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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42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6.25 10:00
조회
24
추천
3
글자
11쪽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DUMMY

그렇게 갓패치의 주장으로 식사를 마치게 된 현과장네 식구들.

후식으로 가볍게 현과장표 커피까지 알차게 마신 그들은, 드디어 현과장이 꺼내 놓은 제일 큰 안건으로 눈을 돌렸다.


“용자들이 사는 곳으로 가야 한다냥!”


냥이라는 말꼬리가 붙었지만, 이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현과장. 현과장의 터무니 없는 흉내에, 어흥선생의 이미아 살짝 주름이 잡혔다.


“내 흉내 내지 마라냥! 난 절대 반대다냥!”

“난 찬성이랄까나~”


이번에는 채야의 특유의 말투를 따라하는 현과장. 그러나 채야는, 이런 현과장의 재롱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날 따라하려면, 중앙에 달린 그 게 없어야 하는데, 그렇게 만들어줄까나?”


미소 가득한 얼굴 위로 살며시 느껴지는 광시 서린 눈빛.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현과장은 섬뜩함에 그만 눈을 돌리고야 말았다.


“아니, 평소에는 단 한 마디도 없던 사람들이, 지금 이러는 건 또 뭐야?”

“평소랑 다르다냥! 원더랜드를 떠난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냥?!”


현실 세계로 돌아가라고 할 때는 언제고, 지금은 이렇게 열을 올리며 반대를 하는 걸까. 그 것도 그냥 옆 나라에 가는 것일 뿐인데.


“그냥 옆 나라에 잠깐...”

“옆 나라가 아니다냥! 세계가 다르다냥! 세계가!”


세계가 다르다고? 그렇다면 자신이 온 현실 세계처럼, 원더랜드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세계인 것일까.


“차원이 다른 거야?”

“그렇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현과장은 당호아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차원이 다르다면 갓패치도 문을 열 수 없는 게 분명했기 때문에.


“그럼 갓패치도 문을 못 열잖아.”


나지막이 흘러나온 현과장의 마음속 목소리. 하지만, 그 말을 들은 갓패치는 긍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제정신이야? 내가 왜 못 열어?”

“아니, 내가 사는 세계도 못 연 주제에 무슨 용자들이 사는 세계를 열어?”


당당한 그가 못 미더운 것일까. 현과장은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제정신이야? 감히 내 자존심을 또 건드려?”


두 눈에 불을 켜며 현과장을 노려보는 갓패치. 이내 그는 천장을 향해 거대한 차원문을 열었다.


“제정신이야?! 내가 아무리 마력을 빼앗겼어도 용자들의 세계정도는 가뿐하게 열 수 있다고! 크하하하!”


머리 위의 차원문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웃는 갓패치.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어흥선생과 채야는 전혀 그러지 못 했다.


“제정신이냥! 갓패치! 제정신이냥!”

“막아야 한다랄까나! 빨리 막아야 한다랄까나!”


점점점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한 두 사람. 급기야 두 사람은 갓퍄치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왔다. 빠르게 차원문을 막기 위해서.

어흥선생과 채야는 안간힘을 쓰며 갓패치를 끌어내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원문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입장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럼 다녀오도록 하지!”


늠름하게 자리에서 일어선 현과장은 모두를 향해 그랜절을 올렸다.

왜 갑자기 그랜절이냐고? 그랜절의 용도가 사죄나 감사의 뜻만 있는 게 아니잖아.

얼마 전에도 봤을 텐데. 댄스 배틀에서.


“비 그랜절! 라간!”


그래, 비 그랜절, 라간.

천장에 생긴 차원문을 넘기에 아주 좋은 기술이지.

이내 천장을 향해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용솟음치는 현과장은 순식간에 차원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 듯 입장했다. 모두를, 심지어 리코와 키토도 집에 남겨둔 채로.


***


그렇게 차원문을 통해 용자들이 사는 곳으로 오게 된 현과장.

그가 믿을 것이라고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은화. 그리고 죽지 않는 신체. 마지막으로 아무짝에 쓸모없는 「개행운과 초불행」뿐이었다. 뭐, 지금은 off상태인 능력, 「신의 방패」가 있기는 하지만, 절대 켜질 일이 없으니, 그냥 없는 능력으로 생각하자.


“으아아아악!”

[툭.]


우렁찬 비명과 함께 땅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현과장. 나뭇가지라고 있었으면 잡았겠지만, 주변에는 나무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마치 SF영화 속의 도시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건물들이 주변이 즐비해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차들. 거리를 활보하는 로봇들. 고도로 발전된 문명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현과장은 주변을 바라보며 한 순간도 감탄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누구 십니까?”


그런 그의 곁으로 다가온 한 여자. 반듯한 제복이 잘 어울리는 단아한 외모의 여성분이었다.


“아, 축복을 좀 받으려고 왔는데요.”

“그러니까, 누구십니까?”


단아한 외모와는 정반대인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 안에서는 외부인을 향한 날선 경계심이 느껴지고 있었다.


“현... 과장이요.”


아니, 현과장이라고? 이름 있잖아, 이름이! 현지인이라는 이름이 있잖아! 겨우 차원을 넘어왔는데 또 현과장으로 불릴 거야?


“현과장? 잠깐! 현과장이라고요?!”


이름을 물어보던 그녀는, 몇 차례 그의 이름을 되뇌더니 이내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현과장을 응시했다. 도대체 현과장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선발대 용자 30명을 한 순간에 전멸시킨 현과장?! 붉은 변태 현과장?!”


현과장의 위엄이 벌써 이곳 전역에 퍼진 것일까. 그건 그렇고 붉은 변태는 뭐야? 왜 그런 별칭이 붙은 거야?


“저기 붉은 변태는 쫌...”

“멀리 떨어지십시오! 변태!”


여자는 현과장에게서 한 발짝 떨어진 채로 그를 응시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퍼진 것일까. 붉은 꼰대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변태라니. 현과장은 예전의 기억을 복기해 봤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찾지 못 했다.


“원더랜드의 침입자 발생! 위험등급 붉은색!”


현과장은 붉은색이라는 말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가 담당하는 색깔은 붉은색이니까.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게 그렇게 돌아가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붉은색이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바뀌는 주변의 분위기. 한가로이 주변을 거닐던 사람들도 로봇들도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하늘을 날고 있던 자동차들도 전부 단 한 대도 빠짐없이.


“뭐, 뭐야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움직이지 마십시오! 변태!”


여자는 황급히 총을 꺼내 현과장을 향해 겨누었다. 이윽고 주변에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그 귀청 따가운 소리는 점점 현과장의 주변으로 모여들고. 어느새 중무장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몇 겹으로 에워싸기 시작했다.


“환대가 너무 지나치신데...”


그렇게 용자들의 나라에 도착한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쇠고랑을 차게 된 현과장. 어흥선생과 채야가 극구 반대를 한 이유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후송되는 차창 밖으로 삭막한 도시풍경이 이어졌다. 여기가 어딘지 확실히 알 순 없었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이곳은 원더랜드가 아니라는 것. 원더랜드처럼 정이 넘치는 곳은 아니라는 것 말이다.


***

판타지물의 클리셰 중에는 이런 게 있다.


「주인공이 이세계로 떨어져,

어여쁜 여성 동료와 사고와 같은 만남을 가지게 되고,

이윽고 둘 사이에 오해가 풀리면서

잘 먹고 잘 사는 이야기.」


그래 너무나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걸 어쩌지. 현과장도 지금 그 진부한 분기점에 다다른 거 같은데.


“취조를 담당하게 된 5급 용자 우유나 마샤입니다.”


취조실에 앉아있는 현과장에게 낯익은 사람이 찾아왔다. 바로 그에게 이름을 물었던 바로 그 여자였다. 강한 느낌이 온다. 플래그가 세워지려고 하는 강한 느낌이!


“그런데 나 뭐 잘못했어요?”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변태?”


현과장의 맞은편에 앉은 우유나는 대답과 함께 매섭게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왜일까. 하나도 무섭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만큼 자신이 성장한 것일까.

아니면 그녀에게서 두려움을 느낄만한 힘이 감지되지 않아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확인 사살을 하기 위해 온 겁니까?”


확인 사살이라니. 우유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내가 무슨 암살자라도 되는 줄 아시나 본데.”

“당신의 정체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원더랜드의 붉은색! 숲의 주인과 늪의 주인을 굴복시킨 최강의 남자, 바로 변태 현과장!”


아니, 현과장이면 현과장이지, 변태는 왜 붙어, 변태는?

변태라는 단어에 무척이나 기분이 상한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로 우유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왜, 왜 그러십니까?”


살며시 움츠려드는 취조 담당의 그녀. 아니, 취조한다는 사람이 취조대상에게 쫄면 어쩌겠다는 거야? 이런 그녀의 태도를 본 순간, 현과장의 머리에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기, 죄송한데. 사람 잘못 보신 건 아닌가요?”

“자, 잘못이요?”


갑자기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녀 역시 뭔가 잘못 되어가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현과장인 건 맞긴 한데, 제가 원더랜드의 붉은색이라고요?”

“지금 붉은색 바지를 입고 계시긴 한데...요.”


그녀의 동공이 더욱 세차게 흔들렸다. 그래, 지금이 기회다! 더욱 몰아 붙여야 한다!


“저기, 여왕님도 붉은색 드레스 입는데.”

“아! 그 사실은 몰랐습니다!”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서는 우유나. 그녀의 눈동자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 역시 원더랜드의 현과장이 이렇게 대담하게 등정한 것이 조금 의심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아, 그럼 원더랜드의 주민이십니까?”

“성밖마을에 살긴하는데... 성 안 주민권은 아직...”

“아, 넵! 알겠습니다!”


우유나는 곧바로 취조실을 나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날선 비난도 그리고 오해도. 깃발을 꼽으려고 했던 이들은 모두 깃발을 치워주기 바란다. 꼽았던 이들도 모두 회수해 주기를 부탁한다.

그래, 이게 『현과장 인 원더랜드』다.

모두가 다 아는 그런 뻔한 클리셰 펼쳐질 리 없다! 예쁜 동료? 잘 먹고 잘 살아? 다 개소리! 현과장에게 러브라인은 없다, 이 말이야!

무슨 일이 있더라고 지켜! 40년 모태 쏠로 지켜!

절대 못 잃어! 무슨 일이 있어도 못 잃어!

이 웹소설의 생명과도 같은 현과장을 잃은 순 없지. 암!


“죄송합니다!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취조실로 돌아온 우유나는 한층 밝은 미소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마치 의심의 여지가 하나도 안 남은 사람처럼.


“그럼 그렇죠! 그 악덕한 변태가 함부로 이 곳에 넘어올 리 없죠!”

“그렇죠. 그렇긴 하죠.”


변태라는 말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런 자잘한 일에 딴지를 걸면 안 되는 상황. 현과장은 그저 미소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이 방을 나서시면 망명자 수속을 진행하겠습니다.”


망명자라.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은 일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신분만 생기면 이 곳에서 움직이기 조금 더 유리 할지 모르니까.


“그러면, 밖으로 나가면 될까요?”

“아, 네. 나가시면 되는데요. 잠시만요, 한 가지가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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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3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4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6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5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7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2 3 12쪽
»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5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6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4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5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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