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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59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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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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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294. 몰아치는 전쟁 - 3

DUMMY

“조, 조금 에로틱하게 느껴지는데...”


순간 현과장의 뺨이 불그스름해졌다. 도대체 현과장은 이 다급한 상황에 뭘 상상하는 거야?!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유머도 부릴 줄 알고. 아직 긴장이 안 되나 보죠?”

“그건 아닌데요. 그래도 그... 상대라는 건 조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마치 부끄러운 듯 온 몸을 배배 꼬면서 말했다. 목숨이 오고 가는 전장 한복판에서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신을 가슴에 품는 건, 일반적인 생물들의 당연한 마음이겠습니다만, 현과장은 가슴에 품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품으려고 하는 거군요. 그것도 남편이 있는 이를.”


남편이라는 단어가 들려오자, 갑자기 현과장의 동공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 아, 아,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고요! 내가 무슨 마음을 품었다고. 저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현과장은 온몸으로 부인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황하는 그와는 다르게, 너무나 태연한 그녀의 모습. 자신을 가지고 장난을 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상대로 여유를 부린 것일까. 현과장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그만, 그녀가 신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가슴속에 들끓고 있는 화를 마음껏 뿜어내 버렸다.


“아니! 입에 담을 말이 있고 담지 말아야 할 말이 있지! 저 현과장, 사회에서 수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참고 살아온 남자입니다! 알지도 못 하고선!”

“알긴 알지요. 그대에게 여복이 없다는 것 정도는.”


성질을 부리자마자, 가슴속 깊숙이 들어오는 핵폭탄급 팩트 폭격. 단지 대화만 나누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아픈 걸까. 그녀의 목소리에는 마법이라도 담겨있는 걸까.


“현과장과의 대화는 즐겁지만, 슬슬 끝내야겠어요.”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황폐해진 숲에 내려앉았다. 그래, 즐거운 대화는 여기까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신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다.


“미리 말해 둘게요. 미안해요, 현과장.”




그 시각, 피난민들의 보호를 하고 있던 채야와 갓패치 그리고 네 귀염둥이들은, 채야의 집 앞마당에서 안전한 장소 물색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우선은 강원랜드에 연락을 해보면 어떨까나?”

“숲이 제일 안전하다능”

“난! 늪!”


제각각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들만 줄줄이 나열하기 급급한 키토와 리코 그리고 채야. 이상하리만큼 셋의 대화는 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 강원랜드의 숲! 그리고 숲 옆에 있는 늪지대가 어떨까나?”

“찬성이라능!”

“찬성! 찬성!”


도대체 피난민들을 어디서 어떻게 지내게 하겠다는 말인건지. 사람들을 늪지대로 끌고 들어가서 어쩌자는 거야. 전쟁을 피해 지옥으로 들어가는 꼴이잖아.


“제정신이야?! 사람들을 늪지대에서 재우겠다고? 마물이 득실득실한 숲에서 재우겠다고?”


듣다 못한 갓패치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갓패치의 얼굴 가득한 분노. 그는 진정으로 화가 난 듯이 보였다.


“사람들 목숨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야! 채야는 가서 집 만들 준비. 키토는 땅 파서 지반공사. 리코는... 응원이라도 하라고.”


정색하며 화를 내는 그의 모습에, 채야와 키토는 대꾸없이 그의 말을 따랐다. 하지만,


“응! 응!”


누굴 닮아서 그런지 분위기를 읽지 못한 채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는 리코. 그는 작은 날개로 채야의 집 주변을, 피난민이 모인 곳 상공을 쉴 새 없이 날아다녔다.


“리, 리코 님이시다!”


그가 하늘을 날아다니자, 피난민들의 시선이 그의 몸짓에 고정되었다. 지속된 전쟁이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리코의 자유로운 몸짓은 작은 위안으로 다가왔다.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는 그들의 마음이 리코의 비행을 보며 작은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밥만 축내는 줄 알았는데, 가끔 쓸데있는 짓을 하는군.”

“밥만 축내는 건 갓패치뿐이다, 멍.”

“그런 거 같다, 컹.”

“뭐? 어째? 지금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자신에게 핀잔을 주는 두 늑대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그때,


[콰콰쾅!]


갓패치의 뒤편에서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굉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채야의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건.


“이건 무슨 일일까나?”

“방어태세! 방어태세!”


갑작스러운 폭격에 혼비백산 움직이는 사람들. 채야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양손에 새하얀 화염을 움켜쥔 채로.


“누구일까나!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려는 놈들이?!”


그녀는 잔뜩 화가 난 눈빛을 사방으로 뿌려 댔다. 그러자,


[슈슉!]


어둠 속에서 그녀를 향해 날아온 굵은 밧줄들. 그 밧줄은 그녀의 목과 손, 그리고 발목을 일제히 휘감았다.


“이런 걸로 날 막을 순 없다랄까나!”


하지만, 열이 받을 대로 받은 그녀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실했던 밧줄들. 그녀를 붙잡고 있던 부분부터 빠르게 새하얀 불꽃이 일렁였다.


“비겁하게 숨어있지 말고 당당하게 나올까나!”


이내 잿더미가 된 밧줄들을 털어낸 그녀는, 다시 한 번 주변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 때보다 더욱 어둡게 느껴지는 주변. 늦은 감이 있긴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 다른 무언가가 둘러쳐져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장 나오지 않으면 다 쓸어버릴 거랄까나!”


그녀의 위협에도 아무런 반응 없는 적들. 덕분에 채야의 분노가 한층 더 진해졌다.


“날 지금 무시한 걸까나?!”


그녀의 주변으로 밝고 투명한 불꽃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정신이야? 지금 여기서 그걸 쓴다고?”


무척이나 당황한 듯 하늘에 떠 있는 채야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를 치는 갓패치. 그의 창백한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긴급 대피! 긴급 대피! 모두 차원문 안으로! 안으로 빨리! 빨리!”


갓패치는 피난민 캠프 여러 곳에 차원문을 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던 사람들이었지만, 허둥대는 갓패치의 모습을 본 후 평범한 상황이 아니란 걸 눈치 챈 모양이었다. 이내 그들은 앞 다투어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루프, 그리고 팽은 같이 가서 사람들 보호! 리코와 키토는 여기 남고!”


갓패치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네 귀염둥이들. 그렇게 채야의 집, 아니 터만 남은 그곳에는 갓패치와 리코, 키토 그리고 하늘 위에 있는 채야만 남게 되었다.


“키토! 빨리 땅굴! 리코는 저 미친 할매가 영창을 끝낼 때까지 보호!”

“알겠다능!”

“응! 응!”


갓패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키토와 리코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그의 곁에서 떨어져 나갔다. 키토의 손길에 순식간에 생겨난 거대한 동굴 그리고 채야의 곁에서 사주경계를 하는 리코. 두 귀염둥이의 눈동자에 막대한 책임감과 중압감이 느껴졌다. 마치 그들 자신도 원더랜드를 지키려는 것처럼.


채야의 주변으로 모여든 불꽃들은 어느새 하늘에 떠 있는 달 만큼 거대해져 있었다.


“됐다! 리코 이제 내려와! 키토는 우리 모두 다 들어가면 땅굴 입구를 덮어!”

“그럼 생매장이다능!”

“괜찮아! 어차피... 다 날아갈 거니까.”


키토는 그가 말하는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우선은 그가 말하는 대로 움직였다. 채야를 제외한 모두가 땅굴 속으로 들어가자, 입구를 봉쇄한 키토. 이제 지상에 남아있는 건 오직 채야 뿐이었다.


[슈숙!]

[콰콰쾅!]


홀로 남아있는 채야를 향해 거대한 빛줄기와 굵직한 채찍이 연거푸 날아왔다. 하지만 채야에게 닿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빛줄기와 채찍. 심지어 그 빛줄기는 작은 불꽃이 되어 채야의 불꽃에 흡수되어 갔다.


“나 정말 화났다고 했다!”


어두운 하늘에 채야의 목소리만이 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질 무렵 순식간에 밝아진 하늘. 채야의 머리 위로 모인 불꽃은 태양보다 더 밝은 빛으로 온 세상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제 뒈져버리렴!!”

[콰콰콰콰쾅!]


그녀의 머리 위 불꽃이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집어 삼키는 새하얀 불꽃들. 어둠 속에 숨어있던 세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발밑에 있는 원더랜드의 모든 것들도.




“할매가 그 걸 썼군.”


어흥선생이 밝아진 하늘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마치 그 빛의 정체를 너무나 잘 안다는 듯이.


“한눈... 팔... 여유있나...?”


그런 그를 향해 무수히 많은 칼들을 던지는 피터. 하지만 그런 허접한 칼 던지기를 맞을 정도로 어흥선생은 약하지 않았다.


“미안하군. 옛 생각이 나서 말이야. 할매가 저 기술로 별 하나를 흔적도 없이 완전히 날려버린 기억이.”


어흥선생은 여유롭게 칼날을 피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눈앞의 적을 완전히 무시한 채로.


“그땐 참 어렸지. 나도 할매도. 아니지, 할매는 아닌가?”

“우릴 지금 무시해?!”


라니가 가세해 어흥선생을 몰아붙였지만, 어흥선생은 너무나도 손쉽게 그들의 공격을 피해 나갔다. 마치 이 모습은 어린 조카들과 놀아주는 삼촌의 모습. 라니와 피터는 필사적으로 덤벼들지만, 결코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무시하는 것도 분수가 있지!”


이를 악물고 다시금 달려드는 라니. 그런 그녀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어흥선생은 얼굴 가득 비웃음을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온전한 몸뚱이로도 날 어쩌지 못하는데 죽은 몸으로 어쩔 수 있단 말이지?”

“주, 죽은 몸이라고?”


그의 말에 놀란 라니는 그대로 피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제야 그녀의 눈에 피터의 상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머리는 스테이플러로 겨우 고정되어 있었고.

오른쪽 눈알은 누가 꺼내갔는지 흔적도 없었다.

언제 부러졌는지 모르는 그의 왼팔은 뼈가 살갗을 뚫고 나와 있었고.

왼쪽 종아리는 다리에 겨우 붙어있는 정도였다.


“피, 피터...”

“신의... 위업...을 위해...”


만신창이임에도 불구하고 어흥선생을 향해 달려오는 피터. 어흥선생은 그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죽어서도 누군가의 꼭두각시라니. 내가 자유롭게 풀어주겠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흥선생의 발밑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어둠들. 단지 그의 발밑뿐만이 아니라, 라니와 피터의 발밑에서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사라지고 싶지 않으면 달려라, 라니. 그림자보다 빠르게.”


어흥선생의 목소리로부터 오싹한 느낌이 전달되었다. 그가 입 밖으로 꺼낸 말이,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한 빈말이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젠장! 젠장!”


라니는 달릴 수밖에 없었다. 어둠에, 그림자에 잠식되고 싶지 않으면. 하지만,


“신... 위업...”


그저 신의 인형이 된 피터는 도망치지 않았다. 아니 도망칠 수 없었다. 그에게 자아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짙고 어두운 원더랜드의 하늘에는 이제 오직 어흥선생과 죽어버린 피터만 남게 되었다.


“신을... 위해...”


다시금 무수히 많은 칼날들을 던지는 피터. 그러나 그 칼날들이 어흥선생에게 닿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어둠에 휩싸여 공중에서 사라져버리고 만 칼날들. 이미 어흥선생의 그림자는 그 둘을 포함한 원더랜드 하늘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그럼 사라져라. 그리고 성불해라.”


어흥선생의 어둠은 천천히 피터를 집어 삼켰다. 자애심 가득했던 그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일말의 자비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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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314. 창조교 23.12.25 12 3 11쪽
313 313. 설원에서 23.12.23 17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8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2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6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18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2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4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0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6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4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1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9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8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1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4 3 11쪽
»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4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8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6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5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2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1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1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3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3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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