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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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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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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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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44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0.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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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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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2. 넌 아니야

DUMMY

난 나의 목을 잡아챈 상대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회색의 후드집업으로 머리를 푹 눌러썼고 체구는 나와 비슷한 정도로 그렇게 크진 않았다.


목소리는 너무 작게 말하기도 했고 높지도 낮지도 않아서 성별을 특정하기가 애매했다.


일단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인거 같았다.


“넌 누구야?”


“알고 있잖아? 내가 누구인지.”


“세크매트라고?”


언뜻 봐서는 세크매트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크매트라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우선 그 잘난 살인마라고 해도 굳이 살인하는 장소를 사람이 오다닐 수 있는 이런 곳으로 정할 리 없다.


그 정도의 살인마가 마음을 먹는다면 내가 집에 들어갔을 때를 노려서 죽이려 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신경 쓰이는건....


“그 잘 나간다는 살인마가 이 정도로 완력이 약할 리가 없잖아.”


난 내 목을 붙잡고 있는 녀석의 손을 뿌리치고 빠져나와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녀석은 꽤나 당황한 눈치였다.


“왜 그런 살인마를 사칭하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을 습격한다는건 그만한 각오는 되어있다는 거겠지?”


“닥쳐!”


세크매트가 아니라는 것을 간파당하자 녀석은 재빨리 나를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듯 했다. 못을 박을 때 사용할만한 장도리를 꺼내들고 허공에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정확히 내 머리만을 노리는 듯 했지만 내가 요리조리 피했기 때문에 계속 허공을 붕붕 가르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기습을 당했을 때는 미처 대처하지 못했지만 내가 능력을 사용하자 충분히 상대할만한, 꽤나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왜 안맞는거야!”


내가 계속 공격을 피하자 습격자는 화가 나는지 소리를 버럭 질러댔고 움직임이 격해졌다.


동작에 조금 더 힘이 실린 것이 느껴졌지만 그 때문에 동작 사이에 틈이 나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크게 보였다.


‘지금이다.’


무기를 들고 있는 손이 아닌 다른 쪽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허릿심을 이용하여 그대로 들쳐매어 땅에 엎어버렸다.


“크헉!”


땅에 꽃혀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 녀석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그 뒤에 내가 녀석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후드집업을 벗기려고 한 찰나였다.


“저리 꺼져!”


아직 움직일 힘이 있었는지 내 복부에 주먹을 찔러넣고는 나를 강제로 넉다운시켰다. 그리고 는 쏜살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속도에서 나를 따돌리려고 하면 안되지.”


아직 능력을 제대로 다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단순히 빠르게 이동하는 경지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자신이 있었다.


곧바로 저 녀석의 뒤를 따라가려고 한 때였다.


갑자기 몸에 탈력감이 찾아오며 능력을 사용하기가 힘들어졌다. 지금 무리하게 사용하려고 하다간 정신을 잃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된 것이다.


“젠장. 다 잡았는데 놓치는건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도저히 추적을 감행할 수 있을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나는 급하게 집으로 들어가 방 안의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


다음날, 나는 집 앞에서 강민정이 데리러 오는 것을 기다린 뒤에 차를 같이 타고 이동중이었다.


한세진의 집단이 나를 잡아가려고 사무실을 아주 박살을 냈기 때문에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힘들뿐더러 위치가 제대로 노출되었으니 같은 곳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전해들었다.


“그래도 안색은 조금 좋아보이니 다행이에요.”


운전을 하고 있던 강민정은 조수석에 앉아있는 나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있었던 일만 보면 그렇지 않아야 하지만, 어제 씻지도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워서 쭉 잠을 잤더니 다행히 몸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난 어젯밤에 이상한 습격을 받았다는 것을 강민정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분명 목숨에 위협이 되었던 건 맞지만 충분히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첫 번째.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잦은 문제로 인해서 강민정을 골치 아프게 하기 싫다는 마음이 컸다.


“여기에요.”


강민정은 어느 한 건물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난 그동안 건물의 외관을 한번 둘러보았다.


약간 기숙사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는 독특한 외관에 흰색 바탕에 초록색 선들이 더해진 부드러운 색으로 도배된 건물이었다.


열려있는 건물의 앞쪽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역시나 회사와 같은 느낌보단 공공기관이나 기숙사 같다는 느낌이 나는 건물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서 안쪽 복도로 쭉 들어가 강민정은 ‘임시 처리본부’라고 종이가 붙어있는 문 앞에 멈춰섰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아직 몇 사람은 오지 않은 듯 비어있는 몇 자리와 함께 열심히 업무를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당신들이 이쪽에 발령받았다는 강민정씨와 남재현씨 맞나요?”


나와 강민정이 사무실로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안쪽에서 누군가 한명이 걸어나왔다.


“차소윤 지부장님에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저는 이곳 임시 처리본부를 담당하고 있는 소장 남현주예요.”


“강민정입니다.”


“남재현입니다.”


자신을 남현주라고 소개한 소장과 악수를 하면서 간단하게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현주는 점잖은 느낌을 풍기는 인물이었다. 엄격하고 규칙에 까다로워 보이는 인상이랄까.


“이력이 화려하던데요? 스카우트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의문의 집단에게 납치를 당한 뒤에 자력으로 탈출하기. 전 영화 시나리오를 들은 줄 알았어요.”


이건 사람을 까는거야, 칭찬하는거야? 점잖은 인물이라는 평가는 취소다.


이 사람은 차소윤 지부장하고 같은 과다. 사람을 놀려먹는데 재주가 있는 사람이군.


“예. 어찌저찌 하다보니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입 밖으로 저런 말들을 내뱉지는 않았고 적당한 말을 꺼냈다. 이것도 편의점에서 손님을 응대한다는 느낌으로 생각하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편의점 손님을 받을 땐 이보다 더한 손님도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두 사람 다 환영해요. 자리는 이쪽으로 쓰시면 돼요.”


남현주는 안쪽에 붙어있는 비어있는 두 자리로 나와 강민정을 안내했다. 분명 다른 건물에 다른 장소인데, 전에 일하던 자리와 느낌이 거의 흡사해서 놀라웠다.


같은 일을 하는 직장이라서 그런건가?


“강민정씨는 우선 앉아서 책상위에 올려둔 파일을 정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보니 강민정의 자리에는 파란색으로 된 파일철에 여러 서류들이 끼워져있는 것들이 보였다.


그럼 나는 뭘 하는거지?


“재현씨는 잠깐 저를 따라와보세요.”


뭐지. 이러니까 문제아인 학생을 호출하는 것 같잖아.


굉장히 여러 부분에서 신경이 쓰였지만 안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난 군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남현주와 같이 사무실을 빠져나가 계단을 올라갔다.


남현주가 나를 데리고 온 곳은 바로 건물의 옥상이었다.


“이런 곳은 뭐하러 데려오신겁니까?”


설마 이렇게 몰래 불러내서 나를 죽이러 온 스파이라던가?


하지만 그렇기엔 너무나 현실성이 없었다. 지나치게 자연스럽게 행동한 감도 있고.


“재현씨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사람이 한명 있었거든요. 이곳으로 오라고 했으니 금방 올거에요.”


소개시켜 줄 사람이라. 누구인지 굉장히 궁금증이 동했다.


기다린지 한 3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옥상의 문이 열리며 어느 한 남자가 나와 남현주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남현주의 옆에 서서 나를 바라보았고 생글생글 웃어보였다.


“소개할게요 남재현씨. 이 사람은 이곳이 임시 처리본부가 되기 전부터 이곳에서 일해오던 박성태씨예요.”


“반갑습니다. 박성태입니다.”


“남재현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소개는 왜...?”


일단 소개를 시켜줬으니 서로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하긴 했는데, 왜 갑자기 나한테 이 사람을 소개시켜 준 것인지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박성태씨는 남재현씨와 같은 각성자예요. 그리고 지금껏 여러 각성자가 연관된 사건 현장에 투입되어 각성자들을 체포하거나 제압하는 공적을 세운 이 분야의 베테랑이죠.”


“아직 남재현씨는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서 일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따로 전투 경험도 없었던 초보자죠. 물론 그걸 감안했을 때는 훌륭하다고 할만하지만, 아직 부족해요.”


부족하다. 실로 직관적인 말이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저것이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래서 각성자는 각성자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을 수 있겠다 생각하여 이렇게 박성태씨를 소개해드리게 되었어요. 능력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등에 대해서 이해가 안되거나 어려운게 있다면 언제든 물어볼 수 있게요. 혹시 기분이 나빴나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감사하다고 해야하겠죠.”


안 그래도 능력에 제대로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찰나였는데 그 방법이 굉장히 난감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줬으니 정말로 몇 번이나 감사를 해도 모자랐다.


“만족하셨다니 다행이에요. 그러면 저는 먼저 내려가볼테니 두 분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남현주는 그렇게 이야기하고서 먼저 옥상 문을 열고 내려갔다. 이제 옥상에는 나와 박성태. 두 명만이 남아있었다.


“저...”


“남재현씨.”


“네.”


내가 먼저 말을 꺼내려고 했는데 저쪽에서 먼저 내 이름을 불러왔고 난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혹시 각성자들이 왜 생겨나게 되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그래도 예상은 해볼 수 있으니까요.”


뭐지,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거지?


그래도 마냥 관심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앞으로 해야할 이야기와 관련이 있나 싶어 난 적당히 대답하기로 했다.


“흔히 소설 같은걸 보면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힘을 부여하고 그러던데 그런 일종이 아닐까요? 물론 던전같은건 없지만.”


내 답변을 들은 박성태의 표정은 마치 딱 예상하고 있던 답변을 들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할거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더군요. 심지어는 신의 축복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뭔가 말하는게 자신은 왜 각성자들이 생겨났는지 알고 있다고 말하는거 같은데. 찔러나볼까.


“그러면 박성태씨는 왜 각성자들이 생겨났는지 알고 계시나요?”


“모릅니다.”


“네?”


대답은 너무나도 칼 같았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이미 정해져있던 답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정도의 속도였다.


“그러면 저에게 그런 질문은 왜 한거죠?”


“아. 확실히 이해가 되지 않겠군요. 그러면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는건 어떨까요.”


박성태는 손가락을 하나 들어 예시를 설명해주겠다고 하였다.


“각성자가 두 명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불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화염계 각성자입니다. 보통 세간에는 각성자이고 같은 능력을 다룬다면 둘의 전력 차이는 별로 없다라고 알려져있죠.”


그렇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기도 하고.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아닙니다.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특성과 연마하는 정도에 따라서 능력은 계속 바뀌어갑니다. 누군가는 간단한 불씨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라면, 누군가는 불의 산을 일으킬 수도 있겠죠.”


“뭐라-”


“각성자들 중에서도 상위에 위치하는 각성자들의 경우 전부 자신의 능력을 계속 연마한 경우입니다. 처음 얻게 된 능력의 강함이 그 각성자의 강함을 결정짓는 건 절대 아니라는 말이죠.”


이건 정말로 처음 듣는 정보였다. 난 내가 지닌 이 능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내가 아직 능력을 다루는 방식이 미숙하기에 익숙해지려고만 했을 뿐.


“능력을 발전시키는 건 능력에 관해서 의문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의 능력이 어떤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에 맞게 연습하는 과정을 거쳐 발전을 거듭해가죠. 그게 지금부터 재현씨가 해나가야 할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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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2. 실력 좀 발휘해보실까! +1 20.11.10 459 8 13쪽
32 031. 괴한 +1 20.11.09 452 10 12쪽
31 030. 재방문 +1 20.11.08 460 8 12쪽
30 029. 이정표 +1 20.11.07 475 9 12쪽
29 028. 살인사건 발생 +1 20.11.06 543 9 12쪽
28 027. 탐문 조사 +1 20.11.05 569 8 12쪽
27 026. 러시아 입성 +1 20.11.04 610 10 13쪽
26 025. 팀 결성(4) +1 20.11.03 646 9 13쪽
25 024. 팀 결성(3) +1 20.11.02 651 9 12쪽
24 023. 팀 결성(2) +4 20.11.01 690 10 13쪽
23 022. 팀 결성 +3 20.10.31 74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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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0. 경험 쌓기 +2 20.10.29 810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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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5. 봉변 +1 20.10.26 1,021 14 12쪽
15 014. 의문의 실력자 +1 20.10.25 1,103 14 12쪽
14 013. 테러 집단 +1 20.10.24 1,173 14 12쪽
» 012. 넌 아니야 +1 20.10.23 1,303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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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5. 가던 길 가라 +6 20.10.16 2,773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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