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67,439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1.10 03:07
조회
458
추천
8
글자
13쪽

032. 실력 좀 발휘해보실까!

DUMMY

“일단 가시죠. 숙소까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니콜라이 경감은 차로 내가 지내는 숙소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했다. 솔직히 이대로 걸어가긴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아주 반가운 제안이었다.


“너희들. 구치소에 연락해서 긴급하게 넣어야 할 녀석이 있다고 전해라.”


“네? 영장 같은 것도 안나왔는뎁쇼. 일단 서로 데리고 가야...”


“이분 말씀대로면 서로 데리고 가도 우리가 감당 못할거다. 구치소에 있는 그 녀석들한테 맡기는게 더 편하지.”


니콜라이 경감은 내 충고를 꽤나 인상 깊게 들은 것인지 저 괴한을 그냥 경찰서로 데리고 가는 것에도 조심스러운 모양이었다. 끊어지지 않는 특수 소재의 수갑이면 행동에 제약은 줄 수 있었지만 아까 저 녀석이 보여준 말도 안되는 괴력을 생각하면 걱정스럽기는 했다. 구치소의 그 녀석들이 누구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각성자들을 담당하는 특수한 인력들이라면 이 녀석 한명 정도는 잘 잡아두겠지.


니콜라이 경감은 두 명의 순경에게 간단한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나를 자신의 차에 태웠다. 내가 차에 대해서 빠삭한 편은 아니지만 경감 정도 되는 인물이라 그런지 바깥에서 본 외관도 그렇고 차가 꽤 멋있는데.


“아. 그 시체에 대한 정보 조사를 마쳤습니다. 필요하십니까?”


니콜라이 경감은 차에 시동을 걸었고 출발하면서 백미러에 비치는 시야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벌써 조사를 마쳤습니까?”


“경찰 인력을 너무 무시하시는군요. 저뿐만 아니라 굉장히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하들은 몰라도 당신은 그리 유능해보이진 않는데.’


니콜라이 경감에 대한 내 인상은 그냥 나를 도와줬으며 욕심이 과한 경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오래 본 것도 아니라서 이 사람을 판단하기엔 이르긴 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인상으로 보았을 땐 그다지 유능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당연히 주셔야죠. 제가 부탁드린거잖습니까?”


“그런데 이게....알게 되면 돌이킬 수 없으실겁니다.”


니콜라이 경감은 알아듣기 힘든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시체의 정보가 어떤 거물인지는 몰라도 내 입장에서는 반드시 알아야만 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합니다.”


“전 정말 모릅니다? 뒷자석에 있는 봉투에 문서와 그 문서가 담긴 usb 파일이 들어있습니다. usb 파일의 비밀번호는 문서 첫 페이지의 하단에 첨부해뒀으니 외우거나 다른 곳에 기록하고 처분하세요.”


“이게 그거였어요?”


나는 뒷자석의 중앙에 놓여져 있는 갈색 봉투에 손을 뻗어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니콜라이 경감의 말대로 문서 파일들과 검은색으로 된 작은 usb가 하나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보니까 니콜라이 경감의 유능하다는 말이 약간은 납득이 가기도 했다.


“그나저나 저 근육질은 무슨 관계이십니까? 러시아가 치안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요새는 단속 기간이라서 경찰에 한번 잡히면 형량이 길게 잡힐 수 있어서 단순 조폭들은 몸을 사리고 있을텐데.”


나는 니콜라이 경감에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말할지 말지에 대해서 잠깐동안 고민했다. 혹시 이 사람한테 말해서 괜히 정보가 새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이렇게 부탁한 것도 처리해줬고. 상층부의 입김도 제대로 작용하는데 이중 스파이 같은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겠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를 습격한 저 괴한이랑 그 시체는 아마 같은 곳에서 일했거나, 묘종의 연관성이 있을거에요.”


“....그렇습니까?”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나는 니콜라이 경감을 향해 말을 꺼냈다. 그러자 니콜라이 경감은 무언가 잘못 먹은 사람 마냥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 왔습니다.”


니콜라이 경감과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나와 애들이 지내고 있는 숙소 지근거리까지 도착했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만만한 녀석들은 아닐테니까요.”


차 문을 열고 내리는 내 뒤에서 니콜라이 경감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을 흘렸다. 그리고선 차를 이끌고 떠나버렸다. 저렇게 말하니까 괜히 더욱 불길한 기분이 들었기에 나는 재빨리 숙소로 뛰어들어갔다.


“나 왔어.”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편안한 자세로 차를 마시고 있는 아야카와 열심히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맹화 맹연 남매가 보였다.


“재현이 형 오셨어요?”


“안녕 아저씨.”


맹화와 맹연은 각각 입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인사했다. 정보 수집 작업중에 막대사탕이라. 안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조합이지만 오히려 저렇게 하고 있으니 그 나이대에 맞는 아이들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오셨네요. 너무 늦게 오셔서 애들이랑 밥은 따로 먹었고 재현이 오빠꺼만 남겨뒀는데. 지금 드실래요?”


“어어. 고마워.”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장 바닥에 뻗어서 잠에 들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애들도 말할 것이 있는 눈치인데다가, 괜한 걱정을 끼칠 것 같아서 조금 참기로 했다.


아야카는 음식을 데우기 위해 부엌쪽으로 건너갔고 나는 제자리에 앉아서 맹화와 맹연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두 남매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의기투합을 한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아야카 누나는 시간이 좀 걸릴테니 그전에 보고부터 들어주세요 형. 아주 놀라실거에요.”


“얼른 설명이나 시작해. 오빠.”


“알았어 연아...”


마치 부모님에게 높은 성적표를 받아와서 칭찬 받고 싶어하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이는 맹화. 맹연은 그런 표정이 무색하게 곧바로 맹화를 독촉했고 맹화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설명에 들어갔다.


“연이는 말을 길게 하는 걸 싫어...가 아니고 연이가 조사하면서 꽤나 고생했으니까 연이가 조사한 몫까지 전부 합쳐서 한꺼번에 설명할게요.”


분명 중간에 말을 끊었다. 맹연의 눈빛에 쫄아서 말을 끊은거야.


“피해자가 입었던 옷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캐보니까 한가지 사실을 알았어요. 그 옷은 평범한 브랜드의 옷이 아니에요. 이 일대에서 꽤나 유명한 조직에서 상표를 차려서 판매하고, 모든 조직원들은 조직의 선전을 위해서 그 옷을 입고 다니기로 유명하대요.”


“그럴 정도면 경찰들이 시체를 봤을 때도 알아챘어야 하는거 아니야?”


“옷이 꽤 많이 훼손된 상태여서 현장에서만 봤을 땐 긴가민가 했을거에요. 저 옷의 핵심은 훼손된 문구까지 들어맞아야 확실하거든요. 연이가 작업을 통해 복구시켜서 대조해본거에요.”


맹화는 노트북에 두가지의 사진을 띄워서 비교해주었다. 왼쪽에 띄워진 사진은 살인사건의 피해자의 옷을 확대한 사진이었고 오른쪽은 지난번에 보았던 통신 판매 사이트의 옷을 확대한 사진이었다.


“이 두 옷에 새겨진 문구가 ‘Death or Death’라는 문구에요.”


“죽음 혹은 죽음? 성격 한번 괴팍한 녀석들이네.”


“그러게 말이에요. 아주 불길한 문구죠?”


싸울 때는 정신이 없어서 그 괴한이 입은 옷의 문구 같은 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는데 새삼 그런 의미가 쓰여진 옷을 입고 나랑 싸웠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불길함만 강해졌다.


“그리고 이 조직원들이 바로 제가 조사했던 납치사건들하고 연관이 되요.”


맹화는 동시에 띄워둔 2개의 사진을 지우고 곧바로 다음 화면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각 납치사건에 대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납치되기 직전의 동향, 주변인들의 증언이나 목격자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사건 파일들이 쭉 나열되었다.


“이건 저번에도 다 본거 같은데. 혹시 나보고 다 읽어보라는건 아니지?”


읽으라면 읽지 못할 것은 없지만 솔직히 조금 힘들다. 내가 이걸 다 읽어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지도 않고.


“이미 조사는 다 끝난 상태거든요. 그냥 듣기만 하시면 되요.”


내가 염려했던 바와는 달리 맹화는 아무 걱정 말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정말로 다행인 소식이었다.


“우선 하나. 이 납치 사건의 피해자 사건 파일중 두 번째, 다섯 번째, 8번째부터 11번째 피해자까지 전부 해서 총 6명의 사건 파일 목격담에서 해골 그림이 그려진 특이한 후드티를 입은 사람들을 주변에서 봤다는 증언이 나왔어요.”


“그건 그냥 평범한 후드티일수도 있는거 아니야?”


“아저씨. 저희가 그 뻔한 걸 생각 안했을거 같아요?”


“아....”


그럴 리가 없지. 망각하고 있던 사실이지만 맹화 맹연 남매는 중국 정부와 공안측에서도 예의주시 할 정도의 각성자. 내가 하는 단순한 생각선에서 그칠 리 없는 것이다.


“이걸 주목해주세요.”


맹화는 이번엔 자신이 쓰던 노트북이 아닌 맹연이 쓰던 노트북을 돌려서 띄워진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 화면에는 수많은 돈들이 들어왔다 나간 거래내역을 포함하여 러시아어로 추정되는 여러 글자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아마 러시아어는 읽으실 수 없을테니까 제가 해석해드릴게요.”


영어 공부도 회화가 가능할 정도 겨우 한 나한테 러시아어는 당연히 무리였다. 맹연이 바보를 보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건 11번째 피해자. 카페에서 죽었던 시체의 그 사람의 최근 계좌 거래내역이에요. 평범한 계좌가 아니라 평범한 루트로는 사용 내역을 조회할 수 없는 계좌에요.”


“그런게 가능해?”


신용카드를 하나 발급받으려고 해도 본인 인증을 확실하게 해야하는 한국에서 사는 나에게 저런 이야기는 당연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합법은 아니고 불법이에요. 이미 죽어서 사망처리된 인물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재조합해서 가상의 번호를 만들고 러시아의 가상계좌 서버망을 일시적으로 돌파한 다음에, 그 사이에 눈에 띄지 않는 독자적인 서버를 구축하는거죠. 물론 들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은 서버가 삭제된 상태고 기록만 남아있는 상태에요.”


“어....그러니까 그 11번째 피해자가 이 일대에서 굉장히 유명한 조직의 일원이었는데 만들어낸 불법 계좌로 수상한 거래들을 했다는거지?”


“말하자면 그래요.”


맹화가 하는 말이 너무 본격적이었기 때문에 이해하는게 조금 힘들었지만 간신히 요점만 정리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금액이 어느 정도인데?”


“최소한 수십억원 이상이 거래된거 같아요. 그리고 거래내역의 마지막에 그중 5억원정도를 본인의 진짜 계좌로 이체한 사실이 확인됐어요.”


“그러면 조직의 자금을 본인에게 빼돌렸다가 그게 걸려서 처분당한건가?”


“그건 아니야.”


내 나름대로의 추측을 맹연의 단호한 목소리가 잘라내버렸다. 살짝 가늘게 뜬 눈이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이제는 그냥 체념한 상태였다.


“연아 그러면 안된다니까. 사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재현이 형처럼 추론할 사람들이 대부분일거에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어요. 11번째 실종 사건의 피해자이자 타살당한 저 조직원이 실종 신고가 내려진 지 4시간 뒤에 본인 계좌에 돈이 들어갔어요. 본인 계좌에 돈도 넣을 정도의 여력이 있던 사람이라면 실종 신고가 되진 않았을거에요.”


“그러면 그 돈을 송금한 계좌를 쫓으면...아니. 가상계좌라고 했었지.”


맹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듣고보니 확실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납치가 된 상태에서 본인의 핸드폰이나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해도 그 상황에 자신의 계좌에 돈을 집어넣으려는 미친 사람이 있을까?


“그러면 역으로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거에요. 조직에서 그를 처분하고 그의 계좌에 돈을 집어넣었다.”


“아마 아저씨가 저 시체를 보러 들어갔을 때는 시체의 사후 경직이 이루어진지 8시간 이상은 지난 상태였을거에요.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그 정도였다면 얼추 들어맞을거 같거든요.”


맹화가 왼손의 검지손가락을 하나 꺼내보이면서 가정을 세웠다. 맹연이 오빠의 말을 따라서 추가적으로 상황을 예측했다. 내가 카페에서 엿들었던 사망 경직 시간은 8시간 이상으로 맹연의 예측과 동일했다.


“사실 이것 외에도 조사한 자료가 조금 있는데 그걸 다 듣기엔 재현이 형이 피곤하실 것 같아서 간단히 설명해드릴게요. 저랑 연이는 이 조직이 저희가 쫓아야 하는 유럽 납치 사건의 주동자들과 무언가 관계를 맺고 있는거 같아요.”


“그래?”


참으로 깔끔한 설명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하는 일이 결정되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각성자 수난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034. 천의 얼굴(2) +1 20.11.12 390 7 12쪽
34 033. 천의 얼굴 +1 20.11.11 415 6 12쪽
» 032. 실력 좀 발휘해보실까! +1 20.11.10 459 8 13쪽
32 031. 괴한 +1 20.11.09 452 10 12쪽
31 030. 재방문 +1 20.11.08 460 8 12쪽
30 029. 이정표 +1 20.11.07 475 9 12쪽
29 028. 살인사건 발생 +1 20.11.06 543 9 12쪽
28 027. 탐문 조사 +1 20.11.05 569 8 12쪽
27 026. 러시아 입성 +1 20.11.04 610 10 13쪽
26 025. 팀 결성(4) +1 20.11.03 646 9 13쪽
25 024. 팀 결성(3) +1 20.11.02 651 9 12쪽
24 023. 팀 결성(2) +4 20.11.01 689 10 13쪽
23 022. 팀 결성 +3 20.10.31 748 10 12쪽
22 021. 회의 시작 +1 20.10.30 771 12 13쪽
21 020. 경험 쌓기 +2 20.10.29 810 10 13쪽
20 019. 수면위로 떠오르는 각성자들 +1 20.10.28 827 9 12쪽
19 018. 잠깐의 휴식 +1 20.10.27 844 10 12쪽
18 017. 그녀의 과거 +1 20.10.27 903 11 12쪽
17 016. 왠지 모를 친근함 +1 20.10.26 954 11 12쪽
16 015. 봉변 +1 20.10.26 1,021 14 12쪽
15 014. 의문의 실력자 +1 20.10.25 1,103 14 12쪽
14 013. 테러 집단 +1 20.10.24 1,173 14 12쪽
13 012. 넌 아니야 +1 20.10.23 1,302 14 12쪽
12 011. 진짜가 나타났다 +1 20.10.22 1,541 15 12쪽
11 010. 간파당한 진실 +1 20.10.21 1,680 14 13쪽
10 009.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아? +1 20.10.20 1,777 18 12쪽
9 008. 기습 +1 20.10.19 1,943 20 12쪽
8 007. 코앞까지 다가온 위험 +3 20.10.18 2,290 22 13쪽
7 006. 다가오는 검은 손길 +6 20.10.17 2,559 24 13쪽
6 005. 가던 길 가라 +6 20.10.16 2,773 3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