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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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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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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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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가스페르 (12)

DUMMY

“아 잠깐.”


가짜 디오스 마노의 공방을 나가려던 가스페르가 뒤로 돌아와 그에게 활을 건네며 물었다.


“너, 이거 뭔지 알아?”


그러자 가짜 디오스 마노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알 수밖에. 근위대 대장.”

“예, 왕자님.”

“일단 공방이 여기뿐이니 이 사람들 다 수리하고 나면 철저히 조사 시작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가스페르는 뒤로 휙 돌아 나가 버렸다.


“얘들아, 빨리빨리 수리하자!”

“예!”


수도 주변에 근위대의 무기를 고칠 수 있는 수준 높은 공방이 이뿐이라 빨리 수리를 촉진했다.


“수리··· ···완료했습니다.”


한층 공손해진 가짜 디오스 마노가 근위대 대장의 앞에 섰다.

근위대 대장은 별볼일 없다는 듯 근위대에게 명령했다.


“가스페르 왕자님의 명이시다. 1조장, 2조장, 3조장.”


그러자 세 조장이 동시에 답했다.


“예! 대장님!”


대장은 세 조장에게 명했다.


“각자 한 층씩 맡아서 철저히 조사 후 나한테 보고할 수 있도록.”

“예!”


셋의 근위대가 순식간에 한 층마다 한 명씩 공방으로 들어가 하나하나 수기로 공책에 기입하기 시작했다.

가짜 디오스 마노는 이에 안절부절 못하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덜덜 떠는 수밖에 없었다.

약 10분만에 삼 층이나 되는 건물을 전부 조사한 근위대 조장 다섯 명이 대장의 앞에 섰다.

다섯의 공책을 받아 든 대장이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이제 가자!”

“예!”


모든 근위대원들이 밖을 나가자 그제서야 가짜 디오스 마노는 숨을 몰아 쉬었다.


“허억··· ···, ··· ···허억.”


겨우 고비를 넘긴 가짜 디오스 마노는 수많은 생각에 갇혔다.


‘왕자는 그걸 어떻게 알았지? 설마 ‘그것’도 들켰나? 안돼. 그것만은··· ···.’


***


“왕자님. 접니다.”


예의를 갖춰 가스페르의 방으로 들어온 근위대 대장이 가스페르에게 보고했다.


“일전에 요구하셨던 공방의 수색 일지입니다.”

“어, 고생했습니다. 여기 두고 가 주세요.”

“네.”


원칙대로라면 이런 개인적인 업무는 사병을 통해 명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것을 명령하는 이가 왕의 후계이자 현재 평가가 가장 좋은 가스페르라면 이 경우가 더 일반적이게 된다.

그 정도의 지위는 있어야 근위대 대장을 마음대로 부려 먹을 수 있게 되니까.


“어디 한번 볼까?”


가스페르가 ‘1’이라고 적힌 공책의 첫 장을 열거했다.


-1층의 메인 공방. 겉보기에는 별거 없음. 방의 깊숙한 곳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눈부신 무기들이 나열되어 있음.


‘역시 훔쳐 온 게 맞았어.’


여섯 장 정도 되는 첫 번째 공책에는 크게 의미 있는 내용은 없었다.

두 번째 공책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무기를 만들고 있는 대장장이 노동자들뿐.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다.

문제는 세 번째 공책.

첫 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게 말이 돼··· ···?”


내용은 이러했다.


-어떤 약과 비슷한 차가 가득하다. 냄새를 맡으니 달달한 향기가 풍겼다. 색은 연보라색. 그런 물약이 세 개의 방을 모두 가득 채우고도 입구에 남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 없는 방이다.


“이거··· ···.”


가스페르는 방의 탁자에 놓인 물병을 집어 유심히 살폈다.


‘달달한 냄새··· ···, 연보라색의 물 색.’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거래처가 여기구만?’


변기통에 그 물을 그대로 처박은 가스페르가 허허실실 웃었다.


“지 아들들을 이렇게 죽여서 무슨 도움이 된다고··· ···.”


이제 책봉식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가스페르의 왕비 뒤통수 작전도 동시에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겠어.”


약 닷새 뒤.

헤랴를 좀먹는 세력은 모두 절멸한다.


***


다음날은 속절없이 찾아왔다.

이제는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낼 수 없었다.

그렇게 가스페르가 도착한 곳은 사격장이었다.

2왕자가 매일 같이 말을 타고 활 연습을 하던 사격장이었다.


푸흐흐흥!


곤히 자던 말을 깨운 가스페르가 말에 올라타 막강지궁을 왼손에 들었다.


“이랴!”


말을 전력으로 몰기 시작한 가스페르가 한 과녁에 막강지궁을 이용해 장전했다.


푸흐흥!


말을 급정거하도록 신호를 줆과 동시에 활시위를 놓은 가스페르가 과녁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저 멀리서도 들릴 듯이 용맹하게 들려왔고.


콱!


과녁의 정중앙에 명중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녹슬진 않았네.”


궁마지재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가스페르였다.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아직 새벽에 이르는 시간. 해도 뜨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큰 발소리를 내며 돌아다닌다는 것은. 틀림없다.’


어두운 건물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차 한 잔을 들고 나온 왕비였다.


“새벽부터 고생하는구나.”

“정신을 맑게 하는 데 이만한 게 없습니다.”

“쉬엄쉬엄하렴. 책봉식이 얼마 남지 않았잖니? 한잔 마실 테냐?”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차를 받아 단숨에 들이켠 가스페르가 다시 잔을 왕비에게 건넸다.


“으윽··· ···.

“왜 그러느냐?”

“아닙니다. 너무 새벽이라 정신을 차리기 힘든가 봅니다.”


가스페르가 연기했다.


“이 차는 어디서 사셨습니까?”

“그건 왜 묻느냐?”

“제가 따로 챙겨 먹고 싶습니다.”

“그거라면 걱정할 것 없다. 한 병 챙겨 줄 테니.”

“감사합니다. 들어가 쉬십시오 아직 해가 뜨지 않았습니다.”

“고맙구나.”


왕비는 가스페르가 등을 돌리자마자 희열을 느끼며 웃었다. 하지만 왕비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가스페르 또한 그녀 못지 않은 호방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가스페르가 말의 주머니에서 물약을 하나 꺼냈다.


<아이템 정보>


이름: 대한불갈(大旱不渴)의 파독 성수

등급: B(소모품)

설명: 한 성당의 마르지 않는 성수. 이를 마시면 몸 안의 모든 독소를 해독함과 동시에 해독된 독을 몸에 이로운 효과로 탈바꿈해 준다.


이것이 작전명 ‘악의 몰락’의 시작 첫 번째이자 두 번째의 핵심이다.

첫 번째, 자신의 정신 상태가 멀쩡한 것을 왕비에게 들키지 말 것.

왕비가 자신의 정신이 멀쩡하다는 것을 알면 분명 의심을 하게 되고, 차를 건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대한불갈의 파독 성수’의 특성상 해독할 독이 없다면 그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계획이 틀어지게 과도하게 틀어진다.

방금 머리가 아픈 연기는 그것을 절대적으로 그 의심을 풀어헤치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 ‘허용 상상력’을 늘릴 것.

행성 헤랴의 허용 상상력은 이견이 없을 정도로 그 정도가 높은 편에 해당한다. 그러나 함정이 하나 있다.

바로 가스페르의 격을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이 ‘허용 상상력’을 증축하기 위해선 가스페르가 격을 발현해야 한다.

물론 이는 가스페르가 이곳에 온 첫날부터 실행 중이었기에 지금까지 보면 많은 허용 상상력이··· ···.


“가스페··· ···가스페르!”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상념에서 벗어난 가스페르가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예?”


여러 소리에 잠에서 깬 제퍼였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느냐?”

“아닙니다. 책봉식 나흘 전이라 긴장이 많이 되나 봅니다.”

“그리 걱정할 것 없다. 내가 따로 조치를 취하고 있으니.”

“든든하기 가없습니다.”


큰 믿음은 없다.

겨우 황실 근위대와 나라의 군대만으로 막힐 그 인간들과 주민이 아니기에.

그럼에도 가스페르는 말로서는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굳은 든든함이 느껴졌다.


“책봉식에 분명 무슨 일이 생길 겁니다.”

“그건 무슨 소리냐. 너의 감인 것이냐?”


제퍼의 질문에 가스페르는 할말이 따로 없었다.


“예, 내 감입니다. 믿어 주시겠습니까?”


가스페르는 제퍼가 당연히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말아라’ 따위의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예측은 과녁에 명확히 적중하지 않았다.


“아비 된 입장에서 아들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느냐. 당연히 믿는다.”


제퍼의 이야기에 가스페르는 이 행성에서 진정한 동료가 생긴 것만 같았다.

헤랴에서는 전혀 느껴본 적 없던 그런 흐뭇한 감정이 말이다.


‘이 사람에게는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흐뭇한 감정의 끝에는 진짜 동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

“응?”

“제 얘기를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야기라면··· ···?”

“제가 이 행성에 없던 1년간의 이야기 말입니다.”

“아들의 이야기를 마다할 부모는 세상에 극히 드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여기서 하긴 힘드니 정리 후 내 방으로 오거라.”

“예, 알겠습니다. 아버지가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일 겁니다.”

“기대하겠다.”


모든 시설을 정비 후 가스페르는 제퍼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똑.


“들어오게.”


야심한 새벽이었기에 그랬을 수도, 아직 전부가 해독되지 않은 그 차의 효과일 수도, 아니면 그저 신의 변덕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가스페르는 《관념》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동안 끊이지 않을 그런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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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악의 몰락 (2) 24.01.21 50 0 9쪽
88 악의 몰락 (1) 24.01.21 60 0 9쪽
» 가스페르 (12) 24.01.19 55 0 9쪽
86 가스페르 (11) 24.01.17 75 0 10쪽
85 가스페르 (10) 24.01.12 42 0 10쪽
84 가스페르 (9) 24.01.10 30 0 9쪽
83 가스페르 (8) 24.01.07 4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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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가월의 밤 (5) 23.12.20 44 0 10쪽
74 가월의 밤 (4) 23.12.17 69 0 10쪽
73 가월의 밤 (3) 23.12.15 60 0 9쪽
72 가월의 밤 (2) 23.12.13 81 0 10쪽
71 가월의 밤 (1) 23.12.10 5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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