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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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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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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81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1.1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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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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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37. 천의 얼굴(5)

DUMMY

아지트의 안쪽으로 나아갈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점점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만큼 저항이 거세져야 할텐데 이상하게 나와 케롤라인을 막아서는 조직원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각성자들도 여러번 마주치긴 했지만 니콜라이 경감이 경고했을 정도로 위험성을 지닌 조직원은 여태껏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요. 어딘가에서 또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니까.”


케롤라인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되어주었다. 중간에 매복하고 기다리고 있던 조직원들을 일거에 제압할 수 있던 것도,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러시아어를 중간에서 해석해주는 것도 케롤라인이었다.


마치 한국에서 강민정과 같이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강민정은 각성자가 아니고 능력같은 것은 없었지만 전반적인 능력이 우수했다면 케롤라인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활용도가 높았고 만난지 얼마 안된 나에게 최대한으로 맞춰주었다.


“쉿. 잠시 멈춰봐요.”


케롤라인은 앞서 나가고 있던 나를 멈춰세웠다. 내 청각으로는 들리지 않는 미세한 소리를 감지했다는 신호였다. 나는 제자리에 앉아 대기하면서 케롤라인이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서 케롤라인은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나와 같은 눈높이를 유지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다른 이들이 듣지 않게 조용하게 속삭였다.


“어딘가에 보고를 하는 것 같았는데 여자 침입자 한명을 잡아들였다고 했어요. 혹시 같은 팀의 일원이에요?”


“..아마도요.”


최악의 상황이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었지만 벌써부터 상층부에서 다른 인력 지원을 보내준 것이 아니라면 저 여자 침입자란 아야카를 뜻하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아야카의 능력 정도면 특별한 상황만 아니라면 나보다 더 수월하게 조직을 제압할 수 있을거라 여겼는데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야카를 제압할 정도라면...절대 만만하지 않겠군.’


니콜라이 경감은 헛소리를 한 것이 아니었다. 우연히 나를 막으러 온 전력들은 비교적 약한 전력들뿐이었고 아야카를 막기 위해서 대부분이 투입되었다고 한다면 이때까지 꽤나 수월했던 것도 설명이 되었다.


“조금 빠르게 가겠습니다.”


나는 케롤라인의 앞에 서서 허리를 숙였다. 업히라는 의미였다.


“저를 업고 뛰시려구요? 차라리 그냥 안아드는게 낫지 않겠어요?”


내 입장에서는 안아드는 것과 업히게 하는 것의 큰 차이는 없었지만 처음 보는 남자에게 안겨드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경험은 아닐 것 같아서 업히라고 한 거였는데. 케롤라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케롤라인의 의사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등과 다리를 받치면서 조심스럽게 케롤라인을 안아들었다. 키가 커서 그런지 강민정이나 한세진을 안아들때와 비교하면 조금 더 무게감이 있긴 했지만 충분히 들만한 정도였다. 유용하게 사용하던 쇠파이프는 걸리적거려서 버려두고 가야하는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차피 이런 건물에서 집어들어서 사용할만한 물건은 하나쯤은 있겠지.


“저기 있다!”


“잡아라!”


내가 케롤라인을 들고 이리저리 활보하기 시작하자 천의 얼굴 조직원들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일부러 내가 구조물이 많은 곳과 사각지대가 있는 곳을 주로 활보했기 때문에 함부로 총을 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조금만 더 빠르지 않았다면 단번에 케롤라인과 같이 목이 잘릴뻔한 아찔한 상황도 이따금씩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조직원들을 따돌리고 도착한 곳은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를 거대한 빨간 문이었다. 아직 들어가진 않았지만 뭔가 범상치 않은 곳이라는걸 단번에 눈치챘다.


“케롤라인. 뭐 들리는게 있나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그러면 다행인거 같네요.”


“아니요. 그래서 더 수상해요.”


케롤라인은 표정을 찡그리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려던 나는 케롤라인의 말을 듣고 조금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보통 어느 장소든간에 약간의 소리라도 들리기 마련이에요. 제가 능력을 최대로 증폭하면 개미 한 마리가 기어가는 소리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 저 문 너머에서는 정말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마치 일부러 듣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 같은 느낌으로요.”


케롤라인의 말을 듣고서 나는 섬뜩하는 느낌과 함께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저 문 너머에서 당장이라도 무언가가 문을 박차고 나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바라보는 동안 문은 열리기는커녕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아야카는 붙잡혀 있을텐데 내가 이렇게 겁을 먹고 있어서야 말이 안되지.’


얼떨결에 된거긴 하지만 난 엄연히 이 팀의 대장이고 가장 연장자이다. 팀원이 위험에 빠졌다면 제대로 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너무 저한테서 떨어지지 마세요.”


나는 문 앞으로 다가가서 조용히 문고리를 돌렸다.


끼이익..


불길한 소리와 함께 열린 문을 조금씩 밀어젖히고 안으로 들어서면서 난 주변 풍경을 둘러보았다.


무수히 많은 선반들과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자재들. 숨을 턱 막히게 하는 텁텁한 냄새와 먼지가 날아다니는 이곳은 겉으로만 봐서는 오랫동안 사람이 손대지 않은 버려진 장소 같았다.


“이상한 장소네. 지금은 어때요?”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안들려요. 우리가 걸어다니는 발자국 소리 빼구요.”


난 이곳에 누군가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생각하며 케롤라인에게 다시 질문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정말로 이곳에는 아무도 없는걸까?


“워낙 공간이 넓으니까 뭔가 숨겨져 있거나 다른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어요. 한번 찾아보죠.”


나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이 공간안에 다른 숨겨져 있는 것이 있나 찾아보려고 했다. 바로 그때 내 눈앞으로 빛의 입자처럼 보이는 것이 스쳐지나갔다.


“케롤라인. 방금 봤어요?”


“네. 뭔가가 흐릿하게 지나간 거 같아요.”


“소리는?”


“없었죠.”


나는 설마하는 생각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오토바이 헬맷에 검은색 가죽 점퍼를 입은 남성이 나와 케롤라인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케롤라인. 저 남자 다리를 한번 쏴봐요.”


“알겠어요.”


케롤라인은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주 보기 좋은 사격솜씨로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남자의 다리를 향해 정확하게 총을 쐈다. 그러나, 총알은 그 남자의 다리에 맞지 않고 그대로 땅에 박혔다. 남자는 여전히 나와 케롤라인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설마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각성자인가?”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저 남자는 완벽한 내 상위호환격에 해당하는 존재이다. 단순히 신체를 조금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정도로는 절대 빛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테니까.


“그건 아닐거에요. 진짜로 그랬다면 우리는 진작에 쓰러져있었겠죠.”


불안해하고 있던 나는 케롤라인의 냉정한 한마디를 통해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저건 뭐란 말인가?


어차피 없앨수도 없었기 때문에 나와 케롤라인은 조용히 오토바이의 남자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렇게 오토바이의 남자는 바로 내 앞에 멈춰섰다.


“꽤나 느리구나. 네 동료는 이미 한참전에 여길 왔다 갔었는데 말이야.”


“동료는 한참전에 여길 왔다갔었다고 하고 있어요.”


오토바이의 남자가 중얼거리는 러시아어를 케롤라인이 곧바로 통역해주었다.


“이대로 쭉 안쪽으로 들어와라.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분이 계신다.”


“안으로 들어오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거래요.”


‘단순히 두 마디 말만을 남긴채 오토바이 헬맷을 쓴 남자의 형상은 사라졌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능력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이렇게 내 눈앞까지 오게 한 뒤에 말을 하게 하는 것도 그렇고 분명 어딘가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거겠지.’


나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자리에 자리잡아 있는 감시카메라를 확인했다. 이 더럽고 먼지 쌓인 방에서 유독 감시카메라 화면만 깨끗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일단은 가는게 좋겠습니다. 제 동료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구요.”


“그럼요. 당연히 가야죠.”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지금이라도 돌아가겠다면 돌아가도 됩니다.”


“이미 발을 빼긴 늦었어요. 그리고 돌아가는 길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내 말을 받아치는 솜씨가 꼭 한국의 누군가를 생각나게 했다. 맞는 말이어서 반박할 수 없다는 점까지 똑같았다.


괜히 나오는 헛웃음을 넣어두고서 난 케롤라인과 함께 오토바이의 남자가 말한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눈에 보이는 것은 무언가를 가리기 위해 쳐진 것 같은 천막과 널부러진 다양한 잔해들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천막을 들추니 곧 다른 곳으로 연결된 통로가 눈에 보였다.


어둡고 으슥한 통로였지만 이곳 말고는 별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에 난 통로가 이끄는 대로 계속 걸어갔다. 아파트 비상구를 닮은 쇠문 앞에서 난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그리고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야카!”


여러 기계 장치들과 수술대. 그리고 의자등에 여러 사람들이 결박되어 있었고 아야카는 사람을 처벌하는 십자가처럼 생긴 목판에 손과 발을 묶인채로 잡혀있었다.


“어이. 움직이지 마라.”


난 곧바로 아야카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위쪽에서 육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2층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곳으로 보이는 곳에 여러 화기들로 무장한 조직원들과 그들 사이에 둘려싸여 있는 보스로 추정되는 인물. 그 틈 사이에는 아까 오토바이 형상을 보냈던 사람의 본체로 추정되는 인물들고 껴 있었다. 천의 얼굴 조직의 보스로 추정되는 인물은 부하들 사이에서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한껏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네가 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만 그래봐야 이렇게 수많은 총에서 발사되는 총알 세례는 피할 수 없을테지. 혹시나 피한다고 해도 저기 잡혀 있는 사람들이 위험할거다.”


보스의 말은 정확했다. 능력이 강화되면서 단순히 권총 정도라면 어느 정도 피할 자신이 생긴건 사실이지만 연사가 가능한 수십 정의 총들을 피할 자신은 절대 없었다. 피한다고 해도 아야카를 포함한 뒤에 있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을 것이 분명했다.


“미안합니다. 제가 무능해서..”


이전에 공항에서 얼굴을 본 적 있던 다른 팀의 리더는 나를 향해서 의미없는 사과의 말과 함께 흐느끼고 있었다.


난 조용히 양손을 위로 올렸다. 케롤라인도 바닥에 총을 내려놓으며 나를 따라서 똑같이 양손을 위로 올렸다. 이로써 나와 케롤라인은 무력한 상태가 되었다.


“이야기나 들어보자고. 그것 때문에 왔으니까.”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한 사람의 정체였다. 아마도 내 예상이 맞다면 그 사람은 분명 거물중의 거물일 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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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4. 천의 얼굴(2) +1 20.11.12 391 7 12쪽
34 033. 천의 얼굴 +1 20.11.11 415 6 12쪽
33 032. 실력 좀 발휘해보실까! +1 20.11.10 460 8 13쪽
32 031. 괴한 +1 20.11.09 452 10 12쪽
31 030. 재방문 +1 20.11.08 462 8 12쪽
30 029. 이정표 +1 20.11.07 475 9 12쪽
29 028. 살인사건 발생 +1 20.11.06 545 9 12쪽
28 027. 탐문 조사 +1 20.11.05 569 8 12쪽
27 026. 러시아 입성 +1 20.11.04 611 10 13쪽
26 025. 팀 결성(4) +1 20.11.03 646 9 13쪽
25 024. 팀 결성(3) +1 20.11.02 652 9 12쪽
24 023. 팀 결성(2) +4 20.11.01 690 10 13쪽
23 022. 팀 결성 +3 20.10.31 748 10 12쪽
22 021. 회의 시작 +1 20.10.30 771 12 13쪽
21 020. 경험 쌓기 +2 20.10.29 810 10 13쪽
20 019. 수면위로 떠오르는 각성자들 +1 20.10.28 827 9 12쪽
19 018. 잠깐의 휴식 +1 20.10.27 844 10 12쪽
18 017. 그녀의 과거 +1 20.10.27 905 11 12쪽
17 016. 왠지 모를 친근함 +1 20.10.26 954 11 12쪽
16 015. 봉변 +1 20.10.26 1,021 14 12쪽
15 014. 의문의 실력자 +1 20.10.25 1,103 14 12쪽
14 013. 테러 집단 +1 20.10.24 1,175 14 12쪽
13 012. 넌 아니야 +1 20.10.23 1,303 14 12쪽
12 011. 진짜가 나타났다 +1 20.10.22 1,542 15 12쪽
11 010. 간파당한 진실 +1 20.10.21 1,680 14 13쪽
10 009.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아? +1 20.10.20 1,777 18 12쪽
9 008. 기습 +1 20.10.19 1,943 20 12쪽
8 007. 코앞까지 다가온 위험 +3 20.10.18 2,290 22 13쪽
7 006. 다가오는 검은 손길 +6 20.10.17 2,559 24 13쪽
6 005. 가던 길 가라 +6 20.10.16 2,773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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