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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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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408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7.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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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추천
3
글자
12쪽

128. 보물 찾기 - 2

DUMMY

여왕은 모두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진지한 그녀의 눈빛. 가자, 웃음의 진검승부. 그런데,


“제정신이야? 여기서 이렇게 노닥거리더니 이제 아주 우릴 따라 오겠다고?”


그런 여왕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는 갓패치. 광기 가득했던 그의 눈빛은 어느새 진중하고 무겁게 그리고 차분히 가라 앉아있었다.


“나, 나도 같이 가서 호떡을 먹을 겁니다만!”

“제정신이야 원더랜드의 여왕이 일반 사람들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고? 산더미 같이 쌓인 일을 내팽개치고?”


그녀는 정곡을 찌르는 갓패치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하긴, 요즘에는 성 안 보다 성 밖에서의 시간을 더욱 많이 보냈던 여왕. 성 밖에서 보낸 시간만큼 나랏일을 돌보지 못했다는 것은 당연한 것. 게다가 호떡에 미쳐서 성 안에서도 호떡 생각뿐이었을 것도 자명했다. 누가 이런 여왕을 원더랜드의 관리자라고 말해줄까. 아무도 없다. 현재 그녀는 허울뿐인 여왕 그 자체였으니까.


“왕관을 쓰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이런 말도 못 들어봤어?”

“왕관이 무거워서 작은 거로 만들었습니다만.”


한 마디를지지 않는다, 한 마디를. 이런 여왕의 순박한 지식에 그만 피식 웃어버리는 어흥선생과 채야. 이 상황이 진지한 건 오직 갓패치 혼자뿐이었다.


“제정신 차리고 빨리 성으로 돌아가. 가서 일하라고.”


단단히 경고한 갓패치는, 남은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그글 뒤편에 생긴 차원문 안으로 그대로 사라졌다. 그렇게 홀로 남게 된 여왕.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사람이 억지로 안긴 자리가 아닌, 그녀가 직접 빼앗은 왕관이었으니까.


***


그렇게 성으로 돌아오게 된 여왕은, 시무룩한 얼굴로 알현실 왕좌에 앉아있었다. 그런 그때, 알현실 문을 열고 조심조심 들어오는 대신들. 오래간만의 알현이라서 그런 것일까. 대신들의 얼굴에는 약간의 안도와 기쁨이 함께 나타나 있었다.


“여왕님, 정말 오래간만에 뵙사옵니다.”

“그렇게 오래간만은 아닙니다만. 한... 일주일.”


일주일. 여왕이 자리를 비운 시간. 분명 자신에게는 짧게만 느껴졌던 시간이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 그녀는 모두와의 시간이 즐거웠을 뿐이었다. 즐거울 뿐이었다.


“모두에게 미안할뿐입니다만. 너무 길게 자리를 비웠습니다.”


평소의 당당한 그녀의 모습과는 다르게, 여왕은 정중히 대신들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단 일주일만에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진 그녀의 모습에, 모두들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대신들. 문 앞에 서 있던 문지기도 화들짝 놀라 여왕을 향해 고개를 향했다.


“미안한 건 미안한 것. 죄송한 건 죄송한 것입니다만.”

“그렇다고 직접 고개를 숙이시는 건...”


대신들의 만류에도 여왕은 깨달은 것이 있는지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더니,


“큰 함정 뒤에는 큰 보물이 있는 법입니다만. 큰 힘 뒤에 큰 책임이 따르듯이.”


현과장이 했던 말을 그대로 읊는 여왕. 아니, 그 말은 빨간 쫄쫄이의 삼촌이 한 말이라고. 현과장이 한 말이 아니야.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요. 문제는 힘만 추구하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만.”


그녀의 말에 공감하듯, 한 대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의 힘만 추구하는 사람에 살짝 인상이 찌푸려진 여왕. 그녀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그 대신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가만히 둘 수 없습니다만.”

“가만히 두실 수 없어도. 그냥 참으셔야 합니다.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이니.”

“세상에 없는 사람?”


여왕은 고개를 기울였다. 세상에 없는 사람 이야기를 왜 이렇게 진지하게 꺼낸 것일까. 도대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저질러서.


“그 사람이 무슨 짓이라도 저질렀습니까?”

“원더랜드 안의 생명 중 반 이상을 제물로 바쳤습니다. 단지...”

“단지?”

“붉은색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여왕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 역시 붉은색의 주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현과장을 암살하려 했던 사람. 비록 지금은 편하게 현과장을 만나고 있긴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자신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인물인 건 변함이 없었다.


“단지 붉은색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그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지만, 그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붉은색의 매력. 그리고 그 붉은색의 주인이라는 자리가 주는 권력이 얼마나 달콤한 지를.


“여왕님께서는 붉은색의 저주로부터 벗어나셨군요! 감축 드리옵니다!”


그녀의 말에, 대신들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런 대신들의 분위기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여왕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주변의 그들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뭐가 저주입니까? 저는 원래 저주 같은 건 걸리지 않았습니다만.”

“수 세기 전, 게늠이라는 재상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만, 그 역시 붉은색에 미쳐 있었습니다. 본인은 절대 모릅니다.”


이어서 게늠이라는 인물이 저지른 만행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대신들. 그들의 이야기에, 여왕의 얼굴에는 점차 먹구름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


“게늠 재상, 이번 일 그대 혼자만으로 정말 가능한가? 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는가?”

“어흥선생님, 일은 효율적으로 행하라고 하셨잖습니까. 이번 도시 계획은 저 혼자만으로 충분합니다.”


어흥선생은 게늠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공사가 한창인 건설단지의 한 구석. 두 남자는 작은 막사 안에서 원더랜드의 성 건설건을 두고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일리 있는 말이긴 하다, 게늠 재상. 하지만 이건 다른 것도 아닌 성의 건설이다. 모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을 건설하는 일이다. 이런 일에 힘을 아끼는 건 어불성설. 나와 채야도 힘껏 그대를 돕겠다.”

“장차 붉은색의 주인이 될 제가, 이런 일을 혼자 못 해낸다는 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사이에 흐르는 정적. 어흥선생은 게늠을 바라보며, 그 어떤 대답도,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어흥선생님.”

“자네는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나?”


게늠은 대답 대신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런 그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를 꺼내놓은 어흥선생. 그의 눈빛이 깊고 의미심장하게 바뀌었다.


“당연히 이루어진다. 단,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영역에서의 일이다. 신의 영역은 불가능하다. 간절하다고 해서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거야 당연한...”

“붉은색도 마찬가지다. 그대가 원한다고 해서 주인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도, 선배인 마녀 채야도 그랬다.”


단호한 어흥선생의 말에,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한 게늠의 안색. 그렇다고 해서 그의 눈빛이 시들 지는 않았다. 포기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욱 이글이글 타올랐다. 마치 신이라도 잡아 죽일 것처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갓패치님의 허락만 받으면 끝나는 문제 아닙니까?”

“다른 색은 받을 수 있겠지만, 붉은색은 안 된다. 붉은색은 ‘행동’이다. 그대가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그 행위 말이다.”


게늠의 반박에 완고한 대답을 내어놓은 어흥선생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를 등지고 나왔다. 나름 배려한 것이고, 나름 그를 위해 충언한 것이었지만, 결과는 어흥선생이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커져버린 욕망이란 불꽃. 게늠은 그 불꽃을 향해 자신을 던질 뿐이었다. 단지, 붉은색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


“그래서, 게늠이란 자가 무슨 짓을 벌였습니까?”


대신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여왕은, 순간 불길함을 감지했다. 눈치가 없는 편이었지만, 이야기의 흐름으로 볼 때, 그가 한 짓은 불 보듯 뻔했다. 바로,


“전에 말씀 드린 원더랜드의 생명 중 반 이상을 제물로 바친 사람, 그가 바로 게늠 재상입니다.”


붉은색 때문에 생명을 전부 제물로 바친 것. 단지 붉은색 때문에.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붉은색 때문에 생명을 바쳤다고? 그것도 자신의 생명이 아닌 타인의 생명을? 그게 말이 됩니까?”

“여왕님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지금까지 붉은색의 주인이 되신 분들은 전부 그랬습니다.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갓패치님의 말버릇이 ‘제정신이야?’이겠습니까.”


역대 붉은색의 주인들은 전부 정신병자란 말인가?

구석에 있는 대신의 말에, 여왕은 고개를 기울였다. 하긴, 현과장이 정상과 거리가 좀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신병자는 아니지 않나?


“현과장은 그래도, 따지자면, 정상적인 인물입니다만.”

“현과장님은 정상적입니다. 네, 정상적인데...”


그들은 현과장을 말하는 게 아닌 듯싶었다. 슬슬 눈치를 보는 대신들. 그들은 은근슬쩍 여왕을 쳐다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현과장은 정상적입니다만! 그렇습니다만!”


여전히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는 여왕. 역시나 눈치가 없다. 분위기도 읽지 못한다. 그래도 너무 뭐라고 하지 말자.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


한편, 여왕을 제외한 모두를 데리고 모험을 떠나게 된 현과장과 그 일행.

그런데 모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움직임이 없었다.


“아니, 이게 모험이야?! 이건 그냥... 마실이잖아... 집 앞에 나온 마실.”


현과장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사실은 경악까지는 아니지만, 인터넷 기자들이 이런 문구를 많이 쓰잖아. 경악을 금치 못했다느니, 충격이 어쨌다느니. 사실, 들어가 보면 정말 별거 아닌 내용이 태반이 아니라 전부. 그러니 나도 한번 써 봤다. 볼게 더럽게 없었으니까.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는 도착지. 그냥 평범한 섬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섬. a.k.a. 무인도.


“갓패치, 정말 여기가 맞아?”

“제정신이야? 지도 위치는 여기가 맞아.”


잔뜩 기대감을 안고 떠나온 모험이었지만, 실상은 그냥 어디에나 볼 수 있는 무인도. 모두의 기대감이 꺾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무룩하게 모래사장 여기저기에 앉아 일광욕이나 즐기는 사람들. 여기서 신이 난 건 키토와 리코 단 둘뿐이었다. 처음 마주한 모래사장이 신기하고 즐거운 것인지, 두 귀염둥이는 쉴 새 없이 주변을 달리고 또 달렸다.


“어쩌면! 이게 보물일지도!”


무언가를 깨달은 것일까. 현과장은 모두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더니,


“그 해골의 보물은 이 곳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바캉스라는 단어와 함께 훌러덩 웃통을 벗어던지는 현과장. 그의 탐스러운 똥배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꺄악! 그 더러운 배 치워줬으면 좋을까나!”

“차라리 날 죽여라! 현과장!”


그런 현과장을 바라보며 경멸의 눈빛을 보내는 채야와 우유나. 하지만 현과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 환멸의 시선에 그만 둘 인간이었으면, 붉은색의 주인 될 리 없었으니까. 그의 마수는 이내 두 여성 탐험가에게로 뻗어나갔다. 경멸에 이은 두려움으로 바뀐 두 사람의 표정. 이어지는 현과장의 말은 그 두 사람을 더욱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비, 비키니를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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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6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2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3 3 12쪽
»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5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5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6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1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4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5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3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5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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