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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409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7.11 10:00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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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132. 지하 도시 - 2

DUMMY

한동안 지하 도시를 헤매던 현과장과 사람들. 그러던 도중, 갓패치가 숨겨져 있던 인장을 찾았다. 바로 성 안의 어떤 방에서.


“제정신이야? 감히 내 방에 이런 걸 넣어놔?”


알고 보니, 인장이 발견된 그 위치는 원더랜드의 성 안, 갓패치의 예전 거처인 모양이었다. 정확히는 그 예전 거처를 흉내 낸 공간이라고 해야할까나.


“아마도 붉은색을 주지 않는 갓패치에게 작은 원한이 있었던 모양이다냥.”

“제정신이야? 그건 그렇게 쉽게 주고 안 주고 하는 색깔이 아니라고.”


어흥선생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더니 단호하게 입을 여는 갓패치. 순간, 현과장의 얼굴에 의문이 피어났다. 그렇게 쉽게 주지 않는 색깔을 그냥 자신에게 줬다고? 이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아니, 그런 색을 나에게 줬다고? 정말 제정신이냥? 미쳤다랄까나!”

“그건 내가 정하는 게 아니야. 원더랜드가 정하는 거지.”


역시나 이번에도 단호하게 말하는 갓패치.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현과장이 아니었다.


“원더랜드가 갓패치고, 갓패치가 원더랜드 아니야?”

“젠장! 이래서 눈치 빠른 현과장은!”


들켜버린 것일까. 아니면 그냥 그렇게 넘어가려는 것일까. 갓패치는 현과장을 바라보며 찡끗 이마를 찌푸렸다. 장난기 가득한 갓패치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달랐다. 더는 묻지 마라는 무언의 압박을 연거푸 현과장에게 보내고 있던 갓패치. 1절, 2절, 3절, 뇌절을 하는 현과장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빛이 너무나 간절하고, 강압적이었기 때문에.


“그럼 이 인장을 어떻게 할까나?”

“보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은 인장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냥. 그래야 안 깨지게 만들 수 있다냥.”


말을 마친 어흥선생은 인정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몸을 돌려가며 관찰했다. 자신이 가진 온갖 지식을 동원하고, 추측을 해보았지만, 결코 나오지 않은 인장의 정체. 아무래도 정말 그가 모르는 10%의 지식인 것이 분명했다.


“이 인장을 만든 사람이 어흥선생 만큼이나 뛰어난 사람이었나?”

“제정신이야? 그런 인간이 원더랜드의 생명을 제물로 이용한다고?”


현과장의 의문에, 갓패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의 온몸에서 풍겨오는 부정의 아우라. 게다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갓패치 혼자만은 아닌 듯했다.


“수십 명이 몇날며칠을 밤새 머리 써서 만든 설계도를 자신의 작품이라고 공공연하게 떠벌리던 인간이다냥. 낯짝만 두껍 지 머리는 좋지 않다냥.”

“맞다랄까나. 목소리만 큰 인간이었다랄까나.”


갓패치를 따라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어흥선생과 채야. 그들의 말에 현과장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런 인간이 어흥선생이 모르는 「원더랜드 지식의 10%」를 알고 있다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혼자서 도시 계획도 만들지 못한 인간이다. 뭔가 트릭이 있다. 현과장은 그렇게 예측했다.


“이상하잖아. 그런 사람이 어흥선생이 모르는 지식으로 이 인장을 만들었다고? 그게 가능한 거야?”

“게늠이라면 가능할지 모르겠다냥. 이 인간은 남의 지식을 베껴 쓰고도 태연하게 행동했으니까.”


남의 지식을 베껴 썼다라. 이거 못난 직장 선배의 전형적인 모습이잖아. 후배의 놀라운 아이디어에 살며시 자신의 이름까지 올리는 그런 간사하고 영악한 선배. 정작 실패하면 나 몰라라 도망치는 그런 거지같은 인간들 말이다.

이런 인간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훔쳐왔기에, 그 내용까지 소상히 알지는 못 한다. 한 마디로 흉내만 낸다는 점. 만약 지금의 인장이 타인의 기술을 훔쳐서 만든 것이라면, 어차피 흉내만 냈을 것이었다. 보기만 그럴싸할 것이다. 마치 빛 좋은 개살구처럼.

현과장은 유심히 인장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인장에 관한 지식이 있냐고? 당연히 없다. 그런데, 그의 안에 존재하는 「원더랜드 지식의 50%」는 어떨까. 그 지식들 안에 비슷한, 혹은 이 인장과 관련된 지식이 숨어있지는 않을까.


“흐음... 모르겠는데.”

“그럴 거다냥. 이건 내가 모르는 10%다냥.”


어흥선생은 굳이 자신이 모르는 10%를 강조했다. 이유가 뭘까. 정말 그가 모르는 지식일까. 아니면 혹시...


“어흥선생, 지금 귀찮아서 그러는 거 아니야?”

“어, 어? 그러는 거 아니다냥!”


당황하는 듯한 어흥선생의 말투. 현과장은 확신했다. 이 인간 지금 머리를 쓰기 싫다. 귀찮은 것보다 힘든 것일 확률이 컷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고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으니까. 잠깐, 그렇다는 것은...


“우리 호떡 먹은 지 얼마나 지났지?”


호떡이야기에 일제히 두 눈동자에 반짝임을 장비한 사람들. 키토와 리코 역시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동자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젠장! 제정신이야?! 갓패치! 문 좀 열어줘!”

“제정신이야? 제정신이야는 내 말투라고! 따라하지마!”


퉁명스러운 목소리와는 다르게, 친절히 현과자의 앞에 차원문을 여는 갓패치. 이내 차원문 안으로 들어간 현과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호떡을 한가득 만들어서 다시 돌아왔다. 물론 현과장표 커피와 함께.


그렇게 시작된 호떡 만찬. 과연 이게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그들은 나름 이 모험을 만끽하고 있었다. 뭐, 사실 호떡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긴 했지만.


“그런데,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무 일도 없었어? 내가 열쇠라면서.”


호떡에 정신이 팔린 이들을 향해 현과장이 조용히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 모르겠다. 호떡은 이들에게 목숨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니까.


“아무 일도 없었다냥. 이 도시가 차원문 안쪽까지 자신의 구역이라고 인식한 모양이다냥.”


호떡을 먹이고 나니, 어흥선생이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역시 머리가 안 돌아갈 땐 단 것을 먹어야 한다. 나도 종종 애용하는 방법이다.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거나, 이야기 진행이 안 될 때, 초콜릿을 꺼내 먹는다. 당 충전은 머리를 쓰는 직업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작가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그래, 그럼 어흥선생. 저 인장 아직도 모르겠어?”

“아, 저거 그냥 속임수다냥. 딱 보니까 알겠다냥. 인장은 속임수다냥. 지워지기를 기다리는 속임수. 진짜는 다른 의미가 있다냥.”


호떡의 효능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지금까지 이리저리 피하기만 했던 어흥선생이 이렇게 금방 답을 내놓다니. 현과장은 앞으로도 어흥선생이 모른다는 말을 꺼낼 때마다 호떡을 먹여 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다른 의미?”

“게늠 이 인간, 자신의 부활을 위해 이걸 만든 거다냥. 이건 부활의 인장이다냥. 엉성한 인장 뒤에 숨겨놓은 부활의 인장.”


부활의 인장이라는 말에,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는 채야와 갓패치, 눈앞의 호떡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못 마땅 것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게늠이 부활하려 한다는 그 말 자체였다.


“제정신이야? 그 씹어먹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 다시 살아난다고?”

“막아야 한다랄까나. 반드시 막아야 한다랄까나. 그리고 저 우유나 용자도 막아야 한다랄까나!”


모두가 이야기를 나누는 틈을 타, 호떡을 들고 필사의 질주를 감행하는 우유나. 역시 원조 광기 리얼 변태다운 판단력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하면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지 너무나 잘 안다. 이거,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그냥 내버려 둬. 또 만들어 오면 되니까.”


현과장의 묵직한 목소리에, 달리던 것을 멈추고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온 사람들. 멀리 도망치던 우유나도 인상을 쓰며 다시금 현과장 곁으로 걸어왔다.


“벌써 파악하다니. 요망한 마왕들!”

“이야, 그래도 선은 잘 지키네. 호떡만 가지고 가고. 나 같으면 인장을 지웠을 텐데.”


현과장의 말에, 우유나는 두 눈을 번뜩였다. 그래, 확실하게 모두의 경멸어린 시선을 받을 수 있는 방법, 바로 인장을 지우는 것. 그러나, 쾌락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였지만, 결코 선을 넘고 싶지는 않았다. 인장을 지워서 이런 저런 고문을 받는다면 세상 행복하겠지만, 현과장이 결코 그런 짓을 해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인장을 지우면, 고문을 할 겁니까?”

“아니, 그냥 네 나라로 보내 버릴 거야.”

“좋아! 잘 참았어, 우유나 마샤!”


현과장의 말에, 우유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을 칭찬했다. 쾌락을 위해 인장을 파괴하지 않은 자신을. 이게 칭찬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리얼 변태의 입장에서는 그럴만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자, 그럼 어떻게 하지? 인장이 안 지워지게 강화를 할까?”

“그게 좋겠다냥. 그런 인간은 다시 태어나면 안 된다냥.”


채야도 어흥선생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코와 키토도 고개를 끄덕였다. 갓패치는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아무 사실도 모르는 우유나까지 찬성했다. 단 한사람 현과장을 제외하고는.


“그런데 이상하다는 말이야. 왜 내 비키니 차림에 반응한 것일까.”

“그건 나도 모른다냥. 정말 모른다냥.”

“궁금하지 않아?”


순간, 경멸의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는 세 사람과 두 귀염둥이. 오직 우유나만이 땅을 치며 후회했다. 왜 저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일까. 왜 자신이 아닌 현과장이 저런 시선을 받는 것일까.


“역시 현과장! 얕볼 수 없는 마왕!”

“시끄러워, 우유나. 뭐가 역시야, 역시는.”


부러워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핀잔을 준 현과장은, 이내 세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넘치는 현과장의 표정. 호떡을 먹고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 건, 아마도 어흥선생 혼자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한테 아주 기가 막힌 생각이 있는데...”


현과장의 말에, 모두 그를 향해 귀를 기울인 사람들. 현과장의 이야기가 끝나자, 모두들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좋은 생각이다냥. 아주 좋은 생각이다냥.”

“대찬성이랄까나! 완전 찬성이랄까나!”

“제정신이야?! 이런 좋은 생각을 지금까지 숨겼다고? 지금 제정신이냐고!”

“그 방법 나중에 내가 돌아가서 써 먹어도 됩니까? 아니, 지금 제가 대신 써먹어도 됩니까?”


마지막에 마친 우유나의 발언 때문에 완전히 식어버린 분위기.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반응 할 정도로 현과장의 아이디어는 정말이지 기똥찼다.

무슨 작전인데 저렇게 엄청난 반응을 하냐고?

여기서 설명해 주고 싶지만, 이걸 어쩐다. 여백이 충분하지 않네.

중세시대 수학자 페르마도 그랬다고. 자신의 알아낸 위대한 명제를 단지 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넘겨 버렸다고. 미안하지만 나도 그러고 싶다. 미천한 머리로 천재의 흉내를 내고 싶다랄까나.

그대도 다행이잖아. 현과장의 이야기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처럼 300년이란 시간이 지나서 증명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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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2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3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5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5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6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1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4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5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3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5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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