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9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2.21 19:00
조회
18
추천
3
글자
12쪽

309. 그들의 꿍꿍이 - 3

DUMMY

이런 시덥지 않은 일들에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내키진 않았지만, 어쩌겠어. 드럽게 말 안 듣는 녀석이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데.


“타도! 가씨! 중원무림의 암적인 존재!!”


여희가 두 눈에 분노를 머금었다. 하여간에 가 씨 집안 이야기만 나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니까. 하긴,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간 집안이니까. 이러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조용히 하고 밥이나 먹어.”

“네!”


참, 이럴 때는 말을 잘 듣는다. 음식 앞이라서 그런 걸까. 평소에도 좀 잘 듣지.


“그런데, 대협. 뭐 생각해 놓은 술책이라도 있으십니까?”


마치 지금 당장 묘책이라도 내놓으라는 듯, 양 공자가 나를 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아니, 남을 속이는 방법이라는 게 단어 몇 개 집어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나오는 그런 AI웹소설 같은 글인 줄 아나? 머리를 굴리고 몇 날 며칠을 고심해야 나올까 말까한 그런 사골 곰국같은 구수하고 진한 것이란 말이야!


“양 공자는 이런 작전을 몇 번이나 진행해보셨나요?”

“네? 저는 이런 건...”


그는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에게 실례를 범했다는 느낌이 아닌, 정말 작전이라는 것을 해본 적 없다는 듯이.


“어설프게 준비했다가는 단번에 들통이 납니다. 들통만 나면 다행이죠. 오히려 역으로 당해 두 배 세 배의 피해를 입기 마련이죠. 그러니 이런 작전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나는 그에게 은밀하고 또 진지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러자, 이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한 양 공자. 그의 얼굴에서는 신중함과 진지함이 가득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신중에 신중.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이외에는 절대 이 건에 대한 말씀을 언급하지 말아 주셔야 합니다.”

“문주인 아버지도 몰라야 합니까?”


신중함만이 가득했던 그의 눈빛에 망설임이 느껴졌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있는 양 문주를 배제하라니. 어찌 보면 얼토당토하지 않는 부탁이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문주인 아버지입니까, 아니면,”

“......저군요”


대답을 마치더니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의 눈빛. 그 눈빛으로 미루어볼 때, 속으로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할 게 분명했다.


“명심하고 나가보겠습니다.”


그렇게 양 공자는 방에서 떠났다. 올 때와 다른 무거운 가슴을 안고.


“그런데 정말 양 문주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


그가 나가자마자 입을 연 여희. 음식이 얼마나 맛있었으면, 얼굴 여기저기에 묻히고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다.


“그렇게 맛있냐?”

“아니, 맛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양 공자가 양 문주에게 떠벌리지 않을까요?”

“당연히 떠벌리지.”


난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래, 그가 나와 나눈 이야기를 떠벌리지 않을 리 없었다. 이곳에 음식을 가지고 온 것도 전부 양 문주의 생각일 터인데, 나와의 대화 내용을 전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해요?”

“내가 그 말을 안 했으면, 아마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니까.”

“네?”


여희는 이런 내가 조금 의아한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얼굴에 묻은 양념이랑 기름 좀 어떻게 안 되겠니? 한두 살 먹은 어린 애도 아니고.


“야, 너 이리 와봐.”

“이건 못 줘요! 내가 먹을 거라고요!”

“시끄럽고! 이리 오라면 와! 잔말이 많아!”


아무리 눈치를 줘도 얼굴에 묻은 음식들을 닦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난 어쩔 수 없이 내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정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나이가 몇 개인데 이런 것도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 이래서 귀족 집 자식들이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절로 나와!

이내 내 손에 의해 깔끔하게 정리된 그녀의 얼굴. 이제야 한결 마음이 편했다.


“어차피 또 묻을 건데 왜 닦아요?”


아니, 기껏 닦아줬더니 뭐? 어차피 묻을 거라고? 이게 말이야 방귀야?


“깔끔하게 닦아 줬으면 고맙다고 인사하지는 못할망정, 뭐? 왜 닦아? 이 싸가지를 밥 말아 먹은!”

“그건 뭔가요, 싸가지? 도대체 얼마나 맛있으면 밥을 말아먹을까~”


심지어 깐족거린다.

죽을 뻔한 위기를 구해주고.

밥도 먹여 줬으며,

좋은 장소에서 잠까지 재워 준 나에게, 이런 나에게!

지금! 깝! 쭉! 거! 린! 다! 고!

오, 창조주시여! 내가 이 잡것을 죽이고 천국 가겠습니다! 내가 저것을 지옥 보내고 편하게 살겠습니다!


“메롱~ 메롱~”

[딱!]


참으려고 했지만, 마음은 인내하려고 했지만, 손이 멋대로 나가서 그녀의 머리통을 내려쳤다. 내 주먹이 좀 매콤했던 모양인 지, 머리를 감싸고 데굴데굴 구르는 여희. 꼴좋다! 꼴좋아! 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아! 왜 때려?! 왜 때려?!!”

“맞을만 하니까 때리는 거야. 이게 어디서 생명의 은인에게 까불어?!”


그녀는 할 말이 없던 것인지, 그저 나를 바라보며 두 눈을 부라렸다. 아주 싸가지가 하늘을 찌르는 구나, 하늘을 찔러. 세상에 이렇게 예의 없는 녀석이 있을까. 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빨리 밥이나 먹어. 확 다 치워버리기 전에.”

“내가... 밥만 아니었으면... 아니었으면!!!”


그리고 이어지는 분노 가득한 그녀의 젓가락질. 음식의 절반 이상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으이구, 저 성깔머리 하고는. 도대체 누가 저런 애를 데리고 갈까. 아니 결혼할 수는 있을까. 심히 그녀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너 성깔 좀 죽여! 그런 성깔머리로 어디 결혼 하겠냐?”

“난 예뻐서 괜찮다고요!”

“야, 예쁜 게 밥 먹여 주냐? 내가 지금 너 예뻐서 밥 먹여 주는 거 같아?”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여희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그대로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가득 차 있던 분노도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어떡하면 밥 먹고 살 수 있는데요? 성깔을 죽이면 결혼할 수 있어요?”


결연함이 느껴졌다. 본인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던 모양이었다.


“지혜를 길러. 지혜를. 힘을 기르지 말고, 지혜를. 목숨의 위기를 넘게 해주는 건 힘이 아니야, 지혜지.”

“지혜를 기르면 결혼할 수 있어요?”


순간 난, 그녀와의 대화가 어딘지 모르게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진지한 그녀에게 조언을 그만 두는 것도 어불성설. 난 그녀를 위해 진심 어린 속마음과 응원을 내놓았다.


“지혜만 있으면 결혼이 문제가 아니야. 결혼 상대도 정확하게 고를 수 있다고. 그러니까, 지혜를 길러. 진심 어린 조언이야.”

“네! 지혜를 기르겠습니다.”


그녀는 결의에 찬 외침과 함께, 다시금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래, 누가 뭐라고 해도 먹을 게 제일 중요하긴 하지.

하... 혼자 진지했던 나 자신이 미워진다. 정말 미워져.




“그래 현가 놈이 뭐라고 그러더냐?”

“아무래도 그놈이 우리 대신 북쪽을 찾아줄 모양입니다.”


양 공자는 양 문주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살짝 고개를 기울이는 양 문주. 그는 현과장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눈치였다.


“그놈이 뭐가 아쉬워서 우리의 일을 대신 해주지?”

“증가 년의 복수가 아닐까요? 둘이 애틋해 보이던데.”

“그럴 수도 있겠군. 남자란 무릇 여자의 부탁에 약한 법이니까.”


양 공자의 대답을 들은 그는,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뭐 다른 말은 없었냐?”

“없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말 밖에는.”


그의 말을 들은 양 문주는 그저 물끄러미 양 공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거리낌 없다는 듯 그를 대하는 양 공자. 그렇게 그들은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쳐다만 보았다.


“그래? 그럼 됐다. 돌아가거라.”

“예, 아버지.”


짤막한 대답과 함께, 문주의 방에서 양 공자가 퇴장하고.

양 문주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그저 쓸쓸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이윽고 그의 뒷모습도 시야에서 사라지고. 오랜 시간 이어졌던 정적도 사라지고야 말았다.


“아들 놈이라고 하나 있는 게, 애비 뒤통수나 치려고 하다니. 배은망덕한 놈!”


양 문주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양 공자가 사라진 그 곳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한순간에도 몇 번씩 망설여졌다.

여희를 괴롭혀 차원문의 위치를 알아낼까.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어 모든 정보를 뜯어낼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 안에 있는 착한 현과장이 날 말리는 듯이 느껴졌다. 아직 어린아이니까 참으라고. 먼 훗날에는 분명 훌륭한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이야기잖아. 난 지금 이 잡것 때문에 미칠 거 같다고.


“아니, 날 왜 이런 곳에 데리고 온 거야?”


데리고 오긴 누가 데리고 와. 본인이 따라나섰으면서!

나와 여희가 있는 곳은 양씨 문중이 있는 마을로부터 조금 남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이곳에 가씨 집안의 상설은행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이런 작은 마을에 은행이 있다고요? 설마.”


여희는 전혀 못 믿는 듯한 눈치였다.

하지만 난 정반대였다. 이 마을에 은행이 있다고 확신했다. 왜? 그야 세이브와 불러오기를 수십 수백차례 했었으니까. 여희에게는 오늘이 첫날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오늘만 몇 달째다.


“아니, 평소에는 한 번도 따라나서지 않았던 애가 왜 오늘따라 따라와서 이러는 거야?”

“뭐가 평소에요, 평소는. 오늘이 처음이고만”


그녀의 이 시큰둥하고 재수 없는 말투에도, 난 화를 삭히고 또 삭혔다. 넌 오늘이 처음이겠지만, 나에게는 수십 번째라고!


“말을 말자, 말을 말아.”

“예이~ 예이~”


정말 한 마디를 안 진다. 꼭 뭐라도 내 말 뒤에 붙인다. 이걸 어쩌지? 오늘 정말 일을 저지를까? 한번 짐승이 될까? 그래, 짐승이 한 번 되고 다시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면 되잖아!

순간, 내 마음속에서 악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때였다.


“어, 아주머니! 위험해요!”


힘겹게 짐을 옮기는 아주머니를 향해 온몸을 던지면서 달려가는 여희. 그 모습을 본 내 눈동자는, 그만 내 가슴속 악마의 움직임을 용납하지 못했다.

누가 그랬지. 100번 못하다가 단 한 번 잘하면, 그게 기억에 남는다고. 나도 그런 거 같았다. 이 싹퉁 머리 없는 게 줏대도 없다. 소신을 담아 계속 이기적인 모습만을 보였으면 얼마나 좋아. 왜, 가끔 이런 상냥한 모습을 보이냐고. 내 분노에 찬물을 끼얹듯이.


“아오! 오늘은 참는다! 참아!”

“뭘 참아요? 참지 마! 참지 마~”


만약 조금 전의 선행이 없었더라면, 이번의 깐족으로 인해 이 녀석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창피를 맛봤을 텐데. 지금은 그녀를 어찌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린 나 자신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다. 단지 그녀의 선행을 한번 봤을 뿐인데 말이다.

이 녀석 정말 사람 잘 다루네.


“헛소리 그만하고 따라와. 할 일이 있으니까.”


나는 그녀를 데리고 마을 안쪽의 허름한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허름한 저택치고 무척이나 삼엄한 경비. 그래, 여기가 바로 가씨 집안이 운영하는 상시 은행이었다. 정확히 말해서는 상시은행이라는 표현 보다, 대금창고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전국에서 고리대업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전부 이곳에 모이니까 말이다.


“와... 삼엄하네요.”

“삼엄하지. 오늘 우리는 여길 턴다.”


그래, 우린 오늘 이곳을 턴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4 314. 창조교 23.12.25 12 3 11쪽
313 313. 설원에서 23.12.23 17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8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2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6 3 11쪽
»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19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3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4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1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6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1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9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8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1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4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4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8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5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2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1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1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3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3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5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