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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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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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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74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1.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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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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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36. 천의 얼굴(4)

DUMMY

“정말 안가도 괜찮겠어요? 지금이라면 아직 따라갈 수 있을텐데요.”


나는 복도 끝자락에 보이는 세 사람을 손으로 가리키며 여자에게 물었다. 장난이 아니란 것은 알았지만 혹시나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 제안이었다.


“그렇게 신경써주시지도 않아도 괜찮아요. 저도 나름 이런 일에는 자신 있으니까.”


여자는 내 마지막 호의를 거절하고는 나에게서 받아든 권총을 곧바로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면 됐구요. 저는 남재현입니다. 그 생체 실험을 하는 조직을 완전히 다 잡아들이거나 섬멸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파견되었습니다.”


아까의 설명으로는 조금 부족했을 것 같아서 나는 한중일 동맹이란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한국에서 왔다고만 설명했다. 거짓말 하는 것은 아니니까 상관없겠지.


“어? 한국분이셨어요? 저 한국말 할 줄 아는데.”


여자의 입에서 예상하지도 못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생긴 건 영락없는 외국인인데 그렇게 유창하게 한국어를 하면 당황할 수 밖에 없잖아.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한국어가 배우고 싶어져서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비록 한국 여행은 한번도 안가봤지만 그때 열심히 공부했던 보람이 있네요.”


“대단하시군요.”


내가 사용하는 영어라고 해도 단어를 머릿속에 많이 집어넣어서 단기간에 써먹기 위한 영어일뿐이다. 쓰면서 항상 머릿속에 있는 단어를 끄집어내는 것도 고생이고 억양도 영어권 국가에서 듣기에는 굉장히 조잡할 것이다.


그런데 저 여자는 토종 한국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듣기에 아무런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단순히 대학교때 배운 수준을 능가하는 것 같았다.


“저도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케롤라인 데니스라고 해요. 원래 미국에 있었지만 지금은 러시아에서 사립탐정 일을 하고 있었어요.”


“사립탐정이요?”


탐정이라는 직업은 꽤나 생소하게 들려왔다. 만화나 소설속에서는 많이 접했지만 현실에서는 탐정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이 별로 없었다. 한국에서는 최근까지 탐정이 불법이었다가 규제가 풀렸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일단 소개는 대충 했으니 이쯤하고 이동하죠.”


나는 케롤라인을 데리고 서둘러서 자리를 벗어났다. 이렇게 여유롭게 대화하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다가 언제 다른 조직원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케롤라인씨. 사립탐정 일을 왜 러시아에서 하고 있던겁니까?”


나는 다른 조직원들을 만날까 주의하면서 케롤라인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일단 납치사건의 피해자이니 설마 조직원이 심어놓은 스파이라는 전개가 일어날 리는 없겠지만 어떠한 사람인지는 파악하고 같이 행동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원래는 미국에서 사립탐정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아는 지인이 러시아에서 같이 겸업을 한번 해보는게 어떻겠냐더라구요. 그래서 넘어왔는데 그 지인이 갑자기 상을 당했어요.”


“이 조직하고 관련된건가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제가 그와 관련된 조사를 하던 도중에 이곳에 납치되어 온건 사실이죠.”


음. 지금 케롤라인이 한 말만 가지고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방금 만난 사람을 곧바로 파악하겠다는 생각이 욕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팀원의 지원을 받을 수 없으니까 신중하게 움직여야 해요. 사립탐정이면 싸움에도 조금 익숙합니까?”


“내 몸 정도는 알아서 지킬게요. 민폐라도 될까 봐서요?”


“민폐라기보다는..솔직히 왜 저를 따라왔는지 그다지 이해가 되지는 않아서요. 친구분의 일도 이 조직이 한건지는 모르는거고 납치에 대한 복수를 하자고 무작정 저를 따라오는게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거든요.”


보통 납치된 상태에서 풀려나면 곧바로 이 아지트를 빠져나간 3명처럼 재빨리 안전한 상태를 보장받고 싶어하는게 사람의 심리이다. 케롤라인처럼 복수랍시고 굳이 목숨을 걸고 나를 따라오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물론 단순히 복수만을 생각한건 아니에요. 이 일을 해결하는 것에 관여하면 저도 실적이 좀 오르지 않겠어요? 경찰이 아니신분이 행동해야 할 정도면 분명 엄청난 일인거 같은데.”


뭐라 할 말이 없어졌다. 실적만 보고 뛰어들 일이 아니라고 말하려 했으나 내가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 처음 들어가겠다고 한 것도 여타 직장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은 조건들에 혹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케롤라인을 보고 이상하다고 할 처지는 못되었다.


“너무 신경 써봤자 좋을건 없으실겁니다.”


“잠깐만요.”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나는 길목을 망설임 없이 나아가려고 했지만 케롤라인이 내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말라는 의미로 팔을 들었다.


“귀를 귀울여봐요. 저쪽 길목에 누군가 있어요.”


케롤라인이 제자리에 앉아서 귓가에 손을 가져다대는 시늉을 했다. 난 케롤라인의 제안대로 제자리에 멈춰서 길목 너머에 있는 소리를 듣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정말로 미세하지만 무언가 속닥이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나랑 대화하는 중에 저런 작은 소리를 들었다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서야 들릴 정도로 굉장히 작은 소리였는데 저걸 미리 듣고서 알려주는 것이 절대 이 사람이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했다.


“일단 제가 먼저 달려들테니까 여기 가만히 계세요.”


나는 케롤라인에게 대기하고 있으라고 말한 뒤 벽으로 가려져 있는 길목에 들어왔다. 길목에는 사람이 없었고 끝자락에 보이는 문이 1개, 좌측 벽에 붙어있는 방이 2개 있었다. 저 3개의 방중 적어도 하나에는 조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탕!


내 바로 옆에서 귀를 때리는 커다란 총성이 들렸다. 바로 케롤라인이 쏜 것이었다.


“미쳤어요? 여기 있다고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제 몸 정도는 제가 지킨다고 했잖아요.”


케롤라인은 여봐라는 듯이 자신의 앞으로 고개를 까딱거렸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공간에서 서서히 사람의 형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그 사람은 총알로 머리를 꿰뚫려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마 투명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각성자였을거에요.”


나는 저 자가 가까이에 왔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만약 케롤라인을 데리고 오지 않고 혼자 왔다면 죽지는 않았더라도 뒤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제대로 된 기습을 당했을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한 것이냐고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준비하고 있어요. 이제 몰려올 거 같으니까.”


나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쓸만한 물건이 있나 둘러보았다.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던 먼지가 묻어있는 쇠파이프를 들면서 먼지를 툭툭 털어대고 한두번 휘둘러보았다. 이 정도 묵직함이라면 무기로 쓰기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3개의 문이 열리면서 조직원들이 주변을 확인했다. 그들의 시야에 내가 들어오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미친 듯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총부터 갈겨대지 않을까 싶었는데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앞서 오던 두 사람에게 앞서 다가가 육중한 쇠파이프로 그대로 머리를 가격한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뒤로 나자빠지며 뒤에서 뛰어오던 조직원들을 향해 넘어지고 그 뒤에서 뛰어오던 조직원들의 행렬은 잠시 멈추게 되었다.


“숙여요!”


뒤에서 케롤라인이 소리쳤다. 나는 반사적으로 제자리에 웅크렸다. 그러자 총 격발음이 계속 이어졌다. 잠시뒤 총성이 완전히 멎고서 앞을 바라보자 총에 맞아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어서 쓰러져있는 조직원과 이미 사망에 이른 조직원들이 보였다. 사립탐정이라더니 꽤나 사격솜씨가 일품이었다.


“탐정 일 할 때 총은 간간히 쏴봤거든요.”


“권총은 탄약도 별로 없을텐데 기다려봐요.”


나는 아직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조직원들을 다시 타격하여 완전히 기절시킨 후에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몸을 수색했다. 그리고 권총의 탄약으로 보이는 것들을 뭉텅이로 집어들었다.


“일단 막 가져왔으니까 그 총에 맞는 구경으로 가지고 있으세요.”


권총을 사용해 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케롤라인이 사용하는 권총에 맞는 탄을 구분할 능력은 내게 없었다. 가져가니 알아서 쓸 것과 안쓸 것을 구분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아 케롤라인은 꽤나 빠삭한 듯 했다. 저 정도 사격 실력이면 단순히 몸을 지키는 걸 넘어서서 엄연히 한 사람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고 나를 한번 도와주기도 했으니 데려온 값은 충분히 하는 것 같았다.


케롤라인은 자신에게 필요없는 총탄은 거미줄이 쳐진 구석의 캐비넷에 쑤셔넣었고 자신이 맨 처음 제압한 은신 능력의 각성자에게서 벨트 형식으로 탈착하여 간단히 휴대할 수 있는 가방을 뺏어서 총탄을 집어넣어 자신의 청바지에 둘렀다.


“좋아요. 이 정도면 된 것 같아요.”


저 정도면 사립탐정이 아니고 경찰이나 군대쪽에서 파견왔다고 보는 게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난 케롤라인과 다시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아지트가 꽤나 크네요.”


앞뒤로 조직원들이 오지는 않나 수시로 경계하면서도 나는 너무 적막만 이어지면 케롤라인이 어색해 할까봐 쓸데없는 말을 해보았다.


“안 물어봐요? 어떻게 작은 소리를 듣고 은신을 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는지.”


최대한 불편하지 않도록 일부러 물어보지 않고 있었는데 케롤라인은 오히려 바로 물어보지 않는 것이 이상해보였나보다. 이왕 기회가 온 이상 확실하게 들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는 예상은 갑니다. 각성자인가요?”


“네. 정확히는 미세한 소리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죠. 이것 덕분에 여러번 위기를 넘긴 적도 많아요.”


신체의 능력이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각성자들은 이제껏 많이 봐왔지만 특정 감각이 극대화되는 각성자는 이번에 본 케롤라인이 처음이었다. 각성자가 가지는 능력의 종류는 정말로 종 잡을 수가 없군.


“만능은 아니에요. 쓰다보면 머리가 아파지고 이 능력을 쓰면 평범한 말소리도 마치 옆에서 확성기를 켜둔 것처럼 크게 들리기 때문에 정말 작은 소리를 감지할 때 정도만 사용해요.”


그건 이미 예상하고 있는 바였다. 모든 각성자는 능력을 필요이상으로 사용하려 하면 조건이나 패널티가 붙는다는 것 같다. 그 중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은 내가 이형환위를 쓸때와 비슷하게 머리에 대한 통증이라고 하는 것 같다.


“재현씨도 아까 싸우시는 거 보니까 각성자이신거 같은데. 아무래도 각성자들이 파견되는 일이면 이 조직도 각성자랑 깊은 연관이 있나봐요?”


“일단은 해결해야 하는 것부터 해결하고 생각하죠.”


케롤라인의 의문에 일일이 답해주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아야카가 다른 팀원들을 무사히 구출했길 바라면서 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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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4. 천의 얼굴(2) +1 20.11.12 391 7 12쪽
34 033. 천의 얼굴 +1 20.11.11 415 6 12쪽
33 032. 실력 좀 발휘해보실까! +1 20.11.10 460 8 13쪽
32 031. 괴한 +1 20.11.09 452 10 12쪽
31 030. 재방문 +1 20.11.08 462 8 12쪽
30 029. 이정표 +1 20.11.07 475 9 12쪽
29 028. 살인사건 발생 +1 20.11.06 545 9 12쪽
28 027. 탐문 조사 +1 20.11.05 569 8 12쪽
27 026. 러시아 입성 +1 20.11.04 611 10 13쪽
26 025. 팀 결성(4) +1 20.11.03 646 9 13쪽
25 024. 팀 결성(3) +1 20.11.02 652 9 12쪽
24 023. 팀 결성(2) +4 20.11.01 690 10 13쪽
23 022. 팀 결성 +3 20.10.31 748 10 12쪽
22 021. 회의 시작 +1 20.10.30 771 12 13쪽
21 020. 경험 쌓기 +2 20.10.29 810 10 13쪽
20 019. 수면위로 떠오르는 각성자들 +1 20.10.28 827 9 12쪽
19 018. 잠깐의 휴식 +1 20.10.27 844 10 12쪽
18 017. 그녀의 과거 +1 20.10.27 905 11 12쪽
17 016. 왠지 모를 친근함 +1 20.10.26 954 11 12쪽
16 015. 봉변 +1 20.10.26 1,021 14 12쪽
15 014. 의문의 실력자 +1 20.10.25 1,103 14 12쪽
14 013. 테러 집단 +1 20.10.24 1,175 14 12쪽
13 012. 넌 아니야 +1 20.10.23 1,303 14 12쪽
12 011. 진짜가 나타났다 +1 20.10.22 1,542 15 12쪽
11 010. 간파당한 진실 +1 20.10.21 1,680 14 13쪽
10 009.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아? +1 20.10.20 1,777 18 12쪽
9 008. 기습 +1 20.10.19 1,943 20 12쪽
8 007. 코앞까지 다가온 위험 +3 20.10.18 2,290 22 13쪽
7 006. 다가오는 검은 손길 +6 20.10.17 2,559 24 13쪽
6 005. 가던 길 가라 +6 20.10.16 2,773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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