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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님의 서재입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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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0
최근연재일 :
2024.06.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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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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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275

작성
24.06.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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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4화. 성동지역개발 (5)

DUMMY

아뿔싸!!


침대에서 일어난 이선철 시장의 머리에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마 의원이 삼일건설에 얘기 좀 잘해달라고. 턴키로 80%. 70% 말고 80%. 그래야 나도 먹을 게 더 생기지. 마 의원, 이거 안 들어주면, 나 섭섭해.


미쳤어! 미쳤어!!


그때 마용진의 표정이 어땠더라?


아무리 애써도 마용진의 얼굴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선철 시장이 계속해서 어젯밤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마 의원이 지구당 위원장까지 빼앗았잖아. 그거 원래 내 건데 말이야. 그러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한강건설 하청 건은 삼일건설과 만나서 조용히 거래해야 하는 판이다.


삼일건설은 이선철이 지정한 업체에 하청을 주고,


이선철은 삼일건설의 민원과 행정을 신속하고 유리하게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술에 취해서 마용진에게 쓸데없는 얘기를 해버렸다.


술김에 마용진한테 반말까지 했다.


하아······ 머리 아파.


이선철이 지끈거리는 머리통을 부여잡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마용진인가?’


이선철이 망설이는 사이에 휴대폰 진동이 멈췄다.


그리고 문자가 왔다.


<시장님, 해장하셔야죠.>


발신자 번호가 낯이 익다.


김강국 의장이다.


‘혹시 김 의장이라면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선철 시장이 서둘러 샤워를 했다.




*******




오전 10시, 시청 근처의 황태해장국 식당에서 이선철 시장을 만났다.


연신 국물만 퍼먹는 걸 보니 어젯밤에 어지간히 마신 모양이다.


“마용진 의원이랑 많이 드셨나 봅니다.”

“어휴~ 말도 말아요. 양주가 몇 병인지 기억도 안 나요.”


이선철 시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한강건설 얘기는 잘했습니까?”

“후우~ 술을 너무 마셔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마 의원이 공천 얘기를 한 건 기억이 나는데······.”


마용진이 공천 이야기를 했다면, 그 대가는 건설업체의 민원 처리다.


공천 앞에 장사 없다.


이선철은 무조건 오케이 했을 거다.


‘오늘 안에 마용진이 박문술을 찾겠군.’


그런데 이선철 시장의 표정이 불안하다.


아무래도 마용진의 술 면접에 당한 것 같다.


“혹시······ 한강건설 얘기가 잘 안됐습니까?”

“하아······.”


이선철 시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잘 안됐군.


그래서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거다.


“한강건설은 끼지 말라고 하던가요?”

“술김에 도와달라고 한 건 기억이 나는데······ 마 의원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기억이 안 나요. 이거 어떡하면 좋을까요?”

“기다리세요. 어떤 식으로든 마 의원의 의중이 드러날 겁니다.”

“설마, 한강건설 건을 막지는 않겠죠? 저는 그렇게 해먹으면서.”


이선철 시장이 불안감 속에서도 마용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럼 정말 나쁜 사람이죠. 지구당 위원장 채가서 국회의원도 되고 500억까지 챙기게 생겼는데.”


이선철의 과거와 500억을 상기시켰다.


이선철이 복잡한 표정으로 황태해장국을 뒤적거렸다.


“일단 좀 드세요. 마용진 의원이 시장님을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렇겠죠? 나한테 진 빚이 있는데.”


마용진은 그런 걸 생각하는 놈이 아니다.


“빚은 지난 일입니다. 그거 말고, 무천시의 시장이 누군지 생각하셔야죠.”

“네?”


이선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장님이 마용진 의원의 민원을 안 들어주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답답한 건 마용진 의원입니다.”

“······.”

“성동지역개발은 시장님에게 공천을 주고, 마용진 의원에게는 500억을 줄 겁니다. 일이 틀어지면 둘 중 누가 더 애가 탈까요?”


지자체 시장 공천과 500억.


500억이면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전부 사고도 남는다.


“그야 당연히······ 마용진 의원이겠죠.”

“이제 아시겠어요? 이번 판의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는지.”

“하아······.”


이선철 시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마용진 의원이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려보세요. 이번 판은 시장님이 ‘절대 갑’이니까요.”

“내가 절대 갑이라······.”


이선철 시장이 황태해장국 국물을 그릇째 들이켰다.


“카아~ 시원하다. 김 의장 덕분에 속이 확 풀립니다. 하하하.”


이선철 시장과 근처 커피숍으로 갔다.


“마용진 의원이 한강건설 하청을 반대하면 시장님도 똑같이 대응하세요. 박문술 의원이 민원 처리를 법과 원칙대로 하라고 했잖아요. 그 핑계로 마용진 의원의 민원을 거절하세요.”


내 말을 들은 이선철 시장의 표정에서 살짝 불안감이 스쳤다.


“그런데 마용진 의원이 박문술 의원을 만난다고 했어요. 박문술 의원이 마용진 의원의 편이 되면 어쩝니까? ‘절대 갑’이니 뭐니 해도, 국회의원 말을 무조건 거절할 수도 없고······.”


이거 어디까지 떠먹여야 하는 거야?


“그때는 시민들 핑계를 대세요. 제가 시민단체의 협조를 구해서 적당히 시끄럽게 만들 테니까. 추후에 있을 시의회 감사 핑계도 대시고요.”


이선철 시장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고마워요, 김 의장. 내가 김 의장 은혜는 절대 안 잊으리다. 한강건설 건만 잘 마무리되면 큰 거 한 장, 바로 꽂아드릴게.”


이선철 시장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런데 이번 건으로 이선철 시장을 날리고 보궐 선거에 나가려는 내 마음도 진심이다.


“시간 끌 거 없이 삼일건설 만나서 하청 얘기부터 하세요. 삼일건설에서 다른 곳에 하청 주기 전에.”


내 말을 들은 이선철 시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의장 말이 맞아요. 당장 삼일건설에 연락부터 해야겠어요.”


커피숍에서 나오는데 고영일 선배의 문자가 왔다.


<마용진 의원이 우리 영감 만나러 왔다.>


마용진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




*******




이선철 시장은 삼일건설 회장과 약속을 잡았고, 나는 동주 심부름센터로 향했다.


배영길 의원이 보관하고 있는 사과 상자 속의 2억을 빼앗기 위해서다.


심부름센터 안에는 윤동주 실장과 미스 김만 있었다.


어디 갔는지 김 실장은 보이지 않았다.


“오셨습니꺼?”

“윤 실장님, 식사하셨어요?”

“아침은 했고 점심은 아직입니더. 의장님은요?”

“아침은 안 했고, 점심은 미리 했어요.”

“뭐가 이리 안 맞아요? 이래서 어디 같이 일하겠어요?”


미스 김이 냉커피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미스 김.”

“고마우면 진행비라도 좀 주세요. 의장님 때문에 직원도 새로 뽑았고, 출장도 많다구요.”

“비용은 사과 상자에서 나누기로 했잖아요.”

“에이~ 그건 그거고, 진행비는 좀 주셔야 움직이죠.”


미스 김이 밉지 않게 입을 삐죽거렸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같은 편한테 인심 한 번 쓰기로 했다.


그래, 내가 올 때마다 열심히 냉커피를 타주는데 수고비는 줘야지.


“미스 김, 농사 한번 지어볼래요?”

“어머! 이번에는 땅 투기에요?”


눈치 빠른 미스 김이 얼른 되물었다.


“사무실에 무천시 지도 있어요?”

“당연하죠! 저기요!”


미스 김이 한쪽 벽을 가리켰다.


아, 그렇지.


무천시 지도가 사무실 한쪽 벽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그런데 부동산 사무실도 아니고 무천시 지도는 왜 붙여놓은 거야?


“원래 심부름센터라 카는 게 나와바리는 속속들이 꿰고 있어야 안 됩니꺼?”


묻지도 않았는데 윤동주 실장이 대답했다.


“그건 진짜로 배달이나 퀵서비스 심부름하는 곳이나 필요한 거구요. 여긴 아니잖아요.”

“벽에 묻은 때가 안 지워져서 굴러다니던 지도로 가린 거예요.”


미스 김이 진실을 말했다.


“가시나······.”


윤동주 실장이 미스 김을 째려보았다.


그러나 미스 김은 신경도 안 쓰고 지도 앞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어디요? 어디 땅 사요? 몇 배나 뛰어요?”


미스 김의 호들갑을 말리지 않는 걸 보면 윤동주 실장도 싫지는 않은 눈치다.


이미 ㈜신동방 주식으로 몇 배의 이익을 본 적이 있으니까.


“아직까지 무천시에서 개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곳이 있어요.”

“어디요? 그게 어딘데요?”


무천시 외곽의 논밭을 포함한 12만 평의 땅이다.


2001년 11월부터 이곳에 한국토지공사의 토지매매가 시작된다.


무천시 영상문화단지 계획 때문이다.


그때의 토지 보상 금액은 현재 가격의 10배.


일제강점기의 주먹들 이야기가 나오는 드라마 촬영장도 생긴다.


초반에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관람객도 많고,) 관리도 잘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다가 흉물이 된다.


그렇지만 그건 10년도 더 지난 후의 일이고······.


“여기요.”


나는 드라마 세트장이 들어갈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땅을 사서 농사 한번 지어볼래요? 3년만 지으면 열 배는 뛸 건데.”

“정말이죠? 열 배 확실한 거죠?”

“땅은 거짓말 안 합니다.”


윤동주 실장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다.


그러나 눈으로는 내가 짚은 부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조만간 두 사람이 땅 사러 갈 것 같다.


“야, 야. 씰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김 실장 연락 함 해봐라.”

“알았어요. 근데 땅 사러 언제 갈 거예요?”

“시끄럽다.”

“이번 주 안에 갈 거죠?”

“시끄럽다.”

“알았어요. 그럼, 내일 가요.”

“그카든지.”


뭐지?


윤동주 실장은 시끄럽다는 말만 했는데 그게 내일 가자는 약속이 됐다.


두 사람의 대화 방식은 진실과 거짓을 분간하는 내 능력으로도 이해가 안 된다.


내 능력을 좀 더 키워야 하나?


“김 실장님, 지금 사무실 앞이래요.”


김 실장과 통화한 미스 김이 전화를 끊고 말했다.


잠시 후, 김 실장이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의장님.”

“안녕하세요?”

“우에 됐노?”

“배영길 의원이랑 만나기로 했습니다.”

“욕봤다. 날짜는?”

“그쪽에서 연락 준다고 했습니다.”


배영길 의원이 마용진에게 사과 상자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에, 내가 곧바로 윤동주 실장에게 지시한 게 있다.


―배영길 의원은 사과 상자 속의 2억을 세탁하려 할 겁니다. 실장님이 세탁업자 행세를 하면서 그 돈을 챙길 수 있겠어요?


그때, 내 말을 들은 윤동주 실장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세탁업자 행세는 뭐 한다꼬 합니꺼? 부산에 있을 때 다 해본 일인데. 내가 세탁업자다~ 카믄 세탁업자가 되는 깁니더.


미스 김이 김 실장에게 냉커피를 건넸다.


“수고하셨어요.”


여기는 믹스커피를 포대로 사다 놓고 먹나?




*******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지금까지의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시장의 방해로 민원 처리가 막힌 마용진은 건설업체로부터 압력을 받을 것이다.


거기다가 배영길이 2억을 날린다면 진퇴양난이다.


그때가 마용진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 순간이다.


내 손을 잡은 마용진은 내 뜻대로 움직일 것이다.


돈벌이가 될 줄 알았던 성동지역개발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고영일 선배의 전화가 왔다.


[방금 마용진 의원이랑 우리 영감이 같이 나갔어. 아주 둘도 없는 동지 나셨더라.]

“박문술 의원이 넘어간 건가?”

[그런 것 같아. 좀 더 튕기다가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이러면 너무 쉬운 거 아니냐?]

“됐어, 박문술 의원한테 큰 기대는 안 했어. 선배도 짐 싸서 신림동으로 갈 준비해야지.”

[그렇지 않아도 영감한테 얘기했어.]

“뭐래?”

[건투를 빌어주더라. 가는 사람 안 잡는다는 뜻이지. 바로 정리할 거야.]

“오케이.”


박문술은 시장실에서 마용진의 일을 방해한 것으로 역할이 끝났다.


조금 더 마용진을 방해해도 나쁠 건 없지만 박문술이 욕심에 일찌감치 무릎을 꿇은 것이다.


‘마용진이 10억 정도 제안했으려나?’


500억은 모든 게 잘됐을 때의 최종 금액이다.


박문술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적당한 보상을 받고 타협했겠지.


그나저나 이선철 시장은 이따가 삼일건설 회장과 잘 만나려나?




*******




강남의 일식집.


이선철 시장이 삼일건설의 이만수 회장을 만났다.


둘의 만남은 한 시간 정도로 끝났다.


용건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삼일건설은 발주받은 금액의 75%로 한강건설에 하청을 준다.


-이선철 시장은 그 대가로 삼일건설의 민원과 행정 처리를 신속히 해결한다.


기브 앤 테이크.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은 두 사람은 각자 일식집을 나왔다.


나쁜 짓은 비밀스럽고 조심스러워야 하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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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동상이몽 +1 24.06.21 647 27 12쪽
50 50화. 16대 총선은 이미 시작됐다 +6 24.06.20 681 29 12쪽
49 49화. 의외의 문답 +3 24.06.19 688 31 13쪽
48 48화. 6월에만 기억되는 사람들 +3 24.06.18 718 32 13쪽
47 47화. 사실과 진실 +2 24.06.17 756 30 12쪽
46 46화. 가짜 양심선언 +2 24.06.16 744 36 12쪽
45 45화. 공청회 (2) 24.06.15 754 29 12쪽
44 44화. 공청회 (1) +2 24.06.14 782 29 12쪽
43 43화. 복어 +2 24.06.13 768 30 12쪽
42 42화. 남부역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 +1 24.06.12 814 31 13쪽
41 41화. 대한민국 육군 일병 차일식 +2 24.06.11 829 30 12쪽
40 40화. 무천시장 보궐선거 (4) +2 24.06.10 850 28 12쪽
39 39화. 무천시장 보궐선거 (3) +3 24.06.09 831 27 12쪽
38 38화. 무천시장 보궐선거 (2) +2 24.06.08 881 30 11쪽
37 37화. 무천시장 보궐선거 (1) 24.06.07 921 27 14쪽
36 36화. 성동지역개발 (7) +2 24.06.06 899 29 12쪽
35 35화. 성동지역개발 (6) 24.06.05 868 32 13쪽
» 34화. 성동지역개발 (5) 24.06.04 862 31 12쪽
33 33화. 성동지역개발 (4) 24.06.03 876 32 12쪽
32 32화. 성동지역개발 (3) 24.06.02 948 35 14쪽
31 31화. 성동지역개발 (2) 24.06.01 964 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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