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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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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88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2.21 10:00
조회
12
추천
3
글자
11쪽

308. 그들의 꿍궁이 - 2

DUMMY

한편, 그 시각 정풍 가씨의 문중.

달빛이 아름답게 비치는 가씨 문중의 정원.

아름다운 꽃과 향긋한 풀내음이 가득한 정원 안으로 건장한 네 청년이 들어왔다.

고운빛깔이 은은하게 풍기는 의복과 다르게 투박하고 무식하세 생긴 청년들. 그들은 곧장 정원 중앙의 정자로 가더니, 그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래, 막내 놈이 죽다 살아났다고?”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가씨 가문의 첫째 아들 진자. 그의 날카로운 눈매는 마치 사나운 승냥이를 연상시켰다.


“말로 죽다 살아난 게 아니라, 진짜 죽다 살아났다고 하던데요, 형님.”


그의 질문에 대답한 건, 둘째 아들 진건. 첫째에 비해 유한 얼굴이었지만, 몸집만큼은 네 사람 중 제일 거대했다.


“그러니까 왜 거기까지 가서 일을 벌여? 그냥 여기 기루에 넣어버리지.”


셋째 아들 진돈은 인상을 구기더니 연신 입맛을 다셨다. 마치 여희를 품지 못한 게 한이 된다는 듯이.


“막내답네. 운이 기가 막히게 좋아. 그냥 뒈져버리지.”


인상을 쓰며 입을 연 막내 딸, 진연. 인성은 얼굴에 드러난다고 했던가. 험한 입술처럼 그녀의 얼굴도 참 많이 흉하고 험했다.


“그년이 우리에게 보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지?”

“아니, 큰 형님은 뭐 그런걸 걱정합니까? 그런 건 없어요, 없어.”


진자의 말에, 진돈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개소리는 집에 있는 개한테나 해. 이야기 못 들었어? 그년 데리고 간 놈이 사람의 목숨까지 살리는 신화경의 경지라잖아.”


진건은 아니었다. 오히려 진돈을 나무라며,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진건. 그는 여희를 데리고 간 남자에 아주 관심이 많은 듯이 보였다.


“그거 다 뻥이야, 뻥. 막내 놈이 그년 도망친 걸 무마하려고 자기 기루에 불 지르고 생지랄을 한 거라고요.”

“오빠는 계집하나 도망치면 기루에 불을 질러? 머리가 나빠도 어떻게 이렇게 나쁠 수가 있지?”


진연은 진돈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화가 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진돈. 그의 눈가에는 무시 받은 것에 대한 설움과 분노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형님들이 무시하는 건 이해하는데 동생 년까지 무시를 해?”

“앉아라. 여기서 맞아 죽기 싫으면.”


진건의 목소리가 진돈의 자존심을 한 번 더 건드렸다. 하지만, 그대로 나가지 못하는 진돈.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둘째 형인 진건의 말을 자신은 절대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을.


하는 수 없이 진돈은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짝!]


그가 자리에 앉는 것과 동시에 진연의 뺨을 세차게 후려치는 진자. 코와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크, 큰 형님...”

“내가 불화의 씨앗은 만들지 말라고 했다. 진연아 내 말이 우습냐?”


놀란 진돈과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진연. 그녀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내 말이 말 같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로구나. 그럼 귀를 잘라줄까? 아니면 혀를 잘라줄까?”

“아닙니다, 큰 오라버니. 명심하겠습니다.”


그녀는 피를 토하며 긴자의 말에 대답했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분위기.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선뜻 이 분위기를 풀려고 하지 않았다.


“만일을 대비해, 신화경 정도의 경지에 오른 무림인을 찾아 와라. 막내가 겪은 일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앞으로 문제가 생길 거니까.”


그의 세 동생들은 대답 없이 고개를 조아렸다. 그 모습을 보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원을 나서는 진자.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동생들의 눈동자에는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너, 너,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창가에 드리우는 햇살에 눈을 떠보니, 여희 이것이 아주 정신 나간 짓을 벌여 놨다. 아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발칙하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가 있지?


“뭐가요?”

“아니,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냐고. 넌 저기 아무데나 가서 잘 것이지. 왜 침상으로 기어 올라와? 너 미쳤어?”


그랬다. 이 머리가 텅 빈 잡것이, 내가 자고 있는 침상에 올라와 나와 같은 이불을 덮었던 것. 그것도... 속옷만 입은 채로.


“그게 뭐가 어때서요?”

“뭐가 어때? 너 미쳤구나?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어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놈이 남자의 품안으로 들어와?! 그것도 속옷차림으로!”


난 결코 이런 발랑 까진 행위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여희의 나이는 열여덟. 아직 남자를 알기엔 어리다. 어리고 말고.


“기루에 팔리기까지 했는데, 무슨.”

“그건 그거고. 너 남자와 동침하지는 않았잖아. 큰일 당하려다가 내가 구해 줬잖아! 내 말이 틀려?”

“그건... 맞는데.”


여희는 심술인 난 듯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어허, 어디서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입술을 저리 내밀까. 이거 또 정신교육을 해야 하는 거야?


“동작 그만. 지금 입술을 내밀어? 입술을?”


난 그녀의 입술을 꽉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한때 우리의 마음에 불을 지핀 그 리듬. 위, 아래, 위, 위, 아래. 위, 아래, 위, 위, 아래.

내 이 리드믹컬한 손동작에 좋아 자지러지는 여희. 너무 좋은 것인지 눈가에 눈물이 글썽인다.


“말 잘 들어라. 알았냐?”


조금 더 혼을 내줄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앉아 장난칠 시간이 없었기에, 난 그녀의 입술에서 손을 떼고 침상에서 일어났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복수의 시작이다. 바로 여희의 복수 말이다. 단번에 가씨 집안으로 날아가 풍비박산을 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면 방법이겠지만, 그건 너무나 쉽다. 한 집안을 박살낸 것도 모자라, 그 집안의 딸을 화류계로 팔아버리다니. 이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여희개 내 침상에 기어 올라오는 것보다도 더.


“야, 그 정풍인지 뭔지 하는 집안의 주 수입원이 뭐야?”

“고리대업이요.”

“고리대업?”


고리대업이라... 간단히 말해 돈 놀음이라는 거잖아. 이곳에서도 돈을 벌려면 역시 돈장난이 최고인 걸까.


“있지도 않은 계약서 들이대면서 돈 빼앗는 게 그 놈들이 제일 잘하는 거예요.”


돈을 빼앗는다는 말은, 그 나름의 물리력도 행사할 줄 안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힘 좀 쓰는 친구들을 많이 끌고 있다는 소리인데.


“너희 가문도 그렇게 당했어?”


여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 가득 드리워진 먹구름. 아무래도 집안이 무너지는 그 순간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래, 그건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왜 아직도 속옷 차림인 거야?


“야, 너 옷 안 입어?! 확 또 주둥이를!”

“입어요! 입는다고!”


그녀는 나의 알싸한 손맛이 다가올세라 재빨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옷 입으면서 들어. 그거 말고 다른 수입원은 없어?”

“기루를 운영도 하고, 표국도 운영해요.”

“표국? 그게 뭐야?”


난 처음 들어 본 단어 때문에,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천천히 표국에 대해 설명을 해준 여희. 그녀의 말에 따르면, 물건을 대신 전달해주거나 인물들의 경호를 맡는 업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자만, 경비업체에 택배업체를 합쳐놓은 개념이랄까. 뭐, 아무튼 내 예상대로 힘 좀 쓰는 친구들을 꽤 많이 데리고 있다는 게 밝혀진 상황. 그들의 모습을 자세하게 알면 알수록 복수의 내용은 점점 구체적으로 바뀌어 갔다.


“돈과 힘이라... 어디부터 박살을 내야 시원할까?”

“여기 양 문주도 표국을 운영하니, 같은 표국부터 박살내는 건 어떨까요?”


난 잠시 망설였다.

그녀의 생각이 틀리거나 잘못된 건 아니었다. 가씨 집안의 표국을 무너뜨리고, 양씨 집안의 표국에 힘을 불어넣어 주자는 말인데.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넌 여기 사람들이 언제까지 우리 편일 거 같아?”

“그야 당연히 영원히 우리 편이죠!”


그녀의 대답에 갑갑함이 밀려왔다. 이렇게 순진해서야!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이러는 건지.


“넌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냐?”

“그게 그쪽이 할 말은 아니지요! 표국도 모르는 주제에!”


지금 지식의 있고 없고를 말하는 게 아니잖아. 왜 이렇게 분위기도 못 읽어?


“어이,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 잘 들어. 여기 집안사람들이 우리를 환영한 이유가 뭘 거 같아?”

“그야 팔을 고쳐줘서?”

“그건 이미 밥값으로 지불 했잖아. 우리가 이용가치가 있어서야, 이용가치가.”


내 말에 여희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인지 고개를 기울였다.


“요거 요거 고집만 세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네. 세상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 이 말, 꼭 명심해라.”

“그럼 언젠가는 망할 가가(家) 놈들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때에 따라서는.”


그녀는 내 말이 못마땅한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집안을 망쳐놓은 그 인간들이 언젠가는 친구가 될 거라니. 믿을 수도, 믿고 싶지도 않겠지. 그런데,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긴 한데.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샜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 양 문주와 그의 아들이 언제까지나 우리 편은 아닐 거라는 이야기야. 이용가치가 없으면 단번에 버릴걸.”

“그럼 어떡해요. 우린 이미 이 집 안에 있는데.”

“그건 문제가 안 되지.”


그래, 이 집안 안에 있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어떻게 여희의 복수에 이 집안사람들을 이용을 하느냐 인데.


“대협, 기침하셨습니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양 공자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아, 들어오시죠.”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 안으로 들어오는 양 공자. 그의 뒤로 하인들이 온갖 음식들을 들고 입장했다. 어제 먹어봤던 빵부터 생전 처음 보는 음식까지. 도무지 둘이서, 아니 네 다섯이서도 다 먹을 수 없을 정도의 음식이 줄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다 뭡니까?”

“손님이 오셨는데 이 정도는 내 와야죠. 여봐라, 대협 편하게 식사하시게 다들 나가거라.”


양 공자는 곧바로 하인들을 내보냈다. 정작 본인은 나갈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런데 현 대협. 어제 말씀드린 그...”

“잠깐.”


아니나 다를까. 꿍꿍이가 있었네, 꿍꿍이가. 그럼 나도 여기서 입을 좀 털어야 할 거 같은데.


“양 공자님. 가씨 일당을 몰아내는 것, 그리고 비무 대회에 참여하는 것. 둘 중 어느게 더 중요합니까?”

“그야 당연히 북쪽 상권을 되찾는 것이지요!”

“그러시는 분이, 지금 허튼 곳에 신경을 쓰셔도 됩니까? 중요하지도 않는 비무 대회에?”


양 공자의 눈동자가 좌우로 파르르 떨렸다. 이 생각은 떠올리지도 못했겠지. 당연한 일이다. 내가 그들의 앞에 나타나 잘린 팔도 고쳐주고, 가씨 일당을 몰아내 줄 거라 상상이라도 했을까.


“제가 허튼 짓을 벌이려고 했군요. 송구합니다.”

“아닙니다. 양 공자 입장에서는 비무 대회를 벌이는 게 당연한 일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젠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전력으로 북쪽을 탈환하셔야죠.”


순간 양 공자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 눈동자 안으로 차오르는 결의. 양 공자가 낚인 거 같으니, 이제 슬슬 다른 작전도 생각해 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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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314. 창조교 23.12.25 12 3 11쪽
313 313. 설원에서 23.12.23 17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8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2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6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18 3 12쪽
»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3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4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1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6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4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1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9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8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1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4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4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8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5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2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1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1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3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3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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