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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432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7.05 10:00
조회
27
추천
3
글자
11쪽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DUMMY

【오래간만입니다, 현과장.】


현과장 눈앞으로 글자들이 떠올랐다. 시간이 멈출 때마다 그의 앞에 나타났던 그 글자들이.


【이렇게 만나면 안 되는데, 사안이 급해서 이렇게 튀어 나왔습니다.】


그래, 사안이 급했다.

변태 캐릭터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망칠 것 같아서?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자잘한 이유 때문은 아니다.

현과장이 너무 먼치킨이 되어서?

뭐, 의미적으로 본다면 일맥상통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조금 논점을 벗어났다랄까.


【「신의 방패」가 켜졌네요. 분명 단단히 잘 묶어 놨는데.】


그래, 이렇게 내가 갑작스레 규율마저 깨면서 나타난 이유는, 바로 「신의 방패」. 절대로 발현 되지 말아야 할 그 능력이 눈을 떴기 때문이었다.


【사실, 현과장이 옆 세계로 넘어가 축복을 받아올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그건 제 불찰입니다. 인정합니다.】


빠른 인정, 좋다. 이것이 어른이지. 그래.


【쓰지 말아야 할 능력을 사용한 건 잘못된 판단입니다. 게임에서도 버그가 있다고 마구 사용하면 안 되잖아요. 인생이 글리치 스피드런을 하는 것 아니고.】


내 말을 받아들이는 듯 차분해진 현과장의 눈동자. 그 역시 「신의 방패」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줬다 뺏으면 내 입장도 모양이 빠지잖아요. 그렇다고 게임도 아닌 인생에 너프를 먹일 수도 없고.】


가뜩이나 힘든 인생에 버프는커녕 너프를 줄 수 없다. 이것이 내 인생 철학. 그래, 이미 저질러진 사건이다. 원인을 찾아 제거할 수 없다면, 최대한 안전하게 수습하는 것이 최선. 다른 선택은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원래는 얻지 말아야 할 신급 능력입니다. 인정하시죠?】


담담한 현과장의 눈빛. 어느 정도 인정하는 모양이다.


【그럼,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현과장은 이 순간 아마 이런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능력을 빼앗고 다른 허접하고 문제 많은 능력을 주겠지.’ 내지는,

‘뭐, 주의정도 주고 말겠지.’ 이 정도.

하지만, 여긴 원더랜드. 어설픈 자들은 살아남기조차 힘든 어마무시한 세계! 그런 세계에서 그딴 허접하고 의미 없는 처벌을 내릴 거 같아? 이건 벌이라고! 벌!


【현과장, 당신은 이제부터 신급 장비를 손에 넣어 제물로 바쳐야 합니다. 기한은 무제한. 신급 아이템을 바치지 못할 시, 그대는 절대 현실로 돌아가지 못 합니다.】


현과장의 눈동자가 똥그래졌다. 그래, 그 정도는 놀라야 이렇게 튀어 나온 맛이 있지.

점차 현과장의 손과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서서히 흐르기 시작한 원더랜드의 시간. 모든 것이 평소로 돌아왔지만, 오직 현과장은 돌아가지 못 했다.

눈앞에서 글자들이 사라진 지 오래 지났지만, 마치 눈앞에 있는 듯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집에 갈 수 없다니. 그럼 귀환용사는 어쩌라고. 현과장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건 농간이다. 자신을 원더랜드에 잡아두기 위한 농간.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그가 없으면 이 이야기도 끝이니까. 하지만, 그것만이 이런 벌을 내린 이유는 아니다. 버그 악용자의 참교육, 동시에 이야기 에피소드 확보! 이게 내가 그리는 빅 픽쳐, 큰 그림이다 이 말이야.


“현과장, 무슨 큰 일이 났냥? 갑자기 내 머릿속이 어지럽다냥.”

“어? 어흥선생. 그런 능력도 있어? 뭐 위협을 감지하는 뭐 그런 거?”

“아니다냥. 그냥 머릿속에서 미친놈의 목소리가 들렸을 뿐이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현과장.

아니, 현과장. 그걸 그렇게 납득하면 안 되지! 그리고 뭐? 미친놈?! 내가 미친놈이라고?!


“여기에 정상적인 사람이 없잖아, 어흥선생. 봐봐, 저기 호떡가지고 전쟁을 벌이는 인간들.”


현과장의 시선이 마주한 곳에는, 갓패치와 여왕. 그리고 채야와 우유나. 심지어 키토와 리코까지 합세해 호떡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완벽한 아비규환. 백화점 한정세일도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다. 희한한 점은 서로 물고 뜯고 난리를 쳤지만, 호떡만큼은 아무런 상처도 없이 멀쩡하다는 것이랄까.


“커피 타 올게. 가서 진정 좀 시켜줘. 모두에게 할 말도 있으니까.”

“알겠다냥.”


그렇게 부엌으로 들어간 현과장. 어흥선생은 전쟁을 벌이는 무리들을 말리러 다가갔지만, 그들이 어흥선생의 말을 들을 리 없었다. 오히려 호떡 전쟁에 휘말리고 만 어흥선생. 그렇게 거실은 점점 난장판이 되어갔다.


***


현과장의 커피와 여분의 호떡 덕분에, 작은 평화를 찾은 거실. 하지만 호떡에 눈이 먼 사람들과 귀염둥이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커피를 마셨다.


“지금 호떡이 문제가 아니라고. 제발 좀 정신을 차려.”

“제정신이야? 호떡이 문제가 아니라니! 그럼 뭐가 문제인데? 뭐가 문제인데!”

“문제는 갓패치의 얼굴입니다만.”


단 한 순간도 사이좋게 지내지 않는 두 사람, 갓패치와 여왕. 그들에게 있어서, 원더랜드의 왕위 따위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이제 두 사람이 눈독을 들이는 건 오직 하나, 호떡. 행복한 포만감을 안겨다 주는 현과장표 호떡만 원하고 또 바라고 있었다.


“내가 인고의 보약을 먹고 확! 능력을 날려 버려?!”


사나운 눈초리로 두 사람을 향해 겁박을 질러보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전혀 꿈쩍도 하지 않은 갓패치와 여왕. 그들은 여전히 서로만 응시하며 호떡을 못 먹게 견제하고 있었다.


“아니, 나 진자 인고의 보약 먹는다!”


현과장이 키토가 숨겨놓은 인고의 보약을 들더니, 진짜로 입 안에 넣는 시늉까지 보였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왜일까?


“이제 아는 거다냥. 「신의 방패」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여왕의 저주까지 말끔하게 날려줬다냥. 저주의 결정체가 현과장의 몸에서 힘을 발휘할 리 없다냥.”


어흥선생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이 모든 건 전부 허세. 먹을 생각도 없었다. 이미 그 역시 인고의 보약이 더는 생명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 호떡이 문제가 아니라니까. 나 집에 못 돌아가게 생겼다고.”

“그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랄까나.”


진중한 현과장의 말에, 채야는 새삼스럽냐는 듯 반응했다. 그러자,


“신급 장비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영영 못 돌아간데요. 조금 전 「시간의 생명」이 발동되었어. 달랑 그 말 전하려고.”


시간의 생명이라는 단어에, 황급히 현과장을 바라보는 네 사람. 오직 「시간의 생명」을 모르는 우유나 만이 호떡을 향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그 능력이 신급 장비를 제물로 바치라고 했다고? 제정신이야? 능력 주제에?”

“죽음이 가까워질 때만 발동되는 능력입니다만! 말이 안 됩니다만!”

“설마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거 아니냥? 신의 방패처럼?”

“난 그냥 세 사람 따라서 보는 거랄까나. 신경 안 써도 된다랄까나.”


제각각의 이유로 현과장을 바라보는 네 사람. 얼마나 현과장에게 정신을 팔려있는 모양인지, 그들은 우유나가 호떡을 몰래몰래 먹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그저 현과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버그 사용이래, 버그 사용. 쓰지 말아야할 「신의 방패」를 써서 그렇다나 뭐라나.”

“지가 줄 때는 언제고 그딴 소리를 하냥!”


어흥선생은 상기된 얼굴로 천창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내가 주긴 줬는데. 하지만 못 쓰게 막아 뒀잖아. 못 쓰게 해 놓은 걸 그냥 그렇게 인위적으로 막 사용하면 안 되지. 온오프 못한다는 결점도 만들어 놨는데, 봐, 지금은 마음대로 켰다 껐다 하잖아. 이건 어불성설이야, 어불성설.


“정말 자기 멋대로다냥!”

“내 말이! 내가 100번 양보한다고 쳐. 그냥 이 능력을 가져가도 아무런 말 안 해! 그런데 이게 뭐야! 뭐? 신급 장비를 찾아서 제물로 바치라고? 이게 말이야 방귀야?!”


현과장이 어흥선생을 따라 천장을 바라보며, 성난 목소리를 높였다.

설마, 알고서 이러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제정신이야? 허공에 뻘짓 그만하고 이리와 앉아! 대책을 강구해야지!”

“대책이 필요한 건 갓패치의 얼굴입니다만.”

“이 쪼매난 먹보가! 함부로 또 입을 놀려?!”


사이가 진정되는가 싶었지만, 다시금 불붙은 두 사람. 갓패치와 여왕은 이젠 호떡이 없어도 너무나 잘 싸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호떡에 관심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싸움은, 지금도 호떡 근처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누가 이렇게 먹었을까나?”


이제야 호떡의 상태를 확인하게 된 채야가, 황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한 사람, 우유나. 멋쩍은 미소와 함께 손에 쥐고 있던 호떡을 재빨리 입에 넣은 그녀는, 슬그머니 남은 호떡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난장판이다. 난장판.

새로운 미션을 던져 주었지만, 귓등으로도 듣지를 않는다. 이것봐요, 선생님들. 그러다가 현과장 영영 현실 세계로 못 돌아간다고요.


“자자, 주목할까나.”


내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 다른 사람도 아닌 채야가, 모두의 앞에 나섰다. 한 번도 앞에 나선 적 없던 그녀이기에,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럼 식사고 마쳤고, 후식도 먹었으니까, 이제 밭일을 하러 갈까나.”

“아, 그랬다냥! 밭일이 남아있었다냥!”

“아, 일은 해야지.”


채야의 말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어흥선생과 현과장. 머리채를 붙잡고 난투를 이어가던 갓패치와 여왕도 도구를 챙겨 서둘러 텃밭으로 향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우유나, 단 한 사람.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일을 하러 간다고? 이 난장판에서?


“우유나 용자는 여왕 옆에 가서 일을 배울까나. 여긴 내가 정리하고 나갈 테니.”

“아, 아, 네...”


상냥하고 힘있는 어조에, 자신도 모르게 현관문을 나서는 우유나. 그렇게 식사를 마친 전원은 그대로 밭일을 시작했다. 그것도 너무나 뜬금없이.

이게 맞아? 이게 맞냐고.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 신급 장비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니야?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도 되는 거야?


***


그렇게 밭일을 시작한 지 몇 시간. 모두들 노동의 알찬 땀방울을 땅 위에 흘리고 있었다.


“현과장은 적당히 땀을 흘려야 한다랄까나.”


채야의 말에, 순간 닭살이 돋았다. 그냥 듣기만 한다면, 참으로 현과장을 위한 소리로만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모두 잘 알잖아. 땀을 아끼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어? 이게 뭐지? 여기 뭔가 있습니다.”


밭을 갈던 우유나가, 모두를 향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우유나를 향해 다가온 채야. 두 사람 앞에 나타난 건 완전히 삭아서 옷과 뼈만 남은 시체였다.


“오호호! 이상한 걸 찾았다랄까나. 빨리 그냥 묻어야 한다랄까나.”

“시체를요? 해골을요?”


어리둥절해 하며, 채야의 말과는 반대로 백골 시체를 끌어 올린 우유나. 채야의 눈빛에 살며시 냉기가 감돌았다. 그런데,


“잠깐, 여기 뭔가 있는 거 같습니다.”


백골과 함께 끌어올린 옷가지에서 나온 낡은 지도 한 장. 이상하게도 그 지도 안에서 보물의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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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3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4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6 3 11쪽
»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8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5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7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2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5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7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4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4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20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6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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