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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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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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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3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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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1,358

작성
20.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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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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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1. 진짜가 나타났다

DUMMY

그렇게 난 죽음의 위기에서 버젓이 살아 돌아왔다. 사실 이건 너무나도 운이 좋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한세진은 정말 음지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만약 그들을 이끄는 리더가 한세진 같이 무른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악인 의식이 박힌 사람이었다면 난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덕분에 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거지만.


나는 어딘지 모를 길을 계속 걸어 시내라고 할만한 곳으로 나왔다. 눈에 띄는 공중전화기로 들어가서 기억해뒀던 강민정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민정씨. 저 남재현입니다.”


“재현씨에요?! 지금 어딘가요!”


강민정은 전화를 건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평소답지 않게 굉장히 다급한 목소리가 되었다.


“여기가 어딘지...잠시만요.”


난 처음 와보는 곳이었기에 잠깐 공중전화 부스를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위치가 어디인지 물었다.


“죄송합니다. 혹시 여기 위치가 어디인가요?”


“여기요? 대치동이잖아요.”


“대치동이면 강남구던가요?”


“그렇죠. 저쪽으로 쭉 가시면 학여울역도 나오니까요.”


“알겠습니다.”


위치를 알게 된 나는 행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다시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가 수화기를 들어 위치를 설명해주었다.


“학여울역 쪽이라구요?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역 근처 카페라도 들어가 있을게요.”


강민정은 내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걸어서 학여울역 앞에 있는 카페를 들어갔다.


카페라는 곳도 굉장히 오랜간만에 오는 것 같다. 아무래도 혼자서 산지 몇 년이나 지났고 친구를 만나는 일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카페에 올 이유가 없었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카페를 가지 않고 편의점으로 가서 마시는 편이었으니 말이다.


단 것을 좋아하는 나는 아이스 카페 모카를 한잔 시켜서 마시며 강민정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떼우는게 얼마만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도 부숴졌고 마땅히 할 것도 없던 나는 트여진 카페의 유리창을 통해 조금씩 바뀌어가는 바깥 풍경들을 구경했다.


시간이 언제 다 흘러가나 하염없이 기약하고 있으려니 카페의 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재현씨!”


안쪽 자리에 앉아있던 나를 발견한 강민정은 곧바로 달려와서 내 앞자리에 마주 보고 앉았다.


“일단 마실거라도 좀 시켜요. 어디 안도망가니까.”


급하게 달려왔는지 숨을 헉헉 대고 있는 것이 보였기에 나는 강민정에게 우선 뭐라도 마실 것을 권했다.


강민정도 목이 타기는 했는지 나에게 자리를 맡아주라는 눈빛을 보내며 카운터에서 음료를 시켜뒀다가 다시 돌아왔다.


“자. 한번 자세히 얘기해봐요.”


“뭐를요?”


“어쩌다가 잡혀가게 됐는지. 누가 잡아간건지 등등 말이에요.”


“잠깐만요. 이야기 할 테니까 조금만 진정해봐요.”


강민정은 굉장히 흥분해있는 상태였다. 사람이 납치 당했다가 돌아왔으니 그럴만하긴 했지만 평소와는 명백히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저를 잡아갔던 건 이전에 언급했었던 그 일당이었어요. 여러 사람들에게서 돈을 거둬갔다던 그 일당이요.”


“역시나...대충 그랬을거라 예상했어요. 그러면 어떻게 돌아온거에요?”


“어떻게라니. 당연히 탈출했죠.”


“하지만 말이 안되잖아요. 재현씨를 잡아갈 정도의 각성자가 있던 집단이고 그 본거지라면 당연히 각성자가 몇 명쯤은 더 있었을 거에요. 재현씨가 아무리 가속계 능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걸 가만히 둘 리가 없을텐데...”


역시 강민정은 굉장히 예리했다. 내가 절대 평범한 방식으로는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의문점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나조차도 난감했으니...답답할 노릇이다.


그래도 강민정에게는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통할 상대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그쪽의 리더가 마음이 바뀌었다면서 그냥 마음대로 저를 풀어줬어요. 아주 변덕적인 사람이었죠.”


“마음대로...? 부하들은 뭐라고 안하던가요?”


“뭐라고 하긴 했지만 절대 거스르지는 못하는 모습이었어요.”


“확실히....그런 집단일수록 리더의 힘은 절대적이죠.”


여전히 못 미덥다는 표정이었지만 방금과 비교해서는 나름대로 납득은 한 눈치였다.


“풀어주는 조건으로 뭔가를 내걸지는 않았어요? 혹시 비밀로 하라고 했다고 당부했어도 저한테는 해도 괜찮아요. 지부장님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을테니까.”


이 역시도 뭔가를 요구받은 건 없었기 때문에 말할 거리는 딱히 없었다. 연락처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이야기 하기가 조금 꺼려졌다.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살려준 상대라 그런지 살짝 팔아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세진이 위법 집단을 이끄는 리더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한세진을 잡아야 할 기회가 온다면 잡는게 맞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으니까.


다만 여기서 내가 한세진에 대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그다지 이득이 없다는 것까지 감안했을 때 이야기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재현씨.”


지금까지는 조금 취조받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친한 친구를 걱정해준다는 느낌이었다.


“그 리더의 변덕만 없었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테니. 솔직히 좀 얼떨떨해요. 사무실 상태는 조금 어때요?”


“책상이나 컴퓨터 정도만 부숴졌으면 다행이겠는데....벽까지 뚫린 통에 복원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동안은 임시적으로 사람들을 나눠서 다른 지부로 가서 일하게 된다고 공문이 내려왔어요.”


“그래요?”


“재현씨는 저랑 같이 가게 될테니까 안심해요.”


마치 어미랑 떨어지면 불안해하는 새끼를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물론 강민정이랑 같이 간다는 건 굉장히 안정감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서 어땠어요? 제대로 된 각성자와의 싸움은?”


“어찌저찌 한명은 제압했는데 한명이 더 왔더라구요. 중력을 조절하는 각성자였는데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어요.”


애초에 제대로 된 승부 자체를 하지 않았지만 싸웠다고 하더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전혀 대항할 수단같은 것이 없었으니.


“중력 조절 능력이라구요? 그 능력은 거의 확인된 바가 없는 능력인데...”


“고유 능력일 수도 있다는 건가요?”


각성자들의 능력은 흔히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러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능력.


이 경우는 능력을 다루는 사람을 여러 명 찾아볼 수 있다. 전기를 다룬다거나 불에 관련한 능력을 다루는 사람들은 많다.


같은 계열의 능력이라고 해도 그 능력을 쓰는 방식이나 형태등에 따라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조금 다른 이야기이고.


두 번째로는 아직 개인에게서밖에 발견되지 않은 능력을 지닌 각성자. 그들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보지 못한 독자적인 능력을 다루고, 그 때문에 능력에 대한 정보도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


“적어도 제가 아는 한에서는 아직 그런 능력을 다루는 각성자를 본 적이 없어요. 어찌 됐든 꽤나 고 위험등급으로 분류될 능력인건 확실해요.”


“역시 그렇겠죠?”


“너무 우울해 하지마요. 얼마전까지 일반인이었는데 갑작스레 전투에 익숙해지라는 건 말도 안되는거니까요.”


내 얼굴이 조금 어두워 보였는지 강민정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확실히 난 각성자로서 더욱 강한 능력을 지닌 각성자들에 대해 일종의 벽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경험도 별로 없고 능력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경험이 쌓이고 능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해도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앞으로도 무슨 능력을 지니고 있을지 모를 각성자들을 계속 맞닥뜨려야 할텐데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첫날 그렇게 호언장담을 해놓고 이런 꼴이라니. 나도 정말 입만 산 녀석인가.’


말로는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말만 번지르르 하게 해놓고 위기 한번에 이런 꼴이라니 스스로가 굉장히 한심하다고 느껴졌다.


“이 말을 들으면 조금 위안이 될지는 모르지만 다른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의 몇 개 들어봤어요. 재현씨처럼 스카우트 된 각성자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심지어는 바로 그만둬버린 경우도 다반사죠. 재현씨는 정말 잘하고 있는거에요.”


정말로 그런 걸까. 강민정이 내 기분을 위로하기 위해 말을 지어냈을 지도 모른다는 괘씸한 생각까지 들었다.


“당분간은 재현씨는 직접 현장에 투입하지 않을거에요.”


마음속 한편으로는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저런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일반인을 상대한다면 모를까 각성자를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은 들지 않았으니까.


“저희가 임시로 발령되는 곳에는 이미 활약하고 계신 각성자 분이 계세요. 일단 재현씨 대신에 그분이 주로 현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되면 좋겠다고 제가 말씀드려볼게요.”


“...죄송해요. 괜히 불편하게 해서.”


“같은 동료끼리 그런게 어디 있어요. 돕고 사는거지.”


마시고 있던 음료를 절반 가까이 마신 강민정은 무언가를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건지 묻고 싶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입을 먼저 연 건 강민정쪽이였다.


“이건 아직 확정 사항은 아니지만 두달 이내에 서울 각지에 있는 각성자 전담 처리 본부들이 전부 모이는 회의가 있을거에요.”


“회의요?”


“네. 각 지부가 담당하는 지역에서 일어난 각성자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건에 대한 보고와 앞으로의 방침에 대한 이야기등 다양한 이야기를 할 회의죠. 그리고-”


그리고?


“확정 사항은 아니지만 임시로 예정되어 있는 서울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와 일본의 합동 작전에 관한 이야기가 있을 예정이에요. 무슨 작전인지까지는 자세히 알려진게 없지만 꽤나 대대적으로 인원을 편성할거란 이야기가 있죠.”


“합동 작전?”


합동 작전이라고 하니 확실히 평범한 일을 계획하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간의 합동 작전을 절대 아무런 이유없이 할 리가 없으니까.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점은 있었다.


“평범한 합동 작전이 아니라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를 통한다는건 분명 각성자와 연관이 되어 있는거겠네요.”


“이제 재현씨도 이 분야에 조금 익숙해지신거 같네요.”


내가 별다른 설명없이 금방 이해하자 강민정은 흡족해 하였다.


“저와 같은 일반인은 경력이나 여러 가지를 통해서 선발해서 뽑지만 각성자라면 우선적으로 뽑힐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두시면 좋을거 같아요.”


역시 각성자 우선 선발인가. 그래도 당장 닥친 일이 아니라는 것에 마음의 위안을 가지는 것이 좋을 듯 했다.


“그러면 일단 일어날까요?”


강민정과 사사로운 이야기를 몇 마디 더 나눈 뒤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강민정의 차를 통해 어느새 집까지 도착했다.


내일 핸드폰을 다시 맞추자거나 아침에 데리러 오겠다는 둥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간신히 기억하는 정도가 한계였다.


지금 내 상태는 분명 공허하고 삭막한 기분을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막 풀려났을 때는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만족스러웠는데 지금은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가는 길목. 가로등의 불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길가에서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난 재빠르게 집에 들어가려고 했다.


“어딜 가려고?”


턱. 어둠 속에서 내 목을 잽싸게 잡아채는 투박한 손길. 난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무력하게 잡힐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한세진이 약속을 어기고 사람을 보낸건가? 새로운 각성자? 긴박한 상황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생각을 했다.


뇌가 생각하는 속도까지 가속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침착할래야 침착할 수 없는 나의 사고를 정지시킨 건 그 자에게서 흘러나온 음성이었다.


“어때, 살려줘서 좋았어 약골?”


난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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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수난시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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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4. 천의 얼굴(2) +1 20.11.12 390 7 12쪽
34 033. 천의 얼굴 +1 20.11.11 415 6 12쪽
33 032. 실력 좀 발휘해보실까! +1 20.11.10 458 8 13쪽
32 031. 괴한 +1 20.11.09 452 10 12쪽
31 030. 재방문 +1 20.11.08 460 8 12쪽
30 029. 이정표 +1 20.11.07 475 9 12쪽
29 028. 살인사건 발생 +1 20.11.06 543 9 12쪽
28 027. 탐문 조사 +1 20.11.05 569 8 12쪽
27 026. 러시아 입성 +1 20.11.04 610 10 13쪽
26 025. 팀 결성(4) +1 20.11.03 646 9 13쪽
25 024. 팀 결성(3) +1 20.11.02 651 9 12쪽
24 023. 팀 결성(2) +4 20.11.01 689 10 13쪽
23 022. 팀 결성 +3 20.10.31 748 10 12쪽
22 021. 회의 시작 +1 20.10.30 771 12 13쪽
21 020. 경험 쌓기 +2 20.10.29 810 10 13쪽
20 019. 수면위로 떠오르는 각성자들 +1 20.10.28 827 9 12쪽
19 018. 잠깐의 휴식 +1 20.10.27 844 10 12쪽
18 017. 그녀의 과거 +1 20.10.27 903 11 12쪽
17 016. 왠지 모를 친근함 +1 20.10.26 954 11 12쪽
16 015. 봉변 +1 20.10.26 1,021 14 12쪽
15 014. 의문의 실력자 +1 20.10.25 1,102 14 12쪽
14 013. 테러 집단 +1 20.10.24 1,173 14 12쪽
13 012. 넌 아니야 +1 20.10.23 1,302 14 12쪽
» 011. 진짜가 나타났다 +1 20.10.22 1,541 15 12쪽
11 010. 간파당한 진실 +1 20.10.21 1,680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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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6. 다가오는 검은 손길 +6 20.10.17 2,559 24 13쪽
6 005. 가던 길 가라 +6 20.10.16 2,773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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