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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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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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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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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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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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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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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0. 재방문

DUMMY

나와 아이들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가져온 봉투를 열어서 모두에게 피해자가 찍힌 사진들을 공유했다.


“아무리 단서라고 하지만....너무 잔인해요 형.”


맹화가 바닥에 펼쳐진 시체 사진의 향연을 마주하고서 직접적인 감상을 말했다. 맹연과 아야카도 시체의 사진을 계속 보는 것은 꺼려지는 듯 이따금씩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었다.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반응이다. 오히려 시체 사진에 열광하는 특이한 취향이 아닌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일단 얻을 정보만 다 얻으면 더 이상 저런거 안봐도 되니까 조금만 참아봐. 맹화 너랑 맹연이 이 사진을 보고 좀 연관된 단서를 찾아볼 수 있겠어?”


“음...해볼게요.”


시체의 사진들을 책상의 정중앙에 올려두고서 맹화와 맹연은 각자의 가방에서 커다란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내가 직장에서 일할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타이핑을 해댔다.


“나는 아저씨가 말한대로 저 사람이 입고 있던 옷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볼게.”


“그러면 나는 저 사람의 살인사건이랑 관련이 있을법한 주변 일대의 조직이나 납치사건들에 정보를 수집해겠네.”


두 사람의 호흡은 그야말로 환상적. 아니, 그냥 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흐트러짐이 없었다. 역할을 정확히 분담하는 것도 그랬고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가면서 해야 할 것이라고 느껴질 일들을 아무런 막힘없이 두 사람만의 힘으로 척척 해내었다.


역시 저 두 사람의 능력은 쓸모없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유능했다. 중국이 특별 작전참모라는 지위까지 맡게 하면서 저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갈 정도라고 해야할까.


“알아냈어요. 아저씨.”


“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거나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은 일단 전부 모아봤어요 재현이 형. 거르는 작업은 추가로 해야겠지만요.”


“벌써...?”


내가 맹화와 맹연 남매에게 일을 시킨지는 이제 40분 정도가 지나가고 있었다. 보통 정보수집이란게 이렇게 빠른 시간안에 이루어지는게 아닐텐데?


“연이는 저보다 더욱 빠르게 끝냈지만 저를 도와줬어요. 연이가 아니었으면 아마 20분은 더 걸렸을거에요.”


“두 사람 다 대단하네.”


오래 걸리면 며칠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애들이 이렇게 유능할 줄은 솔직히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괜히 김이 새는 기분이었다.


“그러면 우선 맹연부터 이야기해줄래? 피해자가 입었던 옷에 관한 정보를.”


“네 아저씨.”


맹연은 내 요청에 무미건조하게 응답하면서 자신의 노트북을 나와 아야카가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맹화의 노트북 화면에는 내가 주었던 사진을 분석한 흔적과 그를 토대로 추려진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 창 3개가 눈에 띄었다.


“워낙 옷이 뜯어지거나 훼손된 부분도 많고 피해자의 팔이 옷의 일부분을 가리고 있는터라 예상보다는 시간이 더 걸렸지만 복구해봤고 총 3가지의 후보가 있어요. 첫 번째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적이 있는 AMUS 브랜드가 작년쯤부터 출시한 평범한 후드티로 지금도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정식 브랜드는 아니고 대학교 동아리 차원에서 만든걸로 보이는 의상이라 지금은 구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희귀한 의상. 그리고 세 번째는....여기는 좀 특이해요.”


맹화보다 더욱 빠르게 조사가 끝났다고 한거 같은데 그게 시간이 더 걸린거라고? 물론 맹화는 저 살인사건과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서 대부분의 정보를 수집했을테니 그 정보의 양이 달랐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맹연은 역시 범상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두 사람이 붙어있어서 두뇌의 능력이 올라가도 둘의 상승폭이 같기 때문에 평상시에 더 똑똑한 편에 속하는 맹연이 더 높은 능률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특이하다고?”


술술 정보를 말하던 맹연이 어딘가 의심쩍은 구석이 있는 것처럼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듣지 않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겠는가.


“말해줘. 일단 조사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넘기면 그만이니까.”


“하긴. 어차피 발로 뛰는건 아저씨가 할 일이니까요.”


맹연은 괜한 걱정을 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머리는 애들이 썼으니 당연히 직접 움직이는 일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맞긴 하지만 조금 슬픈 기분이 들었다.


“세 번째는 최근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쪽에서 나름 유명하다고 보여지는 통신 판매 사이트에 저 의상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는 의상이 등록되어 있어요.”


맹연은 마우스를 몇 번 딸깍거리면서 한 인터넷 사이트를 보여주었다. 처음엔 영어로 되어있는줄 알았는데 알아듣기 힘든 말들로 되어있는 사이트의 한 상품칸에 마우스 커서가 올려져 있었다. 그 커서가 가리키고 있는 상품 이미지는 정말 맹연의 말대로 피해자가 입었던 옷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다만 저 상품의 상품 정보를 아무리 살펴봐도 브랜드 정보는 뜨지 않아요. 판매자 번호도 적혀있기는 하지만 제가 한번 중국에서 발급해준 업무용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는데 받지 않았어요.”


“그렇단 말이지.”


언뜻 보기엔 평범한 통신 판매 사이트이지만 뭔가 숨겨진 것이 있을지도 모르고. 한번 주목해서 조사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번 자세히 알아볼게. 수고했어 맹연. 그럼 다음은 맹화가 조사한걸 말해줄래?”


“알겠어요 형.”


맹화가 조사해 온 정보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 동네에서 일어났던 11건의 납치사건에 대해서 정리되어 있는 파일들을 차례대로 보여줄 때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평범한 경로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정보들일텐데 역시 정보를 빼내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나보다.


“이 11건의 납치사건은 피해자의 성별도 여성 6명에 남자 5명으로 꽤 균등한 편이고 범행 시각으로 추측되거나 목격된 시간등이 다 달라서 언뜻 보면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보여요.”


“11번째 사람의 경우는 내가 봤던 것도 같아. 말은 안하고 있었는데 그날 길을 가다가 포장마차에서 끌려나가는 남자를 봤었는데 그 사람이 맹화 네가 말한 사람 같거든.”


나는 그날 내가 보았던 광경에 대해서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어차피 계속 숨기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기도 했고 그 수상해보였던 여자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이요? 그런데 포장마차면 형 뿐만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목격자가 될 수 있었잖아요. 그 포장마차란 곳에도 경찰이 탐문수사를 갔었는데 포장마차 주인을 비롯해서 그날 손님이었던 사람들은 전부 아무것도 모른다고 증언했어요.”


“그럴 리가. 분명 다들 트러블 정도라고 생각은 했겠지만 그 남자가 끌려가는 모습은 봤을거야.”


다른 손님들은 그냥 무시하자는 생각이었을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난 똑똑히 보았었다. 끌려가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포장마차 주인의 눈빛을. 무언가 잘못되었다.


“애들아. 나 잠깐만 나갔다올게.”


“그 포장마차에 가보시게요?”


지금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맹화와 맹연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야카가 그렇게 물어왔다.


“그래. 이대로는 궁금해서 안되겠어. 그 포장 마차 주인하고 한번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조금 늦을수도 있으니까 배고프면 저녁은 너희들끼리 먹고. 혹시 더 조사할만한 정보가 있으면 조사해줘. 내가 없는 동안은 아야카가 리더같은 느낌으로 잘 이끌어주고.”


“알겠어요 오빠. 몸 조심하세요.”


명색에 팀인데 혼자만 나가게 된다는게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4명이 모여서 우르르 나가면 더 수상하게 보일테고. 맹화나 맹연중에 한명 정도는 데리고 가도 되겠지만 두 사람 다 정보에 대해서 추리거나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야카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두 사람을 지켜줘야 하고 말이지.


이미 한번 가봤었던 길이었지만 아직은 조금 낯선 길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길을 잃지는 않고 나는 전에 그 여자와 끌려가는 남자를 봤었던 포장마차에 도착했다. 포장마차의 자리는 절반 정도 차 있었고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나름 북적했다.


“여기 간단하게 먹을 것좀 주세요.”


저번에 애들에게 분식을 사줬던 포장마차랑은 다르게 이곳은 분식같은 것은 없는 듯 하여서 난 포장마차의 주인이 추천하는 음식으로 먹겠다는 식으로 대략 주문했다.


주인은 처음엔 난감하다는 표정을 보이더니 무언가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리를 시작하는데....


‘어라?’


저 요리의 정체는 내가 한국에서 굉장히 여러번 봤었던 그 요리였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양껏 두른 후 미리 만들어둔 것으로 보이는 반죽을 고루 부어주고 튀기듯이 굽다가 적당히 한쪽 면이 구워졌다 싶으면 바로 뒤집는다.


송송 썰려들어간 파와 살짝 탄 부분이 굉장히 바삭해보이는 음식. 바로 파전이었다. 설마 러시아까지 와서 파전을 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러시아 분이 어떻게 파전을 하는거지?


“한국분이신거 같은데 이거 먹고 얼른 떠나세요. 최근 이 동네의 소문이 굉장히 흉흉합니다.”


“어. 혹시 한국분이세요?”


“한국사람은 아니고 이전에 한국에서도 조금 지냈던 경력이 있습니다. 그저 행색이 딱 한국분이신거 같아서 말씀드리는거에요.”


포장마차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서 곧바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내 쪽으로는 전혀 시선도 주지 않았다.


‘파전 같은 음식은 술이랑 먹어야 딱인데...’


이 좋은 술안주거리를 두고서 그냥 먹어야 한다는게 조금 불편했지만 난 즐기자고 이곳에 온게 아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파전을 나는 젓가락으로 먹기 좋게 여러 조각으로 찢은 후 허겁지겁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끝부분의 바삭한 식감과 은은한 파 향을 느끼면서 먹을 여유도 없이 난 뜨거움을 이겨내면서 허겁지겁 파전을 삼켰다. 한접시 가득 담겨져서 나왔던 파전이 어느 순간 말끔하게 비워졌다.


나는 계산을 하기 위해서 포장마차 주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돈을 내밀자 포장마차 주인은 다른 손님들에게 하는 가벼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하게 잔돈을 거슬러주려고 했다. 나는 그 잔돈을 받아서 주머니에 넣으면서 포장마차 주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지난번에 이 포장마차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질문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건 아니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무슨 일 말입니까?”


포장마차 주인은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숨기려고 하고 있었다. 그가 단순히 거짓말을 할 만한 인물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미 내가 본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믿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역시 조금 강경책으로 밀어붙일 수 밖에 없나.


“제가 하고 있는 일이 꽤 중요한 일입니다. 경찰하고도 연관되는 일이라서 혹시 거짓말하다가 걸리시면 큰일나실 수도 있어요.”


움찔. 포장마차 주인은 내 입에서 경찰이란 단어가 나오자 불안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 태도는 역시 무언가 찔리는 게 있다는 거겠지.


“그래도 보신게 없다고 하시면 저는 일단 가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경찰들 오면 다시 물어보세요.”


물론 경찰들이 온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내가 요청하면 이미 나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니콜라이 경감은 적극적으로 나서줄테지만 아직은 예정된 바가 전혀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포장마차 주인을 떠보는 과정에 불과했다. 그저 나에게 위축된 것에 불과하고 내가 그 상황을 잘못봤던거라면 포장마차 주인으로서는 나를 붙잡을 이유가 전혀 없을테니 말이다.


“자, 잠깐만요!”


포장마차를 그대로 나가려던 나를 뒤늦게 따라나온 포장마차 주인의 외침소리가 붙잡았다. 그는 여전히 망설이는 표정을 보이다가 이내 결심했다는 듯 이전까지와는 다른 굳은 표정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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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 재방문 +1 20.11.08 461 8 12쪽
30 029. 이정표 +1 20.11.07 475 9 12쪽
29 028. 살인사건 발생 +1 20.11.06 543 9 12쪽
28 027. 탐문 조사 +1 20.11.05 569 8 12쪽
27 026. 러시아 입성 +1 20.11.04 610 10 13쪽
26 025. 팀 결성(4) +1 20.11.03 646 9 13쪽
25 024. 팀 결성(3) +1 20.11.02 651 9 12쪽
24 023. 팀 결성(2) +4 20.11.01 690 10 13쪽
23 022. 팀 결성 +3 20.10.31 748 10 12쪽
22 021. 회의 시작 +1 20.10.30 771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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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5. 가던 길 가라 +6 20.10.16 2,773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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