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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님의 서재입니다.

소설을 써보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김유진
작품등록일 :
2018.04.19 22:36
최근연재일 :
2018.05.18 23:5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4,331
추천수 :
42
글자수 :
193,294

작성
18.04.21 00:14
조회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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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메타픽션

DUMMY

오늘도 난 어김없이 랜덤채팅을 켰다.

“안녕?”

-안녕.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말해볼까?”

-지난번에 나눴던 그 주제는 어때?

“뭘?”

-메타픽션.

“메타픽션?”

메타픽션은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있는 세계가 픽션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장르다. 애니메이션으로 치면 빅오 같은 게 있다.

-너 빅오 알아?

“알지.”

빅오는 건담 등을 제작한 선라이즈에서 만든 로봇물이다. 1999년에 방영되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작품과 같은 이름의 로봇 빅오는 좋게 말하면 투박하게 생겼고 나쁘게 말하면 촌스럽게 생겼다.

하지만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는 그 남자다운 박력 있는 모습과 로봇과는 반대로 지적이고 세련된 모습을 보이는 탑승자이자 주인공 로저가 좋은 대조를 이뤘다.

로저는 패러다임 시티라는 이 도시 최고의 네고시에이터, 즉 협상가인데 작중에서는 협상가로서 수많은 일들을 해결한다. 하지만 도시 최고의 협상가인 그로서도 좋게 말로만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 경우 빅오가 나선다. 파괴의 신으로서.

그런데 이 패러다임 시티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기억이 없고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도 그저 본능에 의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본능을 ‘메모리’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 기억에 따라 행동하고 일단은 그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없는 상태였다.

표면적으로는. 하지만 숨겨진 메모리는 불현 듯 떠오르고 그로인해 주인공 로저는 숨겨진 기억의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이 작품은 히로인이 로봇이라 그 로봇과의 사이에서 주인공이 서로 교류하는 감정을 보는 것도 백미였다.

“그런데 그 작품 결국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이 픽션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순응하고 받아들이지 않아?”

-뭐 그렇지. 그것 말고는 별로 방법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래. 만약 순응하지 않는다 해도 달라질 건 없겠지. 그들은 그저 연극의 말들이야. 그리고 그들을 맘대로 조종하는 신적인 작가란 존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방법이 없어.”

-어떻게 보면 그들의 그런 반응도 다 작가가 설정한거지.

“그걸 통해서 작가가 보여주는 건 뭘까?”

-음, 글쎄······. 현실을 인정하라고 말하는 것 아닐까?

“인정하라고?”

-그래. 현실이란 아주 불합리하지.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어느 날 재앙을 맞게 되는 일도 흔해. 죽을 수도 있지.

“그래. 때론 죽는 게 차라리 나을 때도 있어. 하지만 작가는 그런 메타픽션을 통해 현실을 인정하라고 말하는 건가?”

-아님 인정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타협하라고 말하는지도 모르지. 순응하라고 말이야.

“왜?”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괴롭기 때문이야. 신화에서는 신탁을 거부했다가 결국 파멸한 인물들이 여럿 나오지.

“우린 신화의 인물이 아니야. 신탁 같은 것도 없고.”

-하지만 현실엔 그런 영향력을 미치는 힘들이 아주 많아. 정부, 기업, 상사, 어른, 불합리, 부조리, 관습, 악습, 폐습. 그런 일들이 매우 빈번하지. 그런 일들에 순응하지 않고 거스르면 결국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데? 모든 일에 순응할 수는 없어.”

-그렇지.

“때론 저항할 때도 필요하고. 만약 사람들이 저항하지 않고 개돼지같이 살았다면 지금쯤 세상은 한층 더 어두울 거야.”

2016년부터 시작된 대통령 탄핵을 위한 범국민행동은 그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평화적으로 부패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흔히 이 시위를 명예혁명에 비유하는 자들도 있었는데 사실 명예혁명은 피를 흘리지 않고 혁명을 이뤄냈다고 하여 무혈혁명, 명예혁명으로 불리지만 실제론 폭력 사태가 있었다.

2016년 이후 한국의 대통령 퇴진운동 과정에서도 사망자나 폭력을 저지른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건 다 부패한 보수의 하수인들이 저지른 짓이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도 자유, 평등, 박애를 위해 부패한 기득권층을 제거한 혁명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반가톨릭적 성격도 가지고 있어서 무리하게 가톨릭 세력을 비판하다가 방데 지방이라는 곳의 농민들이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혁명 정부는 무려 17만 명을 학살했다.

이는 프랑스 혁명을 이끈 주요 세력 중에 개신교도들도 있었기 때문.

이것이 자유, 평등, 박애를 부르짖은 자들이 일으킨 대학살이었다.

그러니 시민운동 중 그 규모와 평화성 면에서 한국의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시위만큼 대단한 것도 없었다. 그러니 외신들도 극찬한 상황.

-그렇지. 그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세상의 어둠은 깊고 넓어. 그 어둠을 모두 제거할 수 있을까?

“해야지. 설령 하기 어렵더라도 그런 일을 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어?”

-그렇군.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지난번에 언급한 데스노트와 코드기어스가 생각나네.

“왜?”

-그 작품들도 각각 다른 면에서 주인공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작품들이거든.

“그렇군.”

-야가미 라이토는 데스노트라는 이름만 적으면 사람이 죽는 노트를 통해 범죄자들을 제거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하지. 비록 살인과 자신의 적들을 제거하면서까지 이루려면 평화긴 하지만 어쨌든 그가 만들려고 하는 건 평화야.

“피로 젖은 평화라도 말인가?”

-그렇지. 그리고 를르슈라는 주인공은 본인이 왕족이지만 여동생과 함께 부모에 의해 인질이라는 정략적 도구로 쓰여 다른 나라로 유배당하지. 그 부모는 나중에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지만 도구가 맞았어. 그리고 그의 부모는 세계에서도 가장 강한 국가의 황제였기에 그는 거기에 대항하기 위해 살인과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지.

“집안싸움이 전세계를 아우르는 대 전쟁이 된 건가?”

-그렇지. 근데 이런 주인공을 만드는 건 어떻게 생각해?

“좋지 않아? 이미 그 효과는 입증되었잖아. 잘생기고 스마트한데다 말 잘하는 주인공. 그리고 능력 있지. 게다가 각자 그런 사회를 이루려는 정당성이 있어. 자기들 나름대로는 말이야. 반대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일들을 그들은 이루려고 했지.”

-그중 한명은 성공하고 한명은 실패하고 말이야.

“그렇지. 게다가 실패했지만 그 사실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어. 살인에 의한 항구적 세계평화 확립은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줬지. 그런 데스노트라는 공포에 의해 억압된 평화라도 좋은 것이냐, 아니면 평소와 다름없는 범죄로 가득한 세상이 좋은 것이냐 하고 말이야.”

-뭐 딱히 좋아서 고른 건 아니겠지. 다만 살인을 하면서까지 평화를 이루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기 때문 아닐까?

“설령 그렇다고 한들 거의 완전한 평화가 오는데도 말이야? 데스노트와 키라가 등장한 후 그 범죄율은 엄청나게 줄었지. 거의 몇 십 퍼센트가 말이야.”

-그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그런 평화는 싫다고 했어.

“거짓된 평화는 싫다는 거겠지.”

-맞아. 하지만 그런 범죄자들에게 당하거나 가족, 친구, 이웃을 잃은 사람이라면 키라의 논리에 납득하지 않을까?

“그래서 데스노트가 인기가 있는 거야. 단순히 살인으로 그 평화를 가져오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구원받는 사람들이 있는거지. 그래서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 실제로 범죄를 당했거나 당할 뻔했던 사람이라면 이런 키라의 논리에 공감되는 것도 이해를 해. 그들에게 범죄자들은 씹어 먹어도 부족할 놈들이거든.

“그런 사람들의 입장 대립이 화제를 부르고 자연스럽게 데스노트의 인기를 끌어올린 거겠지.”

-그래.

지금은 데스노트가 나온지 좀 되어서 그렇지만 당시의 그 인기는 엄청났다.

지금도 영화나 뮤지컬 등 관련 작품은 미디어믹스로 계속해서 나오고 그 작품을 만든 작가도 그 이후로 이 이상의 작품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인기 있는 작품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부분이지.”

-그래. 그 인기를 지키기도 어렵고.

이 부분은 저번에 드래곤볼에 대해 얘기하면서 언급한적 있다.

“언뜻 말하기를 인기 있는 작품 만들기란 천운에 가깝다고 하던데?”

-그렇지. 사실 인기 있는 작품은 만드는 게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준다는 말도 있어.

데빌맨을 만든 나가이 고도 그 주연 인물인 아스카 료를 처음엔 죽은 것으로 처리했는데 아스카 료가 죽자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아서 결국 그 아스카 료가 직접적으로 죽은 장면은 없으니까 다시 살렸다고 한다.

그러자 이후 아스카라는 이름에서 그 한자의 어원인 나는 새->날개->천사->타락천사->사탄->날개를 가진 타락천사라는 설정을 생각해내고 본인도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가이 고는 나중에 데빌맨은 자신이 그린 게 아니라 자신은 그릴 수 없는 무언가를 누군가 대신해서 그린 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고 하지.”

-그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는 건가. 하하. 스스로도 감탄할 만큼.

“그런데 데빌맨은 실제로 대단해. 주인공이 악마와 상대하기 위해 악마의 힘을 빌린다는 발상은 거의 이 작품이 최초라고 하니까. 말만 악마고 적을 치기 위해 그 적의 힘을 빌린다고 하면 지금으로선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시엔 쇼킹한 일이었다고 하지.”

그랬다. 지금은 정말로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시엔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서, 이는 후에 기생수나 에반게리온 등의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사도를 쓰러트리기 위해 사도의 힘을 빌리는 인간들, 그 인간들은 사도를 본 딴 에반게리온이라는 생체로봇을 만든다.

그리고 기생수에서는 처음에 기생수에게 그 몸을 뺏길 위기에서 가까스로 몸을 지켜, 결국은 기생수와 서로 이해하고 융합하여 다른 기생수들과 싸우는 자들이 등장한다.

이런 것도 다 데빌맨의 영향. 괜히 나가이 고가 일본 만화 피와 폭력의 아버지가 아니다.

-나가이 고가 대단하긴 하지. 데빌맨을 비롯해서 그 유명한 마징가 Z도 그의 작품이니까.

마징가나 데빌맨 말고도 큐티하니 등 아는 사람은 아는 그의 유명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 두 개가 그의 가장 큰 대표작이었다.

만약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두 개만 꼽으라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 마징가는 최근에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계속해서 그 시리즈가 나오니까. 이번에 또 뭔가 개봉한다고 하던데?”

마징가Z 인피니티는 2018년 1월에 일본에서 개봉했고 이번 5월에 한국에서도 개봉했다.

그런데 올드팬들은 그 평이 좋았지만 신세대들은 좋지 않았다.

-왜 그럴까?

“사실 티저를 보면 이 마징가Z 인피니티도 딱히 올드팬들의 취향에 딱 맞춘 작품은 아냐. 그런데 전에 나온 진마징가 충격! Z편이라는 작품이 올드팬들에게 평가가 안 좋아서 그 반사이익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추억보정일수도 있고 말이야?

“그렇지. 처음 그 TV로 방영된 마징가Z는 지금 와서 보면 신세대들에게는 유치하기 짝이 없어. 내용이 진지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아수라 남작 등 닥터 헬의 부하들은 거의 개그맨이나 다름없고 그런 부하들이 사고 친 걸 뒷수습하는 게 닥터 헬의 일상이지. 거의 둘리와 다름없다고 할까?”

-그럼 닥터 헬이 고길동인가?

“물론.”

갑자기 집으로 쳐들어와 사고를 일삼는 파충류 둘리는 물론 그의 사고뭉치 친구들은 선량한(?) 집주인 고길동을 괴롭혔다.

고길동이 그들에 대항하다 엿 먹고 좌절하는 모습이 둘리의 개그 포인트였는데, 성인이 돼서 둘리를 보면 둘리나 그 일당들이 어떻게 보면 악마로 보이고, 고길동은 단순한 피해자처럼 보인다.

그래서 성인과 아동을 가르는 그 정신적인 경계는 고길동이 불쌍해 보이면 성인이고, 둘리와 그 일당들의 행동이 통쾌해보이면 아직 아동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번 대화는 여기까지 하지.”

-그러지.

그리고 난 채팅창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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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치유물 18.05.03 54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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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체 18.04.22 45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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