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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님의 서재입니다.

소설을 써보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김유진
작품등록일 :
2018.04.19 22:36
최근연재일 :
2018.05.18 23:5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4,333
추천수 :
42
글자수 :
193,294

작성
18.05.03 20:59
조회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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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치유물

DUMMY

“오늘은 치유물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치유물?

“그래.”

-하긴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치유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지. 오히려 어릴 땐 게임도 총질하고 때리고 부수는 걸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런 잔잔한 작품에 끌린다고 해야 하나?

“맞아. 그런 작품들에는 뭐가 있을까?”

-음, 솔직히 소설 중에는 바로 확, 하고 떠오르는 게 없고···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치면 허니와 클로버나 같은 작가의 3월의 라이온, 내 이야기, 너에게 닿기를, 바라카몬 같은 게 있겠군.

“요새는 페이트 시리즈의 미디어믹스 중 하나로 에미야 가의 오늘의 밥상이란 만화도 나왔데.”

-뭐야 그건?

“요즘은 시리즈가 하도 많아서 헷갈리지만 원래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의 주인공은 에미야 시로잖아?”

-응.

“그 에미야 시로가 밥을 잘하고 주변 인물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캐릭터니까 그런 거에 주목해서 에미야 시로가 밥하는 만화를 그렸나봐.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오고 있다던데?”

-하여튼 일본은 별걸 다 만든다니까.

“동감이야.”

가령 다른 작품으로 치면 북두의 권이나 도박묵시록 카이지가 있다. 북두의 권은 자매품으로 북두의 권 딸기맛 이란 작품이 나왔는데 이 코믹액션물은 생각보다 인기가 좋아서 다른 외전들보다 뛰어난 역대 최고의 북두의 권 스핀오프란 말도 듣고 있었다.

카이지의 외전은 중간관리록 토네가와와 일일외출록 반장인데, 이 두 작품은 너무 질질 끌어 인기가 떨어진 본편보다 더 뛰어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럼 이 북두의 권 딸기맛이나 중간관리록 토네가와, 일일외출록 반장도 모두 치유물에 넣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러기엔 좀, 음······.”

북두의 권 딸기맛의 인물 중에는 개그를 위해 게이가 되어버려 본의 아니게 캐릭터성이 뒤바뀐 인물도 존재하고, 중간관리록 토네가와는 본편에선 카이지와의 승부에 패배해 달궈진 철판위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떠난 중간보스 토네가와와 그의 부하들이 펼치는 개그물, 일일외출록 반장은 마찬가지로 본편에 등장했던 오오츠키라는 카이지의 도박 대결 상대가 있었는데, 이 자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빚 때문에 지하에서 노역을 하고 있는 인간이다.

그런데 한번씩 이 지옥 같은 지하에서도 돈을 모으면 지상으로 외출할 수 있는데 그런 오오츠키의 외출을 다룬 만화였다.

지하에서 강제 노역을 하는 오오츠키가 한번씩 지상으로 나가 맛집 순례를 하고 다니는데 사실상 고독한 미식가의 패러디였다.

그리고 이 일일외출록 반장은 다른 외전인 중간관리록 토네가와에서 단편성으로 실린 것인데, 이게 인기가 있어서 정식 시리즈화된 작품이었다.

“이런 걸 치유물이라고 하긴 좀 그렇잖아. 지하에서 노역을 하다 어쩌다 한번씩 지상으로 올라오는 인간과, 주인공에게 져서 이마에 불도장 찍힌 인간의 개그물 따위가 어디가 치유물이야??”

-그렇게 따지면 치유물 중에 리틀 포레스트나 굿 윌 헌팅을 꼽는 사람도 있드만. 물론 이건 영화긴 한데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에서 상처를 받고 귀농해 농사를 짓고 사는 아가씨의 이야기지. 굿 윌 헌팅은 세계적인 수학 난제를 단번에 풀어버릴 정도로 머리가 좋지만 어린 시절에 부친에게 학대당해 트라우마로 가득하고 성격에 문제가 있었던 주인공이 좋은 선생과 친구, 애인을 만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벗어던지고 각성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지. 이게 치유물이라면 앞에서 말한 그 작품들도 치유물이 안될 건 뭐야??

“뭐 단순한 개그물과 치유물은 또 다르니까. 치유물 안에 개그 요소가 있을 순 있는데 개그 요소가 있다고 모두 치유물은 아니지. 그렇게 따지면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도 치유물이냐? 멋지다 마사루도 치유물이고?”

-크흠, 뭐 일단 넘어가자구.

“지가 불리하니 말 돌리긴······. 아무튼 게임에도 스타듀 밸리 같이 낚시하고 농사짓는 치유물도 있고 치유물은 많지. 작품은 치유물이 아니지만 치유계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은 많고.”

-그런 건 뭐가 있지?

“음, 뭐 겨울왕국으로 치면 올라프, 눈물을 마시는 새에 나오는 데오늬 달비, 단간론파 시리즈에도 몇 명 등장하고,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아사히나 미쿠루, 스쿨럼블은 츠카모토 야쿠모, 식극의 소마는 타도코로 메구미,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은 라스트 오더가 꼽히는군. 유유백서의 유키나,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니아 텟페린, 철권으로 치면 링 샤오유나 팬더, 케이온으로 치면 히라사와 자매, 크로스 앙쥬에선 모모카와 비비안, 페르소나 4에선 도지마 나나코, 하야테처럼의 세가와 이즈미,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소나와 소라카, 오버워치의 루시우, 메르시, 아나, 젠야타 등도 있군.”

-아니 잠깐, 소라카랑 루시우 같은 건 왜 치유계야??

“말 그대로 치유를 해주니까.”

-그래서 치유계야?

“응.”

-······.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런 치유계 캐릭터를 보면 일종의 공통점이 있네.

“그렇지?”

-다들 착하고, 순진무구하고, 어떻게 보면 세상 물정을 모를 정도지.

“맞아. 그런 면을 보고 독자나 시청자들은 치유를 받는 거지. 때묻지 않은 순수한 존재에게서 말이야.”

-순수한 악은 어떨까?

“응?”

-순수한 악에게서도 어떤 치유를 받지 않을까??

“악에게서 치유를 왜 받어. 넌 마인부우를 보고 치유를 받냐?”

-······.

드래곤볼의 마인부우도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작중에서 지구에 가장 처음 나타난 마인부우는 순수한 악이 아닌, 선과 악이 뒤섞인 존재다.

그러면서도 막대한 파워를 가지고 있어 손오공 등 Z전사들은 애먹게 하지만, 처음부터 싸울 것을 전제로 대응했던 Z전사들과는 달리 미스터 사탄은 대화를 선택한다.

그 결과 마인부우가 단순한 악이 아닌 대화가 통하는 선악이 뒤섞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은 미스터 사탄은 마인부우를 거의 감화시키는데 성공하지만 이때 세상이 혼란한 걸 틈타 사람들을 마음대로 총으로 쏘고 다니던 싸이코패스 강도 두 명이 미스터 사탄과 그의 강아지 베에를 쏘는 바람에 마인부우의 안에서 자아 분열이 일어난다.

그리하여 마인부우는 선한 마음을 가진 부우와 악의 마음을 가진 부우로 분리되고, 악한 마음을 가진 부우에게 선한 마음을 가진 부우는 털린 후 먹혀 흡수당한다.

이후 다시 악한 부우(정확히 말하면 그런 악도 뛰어넘은 순수악 부우)가 자신의 체내에 있던 선한 마음을 가진 부우를 거슬려 해 내뱉는 바람에 선한 부우는 튀어나오고, 이후 순수 부우가 쓰러진 후에는 미스터 사탄의 집에 눌러 살면서 이후 천하제일무도회에서 미스터 사탄에게 도전하는 상대를 대신 해치워주고, 자신은 또 미스터 사탄에게 져주는 일종의 사기(?)를 치며 살아가게 된다.

-아니, 잠깐.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거 주작 아냐? 정당하게 대결하는 상대들을 물리치고 자신은 다 늙은 미스터 사탄에게 맥없이 당하기. 그거 주작이잖아. 아끼르무 아끼르씨 듀댝댝 쥬쥬쟉인데??

그가 말하는 아끼르무 어쩌고는 미국의 가수 핏불의 2012년 앨범에 수록된 노래, Tchu Tchu Tcha였다.

승부조작을 저지른 전 프로게이머가 인터넷 방송을 했는데, 누군가 이 노래를 신청했고 노래를 틀어주었더니 후렴구에 주작작 주주작이 나와 시청자들이 빵 터졌다는 사실은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였다.

그는 지금 그 노래에 빗대 미스터 사탄과 마인 부우의 짜고 치는 고스톱을 주작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뭐 어때. 천하제일무술대회의 우승자에겐 막대한 상금이 주어지고 일종의 권력에 가까운 명성이 생기거든. 그러니 이상한 애들한테 우승을 주는 것도 좀 문제가 있어. 작중의 묘사를 보면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애들만 참가하거든. 그러니 미스터 사탄이 우승을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낫지. 그는 평화주의자고 한번 지구 및 우주의 위기를 구한 영웅이거든.”

-그런 이유로 주작을 해?

“그리고 따지고 보면 어차피 우승은 마인 부우잖아!! 이 시점에서 제대로 된 명칭은 미스터 부우라지만. 아무튼 부우가 우승을 안 먹어도 돈 좋아하는 유부녀 인조인간 18호, 아니면 그 치맛바람에 못이긴 크리링도 참전할 수 있지. 마인부우에 비하면 구데기 급이지만 크리링은 명색이 인간들 중 최강자라고! 그리고 요즘 돌아다니는 슈퍼 피셜을 몇 개 들어보면 무천도사 할배도 그 나이에 현역으로 쌩쌩히 싸우고 다니는 것 같던데 솔직히 무천도사가 나가도 부우만 없으면 우승은 확정이야. 그러니 이런저런 요소를 볼 때 그냥 사탄한테 우승을 줘도 상관없어. 아니, 잠깐. 치유물 얘기하다 왜 드래곤볼이랑 마인부우 얘기로 빠졌냐.”

-흠흠, 뭐 얘기를 듣다보니 그렇다면 나도 사탄이 우승을 해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같군.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독기가 빠진 순수한 선의 상태인 미스터 부우도 어떻게 보면 치유계 캐릭터 아닌가?

“크흠······. 뭐 굳이 그렇게 따질려면 따질 수도 있겠지만······. 악이 분리된 미스터 부우는 그 시점부터 거의 쩌리가 되어서 활약상이 별로 없어. 이후로는 자신의 악한 부분에게 줘터지고 다니는 장면만 나오지. 그래서 치유물 캐릭터로서의 모습을 보일 기회 자체가 별로 없었다고 해야 되나?”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가 처음에 언급한 치유물들은 진짜 치유물들이 많군. 먼저 허니와 클로버는 아는 사람은 아는 진짜 명작이고, 같은 작가의 3월의 라이온도 명작이지. 솔직히 난 고등학생이나 갓 대학 온 신입생들은 이 두 작품은 꼭 봤으면 좋겠더라. 게다가 작가가 여자인 걸로 아는데 대체 어떻게 이렇게 남자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여자를 대하는 남자의 심리를 잘 아는지 이해를 못하겠더라. 거의 남자의 안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애.

“뭐 그게 진정한 작가라는 거겠지. 덤으로 등장인물들의 성장이라든가 드라마적 요소를 아주 잘 다뤄. 사생활 관리도 철저해서 뭐 아주 깔 게 없다고 해야 되나. 그림체가 좀 난잡하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그림체를 가진 다른 작가들도 많아서 난 그 정도는 작가의 개성으로 봐줘야 한다고 생각해. 나스 기노코 같은 경우도 문체가 호불호가 갈리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잖아? 아예 나스체라 부르고. 난 개성이 아예 없는 것 보다는 그런 식으로 호불호가 갈려도 자기 팬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더 대단하다고 봐.”

-그러고 보니 소설에 적용하면 또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군. 우리는 애초에 이런 만화 등의 작품을 통해 소설을 좋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거니까.

“그리고 어설프게 그런 문체 따라 해봤자 오히려 이도저도 안되고 불쾌한 느낌만 들 수도 있거든. 즉 그런 그림체든 문체든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자신만의 팬을 만들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거지.”

-그래, 오늘은 이쯤으로 할까?

“그래.”

우리는 채팅창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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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라이트노벨 18.04.26 44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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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반전 18.04.24 478 1 12쪽
5 작가와 작품 18.04.23 477 2 15쪽
4 문체 18.04.22 456 1 12쪽
3 사건 18.04.21 54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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