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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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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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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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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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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화 (1)

DUMMY

[곧 도착이다!]

[받은 상상력은 N빵이다!]

[N빵 좋아하네, 막타 친 사람이 가지는 거다.]


건물을 넘고, 건물을 부수고, 하늘을 나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행동자의 격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하자 그곳에는 한 고등학교와 그 고등학교의 운동장에 모인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저 득시글한 것들은 뭐야?]

[설마 저 중에 하나라고?]


하늘을 날아온 인두조수와 건물을 넘어온 그슨대가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하자 길가의 건물을 모두 부수고 달려 이곳에 도착한 지귀가 말했다.


[지금 저딴 것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거냐? 한심한 것들. 다 죽이면 알아서 생명의 위협을 절실히 깨닫고 나올 테니, 내가 하는 거 잘 봐라.]


지귀가 자신의 불꽃을 기둥처럼 뿜으며 달릴 자세를 취했다.


***


“앞에 저거 뭐임?”


학생들이 솟아오르는 불기둥을 보며 의구심을 가졌다.


“불 쇼 하나?”

“보러 갈래?”


학생들이 수군거리자 지도 교사가 학생들을 가라 앉혔다.


“얘들아. 자리에서 벗어나지 말고 질서 있게 있어. 곧 교실로 들어가서 짐 챙기고 집으로 갈··· ··· 꺄악!”


불기둥은 점점 강해지더니 이내 운동장을 비롯한 일대를 모두 태워 버릴 듯 울렸다.

이제서야 현실을 자각하고 혼비백산이 된 학생들이 불길의 반대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불길의 정반대로 도망치던 학생은 그 거리가 무색하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머리를 박았다.


“아악!”


학생이 더듬거리며 정체를 알아보고자 했으나 지금 인간의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아윤이 소리를 친 것은 그때였다.


“지금 펼쳐진 것은 보호막입니다. 제가 해제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합니다. 저 불을 끄기 전까지 침착하게 대기해 주세요!”


아윤의 눈은 보랏빛으로 짙게 색칠되어 있었고, 그녀의 손엔 허용 상상력의 부족으로 소환할 수 없었던 코셰흐샤비브가 들려 있었다.


그 시각 신들 일행은 그제서야 의문을 품었다.


[불길이 더 퍼지지 않아?]


인두조수가 하늘을 날아 상상력을 투과하는 격을 발현하자, 거대한 돔 형태의 투명 보호막이 학생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옅지만 분명한 보라색 장막.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그들을 멀쩡히 응시하고 있는 한 여학생, 마지막으로.


“바쁘니까 빨리 처리하자.”


[너··· ···너는··· ···!]


“지금 보니까 너희들, 모두 하나같이 도태되어 있던 괴물들이었구나.”


이찬이 나타나 자신의 추리를 뽐내기 시작했다.


“너희는 모두 도태된 괴물들이었고, 그런 너희를 신으로 승격시켜 준 녀석이 이 사태의 주도자인 신인 거야. 그래서 너희는.”


이찬이 풍백의 고유격. 「폭풍」을 발현해 천천히 양손에 그 격의 위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 이찬의 뒤에는 잔상처럼 풍백이 나타나 그를 도왔다.


“《관념》에서 그렇게 깽판을 친 나를 알아보지 못 하는 것이고.”


이찬의 격이. 아니, 풍백의 격이 마치 악몽처럼 그들을 집어삼켰다.


“이··· ···찬?”


그런 이찬을 보던 현규가 넋이 나간 듯 멍을 때렸다.


“평범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냥 미친놈이었구나.”


그러나 이찬의 폭풍과 지귀의 불꽃은 명백히 상성이 존재했다.

이찬의 폭풍은 지귀의 불꽃을 끄지 못했고, 외려 그것을 왕성하게 해 주는 것에서 그쳤다.


[행동자. 회의에서 나댈 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넌 그렇게 강하지 않아. 겨우 쓰레기들 때려잡고 가오를 부리는 거라면 그쯤해라. 넌 이 불을 절대 끌 수 없어.]


“지금 가오를 누가 부리는 거야. 곧 있으면 다른 나라에 파견됐던 신들도 합류하고 있을 테니. 너희 셋은 이제 퇴장해 줘야겠어.”


이찬이 폭풍의 강도를 아득할 정도로 끌어올렸고, 덕분에 아윤의 상상력은 실시간으로 소모되고 있었다.


“크윽··· ···!”


아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그렇게 상상력 보호막을 펼치던 도중 어떤 물체가 날아와 아윤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콰아앙!


아니, 추락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끄··· ···아아악··· ···.]


신언을 발현하는 것으로 보아 다른 대륙에 파견되었던 신인 것 같았다.

처음에 아윤은 의아했지만 이내 저것을 죽인 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등과 배. 다리와 팔에 꽂힌 무수한 화살들이, 가스페르가 든든하게 뒤를 지원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선사한 것이다.


그 사이 이찬의 폭풍과 지귀의 불꽃은 이 일대를 삼켜버릴 정도로 강하게 성장했고, 지귀는 눈빛을 희번덕거리며 자신의 승리를 직감했다.


[허세 가득한 놈. 이런 격을 오래 발현했다가는 몸이 상상력을 감당하지 못해 터져 소멸하고 말 것—]


이찬에게 조롱이 대부분인 경고를 이야기하던 지귀의 몸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죽어 버렸다.

이윽고 불길이 천천히 수그러들었고, 그에 따라 이찬도 폭풍을 회수했다.


“바보다 바보. 제 몸도 겨누지 못하는 주제에.”


이찬이 짧게 한숨을 뱉고는 당황에 절여져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슨대와 인두조수의 머리를 기도로 가차없이 벤 후 적들이 몰려올 아윤의 보호막 반대 방향으로 단숨에 뛰어 달려나갔다.

그슨대는 이미 목이 잘려 소멸에 이르렀고, 인두조수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날개를 감싸 이찬의 검격을 막아보려 애썼으나, 이미 인두조수의 머리와 몸통은 분리되어 인두조수의 머리는 쓰러지는 자신의 몸을 그저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개 같··· ···은··· ···.]


인두조수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


“후아··· ···!”


이찬이 학교를 떠나자 가까스로 유지되던 보호막이 해제되며 아윤이 바닥에 주저 앉았다.

학생들이 아윤에게 득달같이 달려들며 여러 질문을 했지만 아윤은 그런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학생들 떼를 모두 헤치고 나온 아윤이 땅을 딛고 공중으로 날듯이 뛰어올라 이찬을 지원하러 떠났다.

출발하기 직전 아윤은 누군가의 몸 속에 강한 격이 내제되어 있음을 느꼈다.


‘일단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지.’


마저 이찬을 뒤쫓은 아윤이 도착한 곳은 학교, 마을단지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다.


“여긴 어디야?”


이찬을 따라 도착했지만 그의 잔여 격을 발견하고 쫓은 것이기에 이찬을 놓치고 말았다.

그런 그녀가 이찬보다 먼저 찾은 것은, 산의 정상에서 적들을 정찰하는 가스페르였다.


“가스페르!”


아윤이 그를 부르자 가스페르가 다급히 자세를 숙이며 이노를 뒤로 숨긴 후 아윤을 불렀다.


“어떻게 됐습니까?”

“보시다시피. 잘 해결하고 지원 왔습니다.”

“근데 자세는 왜 숙이고 계십니까?”

“지금 이 범상치 않은 격이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가스페르의 말을 듣고 기감을 펼쳐 보인 아윤이 그제서야 아득한 격을 체감했다.

이찬과 서생원을 제외, 사회자에게 죽은 던켈 드래곤도 제외 후, 그슨대, 인두조수, 지귀까지 제외하면 서른의 신 중 남은 신은 24.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2할의 위력밖에 격을 쓸 수 없다지만, 신들은 절대 얕볼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아윤도, 가스페르도 이미 그간의 경험으로 절실히 체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찬이는 어디 갔어요?”

“이찬은··· ···.”


가스페르가 그녀를 안내한 후 먼 곳을 가리켰다.

첩첩산중 속 이찬은 가장 최전방의 산 꼭대기에서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기도를 굳게 쥐고 결연한 표정을 지은 이찬이 아득한 격의 파랑을 맞이하려는 순간.


“멋진 건 같이 해야지.”


아윤이 나타나 코셰흐샤비브를 재차 점검했다.


“제 행성은 지키지 못했지만, 이 행성은 꼭 지키겠습니다.”


가스페르가 나타나 뒤를 보좌했다.


“피곤해··· ···.”


이노가 따분한 표정으로 크게 하품했다.


《관념》을 뒤흔든 네 장본인이 이번엔 지구이자 《현실》에서, 그 깽판을 재현하려 했다.


“옵니다.”


이찬의 한 마디에 가스페르는 뒤로 넘어가 후방 지원을 준비했고, 이노는 현재의 격에 맞는 공룡을 소환해 등에 올라타 기습을 준비했다.

이찬과 아윤은 최전방에서 각각 검과 창으로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나를 잊지 마라.]


잊히는 것이 두려운 신이 나타나 거들었다.

가장 먼저 날아온 것은 대성단 <메소포타미아> 죽음의 신, 네르갈의 전(前) 주민이었다.

이제는 마야 신화의 주역인 신들처럼 명맥을 이어가기 힘들기에 그 힘을 거의 잃은 신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콰아아앙!


이찬이 한 하나의 주저함도 없이 대지를 박차고 나아가 검을 휘둘렀다.

단 2할. 그뿐임에도 네르갈의 주민은 기백을 잃지 않았다.


[역시, 네놈이 행동자였구나. 정식으로 이야기를 할까? 나는 네르갈 님의 주민, 가세트다. 너를 죽일 위대한 위인이니, 잊지 말도록··· ···.]


가세트의 말이 채 이어지기 전에 이찬은 그의 목을 베어 버렸다.

그들이 아무리 신이라지만 상상력의 양과 격의 위력에서 8할이라는 압도적인 제약을 받기에 온전히 힘을 전부 사용하고 있는 이찬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2할 다섯이면 10할로 백의 힘을 낸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신 본인일 때의 이야기.

단순한 계산은 오류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저놈은 내 것이다!]

[어딜 넘봐?]



저런 이들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2 곱하기 5의 계산을 하는 것은.


촤아아악!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

자칭 신들의 뜨거운 피가 이찬의 머리 위로 뒤집어 씌워졌다.


“신이라는 것들도, 결국 크게 다르지 않아.”


카가강!


아윤의 코셰흐샤비브와 한 신의 톱날이 맞부딪혔다.


[넌 누구냐? 잡졸이랑은 상대할 생각이 없—]


아윤은 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차없이 심장을 찔러 숨을 멎게 했다.


‘과히 수월하다.’


그 흔하다는 작은 위기조차 없다.

보통의 인간들이나 신들이라면 안심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찬과 아윤, 가스페르와 이노는 절대 안심하지도, 방심하지도 않았다.


[모자란 것들.]


이찬이 도륙내는 이들의 뒤로 다섯의 ‘진짜 신’이 나타났다.

연회장에서도 주축을 담당했고, 이내 이찬을 죽이기 위해 나타난, 넷의 신.


[그래도 이렇게 압도적인 것이 말이 되는가?]

[‘만들어진 놈’들에게 무엇을 더 바라는 거야.]

[히히힛! 빨리 싸우고 싶어!]

[그르르르르··· ···.]



“아윤아.”


그새 이찬의 곁에 다시 자리한 아윤의 이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저것들이 진짜야.”

“나도 알아.”


피부가 따끔하고 내면의 기관들이 저리다.

정신은 아득해지고, 피가 끓어오른다. 하지만 버텨냈다.

이미 버텨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멍멍아.]

[그르르르.]


머리 셋 달린 늑대의 형상을 한 신이 하울링을 시전했다.


아우우우우우!


빈틈 구석구석에서 그들과 같은 동족이 튀어나오며 이찬을 포함한 일행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누구도 감당키 힘들었지만, 지금 이곳엔 저 늑대를 조련할 인물이 명백히 존재했다.

공룡의 지배자. 진리를 깨우친 자.

이노였다.


작가의말

<미지의 편린>이 어느덧 100화에 접어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정진하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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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집결 (5) 24.02.14 42 0 10쪽
97 집결 (4) 24.02.09 36 0 10쪽
96 집결 (3) 24.02.07 88 0 10쪽
95 집결 (2) 24.02.04 43 0 9쪽
94 집결 (1) 24.02.02 35 0 10쪽
93 악의 몰락 (6) 24.01.31 43 0 9쪽
92 악의 몰락 (5) 24.01.28 31 0 9쪽
91 악의 몰락 (4) 24.01.26 79 0 10쪽
90 악의 몰락 (3) 24.01.24 47 0 9쪽
89 악의 몰락 (2) 24.01.21 50 0 9쪽
88 악의 몰락 (1) 24.01.21 60 0 9쪽
87 가스페르 (12) 24.01.19 55 0 9쪽
86 가스페르 (11) 24.01.17 76 0 10쪽
85 가스페르 (10) 24.01.12 42 0 10쪽
84 가스페르 (9) 24.01.10 30 0 9쪽
83 가스페르 (8) 24.01.07 46 0 10쪽
82 가스페르 (7) 24.01.05 55 0 10쪽
81 가스페르 (6) 24.01.03 42 0 10쪽
80 가스페르 (5) 23.12.31 43 0 10쪽
79 가스페르 (4) 23.12.29 54 0 9쪽
78 가스페르 (3) 23.12.27 87 0 9쪽
77 가스페르 (2) 23.12.24 40 0 10쪽
76 가스페르 (1) 23.12.22 69 0 10쪽
75 가월의 밤 (5) 23.12.20 44 0 10쪽
74 가월의 밤 (4) 23.12.17 69 0 10쪽
73 가월의 밤 (3) 23.12.15 60 0 9쪽
72 가월의 밤 (2) 23.12.13 82 0 10쪽
71 가월의 밤 (1) 23.12.10 5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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