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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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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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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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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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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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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7. 그녀의 과거

DUMMY

“흐응....그렇단 말이지?”


한세진은 그렇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닌 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꽤나 최신 정보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해준건데 이런 반응을 보이니 살짝 아쉬운 감도 들었다.


“그 사람, 굉장히 강해보였어.”


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물론이고 꽤나 숙달되어 있는 각성자인 박성태를 주춤하게 했던 테러 집단을 그렇게 여유로운 태도로 제압해냈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는 내가 지금까지 본 각성자들중 상위권 반열에 들만한 강자였다.


“그래? 나보다도?”


방금 전까지와 다르게 한세진의 눈가에 생기가 돌며 관심을 보여왔다.


이런 거에서 승부욕을 불태워도 곤란한데. 그래도 한번 비교는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나는 한세진에게 위협당했던 때를 생각해본다.


솔직히 따지자면 둘다 굉장히 위기감을 느꼈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는 것 자체가 그다지 의미가 없었지만, 그래도 백현수가 지닌 능력의 특성상 파훼법만 확실히 알고 있다면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지도 않을 듯 했다.


반면 한세진의 경우 내가 기습이나 그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도 도저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결국은 내가 무참히 목숨을 잃을 뿐이겠지.


“그래. 네가 더 강하다.”


“뭐야. 마지 못해서 말한거 같은데.”


내 입장에서 굳이 다른 사람의 강함을 비교해 줄 의무같은 건 없으니 그다지 의욕이 있을리 없잖은가.


“재밌는 이야기를 해준다더니.”


“그래서 내가 별로 재미있을만한 말은 아니라고 했잖아. 나름 최신 정보라서 말해줬더니.”


“이런 걸로 삐진거야? 꽤나 귀여운 구석이 있네.”


한세진은 나보고 귀엽다는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내뱉었다. 이런 이야기나 계속 하고 있다간 머릿속이 이상해질 거 같았으므로 난 이만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나한테 같이 하자고 제안할 일이 뭐야?”


“아. 그걸 설명해줘야지 참.”


한세진은 마치 까먹고 있었다는 듯이 손벽을 딱 쳤다. 까먹을게 따로 있지 이 사람아.


“우선 남재현. 너는 각성자치고 진짜 약해.”


“.....?”


갑자기 시비를 걸다니. 내가 언제 화를 낼지 실험하는 몰래카메라인가.


“그런데, 그건 아직 네가 조금 경험이 없는게 문제인거 같고 능력의 잠재성은 굉장히 뛰어난 편인거 같거든.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굉장히 다양한 상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거니까.”


그렇게 봐주고 있었던건가. 영광이라고 봐야 될지 모르겠군.


“그런데 능력을 연마하려면 역시 실전만한게 없을텐데 그런 실전 상대가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건 아닐테고.”


이 여자. 내가 최근 생각하고 있던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잖아?


“이번에 우리 조직하고 조금 마찰을 빚은 조직이 있거든. 그 조직을 조금 손봐줘야 할 일이 생겼는데, 한번 같이 해볼래?”


“범죄자들을 상대로 실전 경험을 쌓아봐라, 그런건가?”


“싫으면 굳이 안해도 돼. 너같은 애송이의 힘을 빌려야 될 정도로 손이 부족하진 않으니까.”


듣는 애송이 기분 나쁘게 자꾸 애송이라 그러고 있어.


뭐, 그런 건 둘째치고 난 서둘러서 한세진의 제안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강민정의 말에 따르면 곧 가까운 시일내에 중국과 일본과 협력하는 합동작전이 열리고, 그 안에는 아마 내가 포함될 것이다.


그때까지 지금 상태로 정체되어 있다면, 난 그대로 목숨을 잃을 것이 뻔했다. 조금의 발전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무언가를 가릴만한 입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근데, 그런 패 싸움에 내가 끼어도 되는거야?”


“패 싸움이라니까 좀 멋이 안 살잖아. 서열 정리라고 해줄래?”


“그게 거기서 거기-”


“몰라! 본론이 그게 아니잖아. 방금도 말했지만 어차피 너를 데리고 가지 않아도 상관이 없어. 그럼 반대로 생각하면 데려가도 상관이 없다는거 아니겠니?”


“오호라.”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군.


“아, 네가 생각하는 조직 대 조직의 싸움은 아니야. 이번에 가는 건 너랑 나, 그리고 데이브 3명뿐이거든.”


난 한세진의 말을 듣고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비슷한 규모의 조직이라면서. 3명 가지고 되는거야?”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마음만 먹으면 나 혼자서도 그런 녀석들 다 쓸어버릴 수 있어.”


아무리 봐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생각에 태클을 걸었지만, 한세진은 굉장한 자신감을 드러내보였다.


이미 겪어본 적이 있는만큼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쪽수 앞에는 장사없다는 말이 있다 보니 불안한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 기본적으로는 나와 데이브가 싸우는 형태고, 네가 뒤를 봐주면서 보좌해주는 그런 형태인가?”


“오, 이제야 조금 잘 알아듣는걸? 학습능력이 생긴걸까나.”


이 여자, 틀림없이 나를 놀리는 것에 재미를 들인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태클은 걸지 않았다.


태클을 걸었다간 분명 더 심해질테니 말이지.


“그래서 할거야 말거야? 얼른 결정-”


한세진의 말을 끊은 것은 방의 문이 열리고 상에 음식들이 놓아지는 것이었다.


“....일단 먹으면서 천천히 생각해봐.”


방금까지 언성을 높이던 사람은 어디 가고, 식당 직원이 들어오니 조신한 느낌을 가장한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텐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에 놓인 음식들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먹음직스러워보였다.


보기만 해도 비싼 것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맛을 논하기 전에 일단 사진을 무조건 찍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난 사진을 찍지 않았다. 한세진이 그걸 가지고 또 트집을 잡으며 뭐라고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른 먹어봐. 여기 꽤 맛있는 곳이야.”


한세진은 내가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가만히 있자, 고기를 한 덩이 썰어서 곧장 내 접시에 담아주었다.


이렇게 친절하게 나오면 또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호의를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음!”


음식 리뷰나 TV 방송을 보면서, 고기가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말들은 전부 과장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이 고기 맛을 보니 그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다.


풍부한 육즙은 입안 가득 퍼졌고, 고루 잘 베여있는 매콤달콤한 양념의 맛은 일품이었으며 고기는 부드러운 식감의 여운을 남기며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이 음식을 한세진이 샀다는 사실이나, 지금은 일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라는 목적은 망각한 채 나는 본격적으로 식사에 집중하기에 이르렀다.


고기는 물론이고, 입안을 다시 싱그럽게 해줄 샐러드와 해물찜들도 골고루 맛보았다.


이 음식들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가격을 모르고 먹었을 때 일단 무조건 맛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음식들이었다.


“만족스럽게 먹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한세진은 내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턱을 괴고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무언가 흐뭇하다는 기색이 엿보였다.


“한세진.”


“응?”


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름을 들은 뒤로 직접 육성으로 부른 적은 처음이었다.


“조금 궁금한게 있는데.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거야?”


따지고 보면 한세진에게 있어서 나는 일을 방해하려 했던, 걸림돌 1호 정도에 불과했다.


그녀가 따로 변덕을 부리지 않았다면 난 한세진 일당에게 잡혀갔던 그날, 그대로 지하감옥에서 목숨을 잃었어야 했다.


한세진은 내 목숨을 일부러 살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이렇게 선뜻 다가와서 호의를 베풀고 있다.


지난번에는 조금 어물쩡 지나가긴 했지만, 난 그녀가 나한테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왜. 내가 잘해주는게 싫어?”


한세진의 표정이 변했다. 방금까지 살짝 웃고 있던 얼굴은 지금은 얼음장처럼 굳었다. 당장이라도 화를 내거나 살기를 내뿜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싫은 게 아니야. 단지, 이해가 되지 않을뿐이야. 난 너의 말대로 각성자로서도 미숙하고, 그렇다고 뭔가 특출난게 있는 것도 아니야. 너에게 이득이 될만한게 없잖아.”


“....그렇지.”


“커헉...!”


깊숙하게 목을 죄어오는 이 감각.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목을 조르고 있었다.


점점 몸에 공급되는 산소가 줄어드는 감각을 느낀다. 몸을 비틀며 소심하게 반항해보지만, 여전히 숨은 쉴 수 없었다.


시야가 하얘지고 죽음에 가까이 다가왔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내 목은 겨우 보이지 않는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목에 무슨 문제는 없나 이리저리 만져보며, 숨을 헉헉대었다.


한세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러나, 위험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무언가 외롭고 슬퍼보였다.


“남재현. 넌 가족이 있어?”


“나? 당연히 있지.”


지금은 자주 연락하지는 않지만, 한번씩 연락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어머니와 직업의 특성상 외국에 나가는 일이 많으신 아버지.


잘 사는지 소식도 잘 닿지 않는 까탈스러운 남동생. 우리 가족은 꽤나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의 평범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설마 넌 부모님이...”


“네가 생각하는게 뭔지 대충 알거 같은데, 그런건 아니야.”


한세진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버려진 건가 하는 내 생각을 곧바로 부정했다. 그래도 사람이 말할 기회는 주고 부정을 하지.


“난 말이야. 철이란게 들었을 때부터 우리 아버지가 암거래를 하는 조직의 리더였다는 걸 알았어. 아빠는 나에겐 늘 착한 아빠 행세를 해왔지만 그 뒤에선 어떠한 악행도 일삼았지. 그래서 적이 많았고 그 적중 한명에게 죽었어. 너무도 허무하게.”


이건 어찌보면 버려진 것보다 더욱 허무한 진실인데. 아니, 잠깐만.


“아빠가 죽임을 당했다고? 그럼 지금 네가 있는 조직이...”


“그래. 아빠가 운영하던 조직이야.”


어쩐지 이런 조직의 리더 치고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감이 있었는데, 물려받은 거였나.


“다들 어릴 때부터 나를 알던 사람들이라 나름 친숙하긴 하지만, 결국 다들 내가 아빠의 딸이어서 잘 대해줄 뿐이야.”


“엄마는?”


“몰라. 어렸을 때 집을 나간건지, 이미 볼 수 없었으니까.”


한세진의 가정사는 꽤나 불우했다. 이걸 주제로 소설을 써도 될 정도였다.


“아빠가 어떻게 살다가 이런 조직을 운영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아빠가 이 조직을 운영한 것에 불만을 가지진 않아. 어찌됐건 내가 잘 클 수 있었던게 아빠가 조직을 운영했던 그 돈에서 나온거니까.”


한세진에게서 나온 반응은 꽤나 의외였다. 당연히 아빠를 원망하고 있다고 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다만, 이렇게 살게 된 내 삶에 대해 늘 다시 생각해보곤 해. 내가 만약 아빠의 딸이 아니였다면 조금 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친구들도 사귈 수 있지 않았을까.”


난 허무하게 내뱉어지는 한세진의 말을 듣고, 이전에 지하감옥에서 한세진이 나에게 했던 말을 생각했다.


‘이렇게 대하는 사람이 처음이었다는건, 그런 의미였나.’


친구처럼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늘 외로웠던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에, 대화를 이었다.


“그러면 그냥 조직을 나왔으면 됐잖아. 어차피 아빠도 돌아가신 이상, 조직은 너에게 그다지 의미가 없었을텐데?”


지금까지 말한 분위기로 봤을 때, 아빠가 남기고 간 조직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말이 안됐다.


“지금 나를 훈계하는거야?”


숙이고 있던 고개를 슬쩍 들어서 살짝 째려보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한세진.


나는 또 보이지 않는 손에 목이 잡힐까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목에는 아무런 감각도 없이 쾌적했다.


“....솔직히 나도 그러고 싶었어. 아빠가 조직에 있었다고 해서 나도 계속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그냥 그대로 나가려고 했지.”


“아마 그 시기에 맞물려서 내가 능력을 각성하지만 않았다면 그대로 나갈 수 있었겠지. 그리고, 난 죽었을테고 말이야.”


아직 끝나지 않은 한세진의 과거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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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028. 살인사건 발생 +1 20.11.06 543 9 12쪽
28 027. 탐문 조사 +1 20.11.05 569 8 12쪽
27 026. 러시아 입성 +1 20.11.04 610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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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3. 팀 결성(2) +4 20.11.01 689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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