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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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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42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6.26 10:00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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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DUMMY

현과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던 우유나는, 취조실 탁자 밑에 있는 버튼을 지긋이 눌렀다. 그러자, 점차 바뀌어가는 취조실의 모습. 있었던 탁자가 사라지고 화구들이 올라왔다. 없었던 찬장이 생기고, 싱크대와 식기들이 올라왔다.


“여기서 하나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취조실의 모습은 어딜 가고, 현과장과 우유나는 지금 완벽한 부엌에 서 있었다.

주변을 살짝 둘러보더니 점점 굳어지는 우유나의 표정.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그녀는 현과장에게 다가가 딱딱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호떡 딱 하나만.”


순간, 현과장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전율. 아무래도 그 뻔한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호떡이 뭔가요?”


현과장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이럴 때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상책. 그 어떠한 낚시질에도 넘어가선 안 된다.


“시치미 떼지 마시죠! 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현과장이라는 것을!”

“현과장이 맞는데, 그러니까 아니라니까요.”


결코 물러서지 않는 두 사람. 그들은 무작정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현과장, 노려볼게 아니라, 억울한 듯 바라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시선은 마치, 눈빛으로 자백하는 거나 다름없잖아. 본인이 진짜 현과장이라고.


“아무튼, 전 아닙니다.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그럼 호떡을 만들어 보라니까요! 그 마법의 호떡을!”

“아니, 현과장이 아닌데 어떻게 호떡을 만들어요? 이것 참 웃긴 아가씨네.”


순간, 우유나의 얼굴이 한 번 더 변했다.

날카로워진 눈매. 살짝 올라간 입꼬리.

바뀐 그녀의 분위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게 된 현과장.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되뇌어 보았다. 그래, 크게 실수한 부분은 없다. 잠깐, 크게 실수한 부분이 없다고? 그럼 작게 실수한 부분은 있다는 거잖아?!


“현과장만 호떡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닐 텐데요.”


그랬다. 현과장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 어흥선생도 채야도 심지어 갓패치도 호떡의 존재를 몰랐잖아. 그럼 호떡을 만들 수 있는 건 현과장 혼자만이 아닐까?


“아니, 무슨 소리! 그건...”


잠깐! 잠깐! 잠깐! 현과장은 순간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일 올바른 대답은 무엇일까.

현과장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대답하면, 어떻게 알았냐고 되묻겠지. 그렇다면 올바른 대답이라고 볼 수 없다. 이 대화의 끝은 클리셰로 이어질 테니까.

그렇다면, 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 이건 어떨까? 제일 모범답안이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늦었다. 이미 엄청난 말을 저질러 버렸으니까.


“현과장이 아닌데 어떻게 호떡을 만들어요...”


그래, 우유나의 표정을 바꾸게 만든 바로 그 대화.

어떻게 현과장만이 호떡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잖아.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관계자라는 것. 이 정도면 바보라도 알아차리겠다.

이미 예전에 자백을 한 것과 다름없었던 현과장. 그에게는 이제 일말의 선택지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대로 클리셰의 늪에 빠지는 수밖에.


“본인이 현과장인 거 인정 하시죠?”


우유나의 입가에 은은하게 퍼지는 승리의 미소. 얄밉다. 너무 얄밉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울화가 터질 만큼 얄미웠다. 뭔가 복수 한방을 먹이고 싶었지만, 이렇게 잡혀 있는 마당에 제대로 할 방법이 일을 턱이 없었다. 그런 그 순간, 현과장의 시야로 들어오는 주방기구들. 좋은 아이디어가 번개처럼 머릿속에 내려 꽂혔다.


“만들면, 만들면 되잖아요!”

“만든다고요?”

“내가 못 만들면 인정하는 겁니다! 내가 변태 현과장 아닌 거!”


현과장은 싱크대로 성큼성큼 다가가 손부터 씻었다.

요리의 기본은 뭐? 바로 청결. 우리모두 요리 전에 손 씻는 걸 잊지 말자. 일단 나부터.

손을 씻고 난 현과장은 거침없이 재료를 준비하고 호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엉망진창으로 만들 생각은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눈속임으로 빈대떡이나 몇 장 만들고 끝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현과장의 목적은 오로지 복수. 간사한 여자의 입에 현과장표 저주의 호떡을 선사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이윽고 현과장의 손에 완성된 몇 장의 호떡. 노릇노릇한 호떡의 겉면과 향긋한 시나몬 향기. 마치 바삭함과 달콤함이 함께일 것만 같은 그 모습에, 우유나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야 말았다.


“이, 이게 그 호떡?”

“호떡은 무슨! 그냥 꿀떡이지.”

“보고된 모습과 정말 많이 일치한데...”


우유나는 섣불리 호떡을 집지 않았다. 모든 것을 경계하는 듯한 그녀의 눈빛. 하지만 그녀의 침샘은 눈동자와 다르게 무작정 눈앞의 호떡을 탐하고 있었다.


“난 호떡 못 만든다니까요.”

“모, 못 만들어요?”

“먹어 보면 알 거 아니에요. 호떡인지 아닌지.”


악마의 속삭임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호떡에서 떨어지지를 못했다. 경계는 하고 있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간절하게 호떡을 탐하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 침샘에서는 연신 분비물들이 흘러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소한 기름 냄새와 달콤한 시나몬 향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뭐 독이라도 들었을 가봐? 눈앞에서 만들었는데?”


현과장은 호떡을 한 장 집어서, 가위로 반을 잘랐다. 그러더니, 이내 입 안으로 넣어버리는 반장의 호떡. 그리고서는 이내 그녀를 바라보며 남은 호떡의 반쪽을 내밀었다.


“봐요. 아무 일도 없죠? 빨리 먹고 평가를 해줘야 내가 나갈 거 아닙니까.”


현과장은 그녀를 바라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상황에서 의심을 거두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자신이 먹어보는 것. 눈앞에서 먹는데 그 누가 독이 들었다고 의심을 할까.


“저는 새 걸로 먹겠습니다. 아, 아니 그것도 먹겠습니다.”


우유나는 헐레벌떡 현과장의 손에서 반쪽의 호떡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입안으로 구겨 넣었다. 그녀의 입안에 퍼지는 고소함과 달콤함의 향연.

이것은 설탕의 오케스트라와 시나몬 롹커, 그리고 쫀득한 식감의 환상적인 컬라보레이션. 강렬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고 바삭하게 다가왔다.


“맛있죠? 이건 식어도 맛있다니까.”


허겁지겁 먹는 그녀를 향해 한 마디를 내뱉는 현과장.

게걸스럽게 호떡을 탐하던 그녀에게 현과장의 목소리가 닿지는 않았다, 그녀가 정신을 차린 건 그가 말을 내뱉은 지 한참이 지난 상황. 호떡이 그녀의 눈앞에서 전부 사라졌을 때쯤이었다.


“조금 전에 뭐라고...”

“그거 식어도 맛있다고.”


우유나는 마치 머리가 고장 난 사람처럼, 잠시 모든 사고가 멈췄었다.

식어도 맛있다고? 그래 식어도 맛있긴 했다. 아니지, 아니지! 호떡이 아니라고 했는데. 호떡이 아닌 다른 음식을 만들어 준 것이었나? 그렇기에는 보고 받은 모습과 너무나 똑같았는데...

답은 이미 나와 있었지만, 그녀는 애써 진실을 외면했다. 그럴 리 없다고 수십, 수백 번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대답은 언제나 한 가지였다.


“어때, 호떡 맛있었어요?”


현과장의 얼굴에 가득 차오른 미소. 이제 절망적으로 변한 건 현과장이 아니라 우유나, 바로 그녀였다.


“도, 독을 먹인 겁니까?!”

“독은 아닌데. 호떡이지.”

“무기력과 우울증의 독인 거 다 알고 있습니다!”


현과장은 그녀를 바라보며 더욱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금단현상으로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찾아오는 건 이미 알았던 사실. 그렇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살짝 궁금해지기는 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나~”

“어떻게 되긴! 정신병원행인거지!”


생각보다 악랄하지 않은 마무리에 악간 실망한 현과장.

이봐, 현과장 정신차려. 당신 주인공이야, 악당이 아니라고.


“이런 대악당!”

“그래! 난 대악당이다! 으하하하”


우유나의 말에 현과장은 하늘로 손을 뻗으며 크게 외쳤다.

아니, 당신 악당 아니라니까! 대악당은 더더욱 아니라고!


“날 어떻게 할 셈이냐! 이 악마!”

“어허! 악마는 선 넘은 거지! 대악당에서 멈춰!”


손바닥을 쫙 펴서 우유나 앞에 내민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방금까지 분위기에 휩쓸려 웃어재낄 땐 언제고, 이제와 아니라고 정색을 해?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대악당이나! 악마나! 그게 그거지!”


내 말이! 악당이나 악마나 그게 그거지. 둘 다 나쁜 거잖아. 주인공이 그렇게 불리면 안되는 거잖아.


“아니, 악마는 괴물이고, 대악당은 그래도 사람이잖아. 어허, 선 넘지 말라니까. 확 내 노예로 만들어 버릴까보다.”


우유나는 기겁하며 자신의 옷깃을 단단히 여미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더욱 악랄가호 음흉하게 웃는 현과장. 어허! 이 웹소설 그런 장르 아니야! 멈춰!

아니, 왜 현과장 혼자 보내서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거야? 어흥선생은 도대체 안 따라오고 뭐했어? 이런 거 잘 막아 주는 게 어흥선생의 역할이잖아! 겸사겸사 내 폭주도 잘 막고. 어흥선생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이야. 젠장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

아, 오늘따라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 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잘 하라고. 확 다 끝장나는 수가 있어!”


비열하게 웃던 현과장은, 이내 호떡을 구워서 우유나 앞에 내밀었다. 그녀는 온몸으로 거부하고 싶었지만 자꾸만 손이 저절로 갔다. 미칠 지경이었다. 너무 먹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먹어. 안 그러면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찾아오니까.”

“아, 그게 그다 혀사 이니가?”


현과장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호떡을 야무지게 먹고 있던 우유나. 호떡을 탐닉하는 그녀의 눈빛에서 광채가 빛났다.


“다 먹고 좀 말하세요. 어디에 사는 어느 여왕같네.”

“그, 그게 금단 증상인 겁니까? 우울증이?”


다 먹으라니까, 정말 호떡을 다 먹어버린 우유나.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마치 과자사탕을 엄청나게 갈구하는 어린아이처럼.


“너무 많이 먹으면 성격이 변하니까. 적당히. 금단 증상이 안 올 정도만.”

“아! 네! 알겠습니다!”


이미 호떡 하나로 완전히 현과장의 손발이 되어버린 우유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현과장의 체포 따윈 이제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건 오직 호떡! 머리도 몸도 오직 호떡만을 원했다.

이래서 나쁜 건 시작조차 하지 말라고 하는 건가 보다. 빠져 버리면 답이 없으니까.

담배, 마약, 도박 등등 이런 나쁜 것 근처에는 절대 가지 말자. 호떡 하나에도 저렇게 사람이 바뀌는데, 도박과 마약은 오죽할까.

아, 담배는 빼 달라고? 그래도 건강을 위해 좀 줄여. 우리 벽에 똥칠 할 때 까지 살아야 하잖아. 건강에 안 좋은 건 좀 과감하게 포기하자. 간절하게 부탁한다.


“이제 앞장 서.”

“어딜 말이죠?”


우유나는 현과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도대체 현과장이 원하는 건 뭘까.

호떡으로 세계정복? 아니면 자신만의 하렘? 이런 생각을 하니, 저절로 옷깃 위에 손이 올라가는 우유나. 이내 그녀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축복, 축복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로.”


하지만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던 현과장. 그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가족들이 안심하고 호떡을 먹을 수 있는 것, 오직 그것 단 하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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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3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4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6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5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6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2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4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6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4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5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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