌 날 보고 왜 놀라지도 않냐? 원래 저런 반응이 대다순데.]


1왕자와 왕비가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두려워 벌벌 떨고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


[잘은 모르지만?]


“모르겠습니다.”


[스읍. 후손을 잘 둔 게 아닌가··· ···.]


허완이 재차 물었다.


[진짜 안 죽여도 된다고?]


제퍼는 정말 그렇다는 얼굴로 답을 대신했다.


마침 제퍼의 근위대가 옥상으로 올라왔다.


[이야··· ··· 쟤들이 근위대야? 진짜 발전 많이 했다. 이런 걸 격세지감이라고 하던가?]


허완이 흠칫 근위대의 무기를 훑었다.


[근데 영 무기는 발전한 게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낮아진 거 같은데··· ···.]


갸우뚱한 허완이 난간으로 향했다.


[처분은 알아서 해라. 난 우리 후손의 아드님 보러 가야겠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됐어.]


허완이 바닥을 향해 뛰어내려가자 겨우 압박에서 풀린 1왕자와 왕비가 바닥을 기었다.


“제발··· ··· 살려주세요.”

“내 말했지 않느냐.”


제퍼의 눈에 아득한 무저갱의 분노가 담겨 있었다.


“네놈들을 곱게 보내지 않을 거라고.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너희들, ‘악의 몰락’뿐이다.”


제퍼가 근위대에게 명했다.


“이 파렴치한들을 우선 지하 뇌옥에 가두어라.”

“예!”


많은 근위대가 일제히 달려들어 1왕자와 왕비를 데리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자연스레 제퍼의 눈은 금빛과 은빛이 도배되는 저 멀리로 향했다.


***


쾅! 콰광!


활을 든 두 장정이 멀쩡한 활을 몽둥이처럼 잡고 이리저리 휘둘렀다.


[궁수가 둘이면 서로 각이 안 나온다니까.]


멀리서 이 사태를 지켜보던 허완이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제서야 두 궁수의 육탄전이 이해가 간다.


타앗!


그때, 가스페르가 거리를 벌려 네 개의 화살을 장전해 발사했다.


[으윽!]


셀리노프가 예상치 못한 기습에 대응했지만 화살 하나가 팔에 박혔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살아있으면 결국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표적이 될 거라니까! 편하게 좀 가자고.]


가스페르가 같잖은 듯 코웃음을 쳤다.


“난 살아서 그 사람을 만날 거다. 겨우 이런 곳에서 죽을 거라면 난 차라리 혀 깨물고 이 자리에서 죽을 거야.”


가스페르가 가공할 속도로 다시 여러 화살을 장전해 하늘로 뛰었다.


“고유격 발현, 「총격포화」.”


총격포화의 위력이 이전과 같지 않았다.

이제는 포화이기보단 하늘에 내리는 비 같았다.

상상력이 거의 다했다.


[으악!]


하지만 그건 셀리노프도 마찬가지.

점점 진흙탕 싸움이 되어가는 와중에 이 싸움을 결판 지을 누군가가 천천히 나타났다.


[저열하구나.]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재앙이 닥쳐오는 것만 같았다.

신들의 입장에서 인간들이 재앙이라고 여기는 것은 겨우 어린 아이가 치는 파도와 비슷하다.

인간의 입장에서, 아무리 격이 제한되었다고는 하나 그들의 등장은 인간의 입장에서 전천후 최강의 재앙인 것이다.


터벅.


[크윽!]


셀리노프가 쓰라린 신음을 뱉으며 뒤로 물러났다. 허나 그 공격은 겨우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피하거나 막히지 않았다.


터벅.

푸슉!


셀리노프의 온몸 구석구석에서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1왕자와 왕비는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 인간. 겨우 그들의 생각으로는 신이라는 존재의 티끌조차 이해할 수 없었기에 숨이 조금 막히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셀리노프는 다르다.

그는 관념인. 세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다.

그가 가진 방대한 지식 때문에 그는 자기 자신을 사지로 이끌고 간 것이었다.


[내가 만만하더냐.]


신언을 한 마디 내뱉었을 뿐인데 셀리노프는 칠공에서 피를 토하며 죽을 위기에 처했다.


[그래, 아직 살려 놓을 가치는 있는 것 같으니.]


허완이 뿜어대던 상상력을 거두었다.


“커헉··· ···. 크허억!”


심각한 부상 때문에 결국 신언을 쓸 상상력마저 남지 않게 되었다.


“성주님 하나면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었습니까.”


[아니, 나도 빨리 오고 싶었는데··· ···, 성단 하나 만들려면 뭐가 많이 필요하대서··· ···.]


“그래서 성단은 만드셨습니까?”


[때려 쳤지. 복잡한 건 질색이야. 근데 일단 얘부터 신경을 좀 써야 하지 않을까?]


이제야 둘에게 눈을 까뒤집고 죽어가는 셀리노프가 보였다.

몸 구석구석 피가 안 젖은 곳이 없었다. 그가 자랑하던 은빛과 회색빛이 조화를 이루던 코트는 온데간데없고 적색의 피만이 남을 뿐이었다.


“허억! 허어.”


겨우 정신을 차린 셀리노프가 눈 앞의 둘을 보고 다시 기절할 뻔했지만 허완이 이를 막았다.


“뭐 하니? 너 때문에 신언도 끄고, 격도 다 회수했는데 다시 기절하게?”

“아··· ···아닙니다.”


금세 정신을 차리고 양 무릎을 꿇은 자세로 그들의 질문에 답했다.


“하나만 묻자.”


가스페르가 셀리노프에게 물었다.


“내가 한 추측들, 다 맞냐?”

“어··· ···그게··· ···.”


셀리노프가 망설이자 가스페르는 등 견갑에 붙어 있던 아르코 솔을 꺼내 셀리노프의 머리 정중앙에 조준했다.

다급해진 셀리노프가 빌듯이 말했다.


“마···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두 맞습니다! 당신께서 하신 모든 추측이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 맞습니다!”


그러자 허완이 손가락을 치켜 세워 그대로 셀리노프의 목을 베어 버렸다.


그러자 셀리노프의 몸과 그 부속들이 일제히 산화하듯 바람에 휘날렸다.


“이 정도면 얻을 건 다 얻었네요.”


가스페르가 석양을 응시했다.


“해는. 지기 전에 가장 예쁘니까요.”


지독한 전쟁의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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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가월의 밤 (4) 23.12.17 69 0 10쪽
73 가월의 밤 (3) 23.12.15 6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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